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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5:45~06:00, 13:40~13:55, 18:40~18:55)
■ 방송일 : 2026년 09월 30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은택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범죄 패턴을 오래 들여다본 경험 많은 한 전문가는 이 사건을 두고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건이기에 이런 분석까지 나온 걸까요? 처음 신고가 들어온 건 지난 6월, 서울의 한 대학 기숙사 인근, 산책로였습니다. 맨 몸에 복면을 쓴 남성이 숨어있다가 갑자기 여성을 뒤에서 껴안고 달아났다는 신고였습니다. 그리고 한 달여 뒤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차림의 남성이 다시 목격됐죠. 그게 끝도 아니었습니다. 범행 지역 반경 1킬로미터 안에 있는 CCTV만 600대가 넘고, 경찰은 CCTV와 DNA를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해왔죠. 그런데 CCTV가 이렇게 많았음에도 이런 사건은 왜 이렇게 신원 특정이 쉽지 않은 걸까요. 또 이 남성에겐 어떤 혐의가 적용되고 처벌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권은택 변호사 (이하 권은택) :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사건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차림의, 비슷한 차림의 남성. 이 차림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성 관련 신고가 세 차례나 이어졌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권은택 : 보도 내용을 종합해 보면 첫 신고는 지난 6월 12일 밤 9시 20분쯤이었습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기숙사와 맞닿은 안산자락길 산책로에서, 알몸에 복면만 쓴 남성이 숨어 있다가 지나가던 여성을 뒤에서 껴안고 달아났다는 신고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달여 뒤인 7월 21일, 자정 가까운 시각에 또 신고가 들어옵니다. 기숙사 뒤편 산 쪽에서 비슷한 차림의 남성이 뛰어다니다가, 신고자를 보고는 산으로 도망갔다는 내용이었죠. 세 번째는 8월 19일 밤 10시쯤입니다. 기숙사 바로 뒤, 안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검은 복면을 쓴 알몸의 남성이 재학생 뒤로 다가가 신체를 만지고 숲길 쪽으로 달아났다고 전해집니다. 이때 학교 보안팀이 “복면을 썼고,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112에 신고했다고 하고요. 정리하면 장소도 비슷하고, 차림도 비슷하고, 대략 한 달 간격에, 모두 밤 시간대입니다. 그래서 경찰도 세 사건이 같은 사람 소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CCTV와 DNA를 분석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보도 기준으로는 아직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 이원화 : 알몸인데 얼굴은 복면으로 가렸다. 단순히 신체를 노출한 것관 좀 달라 보이거든요. 본인이 누군지 감추려고 준비까지 했단 거잖아요. 법적으로 의미가 있죠?
◇ 권은택 : 네, 의미가 큽니다. 복면을 썼다는 것 자체가 따로 죄가 되는 건 아니지만, 재판에서 ‘이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이런 행동을 했느냐’를 판단할 때 아주 중요한 정황이 됩니다. 술에 취해서 옷을 벗었다거나 순간적으로 충동이 들었다면 복면까지 챙겨 오진 않았을 것입니다. 얼굴 가릴 복면을 미리 준비하고, 옷은 어딘가 벗어두고, 인적 드문 산책로 수풀에 숨어서 기다렸다... 이건 처음부터 들키지 않고 범행하고, 끝나면 도망갈 계획까지 세웠다는 얘기가 됩니다. 법원은 형을 정할 때 이런 ‘계획적인 범행’을 불리한 사정으로 봅니다. 또 복면은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를 훨씬 키우잖아요. 밤에, 얼굴도 안 보이는 알몸의 남성이 갑자기 튀어나온다... 피해자 입장에선 그 이상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실수였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런 변명이 나오더라도, 복면을 미리 준비했다는 사실 하나로 그 변명은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고의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인 셈입니다.
◆ 이원화 : 그리고 흔히 알몸남 사건이라 묶어서 부르긴 하지만 이 사람이 했다는 행동을 보면 혐의가 좀 갈릴 것 같아요. 그냥 신체를 노출한 경우, 바바리맨 이라고도 하죠. 알몸으로 숨어있던 경우 또 실제 사람과 접촉이 있던 경우 법적으로 어떻게 달라질까요?
◇ 권은택 : 먼저 그냥 신체를 노출한 경우.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알몸이나 신체 부위를 드러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면, 기본적으로 ‘공연음란죄’가 문제됩니다.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까지 가능하고요. 다만 노출 정도가 가볍거나 음란하다고까지 보기 어려우면,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로 벌금 10만 원 이하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 알몸으로 숨어 있던 경우. ‘숨어 있었으니 아무도 못 봤잖아’ 하실 수 있는데요. 산책로처럼 누구든 지나다니는 곳이라면, 누군가 볼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숨어있었더라도 그 장소의 구조상 외부의 불특정 다수인이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공연음란 혐의가 검토됩니다. 세 번째, 실제로 사람 몸에 손을 댄 경우. 이건 차원이 완전히 다릅니다. 뒤에서 갑자기 껴안거나 신체를 만진 건 이른바 ‘기습추행’, 즉 강제추행입니다. 때리거나 협박하지 않았더라도, 상대가 거부할 틈도 없이 갑자기 만졌다면 강제추행으로 봅니다. 10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공연음란죄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알몸으로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공연음란죄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실제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60대 남성이 잡힌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잡고 보니 “소변 보려고 그랬다”진술했단 것 아닙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고 정말 소변을 보려고 했다, 라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한데요.
◇ 권은택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말 한마디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건 아닙니다. 공연음란죄는 꼭 성적인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그 행위의 음란성에 대한 의미의 인식, 즉 ‘내 행동이 남들한테 음란하게 비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 했느냐가 기준입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본인 말보다 객관적인 상황을 보게 됩니다. 실제로 소변을 본 흔적이 있는지, 몸을 돌리거나 가리려고 했는지, 사람이 오는 걸 알고도 계속 드러내고 있었는지, 노출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같은 것들이죠. 정말 급해서 구석에서 잠깐 볼일을 본 거라면, 공연음란까지는 안 되고 노상방뇨로 경범죄 범칙금 정도에서 끝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서 굳이 보란 듯이 드러냈다면 ‘소변’이라는 설명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결국 본인 핑계가 아니라 현장 상황이 판단 기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이원화 : 이제 수사 이야기를 해보죠. 이게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기도 한데 사건 장소 반경 1킬로미터 안에 CCTV가 600대가 넘게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몇 달이 넘도록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다, 이게 의아하거든요? 그럴거면 CCTV가 도대체 왜 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거든요?
◇ 권은택 : 많은 분들이 그 부분을 답답해하시죠. 보도에 따르면 기숙사 반경 1km 안에 구청 CCTV만 630여 대, 학교 CCTV까지 합치면 650대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숫자가 많다고 다 찍히는 건 아니에요. 첫째, 화질과 조명 문제입니다. 범행이 전부 밤 시간대였고, 장소는 나무가 빽빽해서 학생들이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다닐 정도로 어두운 곳이었다고 해요. 한 경찰관은 CCTV 화면 속 모습이 옷을 안 입어서 ‘하얀 마네킹처럼’ 보이고, 복면이 어떤 것인지조차 알아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얼굴은 가렸고 옷도 없으니, 인상착의로 추적할 단서가 거의 없는 거죠. 둘째, 산이라는 지형입니다. CCTV는 주로 도로나 건물 입구에 있는데, 이 사람은 수풀에서 나와 숲길로 달아났습니다. 산속에서 옷을 입고 다른 길로 내려가 버리면 CCTV로는 연결이 끊깁니다. 이 일대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셋째, 영상 보존 기간이 30일이라고 합니다. 당시 바로 확보해두지 않았다면 6월, 7월 영상은 이미 지워졌을 수 있습니다. DNA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사건 때 확보한 DNA와 일치하는 기록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수사기관 DNA 데이터베이스에는 주로 특정 강력범죄 전력자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이 사람이 그런 전과가 없다면 DNA가 있어도 누구인지까지는 바로 알 수 없는 것입니다.
◆ 이원화 : 또 하나 중요한 게 범행장소입니다. 기숙사 인근, 안산으로 올라가는 길목, 이런 식으로 보도되고 있는데요. 이 남성이 출입이 통제되는 기숙사 안쪽까지 들어왔던 게 확인되면, 처벌되는 죄명이 혹시 달라질 수도 있을까요?
◇ 권은택 : 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예요.지금까지 보도로는 기숙사 ‘인근’으로 올라가는 길목입니다. 학교 측도 “캠퍼스 내부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렇게 누구나 다니는 산책로라면 앞서 말씀드린 강제추행과 공연음란이 적용되는 거죠. 그런데 만약 출입카드나 도어락으로 통제되는 기숙사 안까지 들어왔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개인 방은 물론이고 공용 복도나 계단이라도 말이죠. 법원은 기숙사 공용 공간도 거기에 사는 학생들의 ‘주거’로 보고, 함부로 들어오면 주거침입죄가 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여기에 추행까지 했다면, 성폭력처벌법에서 ‘주거침입 강제추행’으로 따로 무겁게 처벌하는 유형이 됩니다. 단순 강제추행과는 처벌 수위가 그야말로 급이 달라지는 것이죠.
◆ 이원화 :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가 잡힌다고 해도 복면에 알몸, 비슷한 장소니까 저 사람이겠지? 이렇게 판단할 순 없는 거잖아요. 세 사건 모두 같은 사람이 저질렀다고 인정하려면 어느 정도 증거가 있어야 할까요?
◇ 권은택 : 형사재판의 대원칙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사건은 각각 따로 증명해야 합니다. 한 건이 확실하다고 나머지 두 건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복면에 알몸, 같은 장소, 한 달 간격’ 이런 수법의 유사성은 분명 의미 있는 정황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로 이번 수사 과정에서도 산책로에서 신체를 노출한 60대 남성, 인근 홍제동에서 알몸에 망사스타킹 차림으로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40대 남성 등이 붙잡혔지만, 복면남과 동일인일 가능성은 낮다고 알려졌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죠. 그래서 사건마다 객관적인 연결고리가 있어야 합니다. 가장 강력한 게 DNA입니다. 첫 사건 때 확보했다는 DNA와 용의자 DNA가 일치하면, 그 사건은 사실상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여기에 CCTV에 찍힌 체형이나 이동 경로, 용의자에게서 나온 복면 같은 물건, 휴대전화 위치 기록, 범행 시각의 행적 같은 것들이 더해져야 합니다. 반대로 7월 사건처럼 신체 접촉 없이 목격만 된 경우는 물증이 부족할 수 있어서 다른 두 건은 유죄, 이 건은 무죄, 이런 식으로 결론이 갈릴 수도 있습니다.
◆ 이원화 : 결국에는 청취자분들께서 궁금해하실 부분 그래서 이런 범죄 저지르면 얼마나 세게 처벌받냐 이거거든요. 현재 알려진 내용들을 전제로 봤을 때 어느 정도까지 처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권은택 : 전제부터 말씀드리면, 세 건이 모두 한 사람 소행으로 인정되고, 추행 두 건과 공연음란 한 건이 유죄가 된다는 가정입니다. 가장 무거운 게 강제추행인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이고요. 여러 범죄를 한꺼번에 재판받으면, 가장 무거운 죄 형량의 1.5배까지 올려서 선고할 수 있습니다. 실제 형량을 보면, 기습추행이 한 번이고 초범에 피해자와 합의까지 됐다면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좀 다릅니다. 복면을 미리 준비한 계획성, 한 달 간격으로 반복된 점, 밤에 인적 드문 곳에서 불특정 여성을 노렸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들이 느꼈을 극심한 공포까지... 불리한 요소가 많습니다. 여기에 피해자들과 합의도 안 된다면, 실형 선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6년 09월 30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은택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범죄 패턴을 오래 들여다본 경험 많은 한 전문가는 이 사건을 두고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건이기에 이런 분석까지 나온 걸까요? 처음 신고가 들어온 건 지난 6월, 서울의 한 대학 기숙사 인근, 산책로였습니다. 맨 몸에 복면을 쓴 남성이 숨어있다가 갑자기 여성을 뒤에서 껴안고 달아났다는 신고였습니다. 그리고 한 달여 뒤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차림의 남성이 다시 목격됐죠. 그게 끝도 아니었습니다. 범행 지역 반경 1킬로미터 안에 있는 CCTV만 600대가 넘고, 경찰은 CCTV와 DNA를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해왔죠. 그런데 CCTV가 이렇게 많았음에도 이런 사건은 왜 이렇게 신원 특정이 쉽지 않은 걸까요. 또 이 남성에겐 어떤 혐의가 적용되고 처벌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권은택 변호사 (이하 권은택) : 안녕하세요. 로엘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사건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차림의, 비슷한 차림의 남성. 이 차림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성 관련 신고가 세 차례나 이어졌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권은택 : 보도 내용을 종합해 보면 첫 신고는 지난 6월 12일 밤 9시 20분쯤이었습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기숙사와 맞닿은 안산자락길 산책로에서, 알몸에 복면만 쓴 남성이 숨어 있다가 지나가던 여성을 뒤에서 껴안고 달아났다는 신고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달여 뒤인 7월 21일, 자정 가까운 시각에 또 신고가 들어옵니다. 기숙사 뒤편 산 쪽에서 비슷한 차림의 남성이 뛰어다니다가, 신고자를 보고는 산으로 도망갔다는 내용이었죠. 세 번째는 8월 19일 밤 10시쯤입니다. 기숙사 바로 뒤, 안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검은 복면을 쓴 알몸의 남성이 재학생 뒤로 다가가 신체를 만지고 숲길 쪽으로 달아났다고 전해집니다. 이때 학교 보안팀이 “복면을 썼고,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112에 신고했다고 하고요. 정리하면 장소도 비슷하고, 차림도 비슷하고, 대략 한 달 간격에, 모두 밤 시간대입니다. 그래서 경찰도 세 사건이 같은 사람 소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CCTV와 DNA를 분석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보도 기준으로는 아직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 이원화 : 알몸인데 얼굴은 복면으로 가렸다. 단순히 신체를 노출한 것관 좀 달라 보이거든요. 본인이 누군지 감추려고 준비까지 했단 거잖아요. 법적으로 의미가 있죠?
◇ 권은택 : 네, 의미가 큽니다. 복면을 썼다는 것 자체가 따로 죄가 되는 건 아니지만, 재판에서 ‘이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이런 행동을 했느냐’를 판단할 때 아주 중요한 정황이 됩니다. 술에 취해서 옷을 벗었다거나 순간적으로 충동이 들었다면 복면까지 챙겨 오진 않았을 것입니다. 얼굴 가릴 복면을 미리 준비하고, 옷은 어딘가 벗어두고, 인적 드문 산책로 수풀에 숨어서 기다렸다... 이건 처음부터 들키지 않고 범행하고, 끝나면 도망갈 계획까지 세웠다는 얘기가 됩니다. 법원은 형을 정할 때 이런 ‘계획적인 범행’을 불리한 사정으로 봅니다. 또 복면은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를 훨씬 키우잖아요. 밤에, 얼굴도 안 보이는 알몸의 남성이 갑자기 튀어나온다... 피해자 입장에선 그 이상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실수였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런 변명이 나오더라도, 복면을 미리 준비했다는 사실 하나로 그 변명은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고의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인 셈입니다.
◆ 이원화 : 그리고 흔히 알몸남 사건이라 묶어서 부르긴 하지만 이 사람이 했다는 행동을 보면 혐의가 좀 갈릴 것 같아요. 그냥 신체를 노출한 경우, 바바리맨 이라고도 하죠. 알몸으로 숨어있던 경우 또 실제 사람과 접촉이 있던 경우 법적으로 어떻게 달라질까요?
◇ 권은택 : 먼저 그냥 신체를 노출한 경우.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알몸이나 신체 부위를 드러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면, 기본적으로 ‘공연음란죄’가 문제됩니다.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까지 가능하고요. 다만 노출 정도가 가볍거나 음란하다고까지 보기 어려우면,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로 벌금 10만 원 이하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 알몸으로 숨어 있던 경우. ‘숨어 있었으니 아무도 못 봤잖아’ 하실 수 있는데요. 산책로처럼 누구든 지나다니는 곳이라면, 누군가 볼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숨어있었더라도 그 장소의 구조상 외부의 불특정 다수인이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공연음란 혐의가 검토됩니다. 세 번째, 실제로 사람 몸에 손을 댄 경우. 이건 차원이 완전히 다릅니다. 뒤에서 갑자기 껴안거나 신체를 만진 건 이른바 ‘기습추행’, 즉 강제추행입니다. 때리거나 협박하지 않았더라도, 상대가 거부할 틈도 없이 갑자기 만졌다면 강제추행으로 봅니다. 10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공연음란죄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알몸으로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공연음란죄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실제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60대 남성이 잡힌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잡고 보니 “소변 보려고 그랬다”진술했단 것 아닙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고 정말 소변을 보려고 했다, 라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한데요.
◇ 권은택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말 한마디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건 아닙니다. 공연음란죄는 꼭 성적인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그 행위의 음란성에 대한 의미의 인식, 즉 ‘내 행동이 남들한테 음란하게 비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 했느냐가 기준입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본인 말보다 객관적인 상황을 보게 됩니다. 실제로 소변을 본 흔적이 있는지, 몸을 돌리거나 가리려고 했는지, 사람이 오는 걸 알고도 계속 드러내고 있었는지, 노출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같은 것들이죠. 정말 급해서 구석에서 잠깐 볼일을 본 거라면, 공연음란까지는 안 되고 노상방뇨로 경범죄 범칙금 정도에서 끝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서 굳이 보란 듯이 드러냈다면 ‘소변’이라는 설명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결국 본인 핑계가 아니라 현장 상황이 판단 기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이원화 : 이제 수사 이야기를 해보죠. 이게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기도 한데 사건 장소 반경 1킬로미터 안에 CCTV가 600대가 넘게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몇 달이 넘도록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다, 이게 의아하거든요? 그럴거면 CCTV가 도대체 왜 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거든요?
◇ 권은택 : 많은 분들이 그 부분을 답답해하시죠. 보도에 따르면 기숙사 반경 1km 안에 구청 CCTV만 630여 대, 학교 CCTV까지 합치면 650대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숫자가 많다고 다 찍히는 건 아니에요. 첫째, 화질과 조명 문제입니다. 범행이 전부 밤 시간대였고, 장소는 나무가 빽빽해서 학생들이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다닐 정도로 어두운 곳이었다고 해요. 한 경찰관은 CCTV 화면 속 모습이 옷을 안 입어서 ‘하얀 마네킹처럼’ 보이고, 복면이 어떤 것인지조차 알아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얼굴은 가렸고 옷도 없으니, 인상착의로 추적할 단서가 거의 없는 거죠. 둘째, 산이라는 지형입니다. CCTV는 주로 도로나 건물 입구에 있는데, 이 사람은 수풀에서 나와 숲길로 달아났습니다. 산속에서 옷을 입고 다른 길로 내려가 버리면 CCTV로는 연결이 끊깁니다. 이 일대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셋째, 영상 보존 기간이 30일이라고 합니다. 당시 바로 확보해두지 않았다면 6월, 7월 영상은 이미 지워졌을 수 있습니다. DNA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사건 때 확보한 DNA와 일치하는 기록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수사기관 DNA 데이터베이스에는 주로 특정 강력범죄 전력자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이 사람이 그런 전과가 없다면 DNA가 있어도 누구인지까지는 바로 알 수 없는 것입니다.
◆ 이원화 : 또 하나 중요한 게 범행장소입니다. 기숙사 인근, 안산으로 올라가는 길목, 이런 식으로 보도되고 있는데요. 이 남성이 출입이 통제되는 기숙사 안쪽까지 들어왔던 게 확인되면, 처벌되는 죄명이 혹시 달라질 수도 있을까요?
◇ 권은택 : 네,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예요.지금까지 보도로는 기숙사 ‘인근’으로 올라가는 길목입니다. 학교 측도 “캠퍼스 내부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렇게 누구나 다니는 산책로라면 앞서 말씀드린 강제추행과 공연음란이 적용되는 거죠. 그런데 만약 출입카드나 도어락으로 통제되는 기숙사 안까지 들어왔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개인 방은 물론이고 공용 복도나 계단이라도 말이죠. 법원은 기숙사 공용 공간도 거기에 사는 학생들의 ‘주거’로 보고, 함부로 들어오면 주거침입죄가 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여기에 추행까지 했다면, 성폭력처벌법에서 ‘주거침입 강제추행’으로 따로 무겁게 처벌하는 유형이 됩니다. 단순 강제추행과는 처벌 수위가 그야말로 급이 달라지는 것이죠.
◆ 이원화 :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가 잡힌다고 해도 복면에 알몸, 비슷한 장소니까 저 사람이겠지? 이렇게 판단할 순 없는 거잖아요. 세 사건 모두 같은 사람이 저질렀다고 인정하려면 어느 정도 증거가 있어야 할까요?
◇ 권은택 : 형사재판의 대원칙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사건은 각각 따로 증명해야 합니다. 한 건이 확실하다고 나머지 두 건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복면에 알몸, 같은 장소, 한 달 간격’ 이런 수법의 유사성은 분명 의미 있는 정황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로 이번 수사 과정에서도 산책로에서 신체를 노출한 60대 남성, 인근 홍제동에서 알몸에 망사스타킹 차림으로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40대 남성 등이 붙잡혔지만, 복면남과 동일인일 가능성은 낮다고 알려졌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죠. 그래서 사건마다 객관적인 연결고리가 있어야 합니다. 가장 강력한 게 DNA입니다. 첫 사건 때 확보했다는 DNA와 용의자 DNA가 일치하면, 그 사건은 사실상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여기에 CCTV에 찍힌 체형이나 이동 경로, 용의자에게서 나온 복면 같은 물건, 휴대전화 위치 기록, 범행 시각의 행적 같은 것들이 더해져야 합니다. 반대로 7월 사건처럼 신체 접촉 없이 목격만 된 경우는 물증이 부족할 수 있어서 다른 두 건은 유죄, 이 건은 무죄, 이런 식으로 결론이 갈릴 수도 있습니다.
◆ 이원화 : 결국에는 청취자분들께서 궁금해하실 부분 그래서 이런 범죄 저지르면 얼마나 세게 처벌받냐 이거거든요. 현재 알려진 내용들을 전제로 봤을 때 어느 정도까지 처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권은택 : 전제부터 말씀드리면, 세 건이 모두 한 사람 소행으로 인정되고, 추행 두 건과 공연음란 한 건이 유죄가 된다는 가정입니다. 가장 무거운 게 강제추행인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이고요. 여러 범죄를 한꺼번에 재판받으면, 가장 무거운 죄 형량의 1.5배까지 올려서 선고할 수 있습니다. 실제 형량을 보면, 기습추행이 한 번이고 초범에 피해자와 합의까지 됐다면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좀 다릅니다. 복면을 미리 준비한 계획성, 한 달 간격으로 반복된 점, 밤에 인적 드문 곳에서 불특정 여성을 노렸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들이 느꼈을 극심한 공포까지... 불리한 요소가 많습니다. 여기에 피해자들과 합의도 안 된다면, 실형 선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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