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후 숨진 기러기 아빠...기저 질환에도 법원 "업무상 재해"

회식 후 숨진 기러기 아빠...기저 질환에도 법원 "업무상 재해"

2024.03.31. 오전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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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회식을 마치고 귀가해 갑작스럽게 숨진 5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고인이 기저 질환이 있었지만 평소 건강 관리를 성실하게 했다며, 스트레스와 과로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김다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50대 남성 A 씨는 2017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용역 사업에 투입돼 정보통신시스템 관리 업무를 맡았습니다.

근무지가 강원도 원주에 있어 아이들을 보기 위해 주말마다 서울 자택을 오갔습니다.

기러기 아빠로 생활한 지 4년째 접어든 어느 날, A 씨는 회식을 마치고 관사에 돌아갔다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인은 심뇌혈관질환으로 추정됐는데, A 씨 아내는 평소 과중한 업무 탓이라며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그러나, 사망에 이를 만큼 일이 많지 않았고, 당뇨와 고혈압 등 기저 질환이 악화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결정에 아내가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A 씨가 업무상 재해를 당한 게 맞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공식 근무 시간이 1주일에 40시간대로 고시에서 정한 업무상 질병 기준에 미치진 않지만, 실제 근무 시간은 훨씬 길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긴급 사태에 대응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수시로 메신저로 보고를 받았고, 휴일에도 직원들의 코로나19 상황까지 관리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또, A 씨가 주말마다 서울 자택을 오가면서 만성적인 휴식 부족에 시달린 것도 고려했습니다.

보통 기저 질환은 업무상 재해 인정에 걸림돌이 되기 십상이지만, A 씨의 경우 성실하게 건강 관리를 한 점이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꾸준히 약을 먹었을 뿐 아니라 식단 조절과 운동, 금연과 건강 일기 작성까지 했다며 기저 질환으로 숨졌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김남석 / 노동법 전문 변호사 : 건강 일지까지 이례적으로 써서 이렇게 건강 관리를 하셨다는 점을 보면 법원에서 이런 점들을 좀 적극적으로 참작해서 산재로 인정한 것 같습니다.]

아직 항소 기한이 남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유족 측은 열심히 살아온 가장의 업무상 재해를 국가가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며 공단의 항소 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YTN 김다현입니다.


영상편집;이자은

그래픽;지경윤



YTN 김다현 (dasam08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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