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사 문에 새긴 '붉은 이름'...22살 공군 하사의 비극

단독 관사 문에 새긴 '붉은 이름'...22살 공군 하사의 비극

2026.09.29. 오후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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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 김 모 하사 지난해 6월 수송 특기로 공군 임관
내향적 성격에 적응 난항…'부적응자' 주홍글씨도
유족들 "자대 배치받은 뒤부터 암묵적 업무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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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추석 연휴,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20대 공군 하사가 관사에서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목숨을 끊기 전에 화장실 문에 붉은 글씨로 이름들을 남겼는데, 군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김철희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부모님이 기억하는 22살 김 모 하사는 무엇이든 해내는 자랑스러운 아들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공군 하사로 임관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군복이 '맞지 않는 옷'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수송 특기 훈련 중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부적응자라는 주홍글씨는 군 생활 내내 따라다녔습니다.

특히, 자대 배치를 받은 뒤부터 암묵적으로 소외되기 시작했다고 가족들은 기억합니다.

[김 하사 어머니 : 그냥 일반 사병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그런 운전만 주로 시키고….]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돼 사무실을 홀로 지키는 날들이 반복됐습니다.

[김 하사 아버지 : 사무실 드나드는 병사·간부들 있으면 '저 하사는 왜 저러고 있나' 뭐 이런….]

결국, 군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정상적 복무가 어려운 장병의 전역 여부를 심사하는 '현역 복무 부적합심사'를 부대에 요청했습니다.

정신과 진료까지 받으며 차곡차곡 자료를 모아 제출했지만, 절차는 더뎠습니다.

진단서에 담긴 '위험 신호'들은 심사에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는 게 가족들 주장입니다.

[김 하사 어머니 : 정신병력 그런 게 더 유리하다 그래서 그런 진단서까지 다 (냈는데) 몇 번 지각하고 근무지 이탈이나 뭐 그런 거로만 올렸대요.]

지난 24일 추석을 맞아 본가를 찾은 김 하사는 '찜질방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뒤 관사로 돌아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부모에게 남긴 유서에는 '끔찍한 세상, 힘들어서 못 살겠다', '화장하고 뿌려달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유서 말고도 화장실 문에 붉은색 글씨로 이름 열 개가량을 또박또박 적어뒀습니다.

함께 복무하던 부대원 이름도 담겼는데, 유족은 왜 마지막 순간 이들을 지목했는지 이유라도 알려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 하사 아버지 : 왜 그런 극단적 선택까지 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과정들, 내용, 그걸 저희가 알고 싶어서 정말 법과 한번 싸우고 싶어요.]

이에 대해 군은 현재 공군 수사단이 김 하사 사망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남겨진 '붉은 이름'들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답변은 제한된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영상기자 : 이승준
영상편집 : 이율공
디자인 : 정민정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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