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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6월 10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한솔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지난 5월이었습니다.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는 한 여성이 발견됐죠. 그녀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해당 아파트의 주민이었습니다. 해당 여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잔인한 범행을 저질렀던 걸까요. 놀랍게도 범인은 그녀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던 한 남성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이었던 건 피해 여성이 이 남성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그간 여러 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었단 점이었죠. 피해여성은 신변에 위협을 느껴, 구속수사를 해달라, 600쪽 분량의 증거자료도 제출했다 알려졌습니다만 그녀의 절박한 외침은 어쩐 일인지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해당 사건 이후, 후속 수사를 통해 경찰의 총체적 부실대응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죠. 경찰에선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책임을 다하겠다’며 사과했습니다만 글쎄요. 피해자만 다를 뿐 비슷하게 반복되곤 하는 교제폭력과 스토킹 보복 살인, 과연 국민들 중 누가 경찰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한솔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박한솔 변호사(이하 박한솔):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박한솔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정말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고야 말았습니다. 경기도 동탄 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잔혹한 살인사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닙니다. 불과 얼마 전 벌어진 사건이죠.
◇박한솔: 네. 불과 약 3주 전인 2025년 5월 12일 오전 10시 42분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이, 복도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는 피해자를 발견하였고 경찰에 신고하였습니다. 최초 신고자인 주민에 의하면 발견될 당시 피해자는 손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 머리에 검은 천이 씌워져 있었고 케이블 타이로 양손이 결박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피해여성이 발견된 상태를 들어보니, 단순한 우발적 살인이라기보단 어딘가에 납치돼 있다가 탈출을 시도하던 중 살해당한 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거든요.
◇박한솔: 네. 우발적 살인은 아니었습니다. 용의자는 피해여성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이씨로, 피해여성과는 2017년경부터 몇 년 동안 교제 및 동거하던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이씨의 폭행 때문에 피해여성은 이씨를 가정폭력으로 신고하여 분리되길 원했고, 이에 따라 당시 피해자는 지인의 집인 오피스텔로 대피하여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인 이씨가 피해자가 대피해 있던 오피스텔의 주소를 알아내어 찾아가서 피해자를 납치한 후 살인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이원화: 피해여성이 이 남성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서 매사 굉장히 조심하고 숨어지내다시피 했을 텐데, 가해자는 도대체 어떻게 이 거처를 어떻게 알아냈던 걸까요.
◇박한솔: 가해자는 피해여성 몰래 피해여성의 인적사항을 이용하여 통신사와 카드결제 내역 등을 알아냈고, 이때 알게 된 정보로 심부름센터를 이용해 피해여성의 거처를 알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너무 안타깝고 또 화나는 이유는, 피해여성이 자신이 이런 피해를 입을 것이다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런 피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였으며, 경찰에 도움 요청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범행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해자의 범행은 결국 피해자가 사망하고 나서야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이원화: 이 피해여성이 오래전부터 경찰에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었다는 거잖아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겁니까.
◇박한솔: 피해여성은 2024년 9월 9일에 112에 신고했는데, 이때 신고 후 경찰 측에서 모니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피해여성이 과거 가해자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비슷한 일로 과거 여러 번 신고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피해여성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진술이 있었다는 것을 이유로 경찰에서는 별다른 종합적 검토 없이 바로 사건을 종결하였습니다. 그 후 피해여성이 2025년 2월 23일에 두 번째로 신고를 하는데, 이때 역시 출동한 경찰은, ‘단순 말다툼이었다.’라는 피해여성의 진술만 듣고서 현장을 떠나버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경찰이 현장을 떠난 후, 피해 여성은 가해자로부터 고문에 가까운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원화: 변호사님도 비슷한 사건들 진행해보셔서 잘 아시겠지만, 피해자들이 ‘처벌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건 정말 괜찮아서가 아니라,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서 라든지 혹시나 상대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걸 수사당국이 몰랐을까? 몰랐어도 문제, 알았는데 그냥 간과했다 해도 문제 아닙니까.
◇박한솔: 네 그렇습니다. 사실 지속적인 폭행, 협박 등을 당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선뜻 신고나 고소를 하기 어려워하고 망설이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 특히 가해자와 연인 또는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는 더 그런 양상을 보여줍니다. 보통 가까웠던 사람을 신고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고, 피해자가 장기간 가스라이팅을 당했기 때문에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으며, 당연히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크죠. 특히 이 사건 같은 경우, 피해자가 두 번이나 가해자의 폭행 등을 신고하였고 그 과정에서 가해자의 폭행 전력도 확인되었기 때문에 경찰이 좀 더 세심하게 대응하거나 면밀히 사안을 살폈더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고, 단순 교제 폭력이 아닌 가정폭력으로 사건을 처리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이원화: 그러니까요. 긴급분리조치가 조금만 더 빨리 이뤄졌더라면 어땠을지. 이게 법원에 접근금지신청하고 이런 것보다 훨씬 빠르게 가해자와 분리될 수 있는 방법인 거잖아요.
◇박한솔: 네 그렇습니다. 긴급분리조치가 더 빨리 이뤄졌더라면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 교제 폭력은 가정폭력과 달리 별도의 보호 조치가 현재로는 미비한 실정이고, 임시보호명령이나 긴급보호조치 등도 매우 제한적으로만 적용되고 있어서 사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도 시스템이나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원화: 가해자와 피해여성이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 알려졌는데 당시 현장에서는 왜 단순 교제폭력으로 판단을 했던 건지. 경찰이 사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이게 가정폭력인지, 교제폭력인지 이 관계성은 어떻게 판단하게 돼있죠?
◇박한솔: 보통 경찰이 사건 현장에 출동시, 가정 폭력 사건에서는 체크리스트라는 것을 경찰이 작성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폭력의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재발의 위험성은 있는지 등을 확인하여 작성하는 것인데요, 이 사건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이와 같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즉 가정 폭력이 아니라 교제 폭력으로 판단을 한 것이죠. 다만, 가정폭력범죄의 처벌에 대한 특례법은 사실혼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인데, 당사자들의 관계가 연인인지 사실혼 관계에 있는지 등은 경찰이 그 현장에서 여러 질문을 함으로서 충분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즉 둘이 같이 사는 것인지, 얼마나 살았는지, 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조금 자세히 물으면서 당사자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죠.
◆이원화: 심지어 이후에 또 한 차례 신고가 있었고, 지난 4월에는 이 여성이 고소장까지 제출했던 걸로 알려졌거든요.
◇박한솔: 네. 두 차례 신고 후 피해여성은 2025년 3월 3일에 마지막으로 신고를 하였고 2025년 4월 4일에는 가해자를 폭행, 강요 등의 혐의로 고소하며 고소장과 녹취록까지 제출하였습니다. 심지어 이때 피해자가 제출한 고소보충이유서가 600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원화: 600쪽이 넘는 고소보충이유서를 제출하는 게 흔한 상황은 아니죠. 그만큼 피해여성의 절박함이 담겼다,라고 봐야할까요.
◇박한솔: 그렇습니다. 보통 몇십 장의 고소보충이유서를 제출하긴 하는데, 저도 600쪽이 넘는 고소보충이유서는 처음 들어보는데, 정말 얼마나 피해자가 절박하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참 안타까운 것이, 피해여성은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고소보충이유서를 제출하며 가해자에 대한 구속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는 점입니다.
◆이원화: 피해여성이 구속수사를 요청한 시점이 4월이라고 해주셨는데 사건이 발생한 건 5월 중순이었단 말이죠. 영장심사를 한달이나 하진 않았을테고,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던 모양이죠?
◇박한솔: 네. 참 안타까운 것이, 동탄서에서는 2025년 4월 28일 구속영장 신청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고 하나 며칠 뒤 담당자가 휴직하면서 인수인계가 되지 않았다고 하고, 구속영장 신청에 필요한 서류 작성 등의 후속 절차를 받지 않은 채 시간이 흘렀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 결국 피해여성은 가해자로부터 살해되었습니다.
◆이원화: 변호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고소장이 접수되면 피의자인 남성도, 이 여성이 날 고소했구나, 알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더 신속한 구속수사를 요청했던 것 같은데 보고가 누락됐다, 휴직이라 담당자가 바뀌었다? 누군가의 생사가 오가는 마당에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싶습니다.
◇박한솔: 저도 그 부분이 참 답답하면서도 안타까운데요, 피해여성은 정말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일분일초가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으나 경찰에서는 이 사건을 다소 경미하거나 급박하지 않은 사건으로 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대해서 화정동탄경찰서에서도 나서서 유족에게 사과를 하였는데요, 이미 피해자가 이렇게 허망하게 떠난 뒤 사과를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이원화: 심지어 이 사건 같은 경우, 가해자가 사망했죠.
◇박한솔: 네. 가해자는 피해여성을 살해한 후 유서를 남긴 뒤 동거하던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에 따라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이원화: 직접 살인을 저지른 건 숨진 남성이라지만, 말씀해주신 과정들을 보면 수사기관도 이 비극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거 아닙니까.
◇박한솔: 네. 그렇습니다.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은 가해자이지만, 수사기관과 우리 사회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제 폭력이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 미비,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 시스템이나 피해자 보호 대응책의 미비, 경찰 수사의 연결성 부재 등을 보건대 수사기관도 이 비극의 발생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원화: 그런데 문제는 교제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다 목숨을 잃는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입니다. 그리고 매번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제도를 재점검하겠다, 하지만, 실제 뭐가 달라졌나? 하면 글쎄요...변호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박한솔: 안타깝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 현재 실정인 것 같습니다. 교제 폭력이나 가정폭력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실질적으로 분리하거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실제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사실 현재 제도상으로도 즉시 분리 조치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고, 이를 처리하거나 집행할 경찰 인력도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속히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할 것입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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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 : 2025년 6월 10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한솔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지난 5월이었습니다.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는 한 여성이 발견됐죠. 그녀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해당 아파트의 주민이었습니다. 해당 여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잔인한 범행을 저질렀던 걸까요. 놀랍게도 범인은 그녀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던 한 남성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이었던 건 피해 여성이 이 남성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그간 여러 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었단 점이었죠. 피해여성은 신변에 위협을 느껴, 구속수사를 해달라, 600쪽 분량의 증거자료도 제출했다 알려졌습니다만 그녀의 절박한 외침은 어쩐 일인지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해당 사건 이후, 후속 수사를 통해 경찰의 총체적 부실대응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죠. 경찰에선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책임을 다하겠다’며 사과했습니다만 글쎄요. 피해자만 다를 뿐 비슷하게 반복되곤 하는 교제폭력과 스토킹 보복 살인, 과연 국민들 중 누가 경찰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한솔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박한솔 변호사(이하 박한솔):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박한솔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정말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고야 말았습니다. 경기도 동탄 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잔혹한 살인사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닙니다. 불과 얼마 전 벌어진 사건이죠.
◇박한솔: 네. 불과 약 3주 전인 2025년 5월 12일 오전 10시 42분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이, 복도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는 피해자를 발견하였고 경찰에 신고하였습니다. 최초 신고자인 주민에 의하면 발견될 당시 피해자는 손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 머리에 검은 천이 씌워져 있었고 케이블 타이로 양손이 결박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원화: 피해여성이 발견된 상태를 들어보니, 단순한 우발적 살인이라기보단 어딘가에 납치돼 있다가 탈출을 시도하던 중 살해당한 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거든요.
◇박한솔: 네. 우발적 살인은 아니었습니다. 용의자는 피해여성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이씨로, 피해여성과는 2017년경부터 몇 년 동안 교제 및 동거하던 사이였습니다. 그러나 이씨의 폭행 때문에 피해여성은 이씨를 가정폭력으로 신고하여 분리되길 원했고, 이에 따라 당시 피해자는 지인의 집인 오피스텔로 대피하여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인 이씨가 피해자가 대피해 있던 오피스텔의 주소를 알아내어 찾아가서 피해자를 납치한 후 살인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이원화: 피해여성이 이 남성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서 매사 굉장히 조심하고 숨어지내다시피 했을 텐데, 가해자는 도대체 어떻게 이 거처를 어떻게 알아냈던 걸까요.
◇박한솔: 가해자는 피해여성 몰래 피해여성의 인적사항을 이용하여 통신사와 카드결제 내역 등을 알아냈고, 이때 알게 된 정보로 심부름센터를 이용해 피해여성의 거처를 알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너무 안타깝고 또 화나는 이유는, 피해여성이 자신이 이런 피해를 입을 것이다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런 피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였으며, 경찰에 도움 요청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범행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해자의 범행은 결국 피해자가 사망하고 나서야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이원화: 이 피해여성이 오래전부터 경찰에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었다는 거잖아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겁니까.
◇박한솔: 피해여성은 2024년 9월 9일에 112에 신고했는데, 이때 신고 후 경찰 측에서 모니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피해여성이 과거 가해자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비슷한 일로 과거 여러 번 신고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피해여성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진술이 있었다는 것을 이유로 경찰에서는 별다른 종합적 검토 없이 바로 사건을 종결하였습니다. 그 후 피해여성이 2025년 2월 23일에 두 번째로 신고를 하는데, 이때 역시 출동한 경찰은, ‘단순 말다툼이었다.’라는 피해여성의 진술만 듣고서 현장을 떠나버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경찰이 현장을 떠난 후, 피해 여성은 가해자로부터 고문에 가까운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원화: 변호사님도 비슷한 사건들 진행해보셔서 잘 아시겠지만, 피해자들이 ‘처벌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건 정말 괜찮아서가 아니라,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서 라든지 혹시나 상대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걸 수사당국이 몰랐을까? 몰랐어도 문제, 알았는데 그냥 간과했다 해도 문제 아닙니까.
◇박한솔: 네 그렇습니다. 사실 지속적인 폭행, 협박 등을 당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선뜻 신고나 고소를 하기 어려워하고 망설이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 특히 가해자와 연인 또는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는 더 그런 양상을 보여줍니다. 보통 가까웠던 사람을 신고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고, 피해자가 장기간 가스라이팅을 당했기 때문에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으며, 당연히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크죠. 특히 이 사건 같은 경우, 피해자가 두 번이나 가해자의 폭행 등을 신고하였고 그 과정에서 가해자의 폭행 전력도 확인되었기 때문에 경찰이 좀 더 세심하게 대응하거나 면밀히 사안을 살폈더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고, 단순 교제 폭력이 아닌 가정폭력으로 사건을 처리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이원화: 그러니까요. 긴급분리조치가 조금만 더 빨리 이뤄졌더라면 어땠을지. 이게 법원에 접근금지신청하고 이런 것보다 훨씬 빠르게 가해자와 분리될 수 있는 방법인 거잖아요.
◇박한솔: 네 그렇습니다. 긴급분리조치가 더 빨리 이뤄졌더라면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 교제 폭력은 가정폭력과 달리 별도의 보호 조치가 현재로는 미비한 실정이고, 임시보호명령이나 긴급보호조치 등도 매우 제한적으로만 적용되고 있어서 사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도 시스템이나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원화: 가해자와 피해여성이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 알려졌는데 당시 현장에서는 왜 단순 교제폭력으로 판단을 했던 건지. 경찰이 사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이게 가정폭력인지, 교제폭력인지 이 관계성은 어떻게 판단하게 돼있죠?
◇박한솔: 보통 경찰이 사건 현장에 출동시, 가정 폭력 사건에서는 체크리스트라는 것을 경찰이 작성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폭력의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재발의 위험성은 있는지 등을 확인하여 작성하는 것인데요, 이 사건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이와 같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즉 가정 폭력이 아니라 교제 폭력으로 판단을 한 것이죠. 다만, 가정폭력범죄의 처벌에 대한 특례법은 사실혼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인데, 당사자들의 관계가 연인인지 사실혼 관계에 있는지 등은 경찰이 그 현장에서 여러 질문을 함으로서 충분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즉 둘이 같이 사는 것인지, 얼마나 살았는지, 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조금 자세히 물으면서 당사자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죠.
◆이원화: 심지어 이후에 또 한 차례 신고가 있었고, 지난 4월에는 이 여성이 고소장까지 제출했던 걸로 알려졌거든요.
◇박한솔: 네. 두 차례 신고 후 피해여성은 2025년 3월 3일에 마지막으로 신고를 하였고 2025년 4월 4일에는 가해자를 폭행, 강요 등의 혐의로 고소하며 고소장과 녹취록까지 제출하였습니다. 심지어 이때 피해자가 제출한 고소보충이유서가 600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원화: 600쪽이 넘는 고소보충이유서를 제출하는 게 흔한 상황은 아니죠. 그만큼 피해여성의 절박함이 담겼다,라고 봐야할까요.
◇박한솔: 그렇습니다. 보통 몇십 장의 고소보충이유서를 제출하긴 하는데, 저도 600쪽이 넘는 고소보충이유서는 처음 들어보는데, 정말 얼마나 피해자가 절박하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참 안타까운 것이, 피해여성은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고소보충이유서를 제출하며 가해자에 대한 구속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는 점입니다.
◆이원화: 피해여성이 구속수사를 요청한 시점이 4월이라고 해주셨는데 사건이 발생한 건 5월 중순이었단 말이죠. 영장심사를 한달이나 하진 않았을테고,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던 모양이죠?
◇박한솔: 네. 참 안타까운 것이, 동탄서에서는 2025년 4월 28일 구속영장 신청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고 하나 며칠 뒤 담당자가 휴직하면서 인수인계가 되지 않았다고 하고, 구속영장 신청에 필요한 서류 작성 등의 후속 절차를 받지 않은 채 시간이 흘렀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 결국 피해여성은 가해자로부터 살해되었습니다.
◆이원화: 변호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고소장이 접수되면 피의자인 남성도, 이 여성이 날 고소했구나, 알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더 신속한 구속수사를 요청했던 것 같은데 보고가 누락됐다, 휴직이라 담당자가 바뀌었다? 누군가의 생사가 오가는 마당에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싶습니다.
◇박한솔: 저도 그 부분이 참 답답하면서도 안타까운데요, 피해여성은 정말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일분일초가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으나 경찰에서는 이 사건을 다소 경미하거나 급박하지 않은 사건으로 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대해서 화정동탄경찰서에서도 나서서 유족에게 사과를 하였는데요, 이미 피해자가 이렇게 허망하게 떠난 뒤 사과를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이원화: 심지어 이 사건 같은 경우, 가해자가 사망했죠.
◇박한솔: 네. 가해자는 피해여성을 살해한 후 유서를 남긴 뒤 동거하던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에 따라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이원화: 직접 살인을 저지른 건 숨진 남성이라지만, 말씀해주신 과정들을 보면 수사기관도 이 비극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거 아닙니까.
◇박한솔: 네. 그렇습니다.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은 가해자이지만, 수사기관과 우리 사회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제 폭력이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 미비,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 시스템이나 피해자 보호 대응책의 미비, 경찰 수사의 연결성 부재 등을 보건대 수사기관도 이 비극의 발생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원화: 그런데 문제는 교제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다 목숨을 잃는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입니다. 그리고 매번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제도를 재점검하겠다, 하지만, 실제 뭐가 달라졌나? 하면 글쎄요...변호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박한솔: 안타깝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 현재 실정인 것 같습니다. 교제 폭력이나 가정폭력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실질적으로 분리하거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실제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사실 현재 제도상으로도 즉시 분리 조치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고, 이를 처리하거나 집행할 경찰 인력도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속히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할 것입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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