사우디아라비아, 미니스커트 입은 여성 체포?

사우디아라비아, 미니스커트 입은 여성 체포?

2017.07.18. 오전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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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미니스커트 입은 여성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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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공공장소에서 미니스커트에 배꼽티를 입은 젊은 여성을 조사하겠다고 밝혀 시민들 사이에서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 여성은 모델로 활동하는 쿠르드(Khulood).

쿠르드가 논란이 된 동영상이 최초로 게시된 것은 지난 주말. 그녀는 유서 깊은 요새인 '우샤이키르(Ushayqir)'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산책하는 6초 분량의 영상을 스냅챗에 게시했다. 이후 17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공유된 영상은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우디아라비아, 미니스커트 입은 여성 체포?

보수적인 무슬림 국가의 엄격한 복장 규정에 어긋나는 옷차림이라는 것.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공장소에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헐렁한 옷에 바닥까지 닿을 정도로 긴 '아바야'라는 로브를 입어야 한다. 또한, 머리에 스카프를 둘러 얼굴을 가리는 것이 기본이다.

쿠르드의 체포와 처벌에 찬성하는 진영은 "지역과 나라의 예법을 준수하고 존중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체포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녀가 외국인이 아닌 현지인이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규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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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쿠르드가 방문한 지역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처벌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북쪽에 위치한 우샤이키르는 유서 깊은 전통 마을로 가장 보수적인 지역 중 한 곳으로 손꼽히기 때문.

특히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이념의 기초이자 이슬람 복고주의 운동인 와하비즘이 태동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반대 진영은 "이러한 논쟁 자체가 벌어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녀가 폭탄 테러를 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죽인 것도 아닌데 체포까지 한다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는 입장이다. 또한, 이런 보수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공개된 '비전 2030'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을 이을 새로 왕위계승 서열 1위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Mohammed bin Salman)이 야심 차게 준비한 국가 개조 프로젝트다. 경제 부분에서는 석유 수출 의존도는 낮추고, 여성들의 경제참여를 독려한다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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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시민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해당 여성을 소환해 조사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금껏 유사한 혐의로 조사받은 여성들은 대부분 처벌을 받아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어느 때보다 뜨거워진 논란을 당국이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YTN PLUS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사진 출처 = Twitter@Khul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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