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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5:45~06:00, 13:40~13:55, 18:40~18:55)
■ 방송일 : 2026년 10월 23일 (금)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배성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최근 드라마 닥터X에서 수술 받은 환자의 장기에 의사의 이니셜이 새겨진,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 그저 상상만이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면이었습니다. 실제 2013년 영국에서 발생했던 일인데요. 한 외과전문의가 간 이식 수술 도중, 환자의 간 표면에 자신의 이니셜인 S,B를 무려 4cm 크기로 새겼습니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일이 영국에서만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한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촬영된 사진들이 SNS에 올라오며 큰 파문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알려진 상황을 각색해서 전해드렸는데요. 또 다른 병원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환자가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수술실과 검사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믿기 어려운 사건들.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배성환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배성환 변호사 (이하 배성환) : 네,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의 배성환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드라마, 닥터X에 등장한, 장기 낙서 사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드라마에서 어떤 내용이 나왔던 거예요?
◇ 배성환 : 네, 보도에 따르면 SBS 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에서,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환자의 간 표면에 자신의 이니셜을 새기는 장면이 방영됐다고 합니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섬뜩할 수밖에 없었겠죠.
◆ 이원화 : 그런데 이게 실제 있었던 일이라면서요?
◇ 배성환 : 네, 2013년 영국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보도에 따르면 간·담도·췌장 외과 전문의였던 사이먼 브램홀이라는 의사가, 간 이식 수술 도중 환자 두 명의 간 표면에 자신의 이니셜 'SB'를 약 4cm 크기로 새겼다고 합니다. 도구는 원래 수술 중 출혈을 막을 때 쓰는 '아르곤 빔'이라는 장비였는데, 이 장비로 간 표면을 얕게 태워 글씨를 남긴 거죠. 그럼 왜 이런 짓을 했느냐. 이 의사는 수술 중 '긴장을 풀기 위해서'였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어렵고 긴 수술을 하다 보니 그랬다는 건데요. 수술이 잘 끝났다 하더라도, 환자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명일 수밖에 없습니다.
◆ 이원화 : 간이라는 게 몸속 장기다보니, 환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런 일이 벌어졌단 걸, 알 길이 없잖아요. 실제 이 사건도 나중에 다른 의사가 수술하다가 발견한 거라고 하던데... 그런데 처벌 내용을 보니, 폭행죄가 적용됐더라고요? 생소하다,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거든요?
◇ 배성환 : 네, 보도에 따르면 이 의사는 영국 법원에서 이른바 '폭행' 혐의 두 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2018년 1만 파운드의 벌금과 1년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의료 심판 기관에서 의사 면허까지 박탈됐고요. 장기 기능에 직접적인 손상이 있었는 지보다, 환자의 동의 없이, 치료와 아무 상관없는 목적으로 환자의 몸에 손을 댔다는 점, 즉 환자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점이 핵심이었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나라였다면 어떨까요. 우리 법에선 몸에 상처를 내거나 생리적 기능을 훼손하면 상해죄가 됩니다. 간 표면을 태워 조직을 괴사시킨 거라면, 아무리 얕더라도 상해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니셜을 새기는 건 환자가 동의한 수술 범위를 벗어난 행위니까요. 또 지금은 의료법이 바뀌어서,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집행유예라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해요. 이번에는 장기 표면도 아니고 산모의 배에다가 자기 이름을 새긴 의사가 있었다면서요?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 배성환 : 네, 미국 뉴욕의 한 대형병원 산부인과 의사였던 앨런 자킨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인데요. 보도에 따르면 이 의사는 1999년,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서 산모의 배에 수술 칼로 자기 이름의 첫 글자인 'A'와 'Z'를 새겼다고 합니다. 수술 뒤 자신이 한 일을 자랑스럽게 떠벌렸다고 하고, 그래서 영화 속 '쾌걸 조로'처럼 이니셜을 남겼다며 '닥터 조로'라는 별명까지 붙었다고 하죠. 피해 산모는 배에 남은 영구적인 흉터 때문에 마치 상표가 붙은 동물이 된 것 같았다며 큰 고통을 호소했다고 전해졌습니다.
◆ 이원화 : 수술을 잘 마친 건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환자의 몸에 자기 서명을 남겨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앞선 사건과 달리 배에 메스로 글씨를 새겼다면 상해죄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요. 이 의사, 어떤 처벌 받았습니까.
◇ 배성환 : 보도에 따르면 이 의사는 ‘중범죄 폭행’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유죄협상을 통하여 실형을 피하고 5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고, 이후 의사 면허도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피해 산모가 낸 민사소송에서는 175만 달러, 우리 돈으로 20억 원이 넘는 거액에 합의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 사건을 우리나라에 대입해 보면, 메스로 살을 베어 영구적인 흉터를 남긴 거니까 폭행이 아니라 명백히 상해죄에 해당합니다.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처벌되는데, 흉터가 남은 부위나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까지 고려하면 결코 가볍게 처벌될 사안은 아닙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의사 측에서 뇌 질환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졌다, 정신적 질환 주장했잖아요. 실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질환을 이유로 감경 받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럴 때 의사 뿐 아니라 병원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 배성환 : 네, 실제로 이 의사 측은 전두엽에 문제가 생기는 '피크병'이라는 뇌 질환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우리 법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습니다. 범행 당시 정신질환 등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이 완전히 없었다면 처벌하지 않고, 그 능력이 떨어진 상태였다면 형을 줄여줄 수 있는데요. 이른바 '심신상실', '심신미약'입니다. 다만 병이 있다는 것만으론 안 되고, 범행 당시 실제로 판단 능력에 영향을 줬어야 합니다. 더구나 지금은 심신미약이라도 판사가 반드시 감경해야 하는 게 아니라, 감경을 '할 수 있다'로 바뀌어서 실제로 감경받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병원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의사가 병원 업무를 하다 환자에게 피해를 줬다면, 병원은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함께 질 수 있거든요. 특히 수술실에 다른 의료진도 있었다면, 병원이 왜 이런 행위를 막지 못했는지, 관리·감독은 제대로 했는지도 따져볼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이런 황당한 일이 외국에서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도 큰 파문이 일었던 사건이 있었죠?
◇ 배성환 : 네, 2014년 12월에 있었던 일인데요.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간호조무사가, 수술실에서 찍은 사진들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고 합니다. 사진에는 수술 중에 촛불 켠 생일케이크를 들고 다니는 모습, 수술실에서 셀카를 찍거나 음식을 먹는 모습, 가슴 보형물을 들고 장난치는 모습 등이 담겼다고 하죠. 문제는 일부 사진에 의료진 뒤로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의 모습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는 겁니다. 의사도 촬영을 말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큰 공분을 샀다고 보도됐습니다.
◆ 이원화 : 만약 환자가 수술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면, 아예 비어있는 수술실이었다면 법적으로 문제없었을까요?
◇ 배성환 : 아닙니다. 환자가 나오든 안 나오든 따져볼 문제는 남습니다. 먼저 환자가 찍혔다면, 의료인은 업무상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되는데, 환자의 수술 장면은 가장 민감한 정보라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고, 초상권 침해로 손해배상 책임도 질 수 있습니다. 노출된 신체 부위가 찍혀 SNS에 올라갔다면 성범죄인 불법촬영·유포 문제까지 거론될 수 있고요. 환자가 안 보였다 하더라도, 실제 수술이 진행 중이었다면 문제는 여전합니다. 수술 중 촬영하고 음식을 먹는 건 감염 관리나 환자 안전 측면에서 의료인으로서 품위를 손상한 행위로 징계 사유가 될 수 있고, 만약 그 사이 의료사고가 났다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로 무겁게 평가될 겁니다. 반면 정말 비어 있는 수술실에서 축하 사진을 찍은 정도라면, 형사처벌까지 가기는 어렵고 병원 내부 규정의 문제로 볼 여지가 큽니다.
◆ 이원화 : 또 다른 국내 사건인데요. 한 20대 직장인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면서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켜뒀는데, 검사 후에 들어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무슨 내용이 담겨 있었나요?
◇ 배성환 :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인천의 한 건강검진 기관에서 수면 대장내시경을 받던 20대 직장인이 마취 중 자신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서 휴대전화 녹음기를 켜뒀다고 합니다. 그런데 녹음에는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진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는데요. '침 봐, 토할 것 같다', '세금 낭비야, 세금 낭비' 같은 말에, 환자의 신상정보를 보며 '정규직은 아니지 않나, 계약직들 아니야?'라며 직장을 비하하는 듯한 말까지 오갔다고 하죠. 이 환자가 병원에 민원을 제기하자, 병원은 해당 의료진을 내시경 업무에서 배제하고 내부 징계를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됐습니다.
◆ 이원화 : 환자가 듣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차마 하지 못했을 말들인데 잠들어 있는 환자들 두고, 비웃고 험담한 것... 이런 행동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이 환자가 의료진의 대화를 녹음한 것, 그게 오히려 문제가 될 가능성은 없나요?
◇ 배성환 : 형사처벌로 가면 모욕죄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모욕죄는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상황, 이른바 '공연성'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이 사건은 의료진 몇 명끼리 한 말이라 공연성이 인정될지 다툼이 있을 수 있고, 처벌까지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환자의 직장, 나이 같은 신상정보를 가지고 비하했다는 점에서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한 행위로 징계는 충분히 가능하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녹음 부분은 조금 복잡합니다. 대화에 참여한 사람이 녹음하는 건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몰래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거든요. 이 환자는 잠들어 있어서 대화에 참여한 게 아니니, 엄밀히 따지면 문제 될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다만 원래 자기 목소리를 녹음하려던 거라 고의를 인정하긴 어렵다는 점이 유리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의료진의 부적절한 행동이, 단순히 조롱이나 장난에서 끝나지 않은 사건도 있습니다. 마취된 여성 환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죠?
◇ 배성환 : 네, 보도에 따르면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산부인과 인턴이, 수술 전 마취 상태로 대기하던 여성 환자를 성추행했다고 합니다. 당시 수술실에 함께 있던 동료가 그만하라고 말렸는데도 계속했다고 하는데요. 이 인턴은 여성 환자와 동료들에게 상습적인 성희롱 발언도 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병원은 정직 3개월 징계만 내렸고, 이 인턴이 다시 병원으로 복귀했다는 사실이 2020년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됐습니다.
◆ 이원화 : 법원은 어떤 처벌내렸나요? 추후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 논란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 배성환 : 보도에 따르면 이 인턴은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잠들어 있거나 마취된 상태처럼 저항할 수 없는 사람을 추행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2023년 1심 법원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과 5년간의 취업제한도 명령했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맡긴 채 수술대에 누운 환자를 추행했다'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봤다고 하고요. 이 인턴은 치료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했다고 보도됐습니다. 솜방망이 논란은 형사처벌보다 병원 징계가 정직 3개월에 그쳤던 데서 시작됐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의료인은 환자가 가장 무방비한 순간에 몸을 맡기는 직업인만큼 일반인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지금은 의료법이 바뀌어서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데요. 환자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술실 안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장치는 계속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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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배성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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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최근 드라마 닥터X에서 수술 받은 환자의 장기에 의사의 이니셜이 새겨진,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 그저 상상만이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면이었습니다. 실제 2013년 영국에서 발생했던 일인데요. 한 외과전문의가 간 이식 수술 도중, 환자의 간 표면에 자신의 이니셜인 S,B를 무려 4cm 크기로 새겼습니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일이 영국에서만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한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촬영된 사진들이 SNS에 올라오며 큰 파문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알려진 상황을 각색해서 전해드렸는데요. 또 다른 병원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환자가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수술실과 검사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믿기 어려운 사건들.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배성환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배성환 변호사 (이하 배성환) : 네,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의 배성환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드라마, 닥터X에 등장한, 장기 낙서 사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드라마에서 어떤 내용이 나왔던 거예요?
◇ 배성환 : 네, 보도에 따르면 SBS 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에서,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환자의 간 표면에 자신의 이니셜을 새기는 장면이 방영됐다고 합니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섬뜩할 수밖에 없었겠죠.
◆ 이원화 : 그런데 이게 실제 있었던 일이라면서요?
◇ 배성환 : 네, 2013년 영국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보도에 따르면 간·담도·췌장 외과 전문의였던 사이먼 브램홀이라는 의사가, 간 이식 수술 도중 환자 두 명의 간 표면에 자신의 이니셜 'SB'를 약 4cm 크기로 새겼다고 합니다. 도구는 원래 수술 중 출혈을 막을 때 쓰는 '아르곤 빔'이라는 장비였는데, 이 장비로 간 표면을 얕게 태워 글씨를 남긴 거죠. 그럼 왜 이런 짓을 했느냐. 이 의사는 수술 중 '긴장을 풀기 위해서'였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어렵고 긴 수술을 하다 보니 그랬다는 건데요. 수술이 잘 끝났다 하더라도, 환자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명일 수밖에 없습니다.
◆ 이원화 : 간이라는 게 몸속 장기다보니, 환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런 일이 벌어졌단 걸, 알 길이 없잖아요. 실제 이 사건도 나중에 다른 의사가 수술하다가 발견한 거라고 하던데... 그런데 처벌 내용을 보니, 폭행죄가 적용됐더라고요? 생소하다,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거든요?
◇ 배성환 : 네, 보도에 따르면 이 의사는 영국 법원에서 이른바 '폭행' 혐의 두 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2018년 1만 파운드의 벌금과 1년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의료 심판 기관에서 의사 면허까지 박탈됐고요. 장기 기능에 직접적인 손상이 있었는 지보다, 환자의 동의 없이, 치료와 아무 상관없는 목적으로 환자의 몸에 손을 댔다는 점, 즉 환자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점이 핵심이었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나라였다면 어떨까요. 우리 법에선 몸에 상처를 내거나 생리적 기능을 훼손하면 상해죄가 됩니다. 간 표면을 태워 조직을 괴사시킨 거라면, 아무리 얕더라도 상해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니셜을 새기는 건 환자가 동의한 수술 범위를 벗어난 행위니까요. 또 지금은 의료법이 바뀌어서,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집행유예라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해요. 이번에는 장기 표면도 아니고 산모의 배에다가 자기 이름을 새긴 의사가 있었다면서요?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 배성환 : 네, 미국 뉴욕의 한 대형병원 산부인과 의사였던 앨런 자킨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인데요. 보도에 따르면 이 의사는 1999년,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서 산모의 배에 수술 칼로 자기 이름의 첫 글자인 'A'와 'Z'를 새겼다고 합니다. 수술 뒤 자신이 한 일을 자랑스럽게 떠벌렸다고 하고, 그래서 영화 속 '쾌걸 조로'처럼 이니셜을 남겼다며 '닥터 조로'라는 별명까지 붙었다고 하죠. 피해 산모는 배에 남은 영구적인 흉터 때문에 마치 상표가 붙은 동물이 된 것 같았다며 큰 고통을 호소했다고 전해졌습니다.
◆ 이원화 : 수술을 잘 마친 건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환자의 몸에 자기 서명을 남겨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앞선 사건과 달리 배에 메스로 글씨를 새겼다면 상해죄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요. 이 의사, 어떤 처벌 받았습니까.
◇ 배성환 : 보도에 따르면 이 의사는 ‘중범죄 폭행’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유죄협상을 통하여 실형을 피하고 5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고, 이후 의사 면허도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피해 산모가 낸 민사소송에서는 175만 달러, 우리 돈으로 20억 원이 넘는 거액에 합의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 사건을 우리나라에 대입해 보면, 메스로 살을 베어 영구적인 흉터를 남긴 거니까 폭행이 아니라 명백히 상해죄에 해당합니다.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처벌되는데, 흉터가 남은 부위나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까지 고려하면 결코 가볍게 처벌될 사안은 아닙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의사 측에서 뇌 질환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졌다, 정신적 질환 주장했잖아요. 실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질환을 이유로 감경 받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럴 때 의사 뿐 아니라 병원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 배성환 : 네, 실제로 이 의사 측은 전두엽에 문제가 생기는 '피크병'이라는 뇌 질환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우리 법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습니다. 범행 당시 정신질환 등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이 완전히 없었다면 처벌하지 않고, 그 능력이 떨어진 상태였다면 형을 줄여줄 수 있는데요. 이른바 '심신상실', '심신미약'입니다. 다만 병이 있다는 것만으론 안 되고, 범행 당시 실제로 판단 능력에 영향을 줬어야 합니다. 더구나 지금은 심신미약이라도 판사가 반드시 감경해야 하는 게 아니라, 감경을 '할 수 있다'로 바뀌어서 실제로 감경받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병원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의사가 병원 업무를 하다 환자에게 피해를 줬다면, 병원은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함께 질 수 있거든요. 특히 수술실에 다른 의료진도 있었다면, 병원이 왜 이런 행위를 막지 못했는지, 관리·감독은 제대로 했는지도 따져볼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이런 황당한 일이 외국에서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도 큰 파문이 일었던 사건이 있었죠?
◇ 배성환 : 네, 2014년 12월에 있었던 일인데요.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간호조무사가, 수술실에서 찍은 사진들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고 합니다. 사진에는 수술 중에 촛불 켠 생일케이크를 들고 다니는 모습, 수술실에서 셀카를 찍거나 음식을 먹는 모습, 가슴 보형물을 들고 장난치는 모습 등이 담겼다고 하죠. 문제는 일부 사진에 의료진 뒤로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의 모습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는 겁니다. 의사도 촬영을 말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큰 공분을 샀다고 보도됐습니다.
◆ 이원화 : 만약 환자가 수술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면, 아예 비어있는 수술실이었다면 법적으로 문제없었을까요?
◇ 배성환 : 아닙니다. 환자가 나오든 안 나오든 따져볼 문제는 남습니다. 먼저 환자가 찍혔다면, 의료인은 업무상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되는데, 환자의 수술 장면은 가장 민감한 정보라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고, 초상권 침해로 손해배상 책임도 질 수 있습니다. 노출된 신체 부위가 찍혀 SNS에 올라갔다면 성범죄인 불법촬영·유포 문제까지 거론될 수 있고요. 환자가 안 보였다 하더라도, 실제 수술이 진행 중이었다면 문제는 여전합니다. 수술 중 촬영하고 음식을 먹는 건 감염 관리나 환자 안전 측면에서 의료인으로서 품위를 손상한 행위로 징계 사유가 될 수 있고, 만약 그 사이 의료사고가 났다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로 무겁게 평가될 겁니다. 반면 정말 비어 있는 수술실에서 축하 사진을 찍은 정도라면, 형사처벌까지 가기는 어렵고 병원 내부 규정의 문제로 볼 여지가 큽니다.
◆ 이원화 : 또 다른 국내 사건인데요. 한 20대 직장인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면서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켜뒀는데, 검사 후에 들어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무슨 내용이 담겨 있었나요?
◇ 배성환 :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인천의 한 건강검진 기관에서 수면 대장내시경을 받던 20대 직장인이 마취 중 자신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서 휴대전화 녹음기를 켜뒀다고 합니다. 그런데 녹음에는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진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는데요. '침 봐, 토할 것 같다', '세금 낭비야, 세금 낭비' 같은 말에, 환자의 신상정보를 보며 '정규직은 아니지 않나, 계약직들 아니야?'라며 직장을 비하하는 듯한 말까지 오갔다고 하죠. 이 환자가 병원에 민원을 제기하자, 병원은 해당 의료진을 내시경 업무에서 배제하고 내부 징계를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됐습니다.
◆ 이원화 : 환자가 듣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차마 하지 못했을 말들인데 잠들어 있는 환자들 두고, 비웃고 험담한 것... 이런 행동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이 환자가 의료진의 대화를 녹음한 것, 그게 오히려 문제가 될 가능성은 없나요?
◇ 배성환 : 형사처벌로 가면 모욕죄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모욕죄는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상황, 이른바 '공연성'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이 사건은 의료진 몇 명끼리 한 말이라 공연성이 인정될지 다툼이 있을 수 있고, 처벌까지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환자의 직장, 나이 같은 신상정보를 가지고 비하했다는 점에서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한 행위로 징계는 충분히 가능하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녹음 부분은 조금 복잡합니다. 대화에 참여한 사람이 녹음하는 건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몰래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거든요. 이 환자는 잠들어 있어서 대화에 참여한 게 아니니, 엄밀히 따지면 문제 될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다만 원래 자기 목소리를 녹음하려던 거라 고의를 인정하긴 어렵다는 점이 유리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의료진의 부적절한 행동이, 단순히 조롱이나 장난에서 끝나지 않은 사건도 있습니다. 마취된 여성 환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죠?
◇ 배성환 : 네, 보도에 따르면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산부인과 인턴이, 수술 전 마취 상태로 대기하던 여성 환자를 성추행했다고 합니다. 당시 수술실에 함께 있던 동료가 그만하라고 말렸는데도 계속했다고 하는데요. 이 인턴은 여성 환자와 동료들에게 상습적인 성희롱 발언도 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병원은 정직 3개월 징계만 내렸고, 이 인턴이 다시 병원으로 복귀했다는 사실이 2020년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됐습니다.
◆ 이원화 : 법원은 어떤 처벌내렸나요? 추후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 논란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 배성환 : 보도에 따르면 이 인턴은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잠들어 있거나 마취된 상태처럼 저항할 수 없는 사람을 추행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2023년 1심 법원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과 5년간의 취업제한도 명령했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맡긴 채 수술대에 누운 환자를 추행했다'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봤다고 하고요. 이 인턴은 치료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했다고 보도됐습니다. 솜방망이 논란은 형사처벌보다 병원 징계가 정직 3개월에 그쳤던 데서 시작됐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의료인은 환자가 가장 무방비한 순간에 몸을 맡기는 직업인만큼 일반인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지금은 의료법이 바뀌어서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데요. 환자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술실 안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장치는 계속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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