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후 '상가는 아들에게' 유언 등장...'딸에게' 적힌 아버지 '자필 유언'은 무효일까

치매 후 '상가는 아들에게' 유언 등장...'딸에게' 적힌 아버지 '자필 유언'은 무효일까

2025.11.26. 오전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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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25년 11월 26일 (수요일)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조윤용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인섭 : 당신을 위한 law하우스 <조담소>, 조윤용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조윤용 :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조윤용 변호사입니다.

◇ 조인섭 : 오늘의 고민 사연, 어떤 내용일까요?

□ 사연자 : 저는 1남 1녀 중 막내 딸이고요. 10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본가 근처에 살면서 아버지를 돌봤습니다. 결혼 후 서울에 자리를 잡은 오빠는 명절에나 겨우 얼굴을 비추는 정도였죠. 부모님은 오빠에게 유학 비용과 결혼 전세보증금을 지원해주셨지만, 저에게는 특별히 해주신 게 없었습니다. 그런 점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아버지는 어느 날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죽으면 이 상가는 네가 가져라. 집은 오빠랑 나눠 가지면 되고.” 그리고 직접 자필로 유언장을 쓰시고는 주소가 적힌 봉투에 넣어 건네주셨습니다. 저는 고마운 마음에 그 봉투 채로 유언장을 잘 보관했습니다. 몇 년 뒤, 아버지는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상태가 점점 나빠지면서 결국 요양원에 모셨고, 그곳에서 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를 치른 뒤 재산 정리를 하다가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아버지께서 제게 주시겠다던 그 상가가, 이미 오빠 이름으로 등기 이전 되었던 겁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오빠는 아버지가 치매 진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상가를 오빠에게 준다는 내용의 ‘공증 유언’을 작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직접 써주신 유언장을 보여줬지만, 오빠는 “주소도 없고 도장도 없다”면서 제 유언은 무효라고 했습니다. 비록 유언장 안에는 주소가 없지만, 아버지가 직접 주소를 써주신 봉투에는 적혀있습니다. 과연 제 유언장은 무효일까요? 아버지의 유산은 어떤 유언을 기준으로 해야 하나요? 만약 제 유언장이 무효라면, 제가 받을 권리는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요?

◇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오늘의 사연, 만나봤습니다. 이제는 남은 유산을 두고 오빠와 법적 다툼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조윤용 변호사는 어떻게 들으셨어요?

◆ 조윤용 :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마음이 많이 아프실텐데요. 형제들과 상속 다툼까지 하게 될 상황이라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 조인섭 : 사연을 보니 아버지가 자필 유언과 공증 유언, 이렇게 서로 다른 형식의 유언을 두 개나 남겼습니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유언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조윤용 : 상속의 경우에 유효한 유언이 있으면, 유언이 법정 상속분보다 우선하는데요, 민법에서 정한 유언에는 5가지의 형식이 있습니다. 첫 번 째는 딸에게 해준 자필 유언, 두 번째는 오빠에게 해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그리고 녹음에 의한 유언,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그리고 구수증서에 유언, 이렇게 다섯가지가 있습니다. 자필 유언은 유언자가 직접 작성하시는 유언이고, 공정증서는 공증인 앞에서 증인을 두고 작성하시는 것, 녹음은 그야말로 녹음을 통해, 비밀증서는 유언이 있었는지를 비밀리에 붙이는 유언,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등 사정이 있을 때 구술을 증인이 받아 적어서 하는 유언을 말합니다. 각 유언들은 법에서 정한 엄격한 요건이 있고, 각 요건을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유언은 효력이 없게 됩니다.

◇ 조인섭 : 아버지가 사연자분에게 먼저 작성해준 자필 유언의 효력은 있는 건가요?

◆ 조윤용 : 자필유언은 민법에서 유언자가 유언내용을 자필로 적고, 그리고 연월일, 주소, 성명을 기재하고, 날인을 하여야 한다고 형식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연월일, 주소, 성명, 날인 중에 하나의 요소라도 빠지게 되면 유언장은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되는데요, 지금 오빠는 자필 유언장에 주소도 기재되어 있지 않고, 날인도 되어 있지 않다고 문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소의 경우, 본 유언장에 주소가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유언장이 보관된 봉투 또한 유언장과 일체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봉투에 주소가 기재되었더라도 형식을 갖춘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연의 경우, 비록 유언장에는 주소가 기재되어 있지만, 그 동안 보관해 온 봉투에 주소가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주소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이름만 기재하고 날인을 하지 않았는데, 날인에 관하여는 반드시 인감 도장이 아니라도 일반 도장이 찍혀 있거나, 지장을 찍은 것도 날인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판례가 인정하고 있습니다만, 사연과 같이 서명만 되어 있을 뿐, 아예 날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자필 유언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이 받은 자필 유언장은 도장이 없어 무효일 것 같은데, 그렇다면 오빠가 받은 '공증 유언'은 어떤 요건을 갖춰야 법적으로 효력이 있나요?

◆ 조윤용 :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명이 참여한 상태에서 공증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말하면,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해서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에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증인이 참석을 해야 하고, 유언자께서 공증인 앞에서 직접 유언 내용을 진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때 유언 내용은 유언자가 모든 내용을 직접 기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유언 내용을 대략적으로라도 진술을 하여 공증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 취지를 작성하여 유언자에게 그 진위를 확인시켜 주는 것으로도 가능합니다. 사연은 유언 공정증서에 따라 이미 등기까지 완료된 것으로 보건대, 공정증서 방식의 유언의 효력은 갖춘 것으로 보이니다.

◇ 조인섭 : 아버지가 '치매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작성한 오빠의 공증 유언도 법적으로 효력이 있나요?

◆ 조윤용 : 유언의 형식 요건을 갖추었더라도, 유언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므로, 유언 당시에 치매 증상이 심각하여 의사능력이 없을 정도였다면 유언의 효력을 문제삼을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치매 증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유언을 당연 무효로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망인이 치매 환자이기는 하였으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치매였고, 공증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 취지를 작성한 다음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이에 유언자가 답변을 한 경우에는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의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면 유언장은 유효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사연의 경우에도, 치매 진단을 받은 초기 단계였고 당시 어느 정도 의사 변별과 의사 진술이 가능하였다면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유만으로 공정증서 유언의 횰력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이 상속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을 방법은 없는 건가요?

◆ 조윤용 : 오빠가 상가를 가진다는 내용의 공정증서 유언이 유효한 이상, 오빠에게 상가가 상속되는 것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사연에서 아버지는 상가 외에도 거주지 주택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남아있는 주택 상속으로 상속분 조절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버지는 생전에 집은 처분하여 오빠와 나눠가지라는 말씀은 남기시긴 하였지만, 이 말씀에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오빠가 유언공증으로 상가를 상속받게 된 상황이니, 집은 딸이 가지는 방식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셔도 될 것으로 보이니다. 만약 집의 가치가 크지 않아, 집 전체를 딸이 가지고도 전체 상속재산 중 딸의 유류분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라면 오빠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 조인섭 : 자,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우리 민법은 5가지 유언 방식만 인정합니다. 자필, 공정증서, 녹음, 비밀, 구수증서인데요, 이 중 하나라도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효력이 없습니다. 자필 유언의 경우, 주소는 봉투로 대신할 수 있지만 반드시 ‘날인’, 즉 도장이 있어야 합니다. 서명만 있고 날인이 없는 유언장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공정증서 유언은 증인 2명과 공증인 앞에서 유언의 취지를 말하고 서명하면 되는데, 이미 등기까지 완료된 것을 보면 오빠가 작성한 공정증서 유언은 법적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치매 진단만으로는 유언이 무효가 되지 않습니다.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아버지가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었다면 법적으로 유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상가를 오빠가 받더라도, 사연자분은 남은 주택을 상속받는 방향으로 협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주택 가치가 본인의 유류분에 미치지 못한다면 오빠에게 유류분 반환 청구가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조윤용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조윤용 : 감사합니다.

YTN 이시은 (sieun080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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