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촤악' 소리 들리더니..." 5호선 방화범 옆 승객의 증언

"뒤에서 '촤악' 소리 들리더니..." 5호선 방화범 옆 승객의 증언

2025.06.26. 오후 1:2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이미지 확대 보기
"뒤에서 '촤악' 소리 들리더니..." 5호선 방화범 옆 승객의 증언
서울남부지검
AD
지난달 3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역 인근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 당시 방화범의 바로 옆에 서 있던 승객 A씨가 "정말 단 2~3초 만에 상황이 뒤바뀌었다"며 그날 일을 회상했다.

26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A씨는 사건 당일에도 여느 때처럼 출입구가 가까운 칸을 이용했으나, 자신의 바로 뒤에 누군가가 '기름통'을 들고 서 있던 점만 달랐다고 밝혔다.

뒤에서 '촤악' 소리가 났을 땐 누군가의 실수로 물이나 커피가 쏟아진 줄 알았다는 그는 "바닥에 연노란색 액체가 넓게 퍼져 있었다.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바로 기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다른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A씨는 "문득 '아, 이거 기름이구나' 싶었다"며 "정말 단 2~3초 만에 상황이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A씨는 본능적으로 앞 칸을 향해 내달렸고, 다른 승객들 역시 혼비백산하며 열차 안은 금세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한 임신부가 미끄러져 A씨가 잡아주기도 했다.

앞 칸으로 간신히 몸을 피해 뒤를 돌아보자마자 불길은 A씨가 기존에 서 있던 자리에서 천장까지 치솟았다. 만약 2~3초만 멍하니 있었다면 불에 타고 있는 건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대로 굳어버렸다고 A씨는 전했다.

이후 열차는 어두운 터널 한가운데에서 멈춰 섰고, A씨도 한 중년 남성의 도움으로 열차에서 내린 뒤 터널을 따라 걸었다.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거듭 걸은 끝에 저 멀리 마포역 불빛이 보였고, 소방관들을 마주하고서야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데, 탈 때마다 불안감을 느낀다. 25일 공개된 CCTV 영상도 보려고 했다가 너무 떨려서 아직 못 보고 있다"며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는 절대 가볍게 다뤄져선 안 된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걱정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으려면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YTN digital 이유나 (lyn@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