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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26년 6월 19일 (금) 저녁 10시 20분
□ 담당 PD : 이시우
□ 담당 작가 : 김배정, 김현정
□ 출연자 : 박윤선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전문의)
□ 방송 채널
IPTV - GENIE TV 159번 / BTV 243번 / LG유플러스 145번
스카이라이프 90번
케이블 - 딜라이브 138번 / 현대HCN 341번 / LG헬로비전 137번 / BTV케이블 152번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박윤선: 안녕하세요. 감염내과 전문의 박윤선입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바로 부끄러움이 키우는 질병 성매개감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박상훈: 해마다 전국적으로 지자체와 보건소, 그리고 의료기관에서 진행되는 감염 예방 교육이 있다. 바로 성매개감염 예방 교육인데, 성매개감염은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질환으로 매독과 임질, 에이즈와 사람유두종바이러스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현재 성매개감염 예방 교육은 세대별 맞춤 교육으로 진행한다는데 그 이유는 치료보다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 그렇다면 나이대별 성매개감염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령별로 감염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와 성매개감염 의심 환자가 아니더라도 건강검진 시 꼭 한 번씩 확인해 보면 좋은 항목에 대해 알아보고 성매개감염의 예방법과 대처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성매개감염병 종류와 특징>
◆박윤선: 2026년 4월 감염내과 전문의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통계를 접했습니다. 질병관리청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3월 전체 성매개감염병 발생은 3,541건으로 전월 대비 32.4%나 증가하였고 전년 같은 기간 즉 2025년 3월 대비해서는 6.8%나 증가되었습니다. 이 통계는 성관계를 통해서 생기는 감염이 줄지 않고 매년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발생 건수를 보면 사람유두종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건수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성기단순포진, 클라미디아 감염증, 첨규콘딜롬, 매독, 임질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 감염증은 우리가 흔히 들어본 HPV인데 피부나 점막의 사마귀를 만드는 바이러스 종류입니다. 손에 나는 사마귀 형태의 피부 병변이 성기 주변에도 생기는 거죠. 감염 후에 그중 일부는 자궁경부암 같은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성기단순포진은 헤르페스라고 부르는데 물집이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하는 그런 반복하는 질병입니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 많을 때 입술 꼬리에 아픈 물집 생기신 분들 계실 텐데요.이런 게 입술 포진입니다. 입술 포진과 비슷한 게 성기 주변에 생기는데 한 번 걸리면 없어졌다가도 몸에 숨어 있다가 피곤하거나 힘들 때 다시 발현됩니다. 없어진 척하지만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컨디션이 나쁠 때마다 다시 올라오는 감염병이라고 기억하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클라미디아 감염증은 어떤 걸까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성매개감염병이라 걸렸는데도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감염증입니다. 여성에게서는 자궁경부염, 요도염, 골반 염증성 질환을 만들고 남성에서는 요도염이 원인이 되는데 남녀 공통으로 직장염, 림프육아종, 반응성 관절염을 일으킵니다. 근데 모른다고 방치하면 불임이 될 수 있는 무서운 감염병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첨규콘딜롬이라는 것은 우리가 곤지름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감염병입니다. 모양이 닭벼슬처럼 울퉁불퉁한 사마귀가 성기 주변에 발생합니다. 또 임질은 소변을 볼 때 아프고 분비물이 나오는 증상으로 남성에게는 증상이 빨리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 시기가 빠릅니다. 그러니까 치료가 빠르게 가능한 감염병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여성에게는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미미해서 대수롭지 않은 질염으로 생각하고 넘겨서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성매개감염병을 정리해 보면 증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병변이 있는 것은 곤지름과 포진 그리고 증상이 애매해서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진단되면서 조용히 퍼지는 것은 클라미디아와 HPV 그리고 증상이 바로 나타나는 것은 임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성병인 성매개감염과 에이즈, 또 매독은 어떤 병일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성병은 에이즈와 매독을 포함해서 앞서 설명드린 임질, 콘딜로마, 헤르페스 2형 등을 모두 포함해서 성병이라고 말합니다.
<에이즈가 특히 위험한 이유>
◆박윤선: 그렇다면 이 많은 성병 중에서 에이즈는 왜 다른 성병보다 위험하다고 생각이 되는 걸까요? 다른 성병은 특정 부위의 감염이지만 에이즈는 온몸의 방어 시스템인 면역을 공격해서 몸 전체를 무너뜨리고 또 그래서 완치의 개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에이즈를 후천성으로 생긴 면역결핍증, 후천성 면역결핍증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지난 25년 에이즈로 신고된 환자 수가 657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국내 누적 환자 수는 1만 9천여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에이즈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볼까요? 과거에는 죽음의 병이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약물로 충분히 조절 가능한 만성 질환의 영역에 들어온 병이 에이즈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회적인 낙인이 찍혀서 당뇨나 고혈압처럼 진단받은 사실을 자랑하거나 조언을 구할 만한 병은 아닙니다. HIV라고 불리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가 사람 몸속에 들어와서 우리 몸의 군대인 백혈구 중에 면역세포, 즉 CD4 T 림프구라는 놈들을 파괴하게 됩니다. 내 몸을 지키는 군인을 죽이는 적군 때문에 결국은 방어벽이 무너져 내리는 병입니다. 에이즈가 원숭이 때문에 생겼다고 하는 말씀 들어보셨을까요? HIV 바이러스가 유인원에게 면역 결핍을 초래하는 유인원 면역결핍바이러스 SIV와 구조적으로 비슷하다 보니 같은 집안에서 나온 것이라고 추정은 하고 있습니다. 유인원들에게 감염되던 바이러스가 어느 순간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인간에게 감염 가능한 바이러스로 바뀌었고 인간에게 전염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실제로 에이즈는 1981년 경 미국에서 처음 확인되었고, 아마도 이 병은 1960년대나 70년대부터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선가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은 하고 있습니다. 에이즈 감염 경로는 주로 성접촉입니다. 내국인 신규 HIV 진단자들의 감염 경로는 성접촉이 전체 응답자 중에 99.8%나 차지했고, 그런데 이 중 동성 간의 성접촉이 63.7%를 차지했습니다. 그럼 에이즈와 함께 사는 사람, 에이즈에 걸린 사람과 성관계를 가졌다면 HIV 바이러스에 100% 감염되는 걸까요? 하는 질문이 나오실 수 있습니다. 물론 성관계가 HIV 바이러스 감염의 주된 경로이긴 합니다만 100%는 아닙니다. 성관계를 했다고 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습니다. 감염된 사람과 관계를 했을 때 한 번의 성관계당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약 0.1% 미만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감염 확률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조금 다를 수는 있습니다. 환자가 보유한 바이러스가 넘치게 많은 상태라면 성관계로 감염시킬 때 확률이 높아지는 거지요. HIV 감염 사실을 본인이 아는 환자의 경우에 꾸준히 약물 치료를 하기 때문에 혈액 1mL 당 바이러스 양이 copies/mL이라는 단위로 약 20가닥 미만입니다.하지만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하는 감염 초기에 환자들은 혈액 1mL당 바이러스의 양이 만, 10만 또는 100만을 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만일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하는 환자와 성관계를 하거나 혹시 또 강압에 의한 폭행을 당했다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일반적인 확률보다 높을 가능성이 꽤 있습니다.
<상황별 HIV 감염 Q&A>
◆박윤선: HIV 감염자와 키스를 하는 경우에 감염이 될까요? 감염이 안 될까요?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침에 있는 바이러스 농도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잇몸에 상처가 있다면 상처에 피가 묻어 있어서 키스로도 감염될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 같은 화장실 변기를 써도 어떨까 궁금하실 텐데요. 같은 화장실 변기를 쓴다고 전염되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대변이나 소변에는 앞서 말씀을 드렸던 침에서처럼 바이러스 농도가 극히 낮습니다. 그리고 사람 몸이 아닌 환경으로 나오면 한두 시간 내에 이 바이러스들은 비활성화가 됩니다. HIV가 전염되려면 반드시 혈액이나 정액, 질 분비물 같은 바이러스 농도가 높은 조건이 필요하고 정상적인 상처가 없는 피부라면 바이러스가 묻었다고 해서 침투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식사를 같이 하는 건 어떨까요? 식사할 때 같은 식탁에서 먹는다고 절대 감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입 안에 그 상처나 피고름이 있을 때 이럴 때는 이제 찌개나 국을 같은 그릇에 떠먹으면 위험할 수도 있어서 그런 것들은 좀 피하시라고 권유를 드립니다. 전기 면도기가 아닌 일반 면도기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피해야 될 일 중에 하나입니다. 남자분들 면도기에 베인 상처가 가끔 생기시죠? 혈액에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피가 나면 감염자의 상처에 바이러스가 나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환자들이 쓰던 면도기를 같이 쓰시는 거는 권유하지 않습니다. ‘임신부가 감염이 되었다.’ 이러면 좀 태아에게 문제가 생깁니다. 수직 감염이라고 부르는 감염이 전염됩니다. 하지만 악수나 식사 같은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절대 감염되지 않아서 과도한 공포는 금물입니다. 에이즈 환자의 혈액이 묻은 바늘에 찔리면 100% 감염될까요? 저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인인 경우에 이런 일을 당하는 일이 드물지만 생깁니다. 환자분이 의식이 없을 때 의료진을 물거나 주사바늘을 빼서 위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물론 주사바늘을 통해서 감염될 확률은 0.3% 정도입니다. 확률은 낮긴 한데 찔렸을 경우 감염이 되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실제 감염인들이 먹는 약을 한 달 동안 꾸준히 복용하게 됩니다. 중간중간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하게 됩니다.
◆박윤선: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증상이 바로 나타날까요? 절대로 아닙니다. 바이러스와 면역계 사이에 마치 어떤 휴전 조약이라도 맺은 듯 고요한 시기가 몇 년 동안 지속됩니다. 보통은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한 7년 내지 10년 정도가 지나야 나타난다고 되어있습니다. 우리 몸을 침입한 바이러스가 몇 만에서 10만 대군, 100만 대군 이렇게 많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증상을 일으킵니다. 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긴다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그래서 저희 외래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요. 꼭 그렇지 않습니다. 붉은 반점은 증상이라기보다는 바이러스 감염 후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수년 후에 다른 질병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보시는 것이 맞습니다. 초기에는 감기나 몸살과 비슷한 발열 근육통이 나타납니다. 그러다가 무증상기 즉 잠복기가 수년에서 10년 이상 지속되고요.본인에게 증상은 안 나타나지만, 이 시기에 불어낸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한테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모르고 전파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 시간이 더 지나서 본인의 면역력이 바닥나면 평소에 문제없이 대항했던 세균이나 곰팡이들에게 몸을 공격당합니다. 그것이 이제 기회 감염이라고 부르는 거고요. 또 우리 몸을 지켜주던 면역력이 떨어지면 암도 발생합니다. 그럼 잠복기 동안에 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아닌지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을까요? 안타깝게도 자주 혈액 검사를 받아보는 것 이외에는 없습니다. 안전하지 못한 성관계나 또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 있었다고 하면 그리고 나서 1~2주 이상 고열, 설사 같은 애매한 증상이 있었다면 한 번쯤은 에이즈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민감한 혈액 검사를 받는다 해도 검사에서도 나오지 않는 시기가 통상 3 내지 6주 정도 되기 때문에 그전, 그 후로 자주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윤선: 진단은 혈액으로 가능합니다. 항원검출검사라는 것은 HIV 항원 검사에서 p24 항원을 직접 검출하는 건데요. 이 항원검출검사가 양성일 경우에 HIV 항원중화반응이라는 걸 또 추가로 하게 됩니다. 일반 병원에서는 항체와 항원을 같이 검출하는 콤보 테스트를 합니다. 확진 기관에서는 웨스턴블롯법을 써서 표적 단백질 검출을 하게 되는데, 에이즈 바이러스 껍질에 있는 표적 단백질인 GP160, GP120 또 GP41 그중에 2개랑 p24 또는 p31을 검사해서 양성이면 확진으로 보고하게 됩니다. 하지만 단번에 확진하는 건 아닙니다. 보건소, 병·의원, 임상검사센터 또 병무청 같은 선별 검사 기관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확인 검사 기관인 보건환경연구원이나 질병관리청 산하 기관에 검사를 의뢰해서 기준에 맞춰서 최종 판정을 하게 됩니다. 치료가 어렵고 진단 후에 환자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큰 병이기 때문에 두 번 세 번 재검을 해서 확진을 하게 됩니다. 또 익명 검진이라는 거 들어보셨을까요? HIV는 감염으로부터 증상 발현까지 잠복기가 평균 한 8년에서 10년까지 보고되고 있는데요. ‘내가 좀 의심된다.’,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 맞닥뜨렸다.’ 하면 자발적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이 중요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름이나 주민번호, 주소들을 공개하지 않고도 검진받을 수 있도록 2008년 9월부터 익명 검진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그래서 가까운 보건소에서 익명 검진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정기 검진이나 수시 검진 대상자도 있습니다. 정기 검진 대상자는 후천성 면역결핍증 예방법 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서 성매개감염병에 관한 건강 진단을 받아야 되는 사람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영업소의 종업원, 유흥 접객원 또는 안마 시술소의 종업원 등에게는 6개월마다 검사를 하시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HIV 감염인의 배우자이거나 또는 성접촉자, 임신부의 산전 검사는 기간을 정해놓지 않고 수시로 가능합니다.
에이즈에 걸리면 죽나요? 이런 생각이 나실 겁니다. 인간의 몸에 한 번 들어온 에이즈 바이러스는 면역을 피해서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혈액에만 나와 있는 게 아니라 간, 림프절, 뇌 같은 곳에 면역 체계를 피해서 숨어 있게 됩니다. 칵테일 요법이라고 혹시 들어보셨을까요? 술이 아니고요. 칵테일 요법이라고 불렀던 고강도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은 바이러스가 우리 몸 면역세포에 침투해서 파괴시키고 자기 바이러스를 생산하는 그 다단계마다 바이러스 생산을 못 하게 하는 치료법입니다. 그런데 칵테일 요법이라고 부르는 이 고강도 치료법으로도 아직은 완치가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치료의 목표는 완치는 안 되지만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해서 바이러스 수치를 검출한계 이하로 낮춰주고 비교적 면역력을 돌아가실 때까지 유지하게 하는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겁니다.
◆박윤선: 이제 환자 사례를 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한국에서의 1호 감염자는 1985년 당시에 25살이던 박 모 씨인데 사우디아라비아 근무 중 헌혈 과정에서 진단되었습니다. 귀국 후에 국내 첫 공식 환자로 확인됐고 약을 잘 복용하시면서 치료를 잘 받아서 40년 가까이 생존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례는 HIV가 관리 가능한 만성 질환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 검사 중에 우연히 발견된 80대 HIV 감염자가 계셨습니다. 20년 이상 혼자 생활하고 있던 분으로 누구에게서 감염되었는지 경로를 잘 알 수 없었던 경우였습니다. 대개 70~80대 고령 감염자들의 경우에 감염 경로가 불명확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우연히 다른 검사를 하다가 발견되기도 하고, 또 어르신들의 경우에 넘어지거나 다치셔서 수술하기 전에 하는 필수 검사에 이 HIV 검사가 있기 때문에 알게 되시기도 합니다. 에이즈 환자와 매독 환자가 동시에 진단되는 사례가 비교적 흔합니다. 비슷하게 보이는 이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감염 경로, 질병 특성, 또 행동 패턴들이 서로 겹치기 때문입니다.
<매독이란?>
◆박윤선: 그럼 이번에는 매독이 어떤 병인지 좀 알아보겠습니다. 매독은 그 이름의 유래가 피부 발진 모양이 마치 매화꽃이 피어난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15세기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역사 깊은 성병이죠. 매독은 치료하지 않으면 단계별로 진화합니다. 진단은 증상과 피검사인 혈청 검사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진행이 많이 된 경우에는 이 피검사뿐만 아니라 뇌척수액 검사까지 필요합니다. 매독은 세 가지 병기가 있습니다. 단계별로 진화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마치 암처럼 악화됩니다. 1기는 매독균에 감염된 후 약 10일 내지 90일 이내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감염 부위인 성기나 입, 항문 등에 통증이 없는 붉은 궤양이 나타나는데 통증이 없이 지나니까 모르고 넘어가시는 경우가 있고, 특별한 치료도 없이 3 내지 6주 후에 저절로 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병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몸속에는 이미 균이 퍼지고 있습니다. 2기는 1기에 통증 없는 궤양이 사라진 후에 한 수주에서 수개월 후에 보통은 한 6개월 뒤에 발생을 하게 되는데요. 특히 이제 손바닥이나 발바닥을 포함한 전신 발진이 또, 가려움증이 없는 붉은 발진이 나타나는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단순 피부병으로 생각하셔서 치료를 못 받고 지나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다음은 잠복 매독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1기나 2기에 매독 증상이 사라진 후에 겉으로 보이는 증상은 없지만 혈액 검사에서 매독 양성이 계속 나오는 상태입니다. 조기 잠복 매독은 감염 후 1년 이내에 전염력이 있습니다. 후기 잠복 매독은 1년 이상 됐고 전염력이 거의 없거나 낮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도 무증상 상태에서 건강검진 등 우연한 혈액 검사로 발견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럼 3기 말기는 뭘까요? 고무종이라는 게 생깁니다. 피부나 뼈, 간 등에 매독성 육아종이 생기는 거죠. 또 심혈관 매독은 대동맥에 염증이 생기고 대동맥류라는 그 튼튼한 고속도로에 꽈리 같은 게 생기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 말기 매독은 심장과 혈관을 모두 손상시킵니다. 신경매독도 3기인데요. 중추신경계에 침범하여 치매, 마비, 실명, 청각 손실까지 유발해서 또는 아주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감염 사실, 가족에게 알려야 할까?>
◆박윤선: 대학병원 감염내과를 내원하시는 환자들 중에는 가족에게 알려질까 매우 조심하시면서 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1~2차 병원에서 매독이라고 했다면서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기냐고 자식들에게 부끄러워서 말도 못하고 왔다고 우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젯밤에 잠도 잘 못 주무셨다고요? 그럼 저는 오늘 밤에는 푹 주무시고 확인 검사가 나올 때까지는 안심하시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매독 혈청 검사에서 있을 수 있는 위양성인 환자분도 계시기 때문입니다. 매독 혈청 검사 특징상 실제 매독에 걸리지 않았는데 일부 사람들에게서 양성이라고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성경험이 전혀 없는 학생이 양성 반응이 나오거나 임신부인데 ‘매독 치료받고 오세요.’라는 말씀을 듣고 저희한테 오시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현상은 매독균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 몸속에 다른 염증이나 면역 반응 때문에 생기는 가짜 양성, 위양성이므로 정밀 검사로 확인하시면 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매독 혈청 검사는 일부에서는 음성이 돼서 VDRL, RPR이라는 검사의 수치가 0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 후에도 계속 양성으로 남는 환자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잘 나왔다는 거를 어떻게 판정하냐고 하실 텐데요. 그 앞서 말씀드린 수치의 역가의 변화를 수개월마다 확인하게 됩니다. 아까 국내에 에이즈 환자의 대부분은 성관계로 감염되었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콘돔 사용률이 가장 낮은 세대인 우리나라 4~50대의 남성들은 배우자에게 숨기려다가 온통 가족 자체가 무너지게 만드는 원인을 만드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남편은 진단을 받으시고 나서 에이즈 진단이 되었는데도 내 가정에서 권위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부인에게 말하지 마시라고 저한테 요청한 경우가 있으셨습니다. 나만 잘 치료받으면서 부인과 잠자리만 같이 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신 거죠. 이런 경우에 저희 감염내과 의사들은 후천성 면역결핍증 예방법에 따라서 환자의 동의 없이 보호자한테 또는 배우자한테 직접 질병 감염 사실을 알릴 수가 없습니다. 몇 번의 진료 때마다 배우자한테 좀 알리시고 배우자에게도 검사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라고 요청 드린 뒤에야 겨우 부인이 혈액 검사를 하게 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현행법상 감염인이 배우자에게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은 행위 자체만으로 처벌받는 별도의 조항이 없습니다. 하지만 감염 사실을 숨기고 성관계 등을 통해서 상대방을 감염시키거나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행위를 한 경우에는 에이즈 예방법 제19조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에 본인이 말하기가 어렵다고 하면 감염내과 전문의인 주치의와 상의하고 배우자와 동석한 자리에서 설명을 듣게 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성매개감염의 치료는 부끄러움이라는 벽을 허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스스로 병을 인정하고 배우자에게 알리는 용기가 나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질병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방치하는 것이 위험할 뿐입니다. 오늘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YTN 이시우PD (lsw54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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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 안녕하세요. 감염내과 전문의 박윤선입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바로 부끄러움이 키우는 질병 성매개감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박상훈: 해마다 전국적으로 지자체와 보건소, 그리고 의료기관에서 진행되는 감염 예방 교육이 있다. 바로 성매개감염 예방 교육인데, 성매개감염은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질환으로 매독과 임질, 에이즈와 사람유두종바이러스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현재 성매개감염 예방 교육은 세대별 맞춤 교육으로 진행한다는데 그 이유는 치료보다 조기 발견과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 그렇다면 나이대별 성매개감염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령별로 감염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와 성매개감염 의심 환자가 아니더라도 건강검진 시 꼭 한 번씩 확인해 보면 좋은 항목에 대해 알아보고 성매개감염의 예방법과 대처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성매개감염병 종류와 특징>
◆박윤선: 2026년 4월 감염내과 전문의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통계를 접했습니다. 질병관리청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3월 전체 성매개감염병 발생은 3,541건으로 전월 대비 32.4%나 증가하였고 전년 같은 기간 즉 2025년 3월 대비해서는 6.8%나 증가되었습니다. 이 통계는 성관계를 통해서 생기는 감염이 줄지 않고 매년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발생 건수를 보면 사람유두종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건수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성기단순포진, 클라미디아 감염증, 첨규콘딜롬, 매독, 임질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 감염증은 우리가 흔히 들어본 HPV인데 피부나 점막의 사마귀를 만드는 바이러스 종류입니다. 손에 나는 사마귀 형태의 피부 병변이 성기 주변에도 생기는 거죠. 감염 후에 그중 일부는 자궁경부암 같은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성기단순포진은 헤르페스라고 부르는데 물집이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하는 그런 반복하는 질병입니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 많을 때 입술 꼬리에 아픈 물집 생기신 분들 계실 텐데요.이런 게 입술 포진입니다. 입술 포진과 비슷한 게 성기 주변에 생기는데 한 번 걸리면 없어졌다가도 몸에 숨어 있다가 피곤하거나 힘들 때 다시 발현됩니다. 없어진 척하지만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컨디션이 나쁠 때마다 다시 올라오는 감염병이라고 기억하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클라미디아 감염증은 어떤 걸까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성매개감염병이라 걸렸는데도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감염증입니다. 여성에게서는 자궁경부염, 요도염, 골반 염증성 질환을 만들고 남성에서는 요도염이 원인이 되는데 남녀 공통으로 직장염, 림프육아종, 반응성 관절염을 일으킵니다. 근데 모른다고 방치하면 불임이 될 수 있는 무서운 감염병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첨규콘딜롬이라는 것은 우리가 곤지름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감염병입니다. 모양이 닭벼슬처럼 울퉁불퉁한 사마귀가 성기 주변에 발생합니다. 또 임질은 소변을 볼 때 아프고 분비물이 나오는 증상으로 남성에게는 증상이 빨리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 시기가 빠릅니다. 그러니까 치료가 빠르게 가능한 감염병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여성에게는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미미해서 대수롭지 않은 질염으로 생각하고 넘겨서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성매개감염병을 정리해 보면 증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병변이 있는 것은 곤지름과 포진 그리고 증상이 애매해서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진단되면서 조용히 퍼지는 것은 클라미디아와 HPV 그리고 증상이 바로 나타나는 것은 임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성병인 성매개감염과 에이즈, 또 매독은 어떤 병일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성병은 에이즈와 매독을 포함해서 앞서 설명드린 임질, 콘딜로마, 헤르페스 2형 등을 모두 포함해서 성병이라고 말합니다.
<에이즈가 특히 위험한 이유>
◆박윤선: 그렇다면 이 많은 성병 중에서 에이즈는 왜 다른 성병보다 위험하다고 생각이 되는 걸까요? 다른 성병은 특정 부위의 감염이지만 에이즈는 온몸의 방어 시스템인 면역을 공격해서 몸 전체를 무너뜨리고 또 그래서 완치의 개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에이즈를 후천성으로 생긴 면역결핍증, 후천성 면역결핍증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지난 25년 에이즈로 신고된 환자 수가 657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국내 누적 환자 수는 1만 9천여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에이즈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볼까요? 과거에는 죽음의 병이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약물로 충분히 조절 가능한 만성 질환의 영역에 들어온 병이 에이즈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회적인 낙인이 찍혀서 당뇨나 고혈압처럼 진단받은 사실을 자랑하거나 조언을 구할 만한 병은 아닙니다. HIV라고 불리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가 사람 몸속에 들어와서 우리 몸의 군대인 백혈구 중에 면역세포, 즉 CD4 T 림프구라는 놈들을 파괴하게 됩니다. 내 몸을 지키는 군인을 죽이는 적군 때문에 결국은 방어벽이 무너져 내리는 병입니다. 에이즈가 원숭이 때문에 생겼다고 하는 말씀 들어보셨을까요? HIV 바이러스가 유인원에게 면역 결핍을 초래하는 유인원 면역결핍바이러스 SIV와 구조적으로 비슷하다 보니 같은 집안에서 나온 것이라고 추정은 하고 있습니다. 유인원들에게 감염되던 바이러스가 어느 순간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인간에게 감염 가능한 바이러스로 바뀌었고 인간에게 전염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실제로 에이즈는 1981년 경 미국에서 처음 확인되었고, 아마도 이 병은 1960년대나 70년대부터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선가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은 하고 있습니다. 에이즈 감염 경로는 주로 성접촉입니다. 내국인 신규 HIV 진단자들의 감염 경로는 성접촉이 전체 응답자 중에 99.8%나 차지했고, 그런데 이 중 동성 간의 성접촉이 63.7%를 차지했습니다. 그럼 에이즈와 함께 사는 사람, 에이즈에 걸린 사람과 성관계를 가졌다면 HIV 바이러스에 100% 감염되는 걸까요? 하는 질문이 나오실 수 있습니다. 물론 성관계가 HIV 바이러스 감염의 주된 경로이긴 합니다만 100%는 아닙니다. 성관계를 했다고 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습니다. 감염된 사람과 관계를 했을 때 한 번의 성관계당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약 0.1% 미만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감염 확률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조금 다를 수는 있습니다. 환자가 보유한 바이러스가 넘치게 많은 상태라면 성관계로 감염시킬 때 확률이 높아지는 거지요. HIV 감염 사실을 본인이 아는 환자의 경우에 꾸준히 약물 치료를 하기 때문에 혈액 1mL 당 바이러스 양이 copies/mL이라는 단위로 약 20가닥 미만입니다.하지만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하는 감염 초기에 환자들은 혈액 1mL당 바이러스의 양이 만, 10만 또는 100만을 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만일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하는 환자와 성관계를 하거나 혹시 또 강압에 의한 폭행을 당했다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일반적인 확률보다 높을 가능성이 꽤 있습니다.
<상황별 HIV 감염 Q&A>
◆박윤선: HIV 감염자와 키스를 하는 경우에 감염이 될까요? 감염이 안 될까요?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침에 있는 바이러스 농도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잇몸에 상처가 있다면 상처에 피가 묻어 있어서 키스로도 감염될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 같은 화장실 변기를 써도 어떨까 궁금하실 텐데요. 같은 화장실 변기를 쓴다고 전염되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대변이나 소변에는 앞서 말씀을 드렸던 침에서처럼 바이러스 농도가 극히 낮습니다. 그리고 사람 몸이 아닌 환경으로 나오면 한두 시간 내에 이 바이러스들은 비활성화가 됩니다. HIV가 전염되려면 반드시 혈액이나 정액, 질 분비물 같은 바이러스 농도가 높은 조건이 필요하고 정상적인 상처가 없는 피부라면 바이러스가 묻었다고 해서 침투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 식사를 같이 하는 건 어떨까요? 식사할 때 같은 식탁에서 먹는다고 절대 감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입 안에 그 상처나 피고름이 있을 때 이럴 때는 이제 찌개나 국을 같은 그릇에 떠먹으면 위험할 수도 있어서 그런 것들은 좀 피하시라고 권유를 드립니다. 전기 면도기가 아닌 일반 면도기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피해야 될 일 중에 하나입니다. 남자분들 면도기에 베인 상처가 가끔 생기시죠? 혈액에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피가 나면 감염자의 상처에 바이러스가 나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환자들이 쓰던 면도기를 같이 쓰시는 거는 권유하지 않습니다. ‘임신부가 감염이 되었다.’ 이러면 좀 태아에게 문제가 생깁니다. 수직 감염이라고 부르는 감염이 전염됩니다. 하지만 악수나 식사 같은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절대 감염되지 않아서 과도한 공포는 금물입니다. 에이즈 환자의 혈액이 묻은 바늘에 찔리면 100% 감염될까요? 저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인인 경우에 이런 일을 당하는 일이 드물지만 생깁니다. 환자분이 의식이 없을 때 의료진을 물거나 주사바늘을 빼서 위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물론 주사바늘을 통해서 감염될 확률은 0.3% 정도입니다. 확률은 낮긴 한데 찔렸을 경우 감염이 되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실제 감염인들이 먹는 약을 한 달 동안 꾸준히 복용하게 됩니다. 중간중간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하게 됩니다.
◆박윤선: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증상이 바로 나타날까요? 절대로 아닙니다. 바이러스와 면역계 사이에 마치 어떤 휴전 조약이라도 맺은 듯 고요한 시기가 몇 년 동안 지속됩니다. 보통은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한 7년 내지 10년 정도가 지나야 나타난다고 되어있습니다. 우리 몸을 침입한 바이러스가 몇 만에서 10만 대군, 100만 대군 이렇게 많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증상을 일으킵니다. 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긴다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그래서 저희 외래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요. 꼭 그렇지 않습니다. 붉은 반점은 증상이라기보다는 바이러스 감염 후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수년 후에 다른 질병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보시는 것이 맞습니다. 초기에는 감기나 몸살과 비슷한 발열 근육통이 나타납니다. 그러다가 무증상기 즉 잠복기가 수년에서 10년 이상 지속되고요.본인에게 증상은 안 나타나지만, 이 시기에 불어낸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한테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모르고 전파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 시간이 더 지나서 본인의 면역력이 바닥나면 평소에 문제없이 대항했던 세균이나 곰팡이들에게 몸을 공격당합니다. 그것이 이제 기회 감염이라고 부르는 거고요. 또 우리 몸을 지켜주던 면역력이 떨어지면 암도 발생합니다. 그럼 잠복기 동안에 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아닌지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을까요? 안타깝게도 자주 혈액 검사를 받아보는 것 이외에는 없습니다. 안전하지 못한 성관계나 또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 있었다고 하면 그리고 나서 1~2주 이상 고열, 설사 같은 애매한 증상이 있었다면 한 번쯤은 에이즈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민감한 혈액 검사를 받는다 해도 검사에서도 나오지 않는 시기가 통상 3 내지 6주 정도 되기 때문에 그전, 그 후로 자주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윤선: 진단은 혈액으로 가능합니다. 항원검출검사라는 것은 HIV 항원 검사에서 p24 항원을 직접 검출하는 건데요. 이 항원검출검사가 양성일 경우에 HIV 항원중화반응이라는 걸 또 추가로 하게 됩니다. 일반 병원에서는 항체와 항원을 같이 검출하는 콤보 테스트를 합니다. 확진 기관에서는 웨스턴블롯법을 써서 표적 단백질 검출을 하게 되는데, 에이즈 바이러스 껍질에 있는 표적 단백질인 GP160, GP120 또 GP41 그중에 2개랑 p24 또는 p31을 검사해서 양성이면 확진으로 보고하게 됩니다. 하지만 단번에 확진하는 건 아닙니다. 보건소, 병·의원, 임상검사센터 또 병무청 같은 선별 검사 기관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확인 검사 기관인 보건환경연구원이나 질병관리청 산하 기관에 검사를 의뢰해서 기준에 맞춰서 최종 판정을 하게 됩니다. 치료가 어렵고 진단 후에 환자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큰 병이기 때문에 두 번 세 번 재검을 해서 확진을 하게 됩니다. 또 익명 검진이라는 거 들어보셨을까요? HIV는 감염으로부터 증상 발현까지 잠복기가 평균 한 8년에서 10년까지 보고되고 있는데요. ‘내가 좀 의심된다.’,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 맞닥뜨렸다.’ 하면 자발적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이 중요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름이나 주민번호, 주소들을 공개하지 않고도 검진받을 수 있도록 2008년 9월부터 익명 검진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그래서 가까운 보건소에서 익명 검진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정기 검진이나 수시 검진 대상자도 있습니다. 정기 검진 대상자는 후천성 면역결핍증 예방법 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서 성매개감염병에 관한 건강 진단을 받아야 되는 사람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영업소의 종업원, 유흥 접객원 또는 안마 시술소의 종업원 등에게는 6개월마다 검사를 하시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HIV 감염인의 배우자이거나 또는 성접촉자, 임신부의 산전 검사는 기간을 정해놓지 않고 수시로 가능합니다.
에이즈에 걸리면 죽나요? 이런 생각이 나실 겁니다. 인간의 몸에 한 번 들어온 에이즈 바이러스는 면역을 피해서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혈액에만 나와 있는 게 아니라 간, 림프절, 뇌 같은 곳에 면역 체계를 피해서 숨어 있게 됩니다. 칵테일 요법이라고 혹시 들어보셨을까요? 술이 아니고요. 칵테일 요법이라고 불렀던 고강도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은 바이러스가 우리 몸 면역세포에 침투해서 파괴시키고 자기 바이러스를 생산하는 그 다단계마다 바이러스 생산을 못 하게 하는 치료법입니다. 그런데 칵테일 요법이라고 부르는 이 고강도 치료법으로도 아직은 완치가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치료의 목표는 완치는 안 되지만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해서 바이러스 수치를 검출한계 이하로 낮춰주고 비교적 면역력을 돌아가실 때까지 유지하게 하는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겁니다.
◆박윤선: 이제 환자 사례를 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한국에서의 1호 감염자는 1985년 당시에 25살이던 박 모 씨인데 사우디아라비아 근무 중 헌혈 과정에서 진단되었습니다. 귀국 후에 국내 첫 공식 환자로 확인됐고 약을 잘 복용하시면서 치료를 잘 받아서 40년 가까이 생존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례는 HIV가 관리 가능한 만성 질환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 검사 중에 우연히 발견된 80대 HIV 감염자가 계셨습니다. 20년 이상 혼자 생활하고 있던 분으로 누구에게서 감염되었는지 경로를 잘 알 수 없었던 경우였습니다. 대개 70~80대 고령 감염자들의 경우에 감염 경로가 불명확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우연히 다른 검사를 하다가 발견되기도 하고, 또 어르신들의 경우에 넘어지거나 다치셔서 수술하기 전에 하는 필수 검사에 이 HIV 검사가 있기 때문에 알게 되시기도 합니다. 에이즈 환자와 매독 환자가 동시에 진단되는 사례가 비교적 흔합니다. 비슷하게 보이는 이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감염 경로, 질병 특성, 또 행동 패턴들이 서로 겹치기 때문입니다.
<매독이란?>
◆박윤선: 그럼 이번에는 매독이 어떤 병인지 좀 알아보겠습니다. 매독은 그 이름의 유래가 피부 발진 모양이 마치 매화꽃이 피어난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15세기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역사 깊은 성병이죠. 매독은 치료하지 않으면 단계별로 진화합니다. 진단은 증상과 피검사인 혈청 검사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진행이 많이 된 경우에는 이 피검사뿐만 아니라 뇌척수액 검사까지 필요합니다. 매독은 세 가지 병기가 있습니다. 단계별로 진화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마치 암처럼 악화됩니다. 1기는 매독균에 감염된 후 약 10일 내지 90일 이내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감염 부위인 성기나 입, 항문 등에 통증이 없는 붉은 궤양이 나타나는데 통증이 없이 지나니까 모르고 넘어가시는 경우가 있고, 특별한 치료도 없이 3 내지 6주 후에 저절로 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병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몸속에는 이미 균이 퍼지고 있습니다. 2기는 1기에 통증 없는 궤양이 사라진 후에 한 수주에서 수개월 후에 보통은 한 6개월 뒤에 발생을 하게 되는데요. 특히 이제 손바닥이나 발바닥을 포함한 전신 발진이 또, 가려움증이 없는 붉은 발진이 나타나는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단순 피부병으로 생각하셔서 치료를 못 받고 지나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다음은 잠복 매독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1기나 2기에 매독 증상이 사라진 후에 겉으로 보이는 증상은 없지만 혈액 검사에서 매독 양성이 계속 나오는 상태입니다. 조기 잠복 매독은 감염 후 1년 이내에 전염력이 있습니다. 후기 잠복 매독은 1년 이상 됐고 전염력이 거의 없거나 낮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도 무증상 상태에서 건강검진 등 우연한 혈액 검사로 발견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럼 3기 말기는 뭘까요? 고무종이라는 게 생깁니다. 피부나 뼈, 간 등에 매독성 육아종이 생기는 거죠. 또 심혈관 매독은 대동맥에 염증이 생기고 대동맥류라는 그 튼튼한 고속도로에 꽈리 같은 게 생기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 말기 매독은 심장과 혈관을 모두 손상시킵니다. 신경매독도 3기인데요. 중추신경계에 침범하여 치매, 마비, 실명, 청각 손실까지 유발해서 또는 아주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감염 사실, 가족에게 알려야 할까?>
◆박윤선: 대학병원 감염내과를 내원하시는 환자들 중에는 가족에게 알려질까 매우 조심하시면서 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1~2차 병원에서 매독이라고 했다면서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기냐고 자식들에게 부끄러워서 말도 못하고 왔다고 우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젯밤에 잠도 잘 못 주무셨다고요? 그럼 저는 오늘 밤에는 푹 주무시고 확인 검사가 나올 때까지는 안심하시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매독 혈청 검사에서 있을 수 있는 위양성인 환자분도 계시기 때문입니다. 매독 혈청 검사 특징상 실제 매독에 걸리지 않았는데 일부 사람들에게서 양성이라고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성경험이 전혀 없는 학생이 양성 반응이 나오거나 임신부인데 ‘매독 치료받고 오세요.’라는 말씀을 듣고 저희한테 오시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현상은 매독균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 몸속에 다른 염증이나 면역 반응 때문에 생기는 가짜 양성, 위양성이므로 정밀 검사로 확인하시면 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매독 혈청 검사는 일부에서는 음성이 돼서 VDRL, RPR이라는 검사의 수치가 0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 후에도 계속 양성으로 남는 환자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잘 나왔다는 거를 어떻게 판정하냐고 하실 텐데요. 그 앞서 말씀드린 수치의 역가의 변화를 수개월마다 확인하게 됩니다. 아까 국내에 에이즈 환자의 대부분은 성관계로 감염되었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콘돔 사용률이 가장 낮은 세대인 우리나라 4~50대의 남성들은 배우자에게 숨기려다가 온통 가족 자체가 무너지게 만드는 원인을 만드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남편은 진단을 받으시고 나서 에이즈 진단이 되었는데도 내 가정에서 권위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부인에게 말하지 마시라고 저한테 요청한 경우가 있으셨습니다. 나만 잘 치료받으면서 부인과 잠자리만 같이 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신 거죠. 이런 경우에 저희 감염내과 의사들은 후천성 면역결핍증 예방법에 따라서 환자의 동의 없이 보호자한테 또는 배우자한테 직접 질병 감염 사실을 알릴 수가 없습니다. 몇 번의 진료 때마다 배우자한테 좀 알리시고 배우자에게도 검사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라고 요청 드린 뒤에야 겨우 부인이 혈액 검사를 하게 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현행법상 감염인이 배우자에게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은 행위 자체만으로 처벌받는 별도의 조항이 없습니다. 하지만 감염 사실을 숨기고 성관계 등을 통해서 상대방을 감염시키거나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행위를 한 경우에는 에이즈 예방법 제19조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에 본인이 말하기가 어렵다고 하면 감염내과 전문의인 주치의와 상의하고 배우자와 동석한 자리에서 설명을 듣게 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성매개감염의 치료는 부끄러움이라는 벽을 허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스스로 병을 인정하고 배우자에게 알리는 용기가 나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질병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방치하는 것이 위험할 뿐입니다. 오늘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YTN 이시우PD (lsw54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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