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간병하던 장애인 형 살인한 동생" 돌봄 사각지대, 가족의 파국

"16년간 간병하던 장애인 형 살인한 동생" 돌봄 사각지대, 가족의 파국

2025.08.07. 오후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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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8월 07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원희영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선고 결과를 기다리던 그 날, 법정은 작은 숨소리조차 내기 어려울 만큼, 무거운 분위기였습니다. 재판부, 검찰, 변호인, 방청객.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가 착잡한 표정으로 침묵에 잠겨 있었죠. 무려 16년이었습니다.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은 형 곁에서 동생A씨가 간병을 해온 세월이 말이죠. 팔 다리를 움직이지 못해 평생을 침대에 누워 지내야만 했던 형은 갈수록 짜증이 늘어만 갔고, 그 곁을 지키던 동생 A씨는 점점 지쳐갔다고 하죠. 그러던 어느 날, 동생 A씨는 술에 만취한 채 형을 살해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건이 또 있었습니다. 갑작스레 쓰러진 아버지를 간병해 온 B씨. 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졌고, 월세가 밀려 보증금까지 허물어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하죠. 그렇게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에 결국 B씨는 아버지를 퇴원시켜 집으로 모셔왔습니다. 그리고 보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오랜 간병 끝에 가족의 목숨을 앗아가는, 간병 살인 사건이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극을 과연,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는 걸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원희영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원희영 변호사(이하 원희영): 네, 안녕하세요

◆이원화: 저희도 일선에서 사건을 접하면서 체감하는 문젭니다만 간병을 둘러싼 범죄가 정말 많이 늘고 있죠.

◇원희영: 네, 맞습니다. 간병과 관련된 범죄가 점점 늘고 있다는 건 통계로도 확인되는 사실인데요. 특히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가족 간병의 부담이 커지고, 그 과정에서 비극적인 사건까지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 100명 17명 정도가 65세 이상 노인 인구입니다. 그리고 2035년에는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세 명, 2050년에는 10명 중 네 명이 노인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족 중심으로 간병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간병 가족들의 간병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외주를 주자니,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간병인을 고용하는 데 드는 월평균 비용은 2024년 기준 370만원 정도여서 보통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부담이 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간병살인, 그중에서도 가족이 가해자인 경우는 단순한 범죄로만 보기 어려운 면이 있어요.

◆이원화: 특히 간병을 하다가 환자를 사망케하는, 간병살인의 경우 가해자의 53%정도가 가족이었다고 하거든요. 물론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게 살인입니다만 오랜시간 간병을 한다는 것, 거기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친다고
하면 쉽지 않은 문제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원희영: 네, 간병살인의 경우는 법정 분위기 자체가 조금 다르기도 합니다. 살인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지만, 장기간의 간병, 정신적, 또 경제적 피로, 가족 내 갈등이 누적되다 보면 재판부 입장에서도 그 맥락을 외면하기 어렵거든요. 예를 들어 2020년 말에 있었던 사건인데요. 한 남성이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섰습니다. 그런데 그 피해자가 누구였냐면, 바로 자신의 친형이었어요.

◆이원화: 피고인이 친형의 간병을 해왔던 모양이죠?

◇원희영: 네, 맞습니다. 이 피고인은 무려 16년 동안 두 살 터울인 친형을 간병해왔습니다. 형은 2003년에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서 뇌병변 장애 1급 판정을 받게 됐고, 이로 인해 팔,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평생을 침대에 누워 지내게 됐습니다. 당시 피고인은 스물네 살이었는데, 형이 그렇게 된 이후로 결혼도 포기하고, 직장도 오래 다니지 못한 채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해왔죠.

◆이원화: 말씀해주신 대로라면 형을 돌본 피고인도 20대부터 형을 돌봐왔단
이야기잖아요. 한창 놀기도 하고, 사회생활 하고, 치열하게 보내야할 시기에 정말 쉽지 않았겠다 싶습니다.

◇원희영: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20대부터 30대, 정말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오롯이 형의 간병에 바친 겁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형의 짜증이나 감정 기복이 심해졌고, 그걸 감당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상황이죠. 그러던 어느 날,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술을 한잔 걸친 피고인은 그날도 어김없이 형이 자꾸 욕을 하고 물건을 집어던지자, 순간 이성을 잃고 형의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졸랐습니다. 이후 만취 상태에서 곯아떨어진 피고인은 다음날 아침에 깨서 평소대로 형에게 물과 담배를 갖다줬는데, 형을 흔들어 깨워도 반응이 없으니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형은 숨진 뒤였습니다.

◆이원화: 형이 사망했는데 그때는 사망한 줄 몰랐다가 다음 날 깨서 알았다는 건가요?

◇원희영: 네. 당시 피고인은 만취 상태여서 상황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처음엔 살인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제1심 재판부는 “몸도 가누지 못하는 형의 목을 강하게 압박했다”는 이유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아 살인 혐의를 적용해서 징역 6년형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잠에서 깬 뒤에 다급하게 형을 구하려 했던 모습은 이미 인정된 살인의 고의성 여부와는 연관이 없다는 판단이었는데요, 피고인과 피고인의 변호인은 이에 불복하여 사건 당시 피고인이 만취했었다는 점, 무려 16년 동안이나 스스로의 인생을 포기하면서까지 형을 돌본 점, 잠에서 깬 뒤 인공호흡 등을 하여 형을 살리려 한 점 등을 들어 2심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상해치사를 예비적 죄명으로 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요,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습니다.

◆이원화: 무슨 이유였죠?

◇원희영: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상해의 고의를 넘어 살인의 고의가 있음이 완벽히 입증되지는 않는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랑했던 형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 속에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무엇보다 큰 형벌일 것이라면서 선고형을 징역 3년형으로 감형했습니다. 이처럼 간병살인의 경우, 범행 동기와 피고인의 심리 상태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원화: 그런데 이런 사건이 한두번이 아니죠?

◇원희영: 맞습니다. 이런 사건은 사실 한두 건이 아닙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는데, 2021년에 있었던 대구 수성구에서 있었던 간병살인 사건이에요. 당시 쉰 여섯 살이었던 피해자는 뇌졸중의 일종인 심부뇌내출혈과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쓰러져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는데요, 피해자의 몸상태가 혼자서 식사를 하거나 용변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았지만,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당시 스물 두 살이었던 아들은 아버지를 퇴원시키고, 간병을 도맡게 됐습니다.

◆이원화: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원희영: 퇴원일이 2021. 4. 23.이었는데요, 퇴원 다음날 아들은 아버지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고 더 이상 간병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여 아버지에게 약을 주지 않았고 음식은 일주일간 열 번만 제공했습니다. 그러다가 피고인인 아들은 5. 1.부터는 음식과 물도 주지 않고 아버지를 방에 방치했고, 아버지인 피해자는 퇴원한 지 보름 뒤인 5. 8.경 영양실조와 폐렴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날은 어버이날이었습니다.

◆이원화: 당시, 이 사건을 두고, 부작위에 의한 존속살인죄를 적용할 거냐 아니면 존속유기치사죄로 볼 거냐, 여론이 갈렸던 것 같거든요.

◇원희영: 이 두 죄명은 처벌 수위가 크게 다릅니다. 존속살인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이어서, 작량감경을 해도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없는 중범죄인데 반해, 존속유기치사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이죠. 이 사건에서 결국 재판부는 동정여론을 고려해서 “적극적으로 살해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방임에 가까웠다”고 판단해서 존속유기치사죄를 인정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재판부 입장에서 이런 유형의 범죄를 맡게 되면, 굉장히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존속살인이라고 하면 가중처벌인데 또 생활고나 병마로 인한 범죄는 감경 사유로 정상 참작이 되기도 하고 말이죠. 결국 검찰과 변호인, 누가 더 설득을 해내느냐의 문제일 것 같은데, 변호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원희영: 네,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재판부 입장에서도 형법적 판단과 인간적 고뇌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살인이라는 결과는 무겁지만, 그 동기나 배경이 ‘간병 스트레스’, ‘생활고’, ‘사회적 고립’에서 비롯된 경우라면 정상 참작의 여지가 생기는 거고요. 결국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게 사정을 전달하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단순히 형량을 줄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맥락을 세심하게 설명해야 재판부도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얻게 되는 거죠.

◆이원화: 그런데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간병범죄도 있습니다만 분노를 자아내는 사건들도 정말 많죠?

◇원희영: 맞아요. 안타까운 사연과는 별개로, 정말 분노를 자아내는 간병 범죄들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얼마 전 있었죠. 환자의 항문에 위생패드 조각을 넣는 학대를 저지른 요양병원 간병인이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60대의 뇌병변 환자였는데, 간병인인 피고인은 단순히 변 처리를 쉽게 하려고 피해자의 항문에 위생패드 열장을 여러 차례 집어넣은 것입니다.

◆이원화: 심지어 간병인 팀장을 맡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원희영: 네 맞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이 간병인이 단순 간병인이 아니라, 해당 병동 간병인 팀장을 맡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간병경력도 오래된 60대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이 피고인에 대해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다른 사건으로는, 섬망 증세를 보이고 있던 환자가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입에 의료용 테이프를 붙여 폭행한 간병인도 있었고, 병세로 인해 피해자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약해진 틈을 타 피해자의 체크카드에서 수천만원의 현금을 인출해 챙긴 간병인도 있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참 너무한다 싶습니다.

◆이원화: 24시간 케어가 필요한 환자들의 경우, 가족들도 생계를 꾸려야 하니
간병인분들에게 의지를 할 수밖에 없는 건데, 이런 사건들이 계속 터지니까 불안할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학대 유형도 정말 다양하다면서요?

◇원희영: 네, 맞습니다. 환자의 상태가 중증일수록 24시간 간병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가족 모두가 생업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간병인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구조죠. 그런데 일부 간병인의 일탈이 계속 발생하면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이 된 겁니다. 특히 언어적 폭력이나 모욕, 창피주기 같은 정신적 학대는 외부에서 알기 어려워요. 녹음이나 CCTV 없이는 증거 확보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자주 방문하고 환자 상태를 체크하면서 이상 신호를 메모해두는 게 필요합니다.

◆이원화: 초고령화 시대인 만큼 이런 범죄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정말 걱정입니다. 이걸 개인의 일탈, 범죄로만 볼 수 있냐 진짜 아닌 것 같은데 어떤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원희영: 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만큼, 간병 범죄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걸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나 특정인의 범죄로만 볼 수는 없어요. 간병 서비스 자체에 대한 공적 지원과 관리 체계가 너무 부족하거든요. 간병인 자격제도를 도입하고, 표준계약서를 의무화하고, 교육·감독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간병인을 통해 돌봄을 받는 이들이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고, 보호자들도 안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원화: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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