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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26년 4월 10일 (금) 저녁 10시 20분
□ 담당 PD : 이시우
□ 담당 작가 : 김배정, 김현정
□ 출연자 : 조서은 (가천대길병원 정신겅강의학과 전문의)
□ 방송 채널
IPTV - GENIE TV 159번 / BTV 243번 / LG유플러스 145번
스카이라이프 90번
케이블 - 딜라이브 138번 / 현대HCN 341번 / LG헬로비전 137번 / BTV케이블 152번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조서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서은입니다.오늘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걱정이 병이 되는 시대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입니다.
◇박상훈: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지며 막연한 두려움이 계속된다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하는 질환인 불안장애. 최근 사회적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불안장애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불안이 반복되면 수면 장애와 집중력 저하는 물론 공황 발작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한 경우 일상생활까지 힘들어진다는데 우리 몸이 보내는 마음의 신호 불안. 불안을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풍요의 시대, 왜 더 불안할까?>
◆조서은: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100만 불안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20대의 불안 환자가 5년 만에 거의 2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특히 2030 청년층의 증가세가 가파릅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실제로 환자분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얘기도 바로 이 ‘불안하다’ 입니다. 그런데 더 문제는 실제로 치료를 받는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너무 불안해도 혼자 버티다가 늦게 오시곤 합니다. 이전보다 더 발전하고 풍요로운 시대인데도 요즘 왜 이렇게 더 불안할까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는 인생의 매 단계마다 학업, 취업, 경제력 등 끝이 없는 과제를 마주하면서 끊임없는 압박감을 느낍니다. 여기에 SNS 같은 온라인 환경이 더해지면서 불안은 더 쉽게 커집니다. 자연스럽게 남들과 나를 비교하게 만들고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친 채 보이는 성취에 더 쉽게 매달리게 됩니다. 나는 더 부족한 것 같고 미래가 더 불확실하고 불안하게 느껴지기 쉽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마음이 긴장 상태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눈앞의 성취를 따라가느라고 정작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은 뒤로 밀립니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그 속에서 오히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삶의 방향을 잃기 쉬운 때입니다.
<불안은 나쁘기만 한 감정일까?>
◆조서은: 이쯤에서 한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짚고 가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불안을 안 좋은 느낌으로만 생각하시는데, 사실 적당한 불안은 우리에게 꼭 필요합니다. 불안은 우리를 괴롭히려고 생긴 게 아니라 위험을 감지하고 대비하게 만드는 경고 신호입니다. 그래서 불안이 전혀 없다면 오히려 위험을 지나치기가 쉽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도 준비가 느슨해질 수 있습니다. 적당한 불안은 이렇게 우리에게 조심하자는 메시지를 주고 미래를 대비하게 하면서 준비할 힘을 만들어 줍니다. 때로는 동기를 부여하고 집중력을 높여서 더 좋은 성과를 내게도 하죠.
<치료가 필요한 병적인 불안>
◆조서은: 그렇다면 치료가 필요한 병적인 불안은 뭘까요?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불안이 도움이 되는 수준을 넘어서 삶을 흔드는 수준으로 커질 때는 불안장애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첫째 비례성 일어난 상황에 비해 불안이 지나치게 큰지, 둘째 지속성 걱정했던 상황이 끝났는데도 불안이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셋째 통제 곤란 그만 생각하고 싶은데 스스로 조절하기가 어려운지, 넷째 기능 저하 그 불안 때문에 잠을 못 자거나 업무와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무너지고 있는지. 이 네 가지에 해당이 된다면 병적인 불안으로 꼭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환자 사례를 한번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중인 20대 A 씨가 계셨어요. 시험이 다가오니까 점점 더 불안하다고 했고요. 처음에는 그 불안감으로 인해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더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있게끔 됐다고 했어요. 적절한 불안이라면 이렇게 시험이 다가올수록 긴장감도 생기고 마음이 조급해지긴 하지만 그 긴장이 오히려 공부 계획을 세우고 집중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불안하지만 할 수 있다라는 느낌이 남아 있고 공부를 하면 불안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또 시험이 끝나면 불안은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일상 리듬도 회복이 되게 됩니다. 그런데 20대 A 씨는 어느 순간부터 걱정이 엔진처럼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떨어지면 내 인생 끝이 날 것만 같아’,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아’, ‘아, 지금 시작하면 늦은 것 같아’ 이런 생각들이 반복되면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고 집중도 안 되고 미칠 듯이 괴롭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시험이 다가오기 훨씬 전부터도 이 생각이 멈추지 않고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면 오히려 불안이 폭발하면서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아 망하면 인생 끝이야’ 같은 최악의 생각이 반복되면서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밥도 넘어가지 않고 또 미리 공부해 놓지 않은 그런 자신을 과도하게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불안이 상황에 비해서 과도하게 오래 지속되고 또 스스로 조절이 어렵고 수면이라든지 학업, 관계 같은 이러한 기능을 무너뜨릴 때는 단순히 시험에 대한 적절한 긴장감을 주는 적절한 불안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병적 불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불안장애는 단순한 불안감, 긴장감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불안이 내 삶을 뿌리째 흔드는 거대한 파도가 되었을 때입니다. 바다에 파도가 있는 건 당연하듯이 인생에도 불안이 있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바다에서 파도를 없애는 건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결국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이겁니다. 불안을 없애는 게 목표가 아니라 불안이 도움이 되는 수준을 넘어서 삶을 흔드는 수준으로 커질 때 그 불안을 다루는 법을 익히는 겁니다. 불안이 왜 생기는지 이해하고 불안이 올라와도 중심을 잡고 내 일상을 지켜내는 힘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불안할 때,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조서은: 먼저 불안할 때 우리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위험을 감지하면 경보기의 역할을 하는 편도체가 가장 먼저 ‘조심해’ 하고 울립니다. 전전두엽은 판단과 조절을 담당하는 컨트롤 센터로 비유할 수가 있는데요. 경보가 울리면 전전두엽이 ‘괜찮아, 다시 생각해 보자’ 하면서 브레이크를 걸어서 과열된 반응을 진정시킵니다. 자극과 경험을 장기적으로 기억하는 역할을 하는 해마는 ‘이때 과거에도 이 상황이 위험했었나’를 비교하게 합니다. 즉, 지금의 자극을 과거 경험과 대조해서 예전에 비슷한 상황에는 어땠는지 떠올려서 지금의 자극을 다루게 됩니다. 이 세 역할의 균형에 따라서 불안이 잠깐의 긴장으로 지나갈지 아니면 크게 번져서 오래 갈지가 달라지게 됩니다. 원래라면 연기처럼 위험 신호가 들어오면 경보기가 잠깐 울리고 연기가 사라지고 나면 전전두엽이라는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경보가 꺼져야 합니다. 즉, 위험에 반응하되 필요할 때는 다시 평상시로 돌아오는 시스템이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그런데 병적 불안에서는 이 브레이크가 잘 걸리지가 않습니다. 경보가 한 번 울리면 꺼지지 않고 오래 지속되거나 혹은 아예 경보기가 너무 예민해져서 연기가 없는데도 살짝 바람만 불어도 계속 울리는 것처럼 반응을 합니다. 그래서 사소한 자극에도 불안이 크게 올라오고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으면서 이 정도까지 불안할 일이 아닌데 라고 머리로는 알아도 몸과 마음이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 상태가 돼요. 문제는 여기서부터 불안이 강해질수록 전전두엽 즉 알림을 꺼주는 그 브레이크 역할이 더 잘 작동하지 않게 돼 버린다는 겁니다. 머리로는 별일 아닐 수도 있어라고 생각을 해도 몸과 마음은 이미 경보 모드에 들어가 있어서 쉽게 진정이 안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들이 떠오릅니다.‘큰일 날 것만 같아’, ‘내가 이 상황을 조절 못 하겠어’, ‘나 이대로면 죽을 것만 같아’ 이러한 생각들이 마구 떠오르고 특히 이런 것들은 공황 발작에서 강하게 나타납니다. 결국에 병적 불안은 경보기와 브레이크가 함께 작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경보 시스템이 과열된 생리적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편도체가 불안을 느끼면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조서은: 뇌에서 편도체가 경보를 울리면 어 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편도체가 알람을 울렸을 때 몸에서는 교감 신경이 켜집니다. 교감 신경은 각성시키고 긴장하게 하는 스위치입니다. 그래서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게 만든다든지 답답하거나 숨 쉬기가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속이 좀 메스껍거나 소화가 좀 잘 안 되는 것 같거나 손발이 저리거나 떨리거나 혹은 식은땀이 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몸의 반응은 생각보다 먼저 빠르게 일어나곤 합니다. 그래서 흔히 불안을 마음의 상태로만 생각을 하는데 불안이란 파도가 오면 사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흔들리곤 합니다. 이 때문에 이러한 반응들이 나타났을 때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심장내과나 호흡기 내과, 신경과 같은 곳을 먼저 찾곤 합니다. 그 과들을 갔을 때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증상이 분명히 느껴지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히 상상이 아니라 자율신경계 교감 신경이 만들어 내는 실제 생리적인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드려볼까요? 불안할 때 가장 위험한 건 실제로 몸에서 나타나는 증상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때문일까요? 대부분 불안을 더 크게 키우는 건 증상 그 자체라기보다 그 증상에 붙는 최악의 해석, 즉 최악의 시나리오 때문입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만나는 전형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30대 사무직 직장인 B 씨의 이야기인데요. 어느 날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갑자기 심장이 쿵쿵 뛰는 것 같고 숨이 막히고 좀 손발이 저리면서 식은땀이 났다고 해요. 순간 B 씨의 머릿속에 딱 한 문장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어? 나 지금 심장마비가 오는 거 아니야?’ B 씨는 바로 다음 역에서 뛰쳐나와서 응급실에 갔고 여러 검사를 해봤지만 다 정상이었대요.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다행이다. 검사가 다 정상이네’라고 끝나야 되는데 며칠 뒤 지하철만 타면 다시 두근거리면서 숨이 막힐 듯한 느낌이 올라오고 그러한 불안감이나 그러한 몸에 힘든 것들이 또 오면 어떡하지라는 예기 불안이 생기면서 결국은 지하철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출근길이 점점 더 불안해지고 이후에는 회의 시간에도 숨이 답답해질까 봐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이 또 그렇게 올라오면 ‘나는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어’라고 해석을 하면서 불안감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두근거림 자체는 교감 신경이 켜지면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심장마비인가’라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면서 불안이 확 커지게 됩니다. 결국 신체 감각에 대한 최악의 상황으로 가정하는 게 불안을 더 키우고 또 신체 감각을 증폭시키면서 불안이 더 폭발하는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 악순환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두 가지 반응이 있습니다. 하나는 회피, 또 하나는 확인입니다. 둘 다 목적은 같습니다. 불안을 좀 줄여보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가지가 불안을 더 오래 그리고 더 크게 만들 때가 많습니다. 먼저 회피부터 살펴보면 불안을 적극적으로 피해버리는 겁니다. 감당하기 힘든 불안이 올라오면 회피해버리는 방어 기제를 작동시킵니다. 발표가 무서우면 병가를 내고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우면 약속을 취소해 버립니다. 문제는 회피가 당장은 정말 편하다는 겁니다. 당장 피해버리면 그 순간 불안감이 뚝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피했더니 살았다라고 뇌가 잘못 학습을 합니다. 그러면 다음엔 그 상황이 점점 더 무섭게 느껴지고 더 작은 자극에도 경보가 더 크게 울립니다. 피할수록 불안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점점 더 껍질 속으로 움츠러들게 만들어서 삶을 좁혀 버립니다. 앞서 말한 그 30대 B 씨는 지하철에서 한 번 숨이 막히는 느낌을 겪은 뒤에 ‘또 그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예기 불안이 있으면서 처음에는 혼잡한 지하철 시간대만 피하다가 점점 지하철 자체를 못 타게 되고 나중에는 결국 회사 출근도 못 하게 되면서 혼자 외출하는 것 또한 꺼렸습니다. 이분도 처음에는 회피가 도움이 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지하철을 안 타면 불안이 안 오니까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직장 생활을 못 하고 일상생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밖은 위험하다’라는 학습이 강해져서 불안이 더 쉽게 켜지고 그리고 불안이 점점 더 악화되는 그러한 악순환이 되었습니다.
다음은 재차 확인을 하는 악순환을 예로 들어볼 건데요. 이거는 건강 염려를 하시는 분들께 특히 잘 나타나곤 합니다. 40대 C 씨가 계셨어요. 원래는 건강에 그렇게 크게 신경 쓰는 분이 아니셨거든요. 근데 어느 날부터 속이 좀 더부룩하고 체한 느낌이 계속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무심코 넘겼던 그런 미미한 그런 속 불편감도 어느 날 갑자기 큰 병의 전조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이때 불안한 뇌는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안 믿고 내 몸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증거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 뒤로도 C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몸을 살피고 인터넷 검색도 지속적으로 하고 병원을 가서 검사도 반복해서 받으려고 했습니다. ‘선생님 정말 저 괜찮은 거 맞나요?’라고 계속 확인받으려고 했습니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날은 좀 안심이 돼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 ‘어, 혹시 검사에서 놓친 게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게 오진이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올라오면서 다시 또 확인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불안하니까 또 빨리 가서 확인을 해야지만 내가 안정감을 느낄 것 같다’라고 생각이 들면서 불안할 때마다 병원을 가거나 인터넷을 검색해서 안심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다시 밀려드는 걱정으로 인해서 삶의 다른 부분은 오히려 소홀하게 되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몸에 대한 확인만 반복적으로 하려고 했고요. 그 생각에만 매달리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계속 불안이라는 파도는 더 자주 그리고 더 크게 밀려오고 C 씨의 일상적인 생활조차 어려워졌습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무작정 피해 버리는 거나 혹은 반복적인 확인은 가짜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불안장애를 악화시키고 고착화시킵니다.
<불안장애의 치료법>
◆조서은: 불안장애가 그럼 있다면 치료를 어떻게 해 나가야 될까요? 크게 두 축이 있습니다. 하나는 약물 치료 다른 하나는 정신 치료 그중에서도 왜곡된 사고를 교정해서 좀 더 적응적인 반응을 훈련시키는 인지행동치료가 있습니다. 약물은 불안을 지우는 마법이라기보다 과열된 경보 시스템에 볼륨을 낮춰서 사고의 전환이 가능하도록 바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불안이 너무 커서 잠을 못 자고 몸이 계속 각성되어 있고 일상 기능이 이미 크게 무너진 상태라면 그 약물이 바닷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지 않게 해주는 부력처럼 도움이 될 수가 있습니다. 비교적 경미한 불안이라면 생활을 좀 조절하고 인지행동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불안이 오래 지속되고, 수면이 무너지고, 직장이나 학교를 가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그리고 공황이 반복되거나 그리고 계속 확인하고 무조건 피해 버리려고 하는 그 반응들이 커졌다면 그때는 약물 치료로 우선 안정된 기반을 만든 뒤에 그리고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특히 불안을 줄이려고 하면 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느낌이 강한 분들은 우선 약으로 과열된 각성을 좀 낮춰 두면 인지행동치료 훈련이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
<인지행동치료(CBT)란?>
◆조서은: 이제부터는 인지행동치료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거창한 게 아닙니다. 불안이 올라오는 순간마다 불안감이 악화되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는 게 핵심입니다. 다음에 네 단계로 보통 진행을 하는데요. 첫째, 자동 사고를 알아차리고, 둘째, 그 생각의 근거를 점검하고, 셋째, 더 균형 잡힌 생각을 만들고, 넷째, 회피나 확인 대신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동을 단계적으로 시도하게끔 합니다. 먼저 불안이 올라오는 순간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멈춰서 차분히 불안을 그대로 직면하고 바라보는 겁니다. ‘지금 나는 위험한 게 아니라 불안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있는 그대로 담담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실제 사실과 거기에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사고를 조금씩 분리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안장애를 붙잡는 두 축 확인과 회피를 줄이고 다른 반응을 연습하도록 해야 합니다. 병적인 불안은 보통 최악을 상상하려고 합니다. 이때 차분하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 현실로 시선을 옮겨야만 합니다. 설령 불편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대처를 떠올려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확인은 줄여야 되고 피해버리는 거 대신 작지만 안전한 노출을 단계적으로 해봐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30대 직장인 B 씨의 얘기를 좀 더 이어서 해보면요. B 씨는 밖은 위험하다는 학습이 강해져서 불안이 계속 더 쉽게 올라오곤 했습니다. 이때 B 씨에게 권했던 건 ‘그냥 지하철 타고 출근을 하세요’가 아니었습니다. 한 번에 큰 도전이 아니라 가장 적은 행동부터 B 씨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서 단계적인 노출을 해보는 거였습니다. 가장 처음으로는 ‘우선 지하철역까지만 가 볼까요’로 했었고요. 지하철역에 가는 게 수월해졌을 때쯤 ‘이번에는 한번 지하철을 타고 딱 한 정거장만 가볼까요’로 했습니다. 그게 또 가능해졌을 때 ‘그다음에는 혼잡한 시간대에서 딱 5분만 한번 있어볼까요?’ 이런 식으로 차츰차츰 다음 단계의 행동을 해 나아갈 수 있게끔 했습니다. B 씨는 처음에 너무 무서워했지만 점차 두근거리는 느낌이나 불편감이 줄어드는 걸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은 지하철 타는 게 별로 두렵지 않다고 하면서 좀 더 수월하게 지하철을 타고 그리고 좀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게 바로 불안의 파도를 타는 기술입니다. 노출은 거창하게가 아니라 가장 부담 없이 해볼 만한 최소한의 행동 1개로 시작해야 합니다. 만약에 그조차도 시도할 수 없을 때는 ‘이건 위험이 아니라 불안 반응이야’라고 되뇌이며 천천히 호흡에 집중을 해 봅니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5초가량 숨을 참았다가 다시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쉽니다. 호흡 중에는 최대한 몸에 힘을 빼고 의식적으로 호흡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핵심은 불안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불안한 채로 아주 작은 행동을 해보는 것입니다. 이 경험이 쌓이면 뇌는 불안해도 위험하지 않다를 점점 더 학습하고 불안이라는 파도를 안전하게 타는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면서 회복을 만들어 갑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불안은 뇌와 몸에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불안을 키우는 건 종종 신체 증상 자체보다는 그에 붙는 최악의 해석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 확인하려고 하고 무작정 피해 버리는 악순환을 돌리는 것입니다. 반대로 불안을 다루는 길은 명확합니다. 사실과 해석을 분리하고, 확인하고 회피하려는 걸 줄이고, 바로 지금에 초점을 맞추며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동을 선택해 나가는 것입니다. 걱정이 엔진처럼 불안을 돌릴 때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내가 그것을 조금씩 행동을 더 하려고 하고 바꿀 수 없는 것은 편안하게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혹시 지금 불안이 너무 커서 일상이 흔들리고 있다면 혼자 버티시지 마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추천드립니다. 불안은 치료가 가능한 문제이고 도움을 받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걸 꼭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것만은 기억하자>
◆조서은: 불안이 다가온다고 느낀다면 이 두 가지만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첫째는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고, 둘째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부담이 적은 행동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해 보는 것입니다. 그 작은 반복들이 여러분들이 분명 불안이라는 파도를 멋지게 타는 기술을 터득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오늘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라면서 저는 여기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YTN 이시우PD (lsw54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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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서은입니다.오늘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걱정이 병이 되는 시대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입니다.
◇박상훈: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지며 막연한 두려움이 계속된다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하는 질환인 불안장애. 최근 사회적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불안장애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불안이 반복되면 수면 장애와 집중력 저하는 물론 공황 발작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한 경우 일상생활까지 힘들어진다는데 우리 몸이 보내는 마음의 신호 불안. 불안을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풍요의 시대, 왜 더 불안할까?>
◆조서은: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100만 불안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20대의 불안 환자가 5년 만에 거의 2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특히 2030 청년층의 증가세가 가파릅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실제로 환자분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얘기도 바로 이 ‘불안하다’ 입니다. 그런데 더 문제는 실제로 치료를 받는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너무 불안해도 혼자 버티다가 늦게 오시곤 합니다. 이전보다 더 발전하고 풍요로운 시대인데도 요즘 왜 이렇게 더 불안할까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는 인생의 매 단계마다 학업, 취업, 경제력 등 끝이 없는 과제를 마주하면서 끊임없는 압박감을 느낍니다. 여기에 SNS 같은 온라인 환경이 더해지면서 불안은 더 쉽게 커집니다. 자연스럽게 남들과 나를 비교하게 만들고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친 채 보이는 성취에 더 쉽게 매달리게 됩니다. 나는 더 부족한 것 같고 미래가 더 불확실하고 불안하게 느껴지기 쉽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마음이 긴장 상태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눈앞의 성취를 따라가느라고 정작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은 뒤로 밀립니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그 속에서 오히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삶의 방향을 잃기 쉬운 때입니다.
<불안은 나쁘기만 한 감정일까?>
◆조서은: 이쯤에서 한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짚고 가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불안을 안 좋은 느낌으로만 생각하시는데, 사실 적당한 불안은 우리에게 꼭 필요합니다. 불안은 우리를 괴롭히려고 생긴 게 아니라 위험을 감지하고 대비하게 만드는 경고 신호입니다. 그래서 불안이 전혀 없다면 오히려 위험을 지나치기가 쉽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도 준비가 느슨해질 수 있습니다. 적당한 불안은 이렇게 우리에게 조심하자는 메시지를 주고 미래를 대비하게 하면서 준비할 힘을 만들어 줍니다. 때로는 동기를 부여하고 집중력을 높여서 더 좋은 성과를 내게도 하죠.
<치료가 필요한 병적인 불안>
◆조서은: 그렇다면 치료가 필요한 병적인 불안은 뭘까요?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불안이 도움이 되는 수준을 넘어서 삶을 흔드는 수준으로 커질 때는 불안장애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첫째 비례성 일어난 상황에 비해 불안이 지나치게 큰지, 둘째 지속성 걱정했던 상황이 끝났는데도 불안이 오랫동안 지속되는지, 셋째 통제 곤란 그만 생각하고 싶은데 스스로 조절하기가 어려운지, 넷째 기능 저하 그 불안 때문에 잠을 못 자거나 업무와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무너지고 있는지. 이 네 가지에 해당이 된다면 병적인 불안으로 꼭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환자 사례를 한번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중인 20대 A 씨가 계셨어요. 시험이 다가오니까 점점 더 불안하다고 했고요. 처음에는 그 불안감으로 인해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더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있게끔 됐다고 했어요. 적절한 불안이라면 이렇게 시험이 다가올수록 긴장감도 생기고 마음이 조급해지긴 하지만 그 긴장이 오히려 공부 계획을 세우고 집중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불안하지만 할 수 있다라는 느낌이 남아 있고 공부를 하면 불안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또 시험이 끝나면 불안은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일상 리듬도 회복이 되게 됩니다. 그런데 20대 A 씨는 어느 순간부터 걱정이 엔진처럼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떨어지면 내 인생 끝이 날 것만 같아’,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아’, ‘아, 지금 시작하면 늦은 것 같아’ 이런 생각들이 반복되면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고 집중도 안 되고 미칠 듯이 괴롭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시험이 다가오기 훨씬 전부터도 이 생각이 멈추지 않고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면 오히려 불안이 폭발하면서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아 망하면 인생 끝이야’ 같은 최악의 생각이 반복되면서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밥도 넘어가지 않고 또 미리 공부해 놓지 않은 그런 자신을 과도하게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불안이 상황에 비해서 과도하게 오래 지속되고 또 스스로 조절이 어렵고 수면이라든지 학업, 관계 같은 이러한 기능을 무너뜨릴 때는 단순히 시험에 대한 적절한 긴장감을 주는 적절한 불안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병적 불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불안장애는 단순한 불안감, 긴장감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불안이 내 삶을 뿌리째 흔드는 거대한 파도가 되었을 때입니다. 바다에 파도가 있는 건 당연하듯이 인생에도 불안이 있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바다에서 파도를 없애는 건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결국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이겁니다. 불안을 없애는 게 목표가 아니라 불안이 도움이 되는 수준을 넘어서 삶을 흔드는 수준으로 커질 때 그 불안을 다루는 법을 익히는 겁니다. 불안이 왜 생기는지 이해하고 불안이 올라와도 중심을 잡고 내 일상을 지켜내는 힘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불안할 때,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조서은: 먼저 불안할 때 우리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위험을 감지하면 경보기의 역할을 하는 편도체가 가장 먼저 ‘조심해’ 하고 울립니다. 전전두엽은 판단과 조절을 담당하는 컨트롤 센터로 비유할 수가 있는데요. 경보가 울리면 전전두엽이 ‘괜찮아, 다시 생각해 보자’ 하면서 브레이크를 걸어서 과열된 반응을 진정시킵니다. 자극과 경험을 장기적으로 기억하는 역할을 하는 해마는 ‘이때 과거에도 이 상황이 위험했었나’를 비교하게 합니다. 즉, 지금의 자극을 과거 경험과 대조해서 예전에 비슷한 상황에는 어땠는지 떠올려서 지금의 자극을 다루게 됩니다. 이 세 역할의 균형에 따라서 불안이 잠깐의 긴장으로 지나갈지 아니면 크게 번져서 오래 갈지가 달라지게 됩니다. 원래라면 연기처럼 위험 신호가 들어오면 경보기가 잠깐 울리고 연기가 사라지고 나면 전전두엽이라는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경보가 꺼져야 합니다. 즉, 위험에 반응하되 필요할 때는 다시 평상시로 돌아오는 시스템이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그런데 병적 불안에서는 이 브레이크가 잘 걸리지가 않습니다. 경보가 한 번 울리면 꺼지지 않고 오래 지속되거나 혹은 아예 경보기가 너무 예민해져서 연기가 없는데도 살짝 바람만 불어도 계속 울리는 것처럼 반응을 합니다. 그래서 사소한 자극에도 불안이 크게 올라오고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으면서 이 정도까지 불안할 일이 아닌데 라고 머리로는 알아도 몸과 마음이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 상태가 돼요. 문제는 여기서부터 불안이 강해질수록 전전두엽 즉 알림을 꺼주는 그 브레이크 역할이 더 잘 작동하지 않게 돼 버린다는 겁니다. 머리로는 별일 아닐 수도 있어라고 생각을 해도 몸과 마음은 이미 경보 모드에 들어가 있어서 쉽게 진정이 안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들이 떠오릅니다.‘큰일 날 것만 같아’, ‘내가 이 상황을 조절 못 하겠어’, ‘나 이대로면 죽을 것만 같아’ 이러한 생각들이 마구 떠오르고 특히 이런 것들은 공황 발작에서 강하게 나타납니다. 결국에 병적 불안은 경보기와 브레이크가 함께 작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경보 시스템이 과열된 생리적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편도체가 불안을 느끼면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조서은: 뇌에서 편도체가 경보를 울리면 어 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편도체가 알람을 울렸을 때 몸에서는 교감 신경이 켜집니다. 교감 신경은 각성시키고 긴장하게 하는 스위치입니다. 그래서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게 만든다든지 답답하거나 숨 쉬기가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속이 좀 메스껍거나 소화가 좀 잘 안 되는 것 같거나 손발이 저리거나 떨리거나 혹은 식은땀이 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몸의 반응은 생각보다 먼저 빠르게 일어나곤 합니다. 그래서 흔히 불안을 마음의 상태로만 생각을 하는데 불안이란 파도가 오면 사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흔들리곤 합니다. 이 때문에 이러한 반응들이 나타났을 때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심장내과나 호흡기 내과, 신경과 같은 곳을 먼저 찾곤 합니다. 그 과들을 갔을 때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증상이 분명히 느껴지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히 상상이 아니라 자율신경계 교감 신경이 만들어 내는 실제 생리적인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드려볼까요? 불안할 때 가장 위험한 건 실제로 몸에서 나타나는 증상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때문일까요? 대부분 불안을 더 크게 키우는 건 증상 그 자체라기보다 그 증상에 붙는 최악의 해석, 즉 최악의 시나리오 때문입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만나는 전형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30대 사무직 직장인 B 씨의 이야기인데요. 어느 날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갑자기 심장이 쿵쿵 뛰는 것 같고 숨이 막히고 좀 손발이 저리면서 식은땀이 났다고 해요. 순간 B 씨의 머릿속에 딱 한 문장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어? 나 지금 심장마비가 오는 거 아니야?’ B 씨는 바로 다음 역에서 뛰쳐나와서 응급실에 갔고 여러 검사를 해봤지만 다 정상이었대요.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다행이다. 검사가 다 정상이네’라고 끝나야 되는데 며칠 뒤 지하철만 타면 다시 두근거리면서 숨이 막힐 듯한 느낌이 올라오고 그러한 불안감이나 그러한 몸에 힘든 것들이 또 오면 어떡하지라는 예기 불안이 생기면서 결국은 지하철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출근길이 점점 더 불안해지고 이후에는 회의 시간에도 숨이 답답해질까 봐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이 또 그렇게 올라오면 ‘나는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어’라고 해석을 하면서 불안감은 점점 더 커졌습니다. 두근거림 자체는 교감 신경이 켜지면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심장마비인가’라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면서 불안이 확 커지게 됩니다. 결국 신체 감각에 대한 최악의 상황으로 가정하는 게 불안을 더 키우고 또 신체 감각을 증폭시키면서 불안이 더 폭발하는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 악순환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두 가지 반응이 있습니다. 하나는 회피, 또 하나는 확인입니다. 둘 다 목적은 같습니다. 불안을 좀 줄여보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가지가 불안을 더 오래 그리고 더 크게 만들 때가 많습니다. 먼저 회피부터 살펴보면 불안을 적극적으로 피해버리는 겁니다. 감당하기 힘든 불안이 올라오면 회피해버리는 방어 기제를 작동시킵니다. 발표가 무서우면 병가를 내고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우면 약속을 취소해 버립니다. 문제는 회피가 당장은 정말 편하다는 겁니다. 당장 피해버리면 그 순간 불안감이 뚝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피했더니 살았다라고 뇌가 잘못 학습을 합니다. 그러면 다음엔 그 상황이 점점 더 무섭게 느껴지고 더 작은 자극에도 경보가 더 크게 울립니다. 피할수록 불안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점점 더 껍질 속으로 움츠러들게 만들어서 삶을 좁혀 버립니다. 앞서 말한 그 30대 B 씨는 지하철에서 한 번 숨이 막히는 느낌을 겪은 뒤에 ‘또 그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예기 불안이 있으면서 처음에는 혼잡한 지하철 시간대만 피하다가 점점 지하철 자체를 못 타게 되고 나중에는 결국 회사 출근도 못 하게 되면서 혼자 외출하는 것 또한 꺼렸습니다. 이분도 처음에는 회피가 도움이 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지하철을 안 타면 불안이 안 오니까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직장 생활을 못 하고 일상생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밖은 위험하다’라는 학습이 강해져서 불안이 더 쉽게 켜지고 그리고 불안이 점점 더 악화되는 그러한 악순환이 되었습니다.
다음은 재차 확인을 하는 악순환을 예로 들어볼 건데요. 이거는 건강 염려를 하시는 분들께 특히 잘 나타나곤 합니다. 40대 C 씨가 계셨어요. 원래는 건강에 그렇게 크게 신경 쓰는 분이 아니셨거든요. 근데 어느 날부터 속이 좀 더부룩하고 체한 느낌이 계속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무심코 넘겼던 그런 미미한 그런 속 불편감도 어느 날 갑자기 큰 병의 전조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이때 불안한 뇌는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안 믿고 내 몸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증거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 뒤로도 C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몸을 살피고 인터넷 검색도 지속적으로 하고 병원을 가서 검사도 반복해서 받으려고 했습니다. ‘선생님 정말 저 괜찮은 거 맞나요?’라고 계속 확인받으려고 했습니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날은 좀 안심이 돼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 ‘어, 혹시 검사에서 놓친 게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게 오진이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올라오면서 다시 또 확인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불안하니까 또 빨리 가서 확인을 해야지만 내가 안정감을 느낄 것 같다’라고 생각이 들면서 불안할 때마다 병원을 가거나 인터넷을 검색해서 안심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다시 밀려드는 걱정으로 인해서 삶의 다른 부분은 오히려 소홀하게 되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몸에 대한 확인만 반복적으로 하려고 했고요. 그 생각에만 매달리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계속 불안이라는 파도는 더 자주 그리고 더 크게 밀려오고 C 씨의 일상적인 생활조차 어려워졌습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무작정 피해 버리는 거나 혹은 반복적인 확인은 가짜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불안장애를 악화시키고 고착화시킵니다.
<불안장애의 치료법>
◆조서은: 불안장애가 그럼 있다면 치료를 어떻게 해 나가야 될까요? 크게 두 축이 있습니다. 하나는 약물 치료 다른 하나는 정신 치료 그중에서도 왜곡된 사고를 교정해서 좀 더 적응적인 반응을 훈련시키는 인지행동치료가 있습니다. 약물은 불안을 지우는 마법이라기보다 과열된 경보 시스템에 볼륨을 낮춰서 사고의 전환이 가능하도록 바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불안이 너무 커서 잠을 못 자고 몸이 계속 각성되어 있고 일상 기능이 이미 크게 무너진 상태라면 그 약물이 바닷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지 않게 해주는 부력처럼 도움이 될 수가 있습니다. 비교적 경미한 불안이라면 생활을 좀 조절하고 인지행동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불안이 오래 지속되고, 수면이 무너지고, 직장이나 학교를 가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그리고 공황이 반복되거나 그리고 계속 확인하고 무조건 피해 버리려고 하는 그 반응들이 커졌다면 그때는 약물 치료로 우선 안정된 기반을 만든 뒤에 그리고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특히 불안을 줄이려고 하면 할수록 더 불안해지는 느낌이 강한 분들은 우선 약으로 과열된 각성을 좀 낮춰 두면 인지행동치료 훈련이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
<인지행동치료(CBT)란?>
◆조서은: 이제부터는 인지행동치료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거창한 게 아닙니다. 불안이 올라오는 순간마다 불안감이 악화되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는 게 핵심입니다. 다음에 네 단계로 보통 진행을 하는데요. 첫째, 자동 사고를 알아차리고, 둘째, 그 생각의 근거를 점검하고, 셋째, 더 균형 잡힌 생각을 만들고, 넷째, 회피나 확인 대신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동을 단계적으로 시도하게끔 합니다. 먼저 불안이 올라오는 순간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멈춰서 차분히 불안을 그대로 직면하고 바라보는 겁니다. ‘지금 나는 위험한 게 아니라 불안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있는 그대로 담담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실제 사실과 거기에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사고를 조금씩 분리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안장애를 붙잡는 두 축 확인과 회피를 줄이고 다른 반응을 연습하도록 해야 합니다. 병적인 불안은 보통 최악을 상상하려고 합니다. 이때 차분하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 현실로 시선을 옮겨야만 합니다. 설령 불편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대처를 떠올려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확인은 줄여야 되고 피해버리는 거 대신 작지만 안전한 노출을 단계적으로 해봐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30대 직장인 B 씨의 얘기를 좀 더 이어서 해보면요. B 씨는 밖은 위험하다는 학습이 강해져서 불안이 계속 더 쉽게 올라오곤 했습니다. 이때 B 씨에게 권했던 건 ‘그냥 지하철 타고 출근을 하세요’가 아니었습니다. 한 번에 큰 도전이 아니라 가장 적은 행동부터 B 씨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서 단계적인 노출을 해보는 거였습니다. 가장 처음으로는 ‘우선 지하철역까지만 가 볼까요’로 했었고요. 지하철역에 가는 게 수월해졌을 때쯤 ‘이번에는 한번 지하철을 타고 딱 한 정거장만 가볼까요’로 했습니다. 그게 또 가능해졌을 때 ‘그다음에는 혼잡한 시간대에서 딱 5분만 한번 있어볼까요?’ 이런 식으로 차츰차츰 다음 단계의 행동을 해 나아갈 수 있게끔 했습니다. B 씨는 처음에 너무 무서워했지만 점차 두근거리는 느낌이나 불편감이 줄어드는 걸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은 지하철 타는 게 별로 두렵지 않다고 하면서 좀 더 수월하게 지하철을 타고 그리고 좀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게 바로 불안의 파도를 타는 기술입니다. 노출은 거창하게가 아니라 가장 부담 없이 해볼 만한 최소한의 행동 1개로 시작해야 합니다. 만약에 그조차도 시도할 수 없을 때는 ‘이건 위험이 아니라 불안 반응이야’라고 되뇌이며 천천히 호흡에 집중을 해 봅니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5초가량 숨을 참았다가 다시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쉽니다. 호흡 중에는 최대한 몸에 힘을 빼고 의식적으로 호흡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핵심은 불안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불안한 채로 아주 작은 행동을 해보는 것입니다. 이 경험이 쌓이면 뇌는 불안해도 위험하지 않다를 점점 더 학습하고 불안이라는 파도를 안전하게 타는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면서 회복을 만들어 갑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불안은 뇌와 몸에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불안을 키우는 건 종종 신체 증상 자체보다는 그에 붙는 최악의 해석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 확인하려고 하고 무작정 피해 버리는 악순환을 돌리는 것입니다. 반대로 불안을 다루는 길은 명확합니다. 사실과 해석을 분리하고, 확인하고 회피하려는 걸 줄이고, 바로 지금에 초점을 맞추며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동을 선택해 나가는 것입니다. 걱정이 엔진처럼 불안을 돌릴 때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내가 그것을 조금씩 행동을 더 하려고 하고 바꿀 수 없는 것은 편안하게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혹시 지금 불안이 너무 커서 일상이 흔들리고 있다면 혼자 버티시지 마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추천드립니다. 불안은 치료가 가능한 문제이고 도움을 받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걸 꼭 기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것만은 기억하자>
◆조서은: 불안이 다가온다고 느낀다면 이 두 가지만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첫째는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고, 둘째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부담이 적은 행동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해 보는 것입니다. 그 작은 반복들이 여러분들이 분명 불안이라는 파도를 멋지게 타는 기술을 터득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오늘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라면서 저는 여기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YTN 이시우PD (lsw54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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