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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6월 7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이하 선정수)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사람을 공격하는 새'인데요. 먼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좀 짚어봤으면 좋겠습니다.
◇ 선정수 : 신문방송학 수업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개가 사람을 무는 건 기사가 아니고, 사람이 개를 물어야 기사다." 의외성이라는 측면인데요. 이걸 새에게 적용해보면 사람이 새를 잡는 건 기사가 아니고, 새가 사람을 잡아야 기사가 된다. 이렇게 될 것 같은데요. 실제로 새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번식기를 맞은 새들 중에 몇몇 종류는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성이 엄청나게 강해집니다. 그래서 자기 영역에 다가오는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국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부산 연제구 한 아파트에서 까마귀가 행인들을 공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신문 보도 제목이 <‘도심깡패’ 된 까마귀 대책 없나…‘사람 공격’ 안전문자까지>였는데요. 까마귀 두 마리가 행인들의 머리를 공격했다고 합니다.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구청에 신고를 했지만 구청은 사유지라서 포획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하고요. 다만 구청은 안전 문자를 보내 <까마귀 공격 신고가 접수 됐으니 해당 지역 주민들은 안전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안내했습니다.
◆ 최휘 : 번식기를 맞은 까마귀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둥지 부근을 지나는 사람을 공격하는 거군요. 그런데 여기 뿐만이 아니라면서요?
◇ 선정수 : 네 서울 용산구, 강남구, 송파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고요, 울산 동구에서도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요즘 사람을 공격하는 까마귀는 큰부리까마귀라는 종류인데요. 번식기를 맞아서 굉장히 예민한 상태라고 합니다. 번식기를 맞은 새가 둥지에 접근하는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 일은 굉장히 흔히 벌어지는 일입니다.
◆ 최휘 : 까마귀만 사람을 공격하는 게 아니고 다른 새들도 그런가요?
◇ 선정수 : 제가 실제로 겪었던 일인데요. 산책을 하다가 새 한 마리가 하천 변에 죽어있어서 살펴보려고 다가갔는데 새 두 마리가 머리 위로 날아와서 소리를 내면서 위협하더라고요. 죽은 새는 까치 새끼인 걸로 보였고요. 죽은 새끼를 지키는 어미새들이 날아와서 공격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까치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흔하고요. 재작년 여름에는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안에서 물까치가 행인을 공격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모두 근처에 둥지를 튼 녀석들이 새끼를 보호하려고 하는 행동입니다.
옛 기사를 좀 찾아봤는데요. 1972년 7월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 수유동에서 쑥을 캐던 30대 남성이 꾀꼬리 한쌍에게 20분 동안 공격을 받았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해외에서도 번식기를 맞은 새들이 둥지 부근을 지나가는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호주에선 봄이 되면 호주까치가 사람을 공격해 매년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 최휘 : 호주는 굉장히 자연이 풍부한 나라잖아요. 자연보호에 진심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문제가 있군요.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 선정수 : 호주까치는 우리나라 까치와 생김새는 약간 비슷하지만 분류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종인데요. 번식기에는 굉장히 포악해지는 걸로 유명합니다. 2021년에는 7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한 공원에서 생후 5개월 아기를 안고 산책을 하던 아기엄마가 호주까치의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기 엄마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숙인 채 이리저리 피하다가 발이 걸려 넘어졌고, 그 바람에 아기가 머리를 심하게 다쳤는데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2019년에는 자전거를 타던 노인이 호주까치의 공격을 피하다 공원 울타리에 부딪혀 머리 부상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12살 소년이 비슷한 상황에서 차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 최휘 :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데요. 호주에선 이런 새들의 공격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 선정수 :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거나 우산 아래에 숨어 까치의 급강하로부터 얼굴을 보호하세요(모자 뒤에 큰 '눈'을 그리거나 붙이는 것도 까치를 막을 수 있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까치가 급강하한다면,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면 급강하를 멈출 가능성이 큽니다. 번식기 동안 '방어 구역'에 들어가지 않도록 대체 경로를 이용하여 해당 구역을 피하십시오. '방어 구역'에 들어가야 할 때, 까치를 끊임없이 감시하거나 사람들이 가까이 모여 걷는다면 까치가 덮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이 사용하는 구역에는 둥지와 방어 구역의 위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표지판을 사용하십시오. 막대기나 우산을 머리 위로 흔들거나 잡으세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까치가 덮치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 위로 밝은 색깔의 깃발을 달거나 헬멧에 케이블 타이를 달 수 있습니다.> 라고 합니다.
◆ 최휘 : 사망사고가 일어날 정도면 굉장히 심각해 보이는데요. 피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나요?
◇ 선정수 : 2019년 호주 시드니의 힐스 샤이어 의회는 이 지역에서 3년 동안 사람을 공격해 40건 이상의 민원 신고를 유발한 '윈저 로드 몬스터'라는 이름이 붙은 호주까치를 사살했습니다. 이 호주까치는 다른 개체보다 훨씬 공격성이 강하고 헬멧 아래로 급강하해 사람들의 얼굴을 공격하는 걸로 악명이 높았는데요. 의회는 "대중에 대한 심각한 위험"으로 규정하고 경찰과 협의해 사살했다고 합니다. 여러번 포획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결국 사살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지역사회에 이 새를 사살한 것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었다고 합니다. 호주까치는 8월부터 11월 사이의 번식기에만 급강하하기 때문에 위험지역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는 게 일반적인 조치라고 하고요. 공격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호주인들의 사랑을 받는 새이기 때문에 사살은 과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고 합니다.
◆ 최휘 : 호주는 호주까치 때문에 매년 조마조마하네요. 우리는 까마귀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는 시점인데요. 일본은 이미 겪었던 일이라면서요?
◇ 선정수 : 네 일본 도쿄 도심의 까마귀는 1980년대부터 늘기 시작해 2000년을 전후해 정점을 찍었다고 합니다. 1985년 첫 개체수 조사에서 6737마리던 것이 1990년에는 1만863마리, 2001년에는 3만마리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까마귀가 크게 늘면서 “쓰레기가 마구 흩어져 있다”, “울음소리가 시끄럽다”, “공격을 당할까봐 무섭다” 등의 민원(2001년 3752건)이 이어지면서 사회문제로 간주되기 시작했습니다.
도쿄도는 2001년 대응팀을 만들어 까마귀 문제 해결에 나섰는데요. 20년이 지난 2020년 조사에선 개체수가 70% 줄어든 1만여마리로 파악됐다고 합니다.
해법은 쓰레기 처리 방식을 바꾼 건데요. 까마귀의 먹이가 되는 쓰레기를 아침 일찍 수거하도록 했고, 올가미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일부 자치구는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는 노란 봉투를 도입했고, 까마귀가 싫어하는 매운 성분을 바른 봉투를 판매하는 기업도 생겼다고 합니다. 또 쓰레기 양 자체를 줄이기 위해 음식점 등의 쓰레기 처리를 유료화하기도 했고요. 이런 정책이 먹혀들면서 까마귀 숫자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 최휘 : 우리나라 도심에서 까마귀가 많이 보이기 시작한 게 얼마되지 않는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까마귀속 조류는 모두 4종입니다. 큰부리까마귀,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인데요. 지금 도심에서 사람과 마찰을 빚는 건 큰부리까마귀와 떼까마귀입니다. 때까마귀는 수천마리씩 떼지어 이동하면서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고, 배설물 때문에 민원을 유발합니다. 큰부리까마귀는 말씀 드린대로 번식기에 사람을 공격해서 문제가 되고 있고요. 그런데 이 큰부리까마귀는 여름에는 주로 산림에서 번식하고 겨울이 되면 저지대로 나오는 습성을 갖고 있었는데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람의 생활영역이 점점 산림을 잠식했고, 큰부리까마귀는 사람 주변에 먹을 것이 있다는 걸 학습하게 되면서 도시에 자리를 잡게 된 겁니다.
뚜렷한 천적이 없는 데다가 안정적으로 먹이를 확보할 수 있게 되니 개체수가 급증하는 것이죠.
◆ 최휘 : 지난 시간에 까마귀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있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요? 포획하면 안 되나요?
◇ 선정수 : 야생생물법은 유해야생동물 8가지 유형을 정하고 있습니다. 큰부리까마귀는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 또는 과수에 피해를 주는" 경우와, "전주 등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경우 지자체 허가를 받아 포획할 수 있는데요.
이번처럼 번식기를 맞아 둥지 주변을 오가는 사람을 공격하는 행위는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관련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큰부리까마귀를 포획할 근거는 없는 상황입니다.
까마귀가 괘씸하다고 함부로 포획하거나 죽이면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 최휘 : 그래도 무방비 상태로 시민들이 다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 선정수 : 호주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가장 좋은 방법은 번식기가 끝날 때까지 까마귀를 피하는 겁니다. 호주 자치 단체들은 해당 지역에 까치가 있다는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고, 일부 주에서는 둥지 목격 정보를 추적하는 앱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사전에 경고를 받은 시민들은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는 지역을 피할 수 있죠. 아파트 단지 안에 둥지를 튼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한다든지 하는 꼭 지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면 헬멧을 쓰거나 양산이나 우산 등으로 머리를 보호하는 게 필요합니다. 호주의 전문가들은 습격을 받으면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있다면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침착하게 해당 지역을 빠르게 걸어서 벗어나는 게 좋다고 합니다.
◆ 최휘 :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길을 가다가 이런 아기새를 발견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 선정수 : 깃털이 나지 않은 새가 땅에서 발견됐다면 주변에서 둥지를 찾아보고 둥지에 올려주는 게 좋습니다. 두시간 정도 관찰해보고 어미새가 온다면 그 아기새는 안전한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지역의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연락하면 됩니다. 깃털이 난 새끼새가 땅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면 개나 고양이의 습격이 우려된다면 덤불이나 근처 나무 밑에 두고 어미가 오는지 기다립니다.
함부로 새끼새를 주워 집으로 데리고 가면 안 됩니다. 불필요한 새끼동물의 이동은 납치와 같다고 보면 되고요. 새끼 동물이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어미 동물의 보살핌이라는 걸 꼭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최휘 : 오늘도 알찬 내용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선정수 : 네. 고맙습니다.
◆ 최휘 :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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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이하 선정수)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사람을 공격하는 새'인데요. 먼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좀 짚어봤으면 좋겠습니다.
◇ 선정수 : 신문방송학 수업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개가 사람을 무는 건 기사가 아니고, 사람이 개를 물어야 기사다." 의외성이라는 측면인데요. 이걸 새에게 적용해보면 사람이 새를 잡는 건 기사가 아니고, 새가 사람을 잡아야 기사가 된다. 이렇게 될 것 같은데요. 실제로 새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번식기를 맞은 새들 중에 몇몇 종류는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성이 엄청나게 강해집니다. 그래서 자기 영역에 다가오는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국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부산 연제구 한 아파트에서 까마귀가 행인들을 공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신문 보도 제목이 <‘도심깡패’ 된 까마귀 대책 없나…‘사람 공격’ 안전문자까지>였는데요. 까마귀 두 마리가 행인들의 머리를 공격했다고 합니다.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구청에 신고를 했지만 구청은 사유지라서 포획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하고요. 다만 구청은 안전 문자를 보내 <까마귀 공격 신고가 접수 됐으니 해당 지역 주민들은 안전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안내했습니다.
◆ 최휘 : 번식기를 맞은 까마귀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둥지 부근을 지나는 사람을 공격하는 거군요. 그런데 여기 뿐만이 아니라면서요?
◇ 선정수 : 네 서울 용산구, 강남구, 송파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고요, 울산 동구에서도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요즘 사람을 공격하는 까마귀는 큰부리까마귀라는 종류인데요. 번식기를 맞아서 굉장히 예민한 상태라고 합니다. 번식기를 맞은 새가 둥지에 접근하는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 일은 굉장히 흔히 벌어지는 일입니다.
◆ 최휘 : 까마귀만 사람을 공격하는 게 아니고 다른 새들도 그런가요?
◇ 선정수 : 제가 실제로 겪었던 일인데요. 산책을 하다가 새 한 마리가 하천 변에 죽어있어서 살펴보려고 다가갔는데 새 두 마리가 머리 위로 날아와서 소리를 내면서 위협하더라고요. 죽은 새는 까치 새끼인 걸로 보였고요. 죽은 새끼를 지키는 어미새들이 날아와서 공격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까치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흔하고요. 재작년 여름에는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안에서 물까치가 행인을 공격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모두 근처에 둥지를 튼 녀석들이 새끼를 보호하려고 하는 행동입니다.
옛 기사를 좀 찾아봤는데요. 1972년 7월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 수유동에서 쑥을 캐던 30대 남성이 꾀꼬리 한쌍에게 20분 동안 공격을 받았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해외에서도 번식기를 맞은 새들이 둥지 부근을 지나가는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호주에선 봄이 되면 호주까치가 사람을 공격해 매년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 최휘 : 호주는 굉장히 자연이 풍부한 나라잖아요. 자연보호에 진심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문제가 있군요.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 선정수 : 호주까치는 우리나라 까치와 생김새는 약간 비슷하지만 분류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종인데요. 번식기에는 굉장히 포악해지는 걸로 유명합니다. 2021년에는 7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한 공원에서 생후 5개월 아기를 안고 산책을 하던 아기엄마가 호주까치의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기 엄마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숙인 채 이리저리 피하다가 발이 걸려 넘어졌고, 그 바람에 아기가 머리를 심하게 다쳤는데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2019년에는 자전거를 타던 노인이 호주까치의 공격을 피하다 공원 울타리에 부딪혀 머리 부상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12살 소년이 비슷한 상황에서 차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 최휘 :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데요. 호주에선 이런 새들의 공격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 선정수 :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거나 우산 아래에 숨어 까치의 급강하로부터 얼굴을 보호하세요(모자 뒤에 큰 '눈'을 그리거나 붙이는 것도 까치를 막을 수 있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까치가 급강하한다면,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면 급강하를 멈출 가능성이 큽니다. 번식기 동안 '방어 구역'에 들어가지 않도록 대체 경로를 이용하여 해당 구역을 피하십시오. '방어 구역'에 들어가야 할 때, 까치를 끊임없이 감시하거나 사람들이 가까이 모여 걷는다면 까치가 덮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이 사용하는 구역에는 둥지와 방어 구역의 위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표지판을 사용하십시오. 막대기나 우산을 머리 위로 흔들거나 잡으세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까치가 덮치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 위로 밝은 색깔의 깃발을 달거나 헬멧에 케이블 타이를 달 수 있습니다.> 라고 합니다.
◆ 최휘 : 사망사고가 일어날 정도면 굉장히 심각해 보이는데요. 피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나요?
◇ 선정수 : 2019년 호주 시드니의 힐스 샤이어 의회는 이 지역에서 3년 동안 사람을 공격해 40건 이상의 민원 신고를 유발한 '윈저 로드 몬스터'라는 이름이 붙은 호주까치를 사살했습니다. 이 호주까치는 다른 개체보다 훨씬 공격성이 강하고 헬멧 아래로 급강하해 사람들의 얼굴을 공격하는 걸로 악명이 높았는데요. 의회는 "대중에 대한 심각한 위험"으로 규정하고 경찰과 협의해 사살했다고 합니다. 여러번 포획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결국 사살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지역사회에 이 새를 사살한 것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었다고 합니다. 호주까치는 8월부터 11월 사이의 번식기에만 급강하하기 때문에 위험지역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는 게 일반적인 조치라고 하고요. 공격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호주인들의 사랑을 받는 새이기 때문에 사살은 과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고 합니다.
◆ 최휘 : 호주는 호주까치 때문에 매년 조마조마하네요. 우리는 까마귀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는 시점인데요. 일본은 이미 겪었던 일이라면서요?
◇ 선정수 : 네 일본 도쿄 도심의 까마귀는 1980년대부터 늘기 시작해 2000년을 전후해 정점을 찍었다고 합니다. 1985년 첫 개체수 조사에서 6737마리던 것이 1990년에는 1만863마리, 2001년에는 3만마리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까마귀가 크게 늘면서 “쓰레기가 마구 흩어져 있다”, “울음소리가 시끄럽다”, “공격을 당할까봐 무섭다” 등의 민원(2001년 3752건)이 이어지면서 사회문제로 간주되기 시작했습니다.
도쿄도는 2001년 대응팀을 만들어 까마귀 문제 해결에 나섰는데요. 20년이 지난 2020년 조사에선 개체수가 70% 줄어든 1만여마리로 파악됐다고 합니다.
해법은 쓰레기 처리 방식을 바꾼 건데요. 까마귀의 먹이가 되는 쓰레기를 아침 일찍 수거하도록 했고, 올가미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일부 자치구는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는 노란 봉투를 도입했고, 까마귀가 싫어하는 매운 성분을 바른 봉투를 판매하는 기업도 생겼다고 합니다. 또 쓰레기 양 자체를 줄이기 위해 음식점 등의 쓰레기 처리를 유료화하기도 했고요. 이런 정책이 먹혀들면서 까마귀 숫자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 최휘 : 우리나라 도심에서 까마귀가 많이 보이기 시작한 게 얼마되지 않는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까마귀속 조류는 모두 4종입니다. 큰부리까마귀,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인데요. 지금 도심에서 사람과 마찰을 빚는 건 큰부리까마귀와 떼까마귀입니다. 때까마귀는 수천마리씩 떼지어 이동하면서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고, 배설물 때문에 민원을 유발합니다. 큰부리까마귀는 말씀 드린대로 번식기에 사람을 공격해서 문제가 되고 있고요. 그런데 이 큰부리까마귀는 여름에는 주로 산림에서 번식하고 겨울이 되면 저지대로 나오는 습성을 갖고 있었는데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람의 생활영역이 점점 산림을 잠식했고, 큰부리까마귀는 사람 주변에 먹을 것이 있다는 걸 학습하게 되면서 도시에 자리를 잡게 된 겁니다.
뚜렷한 천적이 없는 데다가 안정적으로 먹이를 확보할 수 있게 되니 개체수가 급증하는 것이죠.
◆ 최휘 : 지난 시간에 까마귀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있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요? 포획하면 안 되나요?
◇ 선정수 : 야생생물법은 유해야생동물 8가지 유형을 정하고 있습니다. 큰부리까마귀는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 또는 과수에 피해를 주는" 경우와, "전주 등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경우 지자체 허가를 받아 포획할 수 있는데요.
이번처럼 번식기를 맞아 둥지 주변을 오가는 사람을 공격하는 행위는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관련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큰부리까마귀를 포획할 근거는 없는 상황입니다.
까마귀가 괘씸하다고 함부로 포획하거나 죽이면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 최휘 : 그래도 무방비 상태로 시민들이 다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 선정수 : 호주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가장 좋은 방법은 번식기가 끝날 때까지 까마귀를 피하는 겁니다. 호주 자치 단체들은 해당 지역에 까치가 있다는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고, 일부 주에서는 둥지 목격 정보를 추적하는 앱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사전에 경고를 받은 시민들은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는 지역을 피할 수 있죠. 아파트 단지 안에 둥지를 튼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한다든지 하는 꼭 지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면 헬멧을 쓰거나 양산이나 우산 등으로 머리를 보호하는 게 필요합니다. 호주의 전문가들은 습격을 받으면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있다면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침착하게 해당 지역을 빠르게 걸어서 벗어나는 게 좋다고 합니다.
◆ 최휘 :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길을 가다가 이런 아기새를 발견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 선정수 : 깃털이 나지 않은 새가 땅에서 발견됐다면 주변에서 둥지를 찾아보고 둥지에 올려주는 게 좋습니다. 두시간 정도 관찰해보고 어미새가 온다면 그 아기새는 안전한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지역의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연락하면 됩니다. 깃털이 난 새끼새가 땅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면 개나 고양이의 습격이 우려된다면 덤불이나 근처 나무 밑에 두고 어미가 오는지 기다립니다.
함부로 새끼새를 주워 집으로 데리고 가면 안 됩니다. 불필요한 새끼동물의 이동은 납치와 같다고 보면 되고요. 새끼 동물이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어미 동물의 보살핌이라는 걸 꼭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최휘 : 오늘도 알찬 내용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선정수 : 네. 고맙습니다.
◆ 최휘 :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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