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YTN] 독감초비상! 예방접종 늘었다는데, 왜 독감 환자 급증했나?

[열린라디오YTN] 독감초비상! 예방접종 늘었다는데, 왜 독감 환자 급증했나?

2025.12.01. 오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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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11월 29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선정수: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독감과 관련된 내용들입니다. 요즘 독감 때문에 난리입니다. 특히 아이 있는 집에서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먼저 발생 현황부터 좀 짚어보죠.

◇ 선정수 팩트체커 (이하 선정수) : 지난달 17일 독감, 그러니까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됐고요. 최근 의원급 표본감시 의료기관 내원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증세를 나타내는 환자가 66.3명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 4.6명에 비하면 14.4배, 재작년 37.4명과 비교하면 1.77배 정도 환자가 늘어난 겁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인플루엔자 유행이 빨리 시작됐는데요. 관련 보도도 많이 나오고. 주변에 독감에 걸렸다는 아이들도 굉장히 많고, 실제로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에 가보면 독감 또는 감기 증상으로 병원에서 진료 대기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평균적으로 보면 인플루엔자 유행이 정점을 찍는 시기는 12월 말부터 1월 초중순까지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5~6주 정도는 바짝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습니다.

◆ 최휘 : 우리나라만 그런 건가요. 해외 독감 발생 현황도 좀 알아보죠.

◇ 선정수 : 남반구 나라들은 우리가 여름일 때 겨울을 보내는데요. 독감이 겨울에 유행하는 특성이 있잖아요. 호주는 지난 겨울(우리가 여름을 보내는 기간 동안) 호주 역사상 최악의 독감 유행을 겪었습니다. 호주 인구가 2800만명 정도 되는데요. 지난 겨울 45만명이 독감으로 확진됐습니다. 5세 미만 아동의 감염 사례가 4만4500건 이상으로 불균형적으로 높았으며, 전체 사례의 3분의 1 이상이 15세 미만 아동에게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북반구에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영국과 일본에서 독감 환자가 이른 시기에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겨울에 최악의 독감을 맞았는데요. 최소 56만명이 입원하고, 280명의 어린이가 독감으로 사망한 걸로 집계됩니다. 올해에도 독감이 대유행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 최휘 : 올해 독감 예방접종은 얼마나 이뤄졌나요. 백신을 맞은 사람이 적어서 독감 환자가 많아진 걸까요?

◇ 선정수 :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65세 이상 독감 백신 접종률은 7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p 상승했습니다. 어린이 접종률은 59.6%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3.6%p 올랐고요. 백신을 맞은 사람은 오히려 작년보다 늘어났다고 볼 수 있죠.

◆ 최휘 : 예방접종을 많이 했는데도 왜 이렇게 독감 환자가 많을까요?

◇ 선정수 : 11월2일부터 8일까지 현재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 환자 비율은 초등학생 연령대인 7~12세가 가장 높습니다. 병원 내원 환자 1000명당 138.1명 꼴인데요. 그 다음이 6세 이하 77명으로 많아서 소아‧청소년 연령층 중심으로 많이 발생 중이라는 게 특징입니다. 예년에는 독감 유행 절정기가 학생들 방학기간과 겹쳤는데, 올해는 유행 시작이 빨라지면서 초등학생들이 아직 학교 수업을 받고 있는 시기라서, 유행 규모가 더 커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최휘 : 올해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새로운 변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사실인가요?

◇ 선정수 : 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인간에게 주로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A형과 B형입니다. 흔히 A형 독감, B형 독감 이렇게 말하는 건데요. A형은 H1N1이라는 아형과 H3N2라는 아형, 그리고 B형에서는 빅토리아와 야마가타 계통이 유행하는 계통입니다. 그리고 이 아형들이 또다시 변이를 일으키면 하위 계통으로 분류를 하는데요.
이번에 빠른 유행을 일으킨 건 H3N2에서 변이를 일으킨 K subclade, K변이입니다. 이 변이는 앞서 말씀드린 올해 남반구 유행을 주도한 변이인데요. 우리나라, 영국, 일본 등 북반구에서도 우세종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독감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2월과 9월에 전문가 회의를 거쳐 다음 시즌에 유행할 바이러스 형을 예측합니다. 북반구에 적용되는 바이러스는 전년 2~3월에 선정을 하고 남반구는 9~10월에 선정하는데요. 이 K변이는 올해 남반구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으니까 남반구 백신에도, 북반구 백신에도 포함이 되지 않은 거죠. 그러니까 백신이 겨냥하는 표적 바이러스를 정하는 회의를 하는 시점에 K변이는 주목을 받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표적에서 빠지게 된 겁니다.

◆ 최휘 : 표적에서 벗어났다면 효과가 없는 건가요?

◇ 선정수 : 코로나 때를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막 확산하기 시작할 때는 백신조차 없었죠. 그러다가 mRNA 백신이 개발되면서 접종이 시작이 됐었고, 그 다음에 알파 베타 감마 등등 그리스어 알파벳 순으로 변이가 등장해서 결국 오미크론까지 갔죠. 그 와중에 백신을 맞았는데 코로나에 걸리는 돌파감염 이야기가 나왔었고요. 결국 바이러스가 변이하면서 백신을 회피하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그렇지만 입원이나 위중증, 사망에 이를 위험을 낮춰준다. 이런 흐름으로 갔죠. 인플루엔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주로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H3N2)으로 일부 변이가 확인되고 있으나,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은 여전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방접종 시 충분한 사망 및 중증 예방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힙니다. 입원 예방하는데는 50~60%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사망 예방에는 80% 정도 효과가 예상된다는 거죠.

◆ 최휘 : 코로나19 이후에 백신에 대한 음모론이 많이 늘었는데요. 결과는 어떤가요?

◇ 선정수 : 네 온갖 부작용이 발생했고, 접종 이후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이게 아직도 좀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 결국 예방의학의 언어로 일반 대중들을 이해시키지 못했다는 커뮤니케이션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보는데요.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많은 분들이 난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백신을 맞고 나서 특정 증상이 나타났다. 이렇게 생각하시거든요. 그런데 그게 의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특정 질환을 일으킨 원인이 백신 접종이냐를 따져야 하는 거라서 설득하기가 쉽지 않죠. 백신을 맞고 나서 특정 증상이 생겼다. 이건 A하고 나서 B했다. 즉 시간 순서는 성립을 하지만, A라는 원인이 B라는 결과를 유발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겁니다. 실제로 몇 해 전에 한 고교생이 독감 예방 주사를 맞은 뒤 이틀 만에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요. 유가족들은 멀쩡하던 아이가 백신 때문에 숨졌다는 취지로 주장을 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학생의 위에서 치사량의 유독물질이 검출됐고, 결국 백신 접종은 사망과 무관하다는 국과수 부검 결과가 나왔죠.
백신 음모론은 미국에서 정치 세력화에 성공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에 백신 음모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임명했습니다. 이후 미국의 백신 접종은 크게 후퇴하고 온갖 음모론이 득세를 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로 미국 내에선 어린이 청소년의 주요 백신 접종률이 낮아졌고, 한 때 퇴치에 근접했던 걸로 평가되던 홍역이 대유행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 최휘 : 독감 유행과 별개로 감기 환자들도 많은데요. 감기 항생제 처방 인식과 관련된 보도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 선정수 : 네 질병관리청의 설문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79.6%가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로 나왔습니다. 감기는 주로 리노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이고요. 그런데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약입니다. 인체가 세균에 감염됐을 때 항생제를 먹으면 항생제의 유효성분이 세균의 세포벽을 합성하는 걸 막는 등, 세균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특정 기능을 공격하도록 설계가 된 약물입니다. 그래서 항생제를 먹는다고 해서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킬 수는 없는 거죠. 그런데도 국민 상당수는 감기가 안 떨어지니까 항생제를 처방해달라고 요구를 하는 상황이고, 의료기관에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코로나 환자의 8% 정도만 항생제 처방이 필요했는데 실제로는 75%의 환자에게 항생제 처방이 나갔다는 게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항생제를 함부로 쓰면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돼서 결국엔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를 수 있는 거죠. 이걸 항생제내성균 또는 슈퍼박테리아라고 하는데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항생제는 쓰지 않는 게 나중에 화를 키우지 않는 현명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 최휘 : 좀 오래된 이야기긴 하지만 요즘에도 아이들이 독감 옮겨주기 이런 걸 한다고 하더라고요. 어떻습니까?

◇ 선정수 : 굉장히 개연성이 큽니다. 제 딸도 초등학생인데 "누가 독감에 걸렸다더라 학교 안 가서 너무 부럽다." 이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당장은 학교에 안 가서 좋을 수는 있겠지만 독감 걸려서 열나고 앓아 누우면 키가 안 클 수 있습니다. 미국 USC대학 연구진은 140쌍의 쌍둥이를 조사한 결과 키가 작은 쪽이 감염 빈도, 특히 고열 질환 감염 빈도가 높을 확률이 2배 높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우리는 아동기의 누적된 감염 노출 또한 성인 키 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따라서 키와 관련된 일부 성인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성장하는데 쓰여야 할 에너지가 질병과 싸우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그 결과로 성인기의 키가 작아진다는 분석이죠. 아이가 있는 집에선 '독감 걸려서 열 나면 키 안 큰다'라고 아이에게 조언할 수 있겠습니다.

◆ 최휘 : 예전에 코로나 유행 때가 생각나는 이야기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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