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인사이트 126회] 단순 피로로 오해하기 쉬운 '어지럼증'

[메디컬 인사이트 126회] 단순 피로로 오해하기 쉬운 '어지럼증'

2026.03.06. 오후 10:2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방송일시 : 2026년 3월 6일 (금) 저녁 10시 20분
□ 담당 PD : 이시우
□ 담당 작가 : 김배정, 김현정
□ 출연자 : 정재호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 방송 채널
IPTV - GENIE TV 159번 / BTV 243번 / LG유플러스 145번
스카이라이프 90번
케이블 - 딜라이브 138번 / 현대HCN 341번 / LG헬로비전 137번 / BTV케이블 152번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정재호: 안녕하세요. 이비인후과 전문의 정재호입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단순 피로로 오해하기 쉬운 어지러움의 원인과 치료법입니다.

◇박상훈: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들거나 균형을 못 잡고 똑바로 서 있기 힘든 어지럼증, 어지럼증은 나이가 들수록 흔해지는 증상으로 특히 60대 이후에서 급격히 증가해 낙상과 일상생활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어지럼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한데 귀 안쪽의 균형 기관 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고, 뇌와 관련된 신경계 질환 그리고 혈압 변화나 스트레스 등으로 나눌 수 있다.이 중에서도 가장 흔한 원인은 귀 안에 위치한 균형기관의 이상으로 발생하게 된다는데, 단순 피로로 오해하기 쉬운 어지럼증의 발생 이유와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어지럼증, 왜 쉽게 넘길까?>
◆정재호: 여러분 혹시 아침에 일어났는데 세상이 살짝 도는 느낌을 받은 적 있으신가요? 이런 증상이 생기면 많은 분들이 요즘 내가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또는 잠을 못 자서 어지러운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겨버리시는데요. 어지럼증은 생각보다 아주 흔하고 생각보다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또 생각보다는 치료가 잘 되는 질환입니다.이비인후과 외래 진료를 하다 보면 “귀 아파서 왔어요”보다는 “어지러워서 왔어요”라는 말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실제로 응급실 외래를 통틀어 어지럼증 빈도로 따졌을 때는 상위 5대 증상 안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지럼증을 느끼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는 잘 떠올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지러움이 생기면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혹시 빈혈인가? 아니면 혈압이 떨어졌나? 뇌졸중 아니야? 큰 병이면 어떡하지 물론 어지럼증 중 일부는 뇌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어지러움의 대부분은 귀에서 시작됩니다.

<‘어지럽다’는 느낌, 모두 같을까?>
◆정재호: 병원에 오셔서 선생님 어지러워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정말 많습니다.그런데 사실 우리 말에서 어지럽다라는 표현은 하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하나가 아닙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의사들이 어떻게 어지러우세요? 빙글빙글 도는 느낌인가요? 휘청거리나요? 눈앞이 캄캄해지나요? 하고 이것저것 묻게 됩니다. 환자분들 입장에서는 그냥 어지럽다니까 왜 이렇게 꼬치꼬치 물어보지라고 답답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이 질문들이 바로 원인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그래서 어지럽다라는 걸 자세히 뜯어보면 느낌에 따라서 전혀 다른 문제일 수가 있습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회전성 어지럼증이라고 하고 의학적으로는 현운, 영어로는 Vertigo라고 부릅니다. 이때는 대부분 귀 안에 있는 평형기관의 문제와 관련이 있고,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과 같은 질환이 흔한 원인이 됩니다.그리고 몸이 붕 뜬 것 같고 술에 취한 것처럼 휘청거린다 또는 똑바로 서 있는 게 불안하다라고 표현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런 느낌은 회전성 어지럼증이라기보다는 균형을 잘 잡지 못하는 상태, 즉 비회전성 어지럼이나 균형 장애에 가깝습니다. 이 역시 귀의 균형 기능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지면서 쓰러질 것 같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이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실신의 느낌에 해당합니다.이런 경우는 귀보다는 혈압이나 심장 문제 그리고 탈수나 빈혈 같은 전신적인 문제를 먼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걷다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럴 때는 귀를 포함해서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여러 시스템 중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어지럼증과 함께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동반되면 이건 절대로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신호로 뇌질환 가능성을 반드시 먼저 확인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환자분들이 느끼는 어지럽다는 한마디 안에 회전성 어지러움인지 균형 장애인지 실신에 가까운 상태인지 아니면 뇌 문제를 의심해야 되는 상황인지가 모두 섞여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그 느낌 하나하나를 나눠서 듣고, 자세히 묻고, 확인하는 겁니다. 이 과정이 귀의 문제인지 아니면 뇌의 문제인지 아니면 전신적인 문제인지를 가려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어지럼증 중에는 뇌질환을 반드시 의심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귀의 평형기관 문제로 생기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어지럼증, 귀에서 발생하는 이유?>
◆정재호: 그러면 귀에는 도대체 어떠한 일이 일어나길래 어지러움이 발생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주로 귀를 소리만 듣는 기관으로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귀는 우리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도 합니다. 뇌•눈•근육 그리고 귀가 서로 계속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우리가 똑바로 서 있고 걷고 움직일 수 있게 해줍니다. 그 중에서도 귀 안쪽에 있는 전정기관이 중심이 됩니다. 전정기관은 머리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바로 알아차려서 그 정보를 뇌로 보냅니다. 뇌는 그 신호를 눈에서 들어오는 정보와 비교한 뒤에 눈과 근육에 다시 명령을 내려서 시선을 안정시킵니다. 그래서 귀의 균형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머리를 움직일 때 세상이 흔들려 보이거나 빙글빙글 도는 느낌, 즉 어지러움이 나타나게 됩니다. 결국 어지럼증은 귀와 뇌 눈이 함께 만드는 균형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귀 안쪽에는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아주 정교한 균형 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인체의 신비로움인데요. 세 개의 반고리관과 이석기관입니다.이 구조들은 우리가 고개를 돌리거나 숙이거나 막 일어날 때처럼 머리가 움직이는 모든 순간을 감지해서 뇌로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정보 때문에 우리는 눈을 감고도 서 있을 수 있고 갑자기 방향을 바꿔도 넘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먼저 반고리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반고리관은 말 그대로 반원 모양의 관이 세 방향으로 서로 엇갈려 배치되어 있는데 쉽게 비유하자면 훌라후프 3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겹쳐 있는 모습과 비슷합니다.그런데 이 훌라후프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가 고개를 좌우로 돌리게 되면 이 관 속의 물이 움직이게 되겠죠. 그런데 관 중간에는 아주 얇은 셀로판지 같은 막이 하나가 있고 그 막은 물의 움직임에 따라서 좌우로 움직이게 됩니다. 바로 이 움직임을 막 아래에 붙어 있는 신경 세포가 감지해서 지금 머리가 이렇게 회전하고 있다는 신호를 바로 뇌로 보내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반고리관이 머리의 회전을 감지하는 원리입니다.
다음은 이석기관입니다. 이석기관은 머리의 기울기나 직선으로 움직이는 가속도를 느끼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도 비슷한 구조가 있는데 바닥에는 신경세포가 깔려 있고 그 위를 젤리 같은 막이 덮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젤리 위에는 아주 작은 돌무더기 즉 이석이 올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고개를 숙이거나 뭐 옆으로 기울이거나 그렇게 되면 이 돌무더기가 중력 때문에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서 젤리막을 누르게 됩니다. 그러면 그 아래에 있는 신경 세포가 자극을 받아서 아 지금 머리가 이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신호를 뇌로 또 보내게 됩니다.이렇게 반고리관은 주로 빙글빙글 도는 회전을 느끼고 이석기관은 기울어짐이나 직선 움직임을 느끼면서 서로 역할을 나눠 균형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정교한 평형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러움이 나타나죠. 이석이 제자리를 벗어나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이석증이 생기고 평형 신경 안쪽에 있는 전정신경 자체에 염증이 생기면 전정신경염이 됩니다. 또 귀 안에 들어있는 물. 내림프 압력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 메니에르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어지럼증은 이렇게 귀 안의 균형 장치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부터 이 세 가지 질환에 대해서 하나씩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석증이란?>
◆정재호: 먼저 가장 흔한 어지럼증, 이석증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이석증은 귀 안에 있는 이석이라는 아주 미세한 칼슘 결정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서 회전을 담당하는 세반고리관 안으로 들어가면서 생기는 질환이 되겠습니다. 이석증은 생각보다 굉장히 흔합니다. 성인의 약 20%가 평생 한 번 이석증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고 특히 40대 이후, 그리고 고령층에서는 급격히 늘어납니다. 이석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이렇습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고개를 옆으로 돌릴 때 그리고 침대에서 돌아 눕는 순간, 그리고 선반에서 물건을 꺼내려고 고개를 들면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멀미하듯 속이 매스껍고 구토를 동반하기도 하죠. 그런데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이 어지럼증은 몇 초에서 길어야 1분 이내에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금세 괜찮아집니다.

그렇다면 이석증은 왜 생길까요? 대부분은 특별한 원인 없이도 생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노화나 장기간 누워 지내는 생활,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 그리고 가벼운 머리 충격으로도 이석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세 변화가 많은 운동을 하면서 이석증이 발생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진동이나 충격도 중요한 유발 요인인데요. 치과 치료를 받는다거나 안마 의자 사용 뒤에 이석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석증을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요? 어지러워서 이비인후과에 오시면 마치 물안경처럼 생긴 장비를 쓰고 검사를 하시게 됩니다. 물안경은 아니고요. 눈의 움직임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카메라입니다. 귀와 눈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우리 눈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카메라의 손 떨림 방지 기능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귀에 문제가 생기면 그 영향이 눈의 움직임으로 나타납니다. 이석증은 다행히도 약을 오래 먹지 않아도 수술을 하지 않아도 치료가 가능합니다. 반고리관 안에 잘못 들어간 이석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 이석기관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려놓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병원에서는 환자의 머리와 몸을 순서에 맞게 천천히 움직이는 치료를 시행합니다. 이것을 바로 이석치환술이라고 하는데요. 조금 쉽게 설명하면 귀 안에 돌아다니는 작은 이석 조각들을 중력의 힘을 이용해서 원래 이석이 있던 곳으로 빼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치료를 하면서 머리와 몸을 움직이면 처음에는 잠깐 어지러울 수 있지만 대부분 짧은 시간 안에 치료가 끝나고 한두 번의 치료만으로도 어지러움이 크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이석증으로 진단받으신 많은 분들이 병원에서 궁금해하시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먼저 가장 흔한 질문이 “이석증은 한 번 생기면 평생 가나요?”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석증은 재발은 가능하지만 평생 지속되는 병은 아닙니다. 대부분 적절히 치료받으면 좋아지고 재발하더라도 또 치료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두 번째로 많이 걱정들 하시는 게 “뇌질환 때문에 생긴 건가요?”라는 질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석증은 뇌의 문제가 아니라 귀 안에 평형기관의 문제입니다. 물론 어지러우면 뇌를 먼저 걱정하시게 되겠지만 전형적인 이석증은 뇌질환•뇌기능과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또 이런 질문도 있습니다. “운동하면 더 악화되나요?” 무조건 그렇지는 않습니다. 치료 중이거나 증상이 남아 있을 때는 머리를 갑자기 돌리신다거나 과격한 동작은 피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하지만 증상이 회복된 뒤에는 특별히 운동을 제한할 필요도 없고 일상생활을 편안하게 하셔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노인만 걸리는 병인가요?” 라고 물으시기도 하는데요.아닙니다. 젊은 층에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이석을 붙잡아주는 구조가 약해지면서 이석이 떨어져 나오기가 쉬워지기 때문에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이석증은 흔하지만 잘 치료되는 병이고 필요 이상으로 걱정을 하실 질환은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정신경염이란?>
◆정재호: 다음은 전정신경염입니다. 전정신경염은 말 그대로 균형을 담당하는 신경, 즉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긴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바이러스 감염 이후에 발생을 합니다.그래서 환자분 이야기를 들어보면 “며칠 전에 감기가 심했어요.”“몸살이 있었어요.” 이런 말들을 자주 하십니다. 전정신경염의 특징적인 증상은 갑자기 시작되는 심한 회전성 어지러움입니다.그래서 어느 날 아침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일어나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어지러워지는 것이 전형적인 증상이 되겠습니다.하지만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청력은 대부분 정상입니다.이 점이 나중에 설명드릴 메니에르병과 중요한 감별점이 되겠습니다.그럼 여기서 또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게 있습니다.

왜 전정신경염이 생기면 눈이 흔들리고 세상이 도는 느낌이 날까요?우리가 귀 안의 균형 기관은 항상 좌우가 짝을 이루어서 작동을 하게 됩니다.마치 줄다리기를 하듯이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균형을 맞추어서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태입니다.평소에는 가만히 있어도 양쪽 균형 신경이 같은 세기로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뇌는 지금 이제 몸이 움직이지 않고 있구나라고 인식을 합니다. 그런데 전정신경염이 생기면 한쪽 전정신경이 갑자기 마비가 되거나 약해집니다. 그러면 멀쩡한 쪽 귀에서는 정상적인 신호를 보내는데 아픈 쪽에서는 신호가 거의 오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몸이 한쪽으로 회전하고 있구나 이렇게 잘못 해석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가만히 누워 있어도 본인은 마치 세상에 한쪽으로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이 잘못된 회전 신호는 눈을 조절하는 신경으로도 전달이 됩니다. 그 결과 눈이 한쪽으로 천천히 끌려갔다가 다시 빠르게 튀어 돌아오는 움직임 즉 안진이 나타나게 됩니다. 머리는 가만히 있는데 눈이 계속 움직이니까 뇌는 더 혼란스러워지고 그 결과 멀미하는 것처럼 심한 어지럼•오심 그리고 구토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전정신경염에서 어지럼이 유독 심하고 며칠씩 지속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 전정신경염은 어떻게 치료할까요? 치료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처음에는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를 줄이기 위해 약물 치료와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환자가 급성기를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가 되겠습니다.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 약들이 전정신경을 직접 낫게 하는 치료는 아니라는 것입니다.급성기가 지나면 치료의 중심은 전정 재활 치료로 옮겨가게 됩니다. 전정 재활 치료는 뇌가 한쪽 귀에서 오는 약해진 신호를 문제가 있는 신호가 아니라 새로운 정상 상태로 다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입니다. 눈과 머리, 몸의 움직임을 반복해서 연습하면서 뇌가 균형을 다시 배우게 되고 이를 통해 어지러움은 점점 호전됩니다. 그래서 전정신경염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재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정신경염으로 진단을 받으시면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이 있습니다.가장 먼저 “MRI는 왜 찍어야 하나요?” 입니다. 전정신경염 자체를 직접 진단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어지러움을 일으킬 수 있는 뇌졸중이나 뇌종양 같은 중추 신경계 질환을 반드시 감별하기 위해서 MRI 검사가 필요합니다.특히 어지러움이 갑자기 심하게 시작되는 경우 급성 어지러움에서는 안전하게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또 이런 질문도 많이 하십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기나요?스트레스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수 있지만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바이러스 감염 후 발생할 위험이 높아질 수는 있습니다. “이렇게 심한데 평생 가는 건 아닐까요?” 또 중요한 질문 중 하나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어지럽지만 대부분은 며칠에서 몇 주에 걸쳐 증상이 천천히 호전되며 재활 치료를 잘 병행하면 회복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발할 수 있나요?” 라며 걱정도 많이 하시는데요.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전정신경염은 재발이 흔한 질환은 아닙니다. 하지만 드물게 다시 발생하거나 아니면 반대쪽 귀에서 생길 가능성은 있습니다. 전정신경염 치료에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어지러우니까 최대한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급성기에는 맞는 말이지만 너무 오래 가만히 누워만 있으시면 회복이 느려집니다. 전정신경염은 뇌가 다시 균형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지러움이 조금 가라앉으면 의사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고개를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오히려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메니에르병이란?>
◆정재호: 마지막으로 알아볼 질환은 바로 메니에르병입니다. 이 병은 귀 안쪽, 즉 소리를 듣는 달팽이관의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 안에 있는 림프액이라는 액체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발생하게 됩니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러움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질환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과는 달리 난청을 함께 동반하는 어지럼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메니에르병에서는 세 가지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바로 어지럼증, 난청, 그리고 이명과 귀 먹먹함이 되겠습니다. 메니에르병의 어지럼증은 이석증처럼 몇 초 만에 끝나지는 않습니다. 보통 수십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 동안 지속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증상이 예고 없이 갑자기 발작처럼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어느 날은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어지럼증이 찾아오고,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지고, 또다시 갑자기 어지럽고 좋아지는 것이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이 어지러움이 올 때마다 한쪽 귀의 청력이 떨어지고, 또 웅 하는 이명이 들리거나 귀가 꽉 찬 느낌이 함께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환자분들이 언제 어지러울지 몰라서 불안하고, 어지러움이 올 때마다 귀도 안 들리고 꽉 막힌 느낌 때문에 더 불안해하고 일상 생활이 너무 힘들다라고 말씀을 하시게 됩니다. 그럼 메니에르병에서는 왜 이런 증상이 발작처럼 생겼다가 사라질까요? 귀에 달팽이관과 전정기관 안에는 내림프라는 액체가 들어 있는 아주 간단한 튜브와 같은 구조가 있습니다. 이 구조는 귀가 정상적으로 소리와 균형을 느낄 수 있도록 아주 중요한 전기적인 환경을 유지하게 되죠. 그런데 메니에르병이 생기면 이 튜브 안에 압력이 점점 올라가면서 어느 순간 풍선처럼 미세하게 찢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원래 섞이면 안 되는 내림프와 튜브 바깥에 있는 외림프가 섞이게 되고 귀 안에서 유지되던 정상적인 전기 신호 환경이 갑자기 무너지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는 귀가 잠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 쉽게 말해 순간적으로 귀가 바보가 된 것처럼 되어서 어지러움과 난청, 이명이 한꺼번에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찢어졌던 구조가 다시 회복이 되면 귀 안의 정기적 균형도 점차 정상으로 돌아오고 그에 따라서 증상도 서서히 가라앉게 됩니다. 메니에르병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할까요? 메니에르병의 치료의 목표는 병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라기보다는 어지러운 발작의 빈도와 강도를 줄이고 청력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치료는 보통 두 단계로 나누어 생각을 하게 됩니다. 먼저 급성기 즉 어지러운 발작이 심하게 올 때는 어지럼과 구토를 줄이기 위해서 어지럼증 약을 사용해 가지고요.증상을 빠르게 가라앉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급성기가 지나면 치료의 중심은 유지 치료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귀 안에 내림프 압력이 다시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약물들을 사용하면서 발작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염분 섭취를 줄이고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하는 생활 습관의 관리가 치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죠.
약물 치료와 생활 관리로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고실내 주입술, 흔히 말하는 고막 주사와 같은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고막 안에 직접 약물을 주입해서 어지럼 발작을 줄이는 방법으로 일부 환자에서는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고 어지러움이 일상 생활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수술은 전정기관의 기능을 일부 파괴하는 방법이 포함되기 때문에 정말 다른 치료로 조절이 잘 되지 않을 때 신중하게 선택하는 마지막 단계 치료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메니에르병에 대해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들도 있습니다. 먼저 “약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입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메니에르병의 치료에는 평소에는 귀 안의 내림프 압력이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하면서 어지러운 발작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를 합니다. 이렇게 치료를 하다 보면 어지러운 발작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줄어드는 경우가 많고, 상태가 안정이 되면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도 있습니다. 또 많이 궁금해하시는 질문이 “청력은 다시 좋아지지 않나요?”입니다. 초기에는 어지러운 발작이 가라앉으면서 청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발작이 반복되면 청력 손상이 점점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진단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렇게 관리를 잘 하면 증상을 줄이면서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것만은 기억하자>
◆정재호: 진료실에서 보면 어지럼증이 계속되는데도 약국에서 약만 복용하며 지내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지럼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그 중 상당수는 귀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앞으로 어지럼증이 생긴다면 혼자서 판단하시기보다는 한 번쯤 이비인후과에서 검사와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오늘 말씀드린 내용이 여러분의 어지럼증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감사합니다.


YTN 이시우PD (lsw5407@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