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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10월 01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흥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그날은 대학교 1학년이던 여대생 A씨가 여름 학기를 막 마친 시점이었습니다. 대학생으로서는 처음 맞는 여름방학이었으니 얼마나 설레고 또 들뜨는 순간이었을까요? A씨는 그날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졌는데 만취한 A씨를 부축하며 바래다 주겠다 나선 남학생이 한 명 있었죠. 그는 A씨와 마찬가지로 계절 악기를 들었던 동급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A씨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죠. 아마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A씨는 그날 밤 학교의 한 단과대 건물에서 추락한 채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미약한 상태였는데 안타깝게도 결국 숨지고 말았죠. 경찰은 그날 A씨를 바래다 준다던 남학생 B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긴급 체포했습니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남학생 B씨가 여대생 A씨를 성폭행한 뒤 창 밖으로 고의로 밀었느냐 여부였습니다.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 주장했던 B씨. 하지만 사건 직후 피해자의 태블릿 PC로 자신의 휴대전화의 메시지와 전화를 걸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죠. 심지어 피해자가 추락한 뒤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바라보는 장면이 담긴 CCTV도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법정의 판단은 국민 여론과는 사뭇 달랐는데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의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임흥준 : 안녕하세요. 로엔 법무법인의 임흥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그렇게 오래 전에 일어난 사건도 아닙니다. 불과 3년 전쯤 대학 캠퍼스 내에서 정말 믿기 힘든 끔찍한 범죄가 발생했죠.
◇ 임흥준 : 2022년 7월 15일 새벽경 한 행인이 인하대학교 캠퍼스 내 건물 앞에 여학생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했습니다. 당시 여학생은 의식은 없었지만 맥박과 호흡은 살아있는 상태였습니다. 급하게 여학생을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했지만 결국 숨졌고요. 부검 결과 사인은 추락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손상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이원화 :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싶은데 이 학교 학생이었나요?
◇ 임흥준 : 피해자는 인하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었습니다. 사건은 피해자 사망 하루 전인 2022년 7월 14일 밤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계절 학기 시험을 마친 피해자가 일행들과 함께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고요. 일행들 중 남학생 1명이 만취한 피해자를 바래다 주겠다며 함께 나서게 됩니다.
● 이원화 : 만취한 피해자를, 여학생을 바래다 주겠다 나섰던 그 남학생은 누구였습니까?
◇ 임흥준 : 바로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이 사건의 가해자입니다. 만취한 여학우를 데려다 준다는 것 자체는 기사도 정신으로 비춰질 수도 있죠. 그런데 이 가해자에게는 사악한 의도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학교 내 단과대 강의동 2층부터 4층까지 끌고 다니며 성폭행을 시도했습니다. 심지어 다른 학생과 마주치지 않으려 피해자를 어두운 곳으로 데려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오전 2시가 넘은 시각 가해자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8미터 아래 아스팔트 바닥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 이원화 : 남학생이 자기 마음대로 잘 안 되니까. 민 겁니까? 아니면 뭐 실족 사고였나요?
◇ 임흥준 :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 지점이 수사와 재판에서 가장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밀었는지 아니면 사고였는지에 따라 가해자에게 적용되는 법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가해자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강간 살인죄가 적용될 것이고 형량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굉장히 무거운 편입니다. 반대로 죽일 의도는 없었으나 성폭행 과정에서 다른 이유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강간 치사죄가 적용되고, 형량은 무기 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간 살인죄보다는 강간 살인죄보다는 낫습니다. 어쨌든 추락 이후의 상황을 조금 더 설명드리자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옷가지와 신발을 들고 나와 쓰러진 피해자 옆에 두고 갑니다. 심지어 건물 뒤쪽으로 가거나 건너편 건물을 한 바퀴 돌고 다시 피해자 쪽으로 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보였습니다.
● 이원화 : 추락한 피해자한테 다시 갔었단 말이죠?
◇ 임흥준 :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가해자는 피해자를 바라만 보다 아무런 구호 조치도 없이 자리를 뜨고 맙니다. 심지어 가해자는 피해자가 건물 밖으로 추락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데도 오히려 현장을 떠나 자신의 자취방으로 돌아간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 이원화 :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행인이 추락한 여학생을 발견했을 당시에 이 여학생이 살아 있는 상태라고 했었어요. 그러면은 이때 이 남학생이 바로 119에 신고했더라면은 결과가 달라졌을 것 같거든요. 너무 안타깝고 왜 그냥 가버렸는지 화가 납니다.
◇ 임흥준 : 사건 당시에도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지른 죄도 문제지만 호흡과 맥박이 있던 피해자를 그냥 두고 자취방으로 달아나 숨은 점은 정말 용서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3시간 이상 살아 있었습니다. 어쨌든 가해자는 자취방에 숨어 있다.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고요.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성폭행 사실을 자백하면서 강간 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되게 됩니다.
● 이원화 : 추락한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 임흥준 : 가해자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밀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성폭행은 인정하되 술에 취해 드문드문 기억이 난다고 진술하며 피해자가 도망치려다 몸부림치며 우연히 떨어졌다는 식으로 진술했습니다. 즉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이죠. 그리고 구호 조치를 다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왜 집에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고 깨어보니 집이었다고 진술하는가 하면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등 회피성 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 이원화 : 물론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만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그만인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 임흥준 : 그런데 이후 수사를 통해 밝혀진 부분을 보면 정말 가해자가 기억을 못 할 정도로 만취였는지 의문입니다. 심지어 가해자의 휴대전화에는 성폭행을 시도하며 피해자의 동의를 얻으려는 듯 얻으려는 듯한 질문들이 다수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더 놀랄 만한 사실은 가해자가 범행 후 피해자의 태블릿 PC로 어디냐는 문자 메시지를 자기에게 보내놓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지금 말씀해 주신 내용 중에서 사건 직후 태블릿 피시로 문자를 보낸 부분은 알리바이 조작을 위한 굉장히 계산적인 행동인 거잖아요. 이게 재판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임흥준 : 마치 피해자가 자신과 헤어지기 전까지는 멀쩡했다는 점을 입증하려고 문자까지 보내는 행동은 다분히 악의적이고 계산적인 행동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경찰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의로 밀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실험을 해봅니다. 하지만 강간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결국 준강간 치사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다시 설명드리자면 준강간 치사죄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 불능 상태일 때 가늠을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를 말합니다. 즉 고의적인 살인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 이원화 : 경찰에서는 살인 고의성은 없었다 판단을 했던 모양인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는 없었을까. 이런 생각도 들거든요.
◇ 임흥준 : 먼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무엇인지 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란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설령 죽더라도 상관없다는 심리 상태에서 이루어진 살인을 의미합니다. 법리적으로 이 사건에 적용해 본다면 만약 가해자가 피해자를 건물 밖으로 밀 때 피해자가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의 성립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어쨌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가해자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죄명을 강간 살인죄로 변경하여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가해자의 성폭행 행위 자체가 피해자를 추락하게 한 원인이라고 보고 작위에 의한 살인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범행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 파일과 관련해선 화면 없이 소리만 담겼다 해도 촬영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불법 촬영 혐의도 추가됐었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선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하려 했다고 볼 명확한 증거가 없어 불기소 처분되긴 했습니다.
● 이원화 : 검찰 측에서 법의학자와 현장 조사도 꼼꼼히 다시 하면서 과연 이 여성이 스스로 추락했냐, 외력에 의해 추락했냐. 이걸 밝히는 데 굉장히 주력을 했던 것 같거든요. 결과는 어땠습니까?
◇ 임흥준 : 검찰은 국내 1세대 부검의이자 법의학계 권위자인 이정빈 가천대 의대 석좌 교수님의 소견을 참고했습니다. 이정빈 교수님은 피해자가 추락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 사실상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점, 피해자의 손에서 페인트 물질이 발견되지 않아 벽면을 스스로 짚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가해자가 성폭행 과정에서 피해자를 추락시켜 사망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1심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범행 당시 상당히 취해 있던 가해자가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미필적으로라도 용인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도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을 명령했습니다. 2심에서는 유족의 요청을 받아들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건 감정을 맡겨 피해자가 추락하는 여러 경우의 수를 재현해 보았지만 역시 가해자가 피해자를 밀어 떨어뜨렸다고 볼만한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께서는 어떻게 보세요? 당시에 결과가 나오고 여론이 뜨거웠거든요. 달리 볼 대목은 없겠습니까?
◇ 임흥준 : 일단은 법적인 부분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계속 논의한 살인죄 치사죄 적용 이 부분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엄격하게 법적으로만 본다면 치사죄 적용이 마땅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적은 형량이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청취자 분들도 지극히 불량한 범죄자가 불과 40대면 다시 사회에 복귀한다는 부분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실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는 피해자가 너무나 꽃다운 나이에 그것도 캠퍼스에서 비극을 맞이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정말 황당한 게 당시 유족들이 2차 가해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했다. 알려지기도 했거든요.
◇ 임흥준 : 사건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본건과 관련하여 ‘밤늦게 왜 거기 있었냐’, ‘자초해서 술을 마셨던 거 아니냐’, ‘술을 마시면 남녀 사이에 원래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등의 피해자 책임론성 발언이 나왔습니다. 이러한 발언들 누군가는 쉽게 작성했을 수 있지만 유족들에게는 비수가 되며, 법적으로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사건의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방송일 : 2025년 10월 01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임흥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그날은 대학교 1학년이던 여대생 A씨가 여름 학기를 막 마친 시점이었습니다. 대학생으로서는 처음 맞는 여름방학이었으니 얼마나 설레고 또 들뜨는 순간이었을까요? A씨는 그날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졌는데 만취한 A씨를 부축하며 바래다 주겠다 나선 남학생이 한 명 있었죠. 그는 A씨와 마찬가지로 계절 악기를 들었던 동급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A씨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죠. 아마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A씨는 그날 밤 학교의 한 단과대 건물에서 추락한 채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미약한 상태였는데 안타깝게도 결국 숨지고 말았죠. 경찰은 그날 A씨를 바래다 준다던 남학생 B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긴급 체포했습니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남학생 B씨가 여대생 A씨를 성폭행한 뒤 창 밖으로 고의로 밀었느냐 여부였습니다.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 주장했던 B씨. 하지만 사건 직후 피해자의 태블릿 PC로 자신의 휴대전화의 메시지와 전화를 걸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죠. 심지어 피해자가 추락한 뒤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바라보는 장면이 담긴 CCTV도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법정의 판단은 국민 여론과는 사뭇 달랐는데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의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임흥준 : 안녕하세요. 로엔 법무법인의 임흥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그렇게 오래 전에 일어난 사건도 아닙니다. 불과 3년 전쯤 대학 캠퍼스 내에서 정말 믿기 힘든 끔찍한 범죄가 발생했죠.
◇ 임흥준 : 2022년 7월 15일 새벽경 한 행인이 인하대학교 캠퍼스 내 건물 앞에 여학생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했습니다. 당시 여학생은 의식은 없었지만 맥박과 호흡은 살아있는 상태였습니다. 급하게 여학생을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했지만 결국 숨졌고요. 부검 결과 사인은 추락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손상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이원화 :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싶은데 이 학교 학생이었나요?
◇ 임흥준 : 피해자는 인하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었습니다. 사건은 피해자 사망 하루 전인 2022년 7월 14일 밤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계절 학기 시험을 마친 피해자가 일행들과 함께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고요. 일행들 중 남학생 1명이 만취한 피해자를 바래다 주겠다며 함께 나서게 됩니다.
● 이원화 : 만취한 피해자를, 여학생을 바래다 주겠다 나섰던 그 남학생은 누구였습니까?
◇ 임흥준 : 바로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이 사건의 가해자입니다. 만취한 여학우를 데려다 준다는 것 자체는 기사도 정신으로 비춰질 수도 있죠. 그런데 이 가해자에게는 사악한 의도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학교 내 단과대 강의동 2층부터 4층까지 끌고 다니며 성폭행을 시도했습니다. 심지어 다른 학생과 마주치지 않으려 피해자를 어두운 곳으로 데려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오전 2시가 넘은 시각 가해자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8미터 아래 아스팔트 바닥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 이원화 : 남학생이 자기 마음대로 잘 안 되니까. 민 겁니까? 아니면 뭐 실족 사고였나요?
◇ 임흥준 :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 지점이 수사와 재판에서 가장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밀었는지 아니면 사고였는지에 따라 가해자에게 적용되는 법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가해자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강간 살인죄가 적용될 것이고 형량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굉장히 무거운 편입니다. 반대로 죽일 의도는 없었으나 성폭행 과정에서 다른 이유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강간 치사죄가 적용되고, 형량은 무기 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간 살인죄보다는 강간 살인죄보다는 낫습니다. 어쨌든 추락 이후의 상황을 조금 더 설명드리자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옷가지와 신발을 들고 나와 쓰러진 피해자 옆에 두고 갑니다. 심지어 건물 뒤쪽으로 가거나 건너편 건물을 한 바퀴 돌고 다시 피해자 쪽으로 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보였습니다.
● 이원화 : 추락한 피해자한테 다시 갔었단 말이죠?
◇ 임흥준 :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가해자는 피해자를 바라만 보다 아무런 구호 조치도 없이 자리를 뜨고 맙니다. 심지어 가해자는 피해자가 건물 밖으로 추락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데도 오히려 현장을 떠나 자신의 자취방으로 돌아간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 이원화 :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행인이 추락한 여학생을 발견했을 당시에 이 여학생이 살아 있는 상태라고 했었어요. 그러면은 이때 이 남학생이 바로 119에 신고했더라면은 결과가 달라졌을 것 같거든요. 너무 안타깝고 왜 그냥 가버렸는지 화가 납니다.
◇ 임흥준 : 사건 당시에도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지른 죄도 문제지만 호흡과 맥박이 있던 피해자를 그냥 두고 자취방으로 달아나 숨은 점은 정말 용서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3시간 이상 살아 있었습니다. 어쨌든 가해자는 자취방에 숨어 있다.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고요.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성폭행 사실을 자백하면서 강간 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되게 됩니다.
● 이원화 : 추락한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 임흥준 : 가해자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밀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성폭행은 인정하되 술에 취해 드문드문 기억이 난다고 진술하며 피해자가 도망치려다 몸부림치며 우연히 떨어졌다는 식으로 진술했습니다. 즉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이죠. 그리고 구호 조치를 다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왜 집에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고 깨어보니 집이었다고 진술하는가 하면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등 회피성 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 이원화 : 물론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만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그만인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 임흥준 : 그런데 이후 수사를 통해 밝혀진 부분을 보면 정말 가해자가 기억을 못 할 정도로 만취였는지 의문입니다. 심지어 가해자의 휴대전화에는 성폭행을 시도하며 피해자의 동의를 얻으려는 듯 얻으려는 듯한 질문들이 다수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더 놀랄 만한 사실은 가해자가 범행 후 피해자의 태블릿 PC로 어디냐는 문자 메시지를 자기에게 보내놓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지금 말씀해 주신 내용 중에서 사건 직후 태블릿 피시로 문자를 보낸 부분은 알리바이 조작을 위한 굉장히 계산적인 행동인 거잖아요. 이게 재판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임흥준 : 마치 피해자가 자신과 헤어지기 전까지는 멀쩡했다는 점을 입증하려고 문자까지 보내는 행동은 다분히 악의적이고 계산적인 행동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경찰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의로 밀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실험을 해봅니다. 하지만 강간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결국 준강간 치사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다시 설명드리자면 준강간 치사죄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 불능 상태일 때 가늠을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를 말합니다. 즉 고의적인 살인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 이원화 : 경찰에서는 살인 고의성은 없었다 판단을 했던 모양인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는 없었을까. 이런 생각도 들거든요.
◇ 임흥준 : 먼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무엇인지 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란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설령 죽더라도 상관없다는 심리 상태에서 이루어진 살인을 의미합니다. 법리적으로 이 사건에 적용해 본다면 만약 가해자가 피해자를 건물 밖으로 밀 때 피해자가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의 성립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어쨌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가해자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죄명을 강간 살인죄로 변경하여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가해자의 성폭행 행위 자체가 피해자를 추락하게 한 원인이라고 보고 작위에 의한 살인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범행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 파일과 관련해선 화면 없이 소리만 담겼다 해도 촬영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불법 촬영 혐의도 추가됐었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선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하려 했다고 볼 명확한 증거가 없어 불기소 처분되긴 했습니다.
● 이원화 : 검찰 측에서 법의학자와 현장 조사도 꼼꼼히 다시 하면서 과연 이 여성이 스스로 추락했냐, 외력에 의해 추락했냐. 이걸 밝히는 데 굉장히 주력을 했던 것 같거든요. 결과는 어땠습니까?
◇ 임흥준 : 검찰은 국내 1세대 부검의이자 법의학계 권위자인 이정빈 가천대 의대 석좌 교수님의 소견을 참고했습니다. 이정빈 교수님은 피해자가 추락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 사실상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점, 피해자의 손에서 페인트 물질이 발견되지 않아 벽면을 스스로 짚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가해자가 성폭행 과정에서 피해자를 추락시켜 사망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1심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범행 당시 상당히 취해 있던 가해자가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미필적으로라도 용인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도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을 명령했습니다. 2심에서는 유족의 요청을 받아들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건 감정을 맡겨 피해자가 추락하는 여러 경우의 수를 재현해 보았지만 역시 가해자가 피해자를 밀어 떨어뜨렸다고 볼만한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께서는 어떻게 보세요? 당시에 결과가 나오고 여론이 뜨거웠거든요. 달리 볼 대목은 없겠습니까?
◇ 임흥준 : 일단은 법적인 부분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계속 논의한 살인죄 치사죄 적용 이 부분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엄격하게 법적으로만 본다면 치사죄 적용이 마땅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적은 형량이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청취자 분들도 지극히 불량한 범죄자가 불과 40대면 다시 사회에 복귀한다는 부분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실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는 피해자가 너무나 꽃다운 나이에 그것도 캠퍼스에서 비극을 맞이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정말 황당한 게 당시 유족들이 2차 가해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했다. 알려지기도 했거든요.
◇ 임흥준 : 사건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본건과 관련하여 ‘밤늦게 왜 거기 있었냐’, ‘자초해서 술을 마셨던 거 아니냐’, ‘술을 마시면 남녀 사이에 원래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등의 피해자 책임론성 발언이 나왔습니다. 이러한 발언들 누군가는 쉽게 작성했을 수 있지만 유족들에게는 비수가 되며, 법적으로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사건의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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