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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6년 10월 17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합니다.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이하 김언경)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도 원청과의 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지 살펴보신다고요.
◇ 김언경 : 그렇습니다. 지난 9월 30일,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6명이 다시 고공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의 핵심 요구는 원청인 한화오션과의 단체교섭입니다. 하청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한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7개월이나 지났는데, 왜 다시 고공농성까지 해야 했을까요? 언론은 이런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 최휘 : 그렇군요. 그럼 먼저 한화오션 하청노동자가 고공농성을 선택하기까지의 상황을 정리해서 들어볼까요?
◇ 김언경 :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51일 파업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노동자들은 불황기에 삭감된 임금의 회복과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했지만, 결국 임금 4.5% 인상에 합의하고 파업을 끝냈습니다. 당시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 몸을 가뒀던 유최안 부지회장의 농성도 큰 주목을 받았죠.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이 노동자들이 다시 고공농성에 나선 겁니다.
◆ 최휘 : 당시 유최안 전 부지회장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는 문구가 써진 손팻말을 들고 스스로를 철창 속에 가두며 농성을 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교섭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요? 원청이 이들과 교섭하지 않았기 때문일지?
◇ 김언경 : 맞습니다.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을 직접 지급하는 곳은 하청업체겠지요. 그런데 원청기업은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원청 대우조선해양은 막판 협상 자리에 함께하긴 했지만, 법적인 교섭 당사자도, 합의서의 당사자도 아니었습니다. 대주주 산업은행도 마찬가지였고요, 이런 구조에서는 하청업체와 아무리 교섭해도 노동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의 파업은 노란봉투법 개정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었습니다.
◆ 최휘 : 그런 내용을 시정하자고 만든 것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이잖아요. 그 법이 시행된 지 7개월 가까이 지났는데 왜 이들은 다시 고공농성을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 김언경 :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은 올해 2월부터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이어왔고, 개정법 시행일인 3월 10일에는 정식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한화오션에는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외에도 웰리브지회가 있습니다. 웰리브 소속 노동자들은 조선소 안에서 급식과 통근버스 운행,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합니다. 두 노동조합은 함께 한화오션에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한화오션은 처음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포함했지만, 웰리브지회는 제외했습니다. 이 문제는 노동위원회로 넘어갔고, 4월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웰리브지회도 교섭 요구 공고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6월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한화오션이 웰리브 노동자들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7월 이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결정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집행정지도 신청했습니다
◆ 최휘 : 하청노동자가 원청과의 교섭을 가능하게 하려고 법을 개정했고요. 노동위원회 판단을 거치고도 다시 소송과 절차가 반복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잖아요?
◇ 김언경 : 그렇습니다. 결국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218일째 되던 9월 30일, 노동자 6명이 고공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10월 1일, 서울행정법원은 한화오션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는 본안소송의 최종 결론은 아닙니다. 다만 노동위원회의 시정결정이 소송 중에도 효력을 유지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급기야 한화오션은 10월 2일 두 노동조합을 교섭 요구 노조로 확정해 공고했고, 10월 8일 첫 단체교섭이 열리면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노동자 6명 가운데 2명이 교섭위원으로 참석하기 위해 내려왔습니다. 현재도 나머지 4명은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최휘 : 그렇군요. 그럼 이에 대한 언론보도가 어땠는지 살펴볼까요?
◇ 김언경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를 통해 9월 30일부터 10월 13일까지 관련 보도를 수집했습니다. 한화오션과 고공농성이라는 키워드로 추출했고요. 이 기간에 한화오션 정규직 노조의 고공농성도 시작되어서, 이것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 보도는 삭제했고, 중복보도를 삭제하니 총 121건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들 보도를 프레임 분석해보니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 것이 41건으로 33.9%를 차지한 갈등·협상 중계 프레임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원청 책임과 노동권을 강조한 보도가 23.1%인 28건이었습니다. 이어 세 번째로 노조를 비판하는 불법·법질서 프레임이 19.8%인 24건이었습니다. 나머지는 10건 이내였는데요. 대화·중재 촉구 프레임이 8건, 경제 손실·리스크 프레임이 7건, 시혜-배신 프레임이 5건이었습니다. 또한 차별 불평등을 강조하는 프레임이 3건, 노란봉투법 등 제도의 실효성을 짚는 프레임이 5건이었습니다.
◆ 최휘 : 지금 말씀해주신 내용만 봐서는 비교적 노사 양측의 주장과 입장, 제도적 문제 등을 골고루 보도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 김언경 : 보도프레임 분석으로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농성 첫날인 9월 30일 16건의 기사가 나왔는데, 이중 15건은 원청 책임·노동권 프레임이었습니다. 첫날 기사에도 '정당성 없는 불법행위'라는 회사 측 한마디는 있었지만 기사 끝에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한화오션이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할 수 없는 불법 점거'라는 입장문을 내자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10월 1일 하루에만 26건의 보도가 쏟아졌고 그중 18건이 불법·법질서 프레임이었습니다. 사측 입장문을 계기로 쓴 기사 28건 중 24건에는 하청노조의 직접 인용이 한 줄도 없었습니다. 전체 기간으로 보면 제목에 '불법'을 쓴 기사가 20건이나 되었고, 사측이 강조한 '890억 성과급·470억 손배소 취하'는 29건의 본문에 등장했습니다.
특히 10월 1일 매일경제는 「470억 손배소 없던 일로 해줬더니...한화오션 하청노조, 다시 크레인 농성」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2022년 파업 뒤 회사가 하청노조 집행부에 제기했던 47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지난해 취하해 준 사실을 강조한 것이죠. 회사가 소를 취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고공농성은 법이 인정하는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다른 사안을 연결해 제목을 만들면, 회사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취하해 줬는데 노동자들이 또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인상을 주잖아요. 또한 회사의 손해배상 소송 취하가 노동자들의 법적 교섭권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 최휘 : 노동자의 요구를 제대로 보도했는가, 고공농성에 임할 수밖에 없게 된 현 상황 등 노동자의 입장을 전한 기사는 얼마나 됐을지?
◇ 김언경 : 구체적 요구인 정규직 대비 80% 임금·복지, 차별 없는 성과급, 고용 승계 등을 한 가지라도 전한 기사는 56건, 46.3%였습니다. 그러나 그중 22건은 사측 입장문 속 "하청지회가 성과급을 요구하며 크레인을 점거했다"는 문장으로만 요구를 전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청노동자 자신의 목소리로 요구가 전달된 기사는 14건(11.6%)에 그쳤습니다. "같은 조선소에서 같은 배를 짓고 있음에도 임금이 다르고, 복지가 다르고, 안전의 책임도 달랐다"는 강인석 지회장의 호소를 전문에 가깝게 실은 프레시안, 36개 요구안을 정리한 한겨레는 드문 사례였습니다.
◆ 최휘 :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법률상 교섭권의 확대와 현장에서 교섭이 실현되는 것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지적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
◇ 김언경 : 노란봉투캠페인과 입법운동을 해온 시민단체 손잡고의 윤지선 활동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책임을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윤 활동가가 문제 삼는 것은 개정법 자체만이 아닙니다. 법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도록 만든 시행령과 행정절차입니다. 물론 기업이 노동위원회 판단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은 법적 권리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교섭이 장기간 지연된다면, 개정법이 의도한 노동권 보장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언론 보도를 보면, 법이 시행됐는데도 소송과 불복으로 교섭이 7개월 가까이 미뤄졌다는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언급한 기사는 41건, 3분의 1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시행령과 해석지침, 노동부의 역할처럼 원인과 개선책까지 짚은 기사는 12건, 10%에 불과했습니다. 민주노총 집계로 원청교섭을 요구한 644개 사업장 중 실제 교섭은 22곳뿐이라는 헤럴드경제 보도, "책임은 한화오션과 정부"라는 회견을 전한 경남도민일보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번 고공농성은 '법은 바뀌었는데 왜 교섭은 열리지 않는가'라는 질문 그 자체였습니다. 언론이 회사 입장문의 '불법'을 받아쓰기보다 이 질문을 노동부와 원청에 던졌다면, 노동자들이 크레인에 오르기 전에 교섭 자리가 열렸을지도 모릅니다. 이점에서 언론보도에 아쉬움이 큽니다.
◆ 최휘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함께 했습니다.
YTN 박준범 (pyh@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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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합니다.
◇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 (이하 김언경)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도 원청과의 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지 살펴보신다고요.
◇ 김언경 : 그렇습니다. 지난 9월 30일,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6명이 다시 고공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의 핵심 요구는 원청인 한화오션과의 단체교섭입니다. 하청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한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7개월이나 지났는데, 왜 다시 고공농성까지 해야 했을까요? 언론은 이런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 최휘 : 그렇군요. 그럼 먼저 한화오션 하청노동자가 고공농성을 선택하기까지의 상황을 정리해서 들어볼까요?
◇ 김언경 :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51일 파업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노동자들은 불황기에 삭감된 임금의 회복과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했지만, 결국 임금 4.5% 인상에 합의하고 파업을 끝냈습니다. 당시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 몸을 가뒀던 유최안 부지회장의 농성도 큰 주목을 받았죠.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이 노동자들이 다시 고공농성에 나선 겁니다.
◆ 최휘 : 당시 유최안 전 부지회장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는 문구가 써진 손팻말을 들고 스스로를 철창 속에 가두며 농성을 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교섭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요? 원청이 이들과 교섭하지 않았기 때문일지?
◇ 김언경 : 맞습니다.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을 직접 지급하는 곳은 하청업체겠지요. 그런데 원청기업은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원청 대우조선해양은 막판 협상 자리에 함께하긴 했지만, 법적인 교섭 당사자도, 합의서의 당사자도 아니었습니다. 대주주 산업은행도 마찬가지였고요, 이런 구조에서는 하청업체와 아무리 교섭해도 노동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의 파업은 노란봉투법 개정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었습니다.
◆ 최휘 : 그런 내용을 시정하자고 만든 것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이잖아요. 그 법이 시행된 지 7개월 가까이 지났는데 왜 이들은 다시 고공농성을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 김언경 :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은 올해 2월부터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이어왔고, 개정법 시행일인 3월 10일에는 정식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한화오션에는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외에도 웰리브지회가 있습니다. 웰리브 소속 노동자들은 조선소 안에서 급식과 통근버스 운행,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합니다. 두 노동조합은 함께 한화오션에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한화오션은 처음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포함했지만, 웰리브지회는 제외했습니다. 이 문제는 노동위원회로 넘어갔고, 4월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웰리브지회도 교섭 요구 공고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6월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한화오션이 웰리브 노동자들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7월 이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결정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집행정지도 신청했습니다
◆ 최휘 : 하청노동자가 원청과의 교섭을 가능하게 하려고 법을 개정했고요. 노동위원회 판단을 거치고도 다시 소송과 절차가 반복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잖아요?
◇ 김언경 : 그렇습니다. 결국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218일째 되던 9월 30일, 노동자 6명이 고공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10월 1일, 서울행정법원은 한화오션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는 본안소송의 최종 결론은 아닙니다. 다만 노동위원회의 시정결정이 소송 중에도 효력을 유지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급기야 한화오션은 10월 2일 두 노동조합을 교섭 요구 노조로 확정해 공고했고, 10월 8일 첫 단체교섭이 열리면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노동자 6명 가운데 2명이 교섭위원으로 참석하기 위해 내려왔습니다. 현재도 나머지 4명은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최휘 : 그렇군요. 그럼 이에 대한 언론보도가 어땠는지 살펴볼까요?
◇ 김언경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를 통해 9월 30일부터 10월 13일까지 관련 보도를 수집했습니다. 한화오션과 고공농성이라는 키워드로 추출했고요. 이 기간에 한화오션 정규직 노조의 고공농성도 시작되어서, 이것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 보도는 삭제했고, 중복보도를 삭제하니 총 121건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들 보도를 프레임 분석해보니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 것이 41건으로 33.9%를 차지한 갈등·협상 중계 프레임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원청 책임과 노동권을 강조한 보도가 23.1%인 28건이었습니다. 이어 세 번째로 노조를 비판하는 불법·법질서 프레임이 19.8%인 24건이었습니다. 나머지는 10건 이내였는데요. 대화·중재 촉구 프레임이 8건, 경제 손실·리스크 프레임이 7건, 시혜-배신 프레임이 5건이었습니다. 또한 차별 불평등을 강조하는 프레임이 3건, 노란봉투법 등 제도의 실효성을 짚는 프레임이 5건이었습니다.
◆ 최휘 : 지금 말씀해주신 내용만 봐서는 비교적 노사 양측의 주장과 입장, 제도적 문제 등을 골고루 보도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 김언경 : 보도프레임 분석으로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농성 첫날인 9월 30일 16건의 기사가 나왔는데, 이중 15건은 원청 책임·노동권 프레임이었습니다. 첫날 기사에도 '정당성 없는 불법행위'라는 회사 측 한마디는 있었지만 기사 끝에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한화오션이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할 수 없는 불법 점거'라는 입장문을 내자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10월 1일 하루에만 26건의 보도가 쏟아졌고 그중 18건이 불법·법질서 프레임이었습니다. 사측 입장문을 계기로 쓴 기사 28건 중 24건에는 하청노조의 직접 인용이 한 줄도 없었습니다. 전체 기간으로 보면 제목에 '불법'을 쓴 기사가 20건이나 되었고, 사측이 강조한 '890억 성과급·470억 손배소 취하'는 29건의 본문에 등장했습니다.
특히 10월 1일 매일경제는 「470억 손배소 없던 일로 해줬더니...한화오션 하청노조, 다시 크레인 농성」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2022년 파업 뒤 회사가 하청노조 집행부에 제기했던 47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지난해 취하해 준 사실을 강조한 것이죠. 회사가 소를 취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고공농성은 법이 인정하는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다른 사안을 연결해 제목을 만들면, 회사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취하해 줬는데 노동자들이 또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인상을 주잖아요. 또한 회사의 손해배상 소송 취하가 노동자들의 법적 교섭권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 최휘 : 노동자의 요구를 제대로 보도했는가, 고공농성에 임할 수밖에 없게 된 현 상황 등 노동자의 입장을 전한 기사는 얼마나 됐을지?
◇ 김언경 : 구체적 요구인 정규직 대비 80% 임금·복지, 차별 없는 성과급, 고용 승계 등을 한 가지라도 전한 기사는 56건, 46.3%였습니다. 그러나 그중 22건은 사측 입장문 속 "하청지회가 성과급을 요구하며 크레인을 점거했다"는 문장으로만 요구를 전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청노동자 자신의 목소리로 요구가 전달된 기사는 14건(11.6%)에 그쳤습니다. "같은 조선소에서 같은 배를 짓고 있음에도 임금이 다르고, 복지가 다르고, 안전의 책임도 달랐다"는 강인석 지회장의 호소를 전문에 가깝게 실은 프레시안, 36개 요구안을 정리한 한겨레는 드문 사례였습니다.
◆ 최휘 :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법률상 교섭권의 확대와 현장에서 교섭이 실현되는 것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지적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
◇ 김언경 : 노란봉투캠페인과 입법운동을 해온 시민단체 손잡고의 윤지선 활동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책임을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윤 활동가가 문제 삼는 것은 개정법 자체만이 아닙니다. 법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도록 만든 시행령과 행정절차입니다. 물론 기업이 노동위원회 판단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은 법적 권리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교섭이 장기간 지연된다면, 개정법이 의도한 노동권 보장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언론 보도를 보면, 법이 시행됐는데도 소송과 불복으로 교섭이 7개월 가까이 미뤄졌다는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언급한 기사는 41건, 3분의 1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시행령과 해석지침, 노동부의 역할처럼 원인과 개선책까지 짚은 기사는 12건, 10%에 불과했습니다. 민주노총 집계로 원청교섭을 요구한 644개 사업장 중 실제 교섭은 22곳뿐이라는 헤럴드경제 보도, "책임은 한화오션과 정부"라는 회견을 전한 경남도민일보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번 고공농성은 '법은 바뀌었는데 왜 교섭은 열리지 않는가'라는 질문 그 자체였습니다. 언론이 회사 입장문의 '불법'을 받아쓰기보다 이 질문을 노동부와 원청에 던졌다면, 노동자들이 크레인에 오르기 전에 교섭 자리가 열렸을지도 모릅니다. 이점에서 언론보도에 아쉬움이 큽니다.
◆ 최휘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함께 했습니다.
YTN 박준범 (pyh@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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