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X파일] '악귀 퇴치하려고' 숯불 고문 사망사건, 법원 "엽기성, 전례가 없을 정도"

[사건X파일] '악귀 퇴치하려고' 숯불 고문 사망사건, 법원 "엽기성, 전례가 없을 정도"

2026.05.13. 오전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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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6년 5월 13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권은택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2024년, 9월의 어느 날 밤, 119에 다급한 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쓰러져있는 30대 여성 A씨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죠. 숯불을 옮기다 넘어진 사고라면 설명되지 않는 상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엇갈린 진술. 그리고 뒤늦은 신고까지. 알고 보니 이 사건은 역시나 단순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무속인이던 피해여성의 이모와 그 주변인들이 '악귀를 퇴치해야 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철제 구조물에 결박한 뒤, 장시간 숯불 열기에 노출시킨 범죄였죠. 1심 법원은 이 사건을 '살인'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은 달랐죠. 무기징역에서 징역 7년으로. 살인죄에서 상해치사죄로. 같은 사건을 두고 왜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은 이렇게 달랐을까요. 또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유족의 처벌불원 의사가 항소심에서는 왜 양형에 반영됐던 걸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권은택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권은택 : 네 안녕하세요. 권은택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이른바 ‘숯불 고문 사망 사건’ 사건 자체도 충격이지만 더 논란이 된 건, 1심과 항소심 판단이 너무 달랐단 점이거든요? 일단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부터 살펴볼까요.

◆ 권은택 : 사건은 2024년 9월 인천 부평의 한 음식점에서 벌어졌습니다. 80대 무속인인 이모가 조카가 가게를 그만두고 떠나려 하자 '악귀를 퇴치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녀들과 신도들을 동원해 피해자를 철제 구조물에 묶어 놓고 약 3시간 동안 숯불 열기를 가한 겁니다. 중간에 숯을 계속 보충하고, 옷을 잘라 맨살에 열기가 닿게 하고, 입에 숯을 넣고 재갈까지 물린 정황도 판결문에 나옵니다. 피해자는 심한 화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습니다. 단순 사고가 아니라 장시간의 가혹행위 끝에 사망에 이른 사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정말 조카의 몸에 악귀가 씌었다,라고 믿었다면 119에 신고할 때도 그렇게 설명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거든요? 실제 구급대원들에게는 전혀 다른 이야길 했던 모양이던데요?

◆ 권은택 : 맞습니다. 실제 신고 내용은 '숯불을 옮기다 넘어져 크게 다쳤다'는 취지였는데, 이건 나중에 드러난 사실관계와 완전히 다릅니다.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뒤에도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고, 물을 붓거나 생고기를 올리는 민간요법을 하다가 상당 시간이 지난 뒤 신고했고, 그 사이 철제 구조물도 치워버렸습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 진술도 서로 엇갈렸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처음부터 단순 화상 사고가 아니라, 집단적으로 사건을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하게 됐고, 결국 CCTV 확보가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 이원화 : 그나저나 왜 이런 일이 벌어졌던 거죠. 왜 조카 몸에 악귀가 들렸다 이랬던 거예요?

◆ 권은택 : 표면적으로는 '악귀 퇴치'지만, 기사와 판결문을 종합하면 그 배경에는 '장기간의 가스라이팅'과 '경제적 지배'가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오랜 기간 가족과 신도들에게 전생, 악귀, 굿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심리적으로 통제했고, 피해자 가족에게서 수천만 원대 공양비를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피해자는 식당 운영의 핵심 인력이었고, 매출도 피고인 측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나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식당을 떠나 부모가 있는 울릉도로 가겠다고 하면서 통제에서 벗어나려 하자, 그걸 다시 붙잡아 두기 위해 '너에게 악귀가 들었다'는 서사를 꺼낸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1심에서는 살인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공범들에게도 상당히 무거운 형이 선고됐고요. 어떤 부분을 특히 무겁게 봤던 겁니까.

◆ 권은택 : 1심은 무엇보다 '범행의 잔혹성'과 '반인륜성'을 아주 무겁게 봤습니다. '피해자를 철제 구조물에 결박한 채 장시간 숯불 열기에 노출시킨 방식 자체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엽기적'이라고 했고,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여러 차례 경련하고 의식을 잃는 과정도 주목했습니다. 게다가 가족과 친척, 신도들이 함께 가담했고, 즉시 구조하지도 않은 채 현장을 정리하고 허위 설명까지 했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주범에게는 무기징역, 공범들에게도 매우 중한 형이 선고된 겁니다.

◇ 이원화 : 최근 항소심 결과가 나왔는데,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판단했더라고요. 그런데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사람을 묶어놓고 장시간 숯불 열기에 노출시켰다... 죽을 수 있다는 걸 몰랐을 리가 없다, 이렇게 생각되거든요? 그런데 항소심은 왜 그렇게 판단한 걸까요? 증거 부족입니까 아니면 정말 그렇게 볼 여지가 있었던 겁니까?

◆ 권은택 : 핵심은 말씀하신 것처럼 살인의 미필적 고의, 즉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감수했느냐'입니다. 항소심은 행위가 위험하고 결과가 중대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검사가 그 '용인'의 수준까지는 입증하지 못했다고 봤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주술 능력을 실제로 믿고 있었던 점, 피해자도 일정 부분 그런 믿음 체계 안에 있었던 점, 범행 뒤 심폐소생술이나 민간요법 같은 구조 시도를 한 점, 그리고 피해자가 식당 수입의 핵심이어서 경제적으로 굳이 죽일 이유가 약하다는 점 등을 종합했습니다. 그래서 항소심은 살인까지는 아니고, 적어도 심한 상해를 가할 고의와 사망 결과의 예견 가능성은 있었다고 봐서 상해치사로 죄명을 바꾼 겁니다. 일반인의 상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일 수 있지만, 형사재판은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는지를 아주 엄격하게 따진다는 점이 반영된 판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피해자가 스스로 구조물 위에 직접 올라갔다는 부분도 언급됐습니다만, 피해자가 장기간 심리적으로 지배당한, 가스라이팅 당한 상태였다면 그걸 진정한 동의나 자발적 참여로 볼 수 있을까요?

◆ 권은택 : 저는 그 부분이 항소심 판단에서 가장 논쟁적인 대목 중 하나라고 봅니다. 장기간 가스라이팅과 종교적·심리적 지배가 있었다면, 피해자가 구조물 위에 스스로 올라갔다고 해서 그걸 곧바로 자유롭고 진정한 동의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더구나 사람을 결박한 채 숯불 열기를 장시간 가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주는 행위여서, 설령 형식적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쉽게 없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그 사정은 살인의 고의를 단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참고 사정일 수는 있어도, 상해나 감금에 대한 책임까지 약화시키는 근거로 넓게 받아들이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신고가 바로 이뤄지지 않았고, 구급대원에게는 사실과 다른 설명도 했었잖아요? 신고지연, 허위 설명 이런 것도 굉장히 불리한 정황 아닌가요? 그런데도 살인의 고의 판단에서는 결정적 근거가 되지 않은 건가요?

◆ 권은택 : 네, 분명히 아주 불리한 정황입니다. 신고를 늦추고, 구조물까지 치운 뒤, 구급대원에게는 '숯불을 옮기다 다쳤다'고 설명한 건 사건의 불법성과 심각성을 피고인들 스스로 알고 있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니까요. 실제로 1심은 그런 사후 정황까지 묶어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봤습니다. 다만 항소심은 그런 거짓말과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범행 당시 '죽어도 좋다'는 수준의 미필적 고의까지 증명되는 건 아니라고 본 겁니다. 다시 말해 사후 은폐는 책임을 무겁게 하는 사정이지만,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는 결정적 한 방으로까지는 보지 않은 셈입니다.

◇ 이원화 : 또 하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유족의 처벌불원 의사'. 피해자의 어머니가 사실상 일반인들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긴 했더라고요. 어땠죠?

◆ 권은택 : 네, 일반적인 사건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습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피고인들에게 '고맙다', '범죄자로 만들어 미안하다', 심지어 '벌을 준다면 나에게 달라'는 취지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1심은 이걸 정상적인 용서 의사로 보지 않고, 오히려 장기간의 정신적 지배 아래 놓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기사에는 피해자 사망 보험금 상당 부분이 다시 피고인 생활비로 흘러간 정황까지 언급되는데요. 그래서 이 사건의 처벌불원은 단순한 가족의 선처 탄원이라기보다, 가스라이팅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힙니다.

◇ 이원화 : 살인이나 상해치사 같은 중대 범죄에서도 유족의 처벌불원 의사가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 권은택 : 가능합니다. 다만 중요한 건, 살인이나 상해치사는 처벌불원서가 들어왔다고 공소가 없어지는 범죄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즉 유족이 용서했다고 해서 재판이 끝나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양형, 그러니까 형량을 정할 때 참작될 수 있는 사정일 뿐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1심에서는 유족의 선처, 탄원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항소심에서는 감경 사유로 반영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비교해주시고, 변호사님 의견도 궁금합니다.

◆ 권은택 : 두 재판부의 차이는 크게 두 곳입니다. 첫째는 '죄명 판단'입니다. 1심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그 부분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봐서 상해치사로 낮췄습니다. 둘째는 '처벌불원 의사의 평가인데, 1심은 피해자 부모가 여전히 피고인의 정신적 지배 아래 있다고 보고 선처 탄원의 의미를 크게 두지 않았고, 항소심은 피고인이 조카를 아껴온 사정, 왜곡된 신앙 아래 치료 목적의 주술행위였다고 믿은 점, 피해자 모친의 합의와 반복된 선처 탄원을 함께 고려했습니다.

◇ 이원화 : 검찰이 상고한다면 대법원에서는 어떤 부분을 주로 보게 될까요? 핵심 쟁점이 뭐가 되겠습니까.

◆ 권은택 : 만약 검찰이 상고한다면,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재판한다기보다는 항소심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판단하는 법리를 제대로 적용했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지 않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가능성이 큽니다. 예컨대 장시간 숯불 열기를 가하고, 고통 호소를 들었고, 옷을 잘라 맨살에 열기가 닿게 하고, 신고까지 지연한 사정을 두고도 정말 '사망에 대한 용인'을 부정할 수 있는지 따져보겠습니다. 또 피해자의 이른바 자발적 참여, 유족의 처벌불원 의사를 어느 정도까지 참작할 수 있는지도 함께 검토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쟁점은 항소심이 증거를 너무 엄격하게 보아 살인 고의를 좁게 해석한 것인지 여부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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