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인사이트 160회] 생명을 잇는 나눔 '장기기증'

[메디컬 인사이트 160회] 생명을 잇는 나눔 '장기기증'

2026.10.30. 오후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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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26년 10월 30일 (금) 저녁 8시 40분
□ 담당 PD : 이시우
□ 담당 작가 : 김배정, 김현정
□ 출연자 :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
□ 방송 채널
IPTV - GENIE TV 159번 / BTV 243번 / LG유플러스 145번
스카이라이프 90번
케이블 - 딜라이브 138번 / 현대HCN 341번 / LG헬로비전 137번 / BTV케이블 152번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삼열: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 외과 전문의 이삼열입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생명을 이어주는 기적,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박상훈: 국내 뇌사자 신장 이식 1년 생존율 97.64%, 간 이식 86.27%, 장기기증 선진국과 비교해도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장기이식 의료 기술. 하지만 높은 장기이식 의료 수준에 비해 뇌사 장기기증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25년 기준 장기이식 대기자는 55,350명 하지만 실제 기증자는 370명에 불과해 하루에 8명의 환우들이 기다림 끝에 결국 사망하게 된다. 누군가는 나의 가족이자 이웃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국내 뇌사 기증률이 현저히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 전하는 기적, 장기기증, 장기이식의 모든 과정과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생명 나눔의 의미를 자세히 알아보자.

◆이삼열: 강연에 앞서 저에 대해 소개하자면 누군가는 저를 손에 칼을 쥐는 외과의사로서 기억하실 것이고, 누군가는 병원을 책임지는 기관장으로 기억하실 겁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선 저는 장기기증이 우리 사회의 따뜻한 문화로 뿌리내리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한 사람으로 서 있습니다. 제가 왜 이 장기기증에 온 마음을 쏟게 되었을까요? 외과의사로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환자의 절망과 마주하게 됩니다. 의사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를 다해도 마지막 희망인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눈을 감는 환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의사로서 느끼는 무력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수술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매력에 의학의 꽃이라고 부르는 외과의가 되기 위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 맹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30여 년 동안 외과의사의 길을 걸었기에 현재 한국장기조직기증원 Korea Organ Donation Agency, 줄여서 코다(KODA)라고 불리는 기관과 인연을 맺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삼열: 먼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소개하면요.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을 받아서 기증된 장기와 조직을 필요한 곳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기관입니다. 병원에서 뇌사 상태이신 분이나 조직 기증을 원하시는 분이 생기면 저희 쪽으로 연락이 옵니다. 그러면 장기조직 코디네이터들이 직접 가족분들을 만나서 상담하고 필요한 정보도 알려드리고, 기증자와 이식받는 분의 생명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면서 기증이 잘 이루어지도록 끝까지 함께 합니다. 기증이 끝났다고 저희 역할이 끝나는 게 아닙니다. 큰 상실감에 있는 유가족분들을 위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1963년, 처음으로 간 이식을 시행한 미국의 토마스 스타즐 교수는 이식받은 사람들을 가리켜 ‘퍼즐피플’이라고 하였습니다. 장기이식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퍼즐, 즉 수수께끼와 같은 것이었고, 이식을 담당하는 의사들도 그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풀기 어려운 퍼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식받은 사람들은 더 이상 퍼즐피플이 아니라는 생각에 여러분들도 동의하실 겁니다. 수많은 환자들이 장기이식을 받고 있고 수많은 기증자들이 장기기증을 하고 있으며, 이 시기의 우수한 결과 또한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장기이식은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된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장기이식 의료 기술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수준입니다. 성공률도 높고 의료진의 실력도 월드 클래스입니다. 실제로는 국내 뇌사자 신장 이식의 1년 생존율은 97.64%여서 미국보다 훨씬 높고, 간 이식도 1년 생존율이 90%에 육박합니다. 심장 이식도 1년 생존율이 82.23%로 매우 우수하죠.

◆이삼열: 그런데 과연 기증자는 충분할까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생명을 기다리는 사람과 생명을 나누려는 사람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도 큽니다. 장기이식 대기자는 5만 명에 달하는데 2025년 기증하신 분은 370명에 그쳤습니다. 평균 대기 기간만 6년이 넘었습니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누군가의 기적 같은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장기이식 의료 수준은 매우 높지만 뇌사 장기 기증률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인구 100만 명당 기증자 수로 비교해 보면 스페인이나 미국은 우리나라의 6배~7배가 됩니다. 아랍에미리트 같은 나라는 최근 몇 년 새 기증률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5년 한 해 동안 370명의 장기기증과 180명의 조직기증에 그쳤습니다. 이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대기자는 해마다 늘어나지만 기증하겠다는 사람은 그에 턱없이 못 미치는 실정이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저는 제도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본인이 생전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가족이 명시적으로 반대하면 기증할 수 없습니다. 반면 유럽의 기증 선진국인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그리고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에서는 본인이 거부 의사를 따로 밝히지 않는 한 국민 모두를 잠재적 기증자로 보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누구나 기증 가능하다는 인식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저는 생각해 봅니다. 그 차이는 등록률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요. 미국은 성인의 절반 이상이 기증자로 등록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단지 3%에 그칩니다. 기증은 문화나 개인적 성향 등의 영향을 받겠지만 국가 차원의 제도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삼열: 왜 사람들은 이 소중한 나눔을 주저하고 기피하는 것일까요?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몇 가지 오해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장기기증 서약을 하면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할 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환자의 치료와 장기기증 판정은 엄격하게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의료진은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총력을 다합니다.
그 다음으로 장기기증을 기피하는 분들의 오해는 “기증을 하면 고인의 몸이 크게 훼손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십니다. 이 부분 또한 사실이 아니죠. 장기 적출 수술은 외과의사들의 가장 숙련되고 정교한 손길로 이루어지며 이후 철저한 예우와 복원을 거쳐 유가족에게 인도됩니다. 하나의 예로 우리나라 의학 드라마는 사실과 다르게 어느 정도 과장된 부분이 많다고 의사들이 이야기합니다. 저도 가끔 그렇게 느낄 때가 있죠. 단 한 가지 현실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바로 장기 적출 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순간 외과의사들과 의료인들이 예를 갖추고 숙연해지는 모습은 현실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너워크’, 우리말로는 ‘울림길’이라고 부르는 절차가 있습니다. 2023년 서울대병원에서 처음 시작됐는데요 기증자가 머물렀던 중환자실을 나와 수술실로 향하는 마지막 그 길, 그 복도 양쪽에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서서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시간입니다.수술실에 들어서기 직전에는 짧은 추도사를 낭독하며 다시 한 번 고인의 뜻을 기립니다.이 길을 함께 걸으신 가족분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그 짧은 길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저는 이런 예우가 더 많은 곳으로 퍼져나가길 바랍니다.
그렇게 수술실로 들어가면 저희 의료진이 가장 정교하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수술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수술이 끝나면 정중히 예우를 갖춰 고인을 다시 가족의 품으로 보내드립니다. 큰 수술로 고생하시는 것을 원치 않고 그냥 편하게 보내드리고 싶다고 장기기증을 꺼려하시는 가족 분들도 있으십니다. 저 역시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편안하게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이니까요.그런데 저는 여기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편안한 마지막도 물론 소중하지만, 그 너머에 존엄한 마지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가족의 마지막이 누군가에게는 다시 숨 쉴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면 그건 편안함을 넘어서는 더 큰 의미로 승화되는 마무리가 아닐까요?

◆이삼열: 제가 얼마 전 모임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나이가 많거나 건강이 아주 좋지 않으면 장기기증을 못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인데요. 과연 그럴까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연령이나 질환 여부와 상관없이 기증 가능한 부위가 다양하게 존재하며 전문 의료진의 정확한 평가를 거치기 때문에 미리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2025년 국내 최고령 장기기증자는 86세셨고, 80대의 기증자분은 세 분 계셨습니다.
그럼 암 환자분들은 어떨까요? 암 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장기기증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암이 진행 중인지, 전이가 있는지, 치료가 끝나고 완치된 경우인지에 대해 다른데 현재 암이 진행 중이거나 전이된 경우라면 사실상 대부분 기증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과거 암을 치료하고 완치된 경우이거나, 암 병력이 있지만 기증 장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뇌암과 같은 경우에는 개별 평가를 통해 가능합니다. 물론 암을 앓았다고 해서 누구나 장기기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암의 종류와 치료 여부, 재발이나 전이 여부 그리고 기증 당시 각 장기의 상태를 의료진이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니 “나는 암을 앓았으니 기증할 수 없겠지”라고 미리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환자가 뇌사로 추정된 상태에서 가족들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고 하면 바로 수술이 이어지는 걸까요? 아닙니다. 이때부터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먼저 저희 장기조직 코디네이터가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가족분들과 계속 소통하는데 이후 두 차례의 뇌사 조사와 뇌파 검사, 뇌사 판정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뇌사가 최종 확정되면 그때부터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서 어떤 분께 이식할지 수혜자를 선정하고 병원 간 협의를 거쳐 수술이 진행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을 놓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각 단계마다 신속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본인이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고 해서 모든 분들이 장기이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당사자는 장기이식을 서약했지만 가족분들이 이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해 고인의 숭고한 뜻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서 평소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기회가 있을 때 자연스럽게 가족들에게 본인의 결정을 알리는 대화를 나눠 보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 준비 없이 그 순간을 맞는 것과 본인의 장기기증에 대한 의향을 가족들이 미리 알고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희 코디네이터들은 가족을 설득하려 하지 않습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 그 결정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돕는 것, 그것이 저의 원칙입니다. 수혜자를 언급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일도 하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분위기에 떠밀려 뭔가를 결정했다는 느낌을 갖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삼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두운 터널 속에서 한 줄기 빛 같은 결정을 내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과연 어떤 분들일까요? 첫째, 장기기증을 직접 경험한 환자와 그 가족들입니다.이미 아픔을 겪어 보았기에 누군가의 절망이 얼마나 깊은지 잘 알고 그 아픔을 누구보다 공감하며 나눔을 실천하십니다.
두 번째로 의료 현장에서 생명의 가치를 매일 목격하는 의료진과 그 관계자들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갑작스럽고 청천벽력 같은 이별의 순간에 슬픔을 삼키며 누군가의 생명으로 다시 살아나기를 소망하며 생명나눔을 결단하는 위대한 가족들입니다. 이들의 결정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시작입니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우리 사회의 생명의 귀중함에 감사를 느끼게 해준 사연은 매우 다양합니다. 저는 그중 두 분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2025년 한 해 뇌사 기증자 370명 중 0~9세는 4명, 10~19세는 17명이었습니다. 그중 최연소 기증자는 생후 2개월이었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죠. 오늘 소개해 드릴 첫 번째 사연은 생후 9개월 장소민 양입니다. 소민 양은 2024년 7월 2.5kg의 작은 몸으로 태어났습니다. 생후 9개월이던 지난 4월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고 여러 병원을 거쳐 세균성 뇌수막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지난 5월 세 명의 환자에게 간과 신장 소장을 나눠주고 떠났습니다.어린 딸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에게 장기기증은 결코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도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남편과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그냥 가기보다 좋은 일을 하고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 그리고 세상 어딘가에 소민이가 피워낸 생명의 불씨가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믿고 싶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또 한 번의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래 아팠고 오래 약을 먹어도 장기기증을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34세 소인후 씨입니다. 인후 씨는 생후 7개월 무렵 팔다리를 오므리는 경기 증상을 보였고, 이후 뇌졸중 진단을 받아 오랜 기간 약물 치료를 받았습니다. 20대 초반 심한 폐렴으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뒤에는 건강이 크게 나빠져 10여 년 동안 누워 지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었고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의료진으로부터 장기기증에 대한 설명을 들은 어머니는 오래 아팠던 아이인데 기증할 수 있는 장기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라고 조심스럽게 여쭤보셨다고 합니다. 기증 가능 여부는 미리 정해져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순간 의료진의 정밀한 의학적 평가로 결정됩니다. 의료진은 인후 씨의 장기기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인후 씨는 심장과 간, 양측 신장을 기증해 4명의 환자를 살리고 떠났습니다. 장소민 양과 소인후 씨는 나이도, 살아온 삶도 전혀 다릅니다. 한 가족은 생후 9개월 된 어린 딸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에 결정을 내렸고, 또 한 가족은 오랜 시간 질환과 함께 살아온 아들이 마지막 순간 다른 누군가에게 생명을 나눌 수 있도록 기증을 결정하셨습니다. 하지만 두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장 힘든 이별의 순간에도 누군가의 생명을 생각한 가족의 결정이 또 다른 사람의 삶을 이어주었다는 점입니다. 장기기증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큰 의미, 저는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많은 분들이 장기기증이라고 하면 심장이나 간 같은 주요 장기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습니다. 장기는 신장, 간, 폐뿐만 아니라 췌장, 소장 등도 가능합니다. 그중에서도 신장 이식은 전체의 47%로 가장 많고, 간, 심장, 폐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뇌사 기증자 한 분이면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장기뿐만 아니라 피부, 뼈, 연골, 심장판막, 인대 같은 인체 조직 기증도 가능하며, 환자의 완치를 돕는 조혈모세포 기증도 있습니다. 인체 조직은 한 분이 기증하면 최대 100명의 환자에게 전해질 수 있습니다.

◆이삼열: 장기기증을 이야기할 때 제가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기결정권’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현행법에는 이런 한계가 있습니다. 내가 생전에 아무리 명확하게 기증 의사를 밝혀 두었더라도 막상 그 순간 가족이 반대하면 기증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본인의 뜻이 있어도 마지막 결정권은 가족에게 있는 셈이죠. 이 부분을 바꿔보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2024년 9월, 본인이 생전에 확실히 동의했다면 가족의 반대와 무관하게 기증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었습니다. 그런데 이 법안을 두고 가족 동의 없이 강제로 장기를 적출한다는 등의 왜곡된 뉴스가 확산됐고, 법안은 2025년 10월 결국 철회됐습니다.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죠. 미국은 본인이 운전면허증에 기증 의사를 남기면 법적으로는 그 뜻이 절대적 효력을 갖습니다. 스페인 같은 나라는 가족의 마음도 살피되 코디네이터가 충분히 대화하며 설득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본인의 뜻이 최소한 존중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기결정의 문제는 삶의 마지막 단계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사후 장기기증은 심장, 간, 신장, 폐 등을 기증하는 뇌사 기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 순환 정지 후 장기기증 이른바 ‘DCD’입니다. 연명의료 중단과 장기기증을 모두 희망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뒤 순환이 정지하면 장기를 기증하는 방식이죠. 저는 이걸 단순히 귀중할 수 있는 분들의 범위를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환자의 존엄한 임종과 누군가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하는 일, 이 두 가지 숭고한 가치를 하나로 연결하는 의료의 진일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관련 법안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오늘 이 강연을 들으신 후 마음속에 작은 울림이 생기셨다면 꼭 하셔야 할 실천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들과 이 소중한 뜻을 미리 이야기해 두는 것입니다. 내 뜻이 아무리 확고해도, 마지막 순간에 남겨진 가족들이 그 마음을 모른다면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장기기증은 그 뜻을 미리 가족과 나누는 데서 완성됩니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기증희망등록’ 서약을 하는 것입니다. 기증희망등록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를 통해서 서약할 수도 있고 전화로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의료진을 비롯해 국내에서 장기이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을 대신해 장기기증이라는 위대한 선택을 해주신 모든 기증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기증자들이 나누어 주신 소중한 생명을 위해 대한민국의 의료인들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삼열: 기적은 거대한 병원 시스템이나 첨단 기술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내 것을 나누어 누군가의 내일을 지켜주겠다는 한 사람의 따뜻한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들께서 장기기증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이시우PD (lsw54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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