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감에 마음 무너져"...따돌림당한 다문화 장병 일기장엔

"고립감에 마음 무너져"...따돌림당한 다문화 장병 일기장엔

2025.07.29. 오전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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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감에 마음 무너져"...따돌림당한 다문화 장병 일기장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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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출신 병사가 부대원들의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생활관에서 몸을 던져 크게 다치는 사건이 벌어져 군사경찰이 조사 중이다.

29일 MBC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밤 육군 모 포병부대 소속 22살 김 모 일병이 부대 생활관 앞에서 떨어져 쓰러진 채 발견됐다.

중국인 아버지와 북한이탈주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 일병은 어머니를 따라 한국 국적을 얻었다. 의무복무를 위해 지난해 말 군에 입대했지만 순탄치 않은 병영 생활을 보냈다.

김 일병의 일기장에는 지난해 12월 '뭘 할 때마다 눈치 주면서 너무 답답했다', '숨쉬기 어려웠다', '늘 악몽을 꾼다'는 글이 적혔다. 다음 달엔 부대원들이 자신을 이른바 '짱개'·'짭코리아'로 불렀다며, 그 뜻을 몰라 다른 동료에게 물어봐야 했다고도 썼다.

몸이 아파 약을 요청한 자신에게 동료들이 '갖고 있는 약을 주겠다'고 둘러대고는 결국 주지 않았다거나, 훈련은 물론 부대 생활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정황도 담겨 있었다.

사건 직후 해당 부대가 작성한 발병 경위서엔 '창문으로 뛰어내려 낙상피해를 입었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원인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석 달 뒤 다시 쓴 발병 경위서엔 '부대 생활 간 한국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적응이 더딘 상태'였다는 내용이 뒤늦게 추가됐다.

김 일병의 어머니는 "발병 경위서를 읽어보니 모든 것이 제 아이 책임이었다"고 호소했다.

김 일병은 척추를 크게 다쳐 석 달째 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치료 도중 자신의 휴대전화에 '동료들로부터의 고립과 지속적인 압박이 쌓이면서 제 마음이 무너졌다'는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경찰은 김 일병의 동료 1명을 입건해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YTN digital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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