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죄' 지우는 형사소송법?...형식재판 남발 우려

'유무죄' 지우는 형사소송법?...형식재판 남발 우려

2026.07.30. 오후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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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몰아가다 보복 기소…'서울시 간첩 조작' 사건
공소권 남용 최초인정 판례…형소법 개정 명분 꼽혀
수사 절차만 따지고 '유·무죄 판단' 생략 가능성
송영길 '돈 봉투' 의혹 등 위법 수집증거 사건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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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돼 공소기각 사유가 넓어지면, 법정에서 피고인의 죄 유무를 가리는 실체 판단 자체가 대폭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과거 검찰의 수사 오남용을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정작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형사법정의 본래 기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준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간첩 혐의 무죄가 확정되자 검찰이 과거 기소유예했던 사건을 다시 꺼내 보복 기소했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이른바 유우성 씨 사건입니다.

[유우성 /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지난 2018년 11월) : 왜 간첩이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정말 당황해서 몰랐는데 첫날부터 느꼈어요. 내가 조작된 사건에 가담돼 있구나….]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로,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의 핵심 명분으로도 꼽힙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현행법만으로도 이미 공소기각을 가려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굳이 조항을 신설할 실익이 적다는 반론이 적잖습니다.

오히려 법이 개정되면 수사 절차를 다투는 수많은 사건에서 '유·무죄 판단' 자체가 증발해버리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사건처럼 별건 수사나 영장 범위 논란이 있을 때, 기존 법원은 위법하게 얻은 증거는 배제한 뒤 남은 증거로 유·무죄를 따져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를 '중대한 위법 수사'로 보고, 죄의 유무는 가리지도 않은 채 재판을 끝내는 공소기각으로 직행할 길이 열립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작 억울함을 풀어야 할 당사자들이 모두 피해를 입는다는 점입니다.

범죄 피해자는 피고인의 죄 유무조차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손해배상 등 후속 구제가 막히고, 피고인 역시 깨끗한 '무죄' 판결 대신 "법 기술로 빠져나갔다"는 사회적 낙인이 남아 또 다른 시비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결국, 형사 재판이 죄의 유무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본래 기능을 잃고, 수사 절차의 꼬투리만 잡다 끝나는 '형식 재판'이 늘어날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영상기자 : 왕시온
영상편집 : 양영운
디자인 : 김유영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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