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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9월 13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최휘: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선정수: 네. 안녕하세요.
◆최휘: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강릉 가뭄에 관한 정보들인데요. 심각한 가뭄으로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는 강원도 강릉시가 도암댐의 물을 일부 받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이 조치는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선정수: 강릉시는 지난 10일 인근 평창군 지역에 위치한 도암댐의 물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하루에 받는 물의 양이 1만톤 정도 규모이고요. 곧바로 시행되는 것도 아니고 준비작업을 거쳐서 오는 20일 정도부터 물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평상시 강릉지역의 하루 물사용량이 8만~9만톤 정도 되기 때문에 가뭄을 일거에 해결할 정도의 양이 되지 않죠. 그래도 강릉시와 환경부는 이 조치로 인해 강릉 지역의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고갈 속도를 늦출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휘: 그동안 이 도암댐의 물을 받으면 가뭄을 극복할 수 있을 것처럼 보도한 기사들이 많았었는데요. 이 물을 받는다고 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군요.
◇선정수: 네 언론 보도를 한 번 살펴보면요. <물 3000만 톤 있는데... 그림의 떡 도암댐>이런 기사가 있었고요, <도암댐 활용론 급부상>, <도암댐 방류, 정선군민 반대> 이런 기사들도 눈에 띕니다. 댐의 수문을 열면 막대한 물이 하류로 흘러가 가뭄을 일거에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만드는데요. 사실을 왜곡하는 기사들이 많습니다. 도암댐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수력발전용 댐입니다. 강물을 막는 댐을 쌓고 상류에 물을 가둬놨다가 하류 쪽으로 흘려보내는 일반적인 댐과는 달리 이 도암댐은 유역변경식 발전댐인데요. 큰 낙차를 이용해 발전 효율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이 댐은 방류구를 태백산맥 너머 강릉 쪽에 뚫고 발전소를 지었습니다. 물을 가둔 곳은 영서 지역이고 물을 내보내는 곳은 영동 지역인 거죠. 댐부터 방류구까지는 산을 터널로 뚫어서 물길을 냈고요. 그래서 댐부터 발전기까지 낙차가 600미터가 넘습니다. 국내 수력발전소 가운데 가장 낙차가 큽니다. 이 도암댐은 강릉 쪽으로 흐르는 물을 막아서 만든 게 아니라는 뜻이죠. 그래서 수문을 열고 강릉 쪽으로 물을 내려보낼 일도 없고요.
◆최휘: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이 도암댐의 물이 강릉으로 향하게 되는 것은 맞지 않나요?
◇선정수: 그건 맞습니다. 도암댐은 1991년에 준공이 됐는데요. 댐이 지어진 위치가 골프장, 고랭지 채소 경작지, 축산단지 주변이라서 농약, 비료, 축산분뇨 등 오염물질이 굉장히 많이 흘러들었습니다. 수질이 악화됐고 녹조와 악취 문제가 극심했죠. 이 물이 강릉수력발전소를 거친 뒤에 강릉 남대천으로 흘러들어 가는데요. 강릉 남대천도 도암댐에서 내려온 물로 심각하게 오염이 되면서 주민들이 발전을 중단하라고 극렬히 반대했습니다. 결국 2001년 발전 중지와 함께 방류도 멈췄죠. 이후 24년이 지날 때까지 발전 방류는 재개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가뭄으로 인해 이 도암댐 물을 이용하자는 논의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거죠. 일각에선 '똥물이라도 받아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강릉시민들은 도암댐 물이 내려오면 강릉남대천이 죽음의 하천이 되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휘: 큰 댐에 가둬 놓은 물을 내려보내면 강릉 지역 가뭄도 해결되는 것 아닌가요?
◇선정수: 도암댐에 가둬놓은 물의 양이 3000만톤이라는 보도도 나오기는 하는데요. 지금 도암댐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발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수질 문제가 개선됐다고 주장하는데요. 지역에선 도암댐에 저장된 물이 2급수 이상 수질을 달성하는 것은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 한 때 뿐이라고 맞섭니다. 지금 보도에 나오고 하루에 1만톤씩 이용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앞서 말씀드린 도암댐에서 방류구를 이어주는 15km 정도 되는 터널 안에 들어있는 물을 말하는 건데요. 이 물이 1~2급수 정도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댐으로 가둬놓은 물은 오염도가 심각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현장에서 나오는 르포기사를 봐도 도암댐 저수지 근처에만 가도 썩는 냄새가 날 정도라고 하니까 오염이 굉장히 심각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는 도암댐 물을 정수 처리하면 생활용수로 사용 가능한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수질 분석 결과 화학적 산소 요구량이 리터 당 6.5mg으로 나오는데요. 이건 수질기준 3등급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이렇게 수질 문제가 존재하고요. 도암댐 발전 방류구가 강릉 식수원인 오봉저수지보다 하류에 위치하고 있어서 물을 방류해도 양수기로 끌어 올려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강릉시는 터널 안의 물이 정수장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관로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준비 작업이 끝나는 시점은 오는 20일로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터널 안의 물은 15만톤 정도인데요. 이걸 하루에 1만톤씩 받겠다는 계획이거든요. 당장 가뭄을 해결하는 것과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 강릉시는 가뭄이 끝날 때까지 하루 1만톤씩 물을 계속 받기로 했는데요. 주기적으로 수질 검사를 해서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방류를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최휘: 강릉 오봉저수지로 산불 헬기도 날아와 물을 퍼붓고, 전국의 소방차와 민간 급수차들이 물을 싣고 와서 저수지를 채우기도 했는데요. 이건 별로 효과가 없었나요?
◇선정수: 강릉시와 재난 대응 당국이 차량 570대와 헬기 5대, 해군 및 해경 함정 2척을 동원해 하루 2만5400톤의 물을 오봉저수지와 홍제정수장에 가져다 넣고 있습니다. 강릉시는 오봉저수지의 물을 정화하는 홍제정수장을 통한 아파트 수돗물 공급을 끊어서 저수지 물이 줄어드는 속도를 조금 늦추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강릉시 하루 물 사용량이 8만~9만 톤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부족합니다. 별도의 수원을 확보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퍼 나르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지금 오봉저수지에 쏟아붓는 양의 서너 배 정도를 더 투입하면 강릉 시민들이 평상시와 다름없이 물을 사용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법입니다.
◆최휘: 강릉은 최악의 가뭄에 시달렸는데요. 동해안 인근 도시들은 어땠나요?
◇선정수: 강릉이 가뭄에 시달릴 동안 인접 지역 동해안 도시들도 비가 오지 않은 것은 마찬가집니다.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이번 여름 강수량은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하고요. 올해는 태풍이 전혀 한반도 근처로 지나가지 않았거든요. 이게 가뭄을 더 부채질한 측면이 있고요. 그렇지만 인근 속초시에선 물을 굉장히 많이 쓰는 워터밤 축제를 무리 없이 치렀고요. 양양군, 동해시도 물이 부족한 정도는 아닙니다. 다른 지역은 미리부터 가뭄에 대비했던 게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건데요. 이 동해안 지역은 공통적으로 태백산맥에서부터 흘러내린 빗물이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하천 연장이 매우 짧습니다. 게다가 산악지역은 가파르고 평지는 면적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저수지를 조성하기에도 적당하지 않죠. 그렇지만 속초시는 설악산에서 발원해 동해로 흘러드는 쌍천에 지하댐을 만들어 가뭄에 대비했습니다. 동해시는 강변여과수 시설을 만들어 수원을 확충하고, 노후 관망을 정비해 수돗물 하루 생산량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누수를 개선했다고 합니다. 다른 지역들은 소규모 저수지나 지하수를 활용해 가뭄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강릉시도 지하댐을 지을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다른 지역보다 한 발 늦은 대처가 이런 어려움으로 이어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최휘: 단수는 없다는 강릉시의 공언과는 달리 강릉 지역에 아파트를 중심으로 단수가 빚어지기고 했다는데요. 이건 왜 그런가요?
◇선정수: 강릉시는 지난 6일부터 공동주택 113곳, 대형숙박시설 10곳 등 100톤 이상 저수조를 갖춘 123곳에 대해 상수도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저수조에 물이 많이 들어있으니 최소 며칠 동안은 상수도 공급을 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건데요. 당시 김홍규 강릉시장은 "저수조에 있는 2~3일치 물을 우리가 다 계산하고 있다"고 말하며 단수는 없을 거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저수조가 빌 때까지 아껴서 쓰고 저수조가 비면 급수차로 넣어주겠다는 복안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강릉시가 실제로 남아있는 물이 아닌 저수조 용량을 기준으로 계산을 하는 바람에 일부 아파트에선 단수 사태가 빚어진 겁니다. 게다가 일부 저수조는 급수 배관이 저수조 바닥면보다 높아서 애초 계산했던 양보다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더 적었던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결과적으로 강릉시의 계산이 치밀하지 못했단 이야기죠.
◆최휘: 이번 강릉 지역 가뭄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뭘까요?
◇선정수: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여름은 비가 많은 계절이고 겨울은 건조한 계절이었는데요. 이번 강릉 가뭄 피해를 계기로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여름에도 가뭄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사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크게 당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이전까지 쌓아왔던 기후에 관한 상식들이 줄줄이 깨지는 상황이라서,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온갖 재해에 대비하고 또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각에선 인공강우 기술을 개발하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요. 현재 인공강우 기술은 안 올 비를 오게 만들 정도는 못 됩니다. 비가 오는 양을 조금 늘려주는 정도라고 하고요. 가뭄보다는 산불 진화에 활용하는 걸 염두에 두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댐을 많이 만들어서 물을 가둬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번 도암댐 논란에서 고인물은 반드시 썩게 마련이고, 무턱대고 물그릇을 키워봤자 그 안에 들어있는 물이 썩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이 도암댐 물보다 낙동강 물의 오염도가 더 안좋다고 하는데요. 해당 지역 주민들은 수질 개선에 대해 좀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정부와 지자체도 가뭄 대책과 함께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최휘: 하루빨리 강릉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해법이 나오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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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최휘: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선정수: 네. 안녕하세요.
◆최휘: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강릉 가뭄에 관한 정보들인데요. 심각한 가뭄으로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는 강원도 강릉시가 도암댐의 물을 일부 받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이 조치는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선정수: 강릉시는 지난 10일 인근 평창군 지역에 위치한 도암댐의 물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하루에 받는 물의 양이 1만톤 정도 규모이고요. 곧바로 시행되는 것도 아니고 준비작업을 거쳐서 오는 20일 정도부터 물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평상시 강릉지역의 하루 물사용량이 8만~9만톤 정도 되기 때문에 가뭄을 일거에 해결할 정도의 양이 되지 않죠. 그래도 강릉시와 환경부는 이 조치로 인해 강릉 지역의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고갈 속도를 늦출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휘: 그동안 이 도암댐의 물을 받으면 가뭄을 극복할 수 있을 것처럼 보도한 기사들이 많았었는데요. 이 물을 받는다고 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군요.
◇선정수: 네 언론 보도를 한 번 살펴보면요. <물 3000만 톤 있는데... 그림의 떡 도암댐>이런 기사가 있었고요, <도암댐 활용론 급부상>, <도암댐 방류, 정선군민 반대> 이런 기사들도 눈에 띕니다. 댐의 수문을 열면 막대한 물이 하류로 흘러가 가뭄을 일거에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만드는데요. 사실을 왜곡하는 기사들이 많습니다. 도암댐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수력발전용 댐입니다. 강물을 막는 댐을 쌓고 상류에 물을 가둬놨다가 하류 쪽으로 흘려보내는 일반적인 댐과는 달리 이 도암댐은 유역변경식 발전댐인데요. 큰 낙차를 이용해 발전 효율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이 댐은 방류구를 태백산맥 너머 강릉 쪽에 뚫고 발전소를 지었습니다. 물을 가둔 곳은 영서 지역이고 물을 내보내는 곳은 영동 지역인 거죠. 댐부터 방류구까지는 산을 터널로 뚫어서 물길을 냈고요. 그래서 댐부터 발전기까지 낙차가 600미터가 넘습니다. 국내 수력발전소 가운데 가장 낙차가 큽니다. 이 도암댐은 강릉 쪽으로 흐르는 물을 막아서 만든 게 아니라는 뜻이죠. 그래서 수문을 열고 강릉 쪽으로 물을 내려보낼 일도 없고요.
◆최휘: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이 도암댐의 물이 강릉으로 향하게 되는 것은 맞지 않나요?
◇선정수: 그건 맞습니다. 도암댐은 1991년에 준공이 됐는데요. 댐이 지어진 위치가 골프장, 고랭지 채소 경작지, 축산단지 주변이라서 농약, 비료, 축산분뇨 등 오염물질이 굉장히 많이 흘러들었습니다. 수질이 악화됐고 녹조와 악취 문제가 극심했죠. 이 물이 강릉수력발전소를 거친 뒤에 강릉 남대천으로 흘러들어 가는데요. 강릉 남대천도 도암댐에서 내려온 물로 심각하게 오염이 되면서 주민들이 발전을 중단하라고 극렬히 반대했습니다. 결국 2001년 발전 중지와 함께 방류도 멈췄죠. 이후 24년이 지날 때까지 발전 방류는 재개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가뭄으로 인해 이 도암댐 물을 이용하자는 논의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거죠. 일각에선 '똥물이라도 받아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강릉시민들은 도암댐 물이 내려오면 강릉남대천이 죽음의 하천이 되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휘: 큰 댐에 가둬 놓은 물을 내려보내면 강릉 지역 가뭄도 해결되는 것 아닌가요?
◇선정수: 도암댐에 가둬놓은 물의 양이 3000만톤이라는 보도도 나오기는 하는데요. 지금 도암댐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발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수질 문제가 개선됐다고 주장하는데요. 지역에선 도암댐에 저장된 물이 2급수 이상 수질을 달성하는 것은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 한 때 뿐이라고 맞섭니다. 지금 보도에 나오고 하루에 1만톤씩 이용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앞서 말씀드린 도암댐에서 방류구를 이어주는 15km 정도 되는 터널 안에 들어있는 물을 말하는 건데요. 이 물이 1~2급수 정도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댐으로 가둬놓은 물은 오염도가 심각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현장에서 나오는 르포기사를 봐도 도암댐 저수지 근처에만 가도 썩는 냄새가 날 정도라고 하니까 오염이 굉장히 심각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는 도암댐 물을 정수 처리하면 생활용수로 사용 가능한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수질 분석 결과 화학적 산소 요구량이 리터 당 6.5mg으로 나오는데요. 이건 수질기준 3등급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이렇게 수질 문제가 존재하고요. 도암댐 발전 방류구가 강릉 식수원인 오봉저수지보다 하류에 위치하고 있어서 물을 방류해도 양수기로 끌어 올려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강릉시는 터널 안의 물이 정수장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관로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준비 작업이 끝나는 시점은 오는 20일로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터널 안의 물은 15만톤 정도인데요. 이걸 하루에 1만톤씩 받겠다는 계획이거든요. 당장 가뭄을 해결하는 것과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 강릉시는 가뭄이 끝날 때까지 하루 1만톤씩 물을 계속 받기로 했는데요. 주기적으로 수질 검사를 해서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방류를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최휘: 강릉 오봉저수지로 산불 헬기도 날아와 물을 퍼붓고, 전국의 소방차와 민간 급수차들이 물을 싣고 와서 저수지를 채우기도 했는데요. 이건 별로 효과가 없었나요?
◇선정수: 강릉시와 재난 대응 당국이 차량 570대와 헬기 5대, 해군 및 해경 함정 2척을 동원해 하루 2만5400톤의 물을 오봉저수지와 홍제정수장에 가져다 넣고 있습니다. 강릉시는 오봉저수지의 물을 정화하는 홍제정수장을 통한 아파트 수돗물 공급을 끊어서 저수지 물이 줄어드는 속도를 조금 늦추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강릉시 하루 물 사용량이 8만~9만 톤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부족합니다. 별도의 수원을 확보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퍼 나르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지금 오봉저수지에 쏟아붓는 양의 서너 배 정도를 더 투입하면 강릉 시민들이 평상시와 다름없이 물을 사용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법입니다.
◆최휘: 강릉은 최악의 가뭄에 시달렸는데요. 동해안 인근 도시들은 어땠나요?
◇선정수: 강릉이 가뭄에 시달릴 동안 인접 지역 동해안 도시들도 비가 오지 않은 것은 마찬가집니다.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이번 여름 강수량은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하고요. 올해는 태풍이 전혀 한반도 근처로 지나가지 않았거든요. 이게 가뭄을 더 부채질한 측면이 있고요. 그렇지만 인근 속초시에선 물을 굉장히 많이 쓰는 워터밤 축제를 무리 없이 치렀고요. 양양군, 동해시도 물이 부족한 정도는 아닙니다. 다른 지역은 미리부터 가뭄에 대비했던 게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건데요. 이 동해안 지역은 공통적으로 태백산맥에서부터 흘러내린 빗물이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하천 연장이 매우 짧습니다. 게다가 산악지역은 가파르고 평지는 면적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저수지를 조성하기에도 적당하지 않죠. 그렇지만 속초시는 설악산에서 발원해 동해로 흘러드는 쌍천에 지하댐을 만들어 가뭄에 대비했습니다. 동해시는 강변여과수 시설을 만들어 수원을 확충하고, 노후 관망을 정비해 수돗물 하루 생산량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누수를 개선했다고 합니다. 다른 지역들은 소규모 저수지나 지하수를 활용해 가뭄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강릉시도 지하댐을 지을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다른 지역보다 한 발 늦은 대처가 이런 어려움으로 이어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최휘: 단수는 없다는 강릉시의 공언과는 달리 강릉 지역에 아파트를 중심으로 단수가 빚어지기고 했다는데요. 이건 왜 그런가요?
◇선정수: 강릉시는 지난 6일부터 공동주택 113곳, 대형숙박시설 10곳 등 100톤 이상 저수조를 갖춘 123곳에 대해 상수도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저수조에 물이 많이 들어있으니 최소 며칠 동안은 상수도 공급을 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건데요. 당시 김홍규 강릉시장은 "저수조에 있는 2~3일치 물을 우리가 다 계산하고 있다"고 말하며 단수는 없을 거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저수조가 빌 때까지 아껴서 쓰고 저수조가 비면 급수차로 넣어주겠다는 복안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강릉시가 실제로 남아있는 물이 아닌 저수조 용량을 기준으로 계산을 하는 바람에 일부 아파트에선 단수 사태가 빚어진 겁니다. 게다가 일부 저수조는 급수 배관이 저수조 바닥면보다 높아서 애초 계산했던 양보다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더 적었던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결과적으로 강릉시의 계산이 치밀하지 못했단 이야기죠.
◆최휘: 이번 강릉 지역 가뭄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뭘까요?
◇선정수: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여름은 비가 많은 계절이고 겨울은 건조한 계절이었는데요. 이번 강릉 가뭄 피해를 계기로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여름에도 가뭄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사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크게 당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이전까지 쌓아왔던 기후에 관한 상식들이 줄줄이 깨지는 상황이라서,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온갖 재해에 대비하고 또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각에선 인공강우 기술을 개발하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요. 현재 인공강우 기술은 안 올 비를 오게 만들 정도는 못 됩니다. 비가 오는 양을 조금 늘려주는 정도라고 하고요. 가뭄보다는 산불 진화에 활용하는 걸 염두에 두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댐을 많이 만들어서 물을 가둬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번 도암댐 논란에서 고인물은 반드시 썩게 마련이고, 무턱대고 물그릇을 키워봤자 그 안에 들어있는 물이 썩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이 도암댐 물보다 낙동강 물의 오염도가 더 안좋다고 하는데요. 해당 지역 주민들은 수질 개선에 대해 좀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정부와 지자체도 가뭄 대책과 함께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최휘: 하루빨리 강릉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해법이 나오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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