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금기어 써가며 인종주의 비판...남부 연합기 논란

오바마, 금기어 써가며 인종주의 비판...남부 연합기 논란

2015.06.23. 오후 12:0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닷새 전 미국 남동부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한 흑인 교회에서 백인 청년이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숨진 일이 있었죠.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인종 차별과 총기 범죄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을 지칭하는 금기어까지 사용하며 인종주의를 비판했습니다.

국제부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김종욱 기자!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한 금기어가 정확히 뭔가요?

[기자]
흑인을 비하하는 '니거(nigger)'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코미디언 마크 마론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미국은 인종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검둥이를 뜻하는 '니거(nigger)'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인종주의는 단순히 공개적으로 '검둥이'라고 말할 정도로 무례한 것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것은 인종주의가 여전히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도, 공공연한 차별의 문제도 아니다. 200∼300년 전 일어난 일을 하루아침에 전혀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200∼300년 전 일이란 미국의 흑인 노예제를 뜻합니다.

이어, 자신이 태어난 이후 인종에 대한 태도는 분명히 개선됐지만, 노예 제도의 유산은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여전히 우리 DNA를 통해 이어져 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어 사용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전혀 후회하지 않고 있다며, 오래 고민하고 강조해 온 요점을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발언은 백인 우월주의에 빠진 청년이 흑인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한 사건 이후 인종과 총기 문제에 관한 논쟁이 뜨거워진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현지 시각 오는 26일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해 추도 연설을 합니다.

우리 시각으로 지난 18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유서 깊은 흑인 교회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벌어진 총격으로 9명이 숨졌습니다.

[앵커]
인종 혐오 문제 못지 않게 해묵은 총기 범죄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면서요?

[기자]
직설 화법으로 총기 규제 문제를 거듭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총기협회가 의회를 너무 강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샌드훅 초등학교 사건 이후 의회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정떨어진다. 정말 넌더리 난다"고 말했습니다.

2012년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는 총기 난사로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26명이 희생됐는데요.

이런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상원이 총기 규제 법안을 부결한 사실을 겨냥한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는 대표적인 로비 단체인 총기협회가 의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앵커]
인종 차별 논쟁에 대해 한 가지 더 짚어보죠.

미국 남북 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 연합이 사용한 남부 연합기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기자]
남북 전쟁은 150여 년 전인 1861~1865년에 벌어져 남부 지역 주들이 손을 맞잡은 남부 연합이 패했죠.

흑인 교회 총기 난사가 벌어진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남부 연합의 중심 주 가운데 한 곳입니다.

범인이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 깃발을 든 사진을 올리자 이 깃발이 인종주의 표상이라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 사건 발생지를 지역구로 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 의원 등은 주 의회 건물에 앞으로 이 깃발을 걸지 말자고 제안했습니다.

공화당 내 다른 대권 주자 가운데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이 깃발이 사람들을 분열시킨다"고 지적한 반면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등은 "이 문제로 논쟁하는 대신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엇갈린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들은 경선 기간 부닥칠 인종 간 갈등 문제를 선도해야 한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남부 지역 출신 군인들이 '지역 정체성'을 살리겠다며 이 깃발을 사용하기 시작해 일부 주민들도 이를 따랐고, 2000년부터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의회 건물에도 내걸렸습니다.

KKK를 비롯한 미국의 극단적인 인종주의 단체도 남부연합 깃발을 쓰고 있어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