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역에 500만 원 건넨 난곡동 할매...그리고 역무원들의 답장 [여기잇슈]

영등포역에 500만 원 건넨 난곡동 할매...그리고 역무원들의 답장 [여기잇슈]

2026.09.16. 오후 5:26.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영등포역 창구에 건네진 현금 다발
48년을 가슴에 얹고 산 할머니의 죄책감
암으로 떠나보낸 아들을 향한 할머니의 용기
AD
할머니가 영등포역 승차권 판매 창구 앞에 서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창구 안으로 쓱 무언가를 넣는데요.

신문지에 쌓인 정체불명의 물체.

5만 원권 100장, 5백만 원이었습니다.

안에는 편지 한 통도 있었는데요.

'영등포 역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아주 오레된 빗을 이제야 갑푸려 합니다'

'칠십 팔년 시월달 정읍에서 완행 열차를 타고와서 영등포역에 왔지요'

'그때 우리아이는 초등학교에 학생이어는대 돈이없서 네차표만 사고 우리 아이는 표가 없어답니다'

'역장임은 우리아이 차비로 오백원을 내라고 하셨지만 우리가 가진것은 토큰 한게 박에 없어답니다'

'그역장님은 고맙게도 가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절을하고 돌라서면서 이돈은 네가죽기전에 갑게다고 다짐을 했지요'

'많이 느저지만 조금 이라도 받아 주세요'

'난곡동 할메 올림'

그 영등포역 찾아갔습니다.

당시 할머니를 만난 영등포역 관계자를 만났는데요.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이승연 서울 영등포역 역무팀장
"마스크를 쓰시고 저희 종합안내소에서 앞에서 조금 서성거리시다가 신문지 뭉치 같은 걸 창구 구멍으로 이렇게 밀어 넣고 돌아서 거의 도망가듯이 가시더라고요.
저희가 딱 봐도 사이즈나, 신문지에 뭉쳐져 있는 그런 모습이 이거는 돈뭉치다, 저분은 그대로 가시게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직원들이 나가서 뛰어가서 이제 어머님을 붙잡고 '이게 뭐냐' 그랬더니 어머님이 '아니다, 이거 영등포 거다'"

돈을 받아든 역무원들 고민도 컸는데요.

돌려드리려고 30분 넘게 설득도 해보고..

그러다 가족도 이렇게 돈을 전달한 걸 아시는지 물었는데...

이승연 서울 영등포역 역무팀장
"아드님 어디 계시냐, 아드님이 500만 원 들고 오고 이런 상황에 대해서 아시냐, 이렇게 여쭤봤더니 '아들은 이제 없어'. '옛날에 내가, 내가 너무 부족해서 아들을 이렇게 큰 죄를 짓게 했고 내가 마음의 빚이 있었는데 못 갚아서 미안하다. 빨리 못 갚아서 미안하다. 너무 적게 갖고 와서 미안하다' 이렇게 얘기를 하시면서 아들이 암 투병하시다가 오래 좀 힘들어하시다가 3개월 전 정도에 돌아가셨는데 이게 생각이 나시더래요. '내가 그때 그 빚을 안 갚아서 내 아들이 나 때문에 죄를 지어서 그렇게 고통을 받았구나'라고 생각해서 이걸 무조건 꼭 갚아야겠다고 생각을 하셨다고 그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이 말을 들은 직원들, 더이상 할머니를 만류할 수 없었습니다.

거절하는 거, 500만 원이 아닐 수도 있다,
좀 더 마음 편해지고 싶어하는 어머님의 소박한 소망을 우리가 외면하는 거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했다고 하네요.

결국 돈을 받기로 하자, 할머니 표정은 어땠을까요.

이승연 서울 영등포역 역무팀장
"어머니가 되게 약간 홀가분한 표정? 되게 따뜻하고 부드럽고 홀가분한 것 같은 표정을 이렇게 지으시면서 이제 가시겠다고 하셔서 저희가 이제 안아도 드리고. 그 순간에는 '아드님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갖고 이제 행동(안아드리기)을 하긴 했는데 ..."

할머니는 5백만 원과 편지, 그리고 역무원들의 요청으로 아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겼는데요.

없는 번호였습니다.

만날 때부터 헤어질 때까지 마스크를 꼭꼭 쓰고 있었다는 할머니,

그만큼 자신이 드러나기를 원치 않았던 것 같은데요.

이름도, 휴대전화 번호도, 사는 곳도 알지 못하는 직원들은 할머니께 답장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이승연 서울 영등포역 역무팀장
"어머님이 주신 이 귀중한 돈이 어떻게 사용될지에 대해서 알려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어떤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래, 우리 역은 큰 역이고 오며 가며 사람이 많으니까 편지를 써서 게시를 하자. 아드님이 얼마 전에 떠나셨으니 이번 추석은 아드님 없이 혼자 지내는 추석이실 거다. 그러면 얼마나 아드님도 더 생각나고. 저희가 추석 전부터 추석까지 이 편지를 게재해 놓고 사람들 입소문 타고 막 알려지면 할머니께서 들으시지 않을까? 그래서 내 아들을 누군가 기억하고 있구나, 나를 누군가 기억하고 있구나."

그렇게 영등포역에는 '난곡동 할매께' 보내는 3장의 편지가 붙었습니다.

이 편지가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고, 그러다 할머니께 닿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영상도 만들었습니다.

혹시나 글보다 말이 더 익숙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할머니께서 꼬옥 안아주셨던 그 역무원이 할머니께 직접 편지를 읽어드립니다.


YTN 한동오 (hdo86@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