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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안보라 앵커, 정채운 앵커
■ 출연 : 조기현 작가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대표
■ 구성 : 최혜정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라이더]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최근 대구에서 50대 아들이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아버지를 살해하고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15년 동안 아버지를 홀로 간병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이런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대표이자, '돌봄 청년' 사회활동가 조기현 작가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가 작가님을 모신 이유를 취지부터 시청자 여러분께 설명을 해드려야 될 것 같아요. 작가님이 쓰신 책 중에 이런 제목이 있습니다. 아빠의 아빠가 됐다. 책 내용을 제가 짧게 설명하면 20살 때부터 쓰러진 아버지를 돌보셨고 또 아버지에게는 치매라는 병이 찾아왔고. 작가님께서 20살부터 유일한 아버님의 보호자셨대요. 그런 간병 경험을 토대로 책을 내셨는데 그래서 이런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연초에 전해졌던 비극적인 소식이 조금 남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이 소식 보셨는지요?
[조기현]
제가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냥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몇 년 전의 제가 계속 떠올라요. 치매가 시작되고 나서 어쩔 줄 몰라하고 당장에 일 못 나가서 돈도 못 버는데 병원은 가야 되고. 나 혼자 계속 고립되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고 했던 때에 그냥 이대로 끝나면 좋겠다라고 했던 그 순간이 계속 떠오르고. 어떻게 하면 이것을 그냥 사적인 영역에서 벌어진, 가정 내에서 일어난 비극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사회의 비극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라는 고민을 좀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앵커]
작가님도 말씀을 하셨고 어떻게 보면 이게 자극적인 표현일 수 있는데 이 사안에 대해서 시청자 여러분의 관심이 너무나도 필요하기 때문에 제가 굳이 이 표현을 써내겠습니다. 작가님 쓰신 글 중에 이런 표현이 있더라고요. 한때는 아버지가 죽어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했다라는 표현을 제가 읽게 됐는데 이대로 끝내면 좋겠다는 말씀도 조금 전에 하셨었고, 그러니까 과거에 아버지를 간병했던 나를 돌아보면서 계속 이런 비극적인 사건 뉴스가 전해질 때마다 계속 자신을 돌아본다고 하셨잖아요.
너무 조심스러운 질문인데 한편으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하실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드실 것 같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여쭙겠습니다.
[조기현]
그러니까 이게 어느 순간에 나밖에 없어라는 생각이 들고 더 이상 도움을 요청할 에너지도 안 남아있고 하면 이런 선택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 심리정서적인 상태가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이 당시에 아버지가 너무 부담스럽고 이제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금 어느 정도 사회적 지원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균형을 잘 맞추니까 그 감정이 선명하지는 않거든요. 그만큼 사회적 지원이 있으면 해소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앵커]
작가님도 일단 치매에 걸렸던 아버님을 혼자 부양하셨고 그리고 최근에 대구에서 있었던 사건의 50대 아들도 마찬가지로 혼자 부양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족의 경우에는 국가지원제도 혜택은 받지 못했다고 해요. 복지제도 같은 게 분명 나라에서도 많이 발표를 하고 뭔가 많이 마련돼 있을 것 같은데 왜 도움을 받지 못했을까요?
[조기현]
일단은 정말 아직은 부족하지만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못 받는 사례가 생기는 것은 당사자가 자기가 알아서 찾아서 서류들을 준비하고 진단서를 떼고 신청해야 되는 그 신청주의 구조가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거기서 신청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은 신청하더라도 지침에 조금만 안 맞으면, 중위소득 기준에 5만 원만 초과돼도, 혹은 내가 치매 점수가 검사를 했는데 조금 1, 2점 떨어지면 받을 수 있는 것도 못 받는 거죠. 눈앞에 있는 것도. 그래서 이런 분절돼 있는 서비스, 그리고 서비스를 신청하더라도 과도하게 지침 중심, 혹은 기준만 따르다 보니까 당장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 이런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번에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서 발굴하기 힘들었다고 하는데 사실은 공공행정이 그렇게 우리는 몰랐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발굴하지 못해서 죄송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고 고립되어 있는 가구를 돌봄을 한다는 이유로 어떻게 찾을 수 있느냐를 다시 논의해야 되는데 지금 이렇게 어떻게 발굴해야 되느냐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논의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정부 당국이 변명에만 그칠 게 아니라 조금 더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빨리 찾아야 하는 그런 시기라고 보시는 거예요. 작가님이 지금 과거에 몇 년 전에도 똑같은 경험을 하셨잖아요. 몇만 원 차이로 탈락되고 지원 못 받고 이런 경험을 숱하게 하시면서 그런 어려움을 토로하셨는데 그게 여러 간병인들을 만나보고 계시잖아요, 현장에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상황인 겁니까?
[조기현]
네, 달라진 건 없습니다. 사실은 지침 중심이 된 이상 이걸 신청해보세요, 옆에서 바로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치매 기저귀 지원, 약재비 지원 같은 것을 신청하더라도 좀 재산 기준이 조금 초과돼서 못 했어요라는 말들을 상시적으로 듣습니다. 제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앵커]
재산기준이라고 하셨는데 작가님의 경우에는 결국에는 지원을 못 받아서 그때 당시 살고 계시던 월셋방의 전세금 일부를 빼서 병원비를 내셨잖아요. 렇다면 지금 최근에 대구에서 사망한 50대 중년분도 일을 하고 있다가 결국에 일을 그만두고 아버님을 돌보는 상황에서 이런 비극적인 결론까지 내게 됐는데 많은 간병인들이 뉴스를 접하다 보면 결국에는 일을 그만두고 생업을 그만두고 간병에만 치중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어디에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조기현]
일단은 비용의 문제도 가장 크죠. 중증도가 계속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그런 공공의 돌봄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냐하면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은 요양원에서 안 받아줄 거야, 혹은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은 요양원 가면 팔다리 다 이렇게 묶어놓고 그냥 감옥에 갇힌 것처럼 생활할 수밖에 없어라고 해서 조금 만나다 보면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계속 그렇게 자기가 더 많이 책임지고 가정 내에서 계속 돌보고 직장까지 그만두면서 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공공돌봄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내가 맡기더라도 죄책감 느끼지 않을 수 있고 내가 내 일을 하면서 보호자로서 같이 잘 동행하면서 살 수 있다라면 이런 일이 덜 벌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이렇게 공공돌봄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결국 가정 안에서 그 돌봄을 해결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서 직장도 포기하게 되고 이런 경우들이 생기는 거잖아요. 럴 때마다 환자 부양에 대한 책임이 이렇게 가정에 국한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어떤 식으로 해결이 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조기현]
사실 가정에 국한하지 말자라고 해서 돌봄을 사회화하자라는 논의는 2008년부터 시작하고 그게 대표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는 제도로 만들어졌어요. 런데 우리가 근본적으로 질문해야 될 건 이게 단순히 가족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제도를 만든다? 그러면 한편으로는 가족이 돌봄을 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거든요. 기요양에 방문요양만 보더라도 방문요양하는 데 있어서 한 사람에게 필요한 돌봄은 24시간인데 하루에 3시간에서 4시간밖에 안 돼요.
돌봄 서비스의 양을 이렇게까지 적게 측정하는 거죠. 나머지는 공백으로 두거나 혹은 다른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하거나 혹은 저나 지금 돌아가신 분처럼 혼자서 전담해서 그 빈틈을 혼자 메우거나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빨리 사회의 책임이라는 것을 더 강조해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사회적 책임이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이런 요구를 했습니다. 치매 환자를 발굴하는 데 더 힘을 써달라. 그러니까 도움이 필요한 환자와 가족의 수요를 파악하는 게 가장 급선무다라는 취지인데 공공기관이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내가 어디에 가야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어느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도 몰라서 못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도움이 필요한 분들, 지금 방송 보고 계실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조기현]
사실 이게 조언이 힘들 정도로 정보가 많이 분산돼 있습니다. 집에 요양보호사가 와서 돌봄을 해 주는 제도를 받으려면 건강보험공단에 찾아가야 되고요. 치매 진단과 여러 예방 교육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치매안심센터에 찾아가야 되고 경제적 지원은 동주민센터에 찾아가야 됩니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한 군데 모여져서 찾아가기만 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은 없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앵커]
아예 전무합니까?
[조기현]
지금은 그냥 산발적으로 있는 경우가 있고 복지관에 통합적으로 사례관리라고 해서 하나의 가정을 여러 가지 지원을 해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지금은 당사자가 알아서 찾아가서 받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면 작가님, 지금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그런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일원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보시는 거예요?
[조기현]
네, 그런 원스톱 시스템으로 일원화하고 그걸 통합 돌봄이라고 합니다. 돌봄을 할 때 필요한 건 간병뿐만 아니라 식사도 제대로 못 하니까 식사 지원도 필요하고 건강관리도 필요하고 여러 가지 심리정서적인 지원도 필요한 것처럼 그런 것을 통합적으로 한 번에 받을 수 있도록 당사자가 돌봄하는 데도 바쁜데 어디서 이렇게 찾아보겠어요. 찾아서 그냥 거기만 가면 필요한 것 다 연결해 주고 매니징해 주는 그런 곳이 가장 필요하고 생각이 됩니다.
[앵커]
지금은 사실상 중간다리가 없는 상황이어서. 여기하고 여기하고 큰 다리를 건너려면 개인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그래서 비극적인 사고가 계속 재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씀이시잖아요.
[조기현]
네, 보호자가 모든 것을 다 책임지고 감수하지 않으면 사실은 받는 것도 쉽지 않은 구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작가님 글 중에 제가 참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는데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누구나 언젠간 돌봄을 받았고 돌봄을 받고 있으며 돌봄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까 누구나 다 겪는 일이에요. 병들고 늙고가 남의 얘기가 아니고 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지금 시청하는 시청자분들께서도 더 관심을 갖고 정부 당국에서도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사회적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어떤 부분이 보완이 되면 좋을지 통합적으로 말씀 부탁드릴게요.
[조기현]
일단은 돌봄을 하고 있는 가정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돌봄 서비스의 확대인 것 같습니다. 돌봄이 지금 충분하게 필요한 만큼 내가 여유를 가지고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는 만큼 돌봄 서비스가 없다라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고요. 그리고 그렇게 있더라도 아까 계속 말씀드렸던 것처럼 실질적으로 내가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통합하는 방법도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 그냥 불행한 가정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고 언제든지 돌봄을 받고 주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라는 가정하에 같이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불운한 가정이 아니라 불응한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비극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짚어주신 대로 돌봄 서비스 일원화라든지 통합 지원 시스템이 마련이 되면 조금은 더 지금보다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사회에 촉구를 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돌봄커뮤니티 N인분 대표이자 '돌봄 청년' 사회활동가 조기현 작가님과 함께 말씀 나눠봤습니다. 작가님,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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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 : 조기현 작가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대표
■ 구성 : 최혜정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라이더]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최근 대구에서 50대 아들이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아버지를 살해하고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15년 동안 아버지를 홀로 간병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이런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대표이자, '돌봄 청년' 사회활동가 조기현 작가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가 작가님을 모신 이유를 취지부터 시청자 여러분께 설명을 해드려야 될 것 같아요. 작가님이 쓰신 책 중에 이런 제목이 있습니다. 아빠의 아빠가 됐다. 책 내용을 제가 짧게 설명하면 20살 때부터 쓰러진 아버지를 돌보셨고 또 아버지에게는 치매라는 병이 찾아왔고. 작가님께서 20살부터 유일한 아버님의 보호자셨대요. 그런 간병 경험을 토대로 책을 내셨는데 그래서 이런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연초에 전해졌던 비극적인 소식이 조금 남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이 소식 보셨는지요?
[조기현]
제가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냥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몇 년 전의 제가 계속 떠올라요. 치매가 시작되고 나서 어쩔 줄 몰라하고 당장에 일 못 나가서 돈도 못 버는데 병원은 가야 되고. 나 혼자 계속 고립되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고 했던 때에 그냥 이대로 끝나면 좋겠다라고 했던 그 순간이 계속 떠오르고. 어떻게 하면 이것을 그냥 사적인 영역에서 벌어진, 가정 내에서 일어난 비극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사회의 비극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라는 고민을 좀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앵커]
작가님도 말씀을 하셨고 어떻게 보면 이게 자극적인 표현일 수 있는데 이 사안에 대해서 시청자 여러분의 관심이 너무나도 필요하기 때문에 제가 굳이 이 표현을 써내겠습니다. 작가님 쓰신 글 중에 이런 표현이 있더라고요. 한때는 아버지가 죽어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했다라는 표현을 제가 읽게 됐는데 이대로 끝내면 좋겠다는 말씀도 조금 전에 하셨었고, 그러니까 과거에 아버지를 간병했던 나를 돌아보면서 계속 이런 비극적인 사건 뉴스가 전해질 때마다 계속 자신을 돌아본다고 하셨잖아요.
너무 조심스러운 질문인데 한편으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하실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드실 것 같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여쭙겠습니다.
[조기현]
그러니까 이게 어느 순간에 나밖에 없어라는 생각이 들고 더 이상 도움을 요청할 에너지도 안 남아있고 하면 이런 선택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 심리정서적인 상태가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이 당시에 아버지가 너무 부담스럽고 이제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금 어느 정도 사회적 지원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균형을 잘 맞추니까 그 감정이 선명하지는 않거든요. 그만큼 사회적 지원이 있으면 해소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앵커]
작가님도 일단 치매에 걸렸던 아버님을 혼자 부양하셨고 그리고 최근에 대구에서 있었던 사건의 50대 아들도 마찬가지로 혼자 부양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족의 경우에는 국가지원제도 혜택은 받지 못했다고 해요. 복지제도 같은 게 분명 나라에서도 많이 발표를 하고 뭔가 많이 마련돼 있을 것 같은데 왜 도움을 받지 못했을까요?
[조기현]
일단은 정말 아직은 부족하지만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못 받는 사례가 생기는 것은 당사자가 자기가 알아서 찾아서 서류들을 준비하고 진단서를 떼고 신청해야 되는 그 신청주의 구조가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거기서 신청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은 신청하더라도 지침에 조금만 안 맞으면, 중위소득 기준에 5만 원만 초과돼도, 혹은 내가 치매 점수가 검사를 했는데 조금 1, 2점 떨어지면 받을 수 있는 것도 못 받는 거죠. 눈앞에 있는 것도. 그래서 이런 분절돼 있는 서비스, 그리고 서비스를 신청하더라도 과도하게 지침 중심, 혹은 기준만 따르다 보니까 당장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 이런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번에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서 발굴하기 힘들었다고 하는데 사실은 공공행정이 그렇게 우리는 몰랐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발굴하지 못해서 죄송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고 고립되어 있는 가구를 돌봄을 한다는 이유로 어떻게 찾을 수 있느냐를 다시 논의해야 되는데 지금 이렇게 어떻게 발굴해야 되느냐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논의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정부 당국이 변명에만 그칠 게 아니라 조금 더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빨리 찾아야 하는 그런 시기라고 보시는 거예요. 작가님이 지금 과거에 몇 년 전에도 똑같은 경험을 하셨잖아요. 몇만 원 차이로 탈락되고 지원 못 받고 이런 경험을 숱하게 하시면서 그런 어려움을 토로하셨는데 그게 여러 간병인들을 만나보고 계시잖아요, 현장에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상황인 겁니까?
[조기현]
네, 달라진 건 없습니다. 사실은 지침 중심이 된 이상 이걸 신청해보세요, 옆에서 바로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치매 기저귀 지원, 약재비 지원 같은 것을 신청하더라도 좀 재산 기준이 조금 초과돼서 못 했어요라는 말들을 상시적으로 듣습니다. 제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앵커]
재산기준이라고 하셨는데 작가님의 경우에는 결국에는 지원을 못 받아서 그때 당시 살고 계시던 월셋방의 전세금 일부를 빼서 병원비를 내셨잖아요. 렇다면 지금 최근에 대구에서 사망한 50대 중년분도 일을 하고 있다가 결국에 일을 그만두고 아버님을 돌보는 상황에서 이런 비극적인 결론까지 내게 됐는데 많은 간병인들이 뉴스를 접하다 보면 결국에는 일을 그만두고 생업을 그만두고 간병에만 치중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어디에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조기현]
일단은 비용의 문제도 가장 크죠. 중증도가 계속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그런 공공의 돌봄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냐하면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은 요양원에서 안 받아줄 거야, 혹은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은 요양원 가면 팔다리 다 이렇게 묶어놓고 그냥 감옥에 갇힌 것처럼 생활할 수밖에 없어라고 해서 조금 만나다 보면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계속 그렇게 자기가 더 많이 책임지고 가정 내에서 계속 돌보고 직장까지 그만두면서 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공공돌봄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내가 맡기더라도 죄책감 느끼지 않을 수 있고 내가 내 일을 하면서 보호자로서 같이 잘 동행하면서 살 수 있다라면 이런 일이 덜 벌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이렇게 공공돌봄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결국 가정 안에서 그 돌봄을 해결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서 직장도 포기하게 되고 이런 경우들이 생기는 거잖아요. 럴 때마다 환자 부양에 대한 책임이 이렇게 가정에 국한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어떤 식으로 해결이 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조기현]
사실 가정에 국한하지 말자라고 해서 돌봄을 사회화하자라는 논의는 2008년부터 시작하고 그게 대표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는 제도로 만들어졌어요. 런데 우리가 근본적으로 질문해야 될 건 이게 단순히 가족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제도를 만든다? 그러면 한편으로는 가족이 돌봄을 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거든요. 기요양에 방문요양만 보더라도 방문요양하는 데 있어서 한 사람에게 필요한 돌봄은 24시간인데 하루에 3시간에서 4시간밖에 안 돼요.
돌봄 서비스의 양을 이렇게까지 적게 측정하는 거죠. 나머지는 공백으로 두거나 혹은 다른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하거나 혹은 저나 지금 돌아가신 분처럼 혼자서 전담해서 그 빈틈을 혼자 메우거나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빨리 사회의 책임이라는 것을 더 강조해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사회적 책임이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이런 요구를 했습니다. 치매 환자를 발굴하는 데 더 힘을 써달라. 그러니까 도움이 필요한 환자와 가족의 수요를 파악하는 게 가장 급선무다라는 취지인데 공공기관이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내가 어디에 가야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어느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도 몰라서 못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도움이 필요한 분들, 지금 방송 보고 계실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조기현]
사실 이게 조언이 힘들 정도로 정보가 많이 분산돼 있습니다. 집에 요양보호사가 와서 돌봄을 해 주는 제도를 받으려면 건강보험공단에 찾아가야 되고요. 치매 진단과 여러 예방 교육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치매안심센터에 찾아가야 되고 경제적 지원은 동주민센터에 찾아가야 됩니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한 군데 모여져서 찾아가기만 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은 없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앵커]
아예 전무합니까?
[조기현]
지금은 그냥 산발적으로 있는 경우가 있고 복지관에 통합적으로 사례관리라고 해서 하나의 가정을 여러 가지 지원을 해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지금은 당사자가 알아서 찾아가서 받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면 작가님, 지금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그런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일원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보시는 거예요?
[조기현]
네, 그런 원스톱 시스템으로 일원화하고 그걸 통합 돌봄이라고 합니다. 돌봄을 할 때 필요한 건 간병뿐만 아니라 식사도 제대로 못 하니까 식사 지원도 필요하고 건강관리도 필요하고 여러 가지 심리정서적인 지원도 필요한 것처럼 그런 것을 통합적으로 한 번에 받을 수 있도록 당사자가 돌봄하는 데도 바쁜데 어디서 이렇게 찾아보겠어요. 찾아서 그냥 거기만 가면 필요한 것 다 연결해 주고 매니징해 주는 그런 곳이 가장 필요하고 생각이 됩니다.
[앵커]
지금은 사실상 중간다리가 없는 상황이어서. 여기하고 여기하고 큰 다리를 건너려면 개인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그래서 비극적인 사고가 계속 재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씀이시잖아요.
[조기현]
네, 보호자가 모든 것을 다 책임지고 감수하지 않으면 사실은 받는 것도 쉽지 않은 구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작가님 글 중에 제가 참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는데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누구나 언젠간 돌봄을 받았고 돌봄을 받고 있으며 돌봄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까 누구나 다 겪는 일이에요. 병들고 늙고가 남의 얘기가 아니고 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지금 시청하는 시청자분들께서도 더 관심을 갖고 정부 당국에서도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사회적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어떤 부분이 보완이 되면 좋을지 통합적으로 말씀 부탁드릴게요.
[조기현]
일단은 돌봄을 하고 있는 가정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돌봄 서비스의 확대인 것 같습니다. 돌봄이 지금 충분하게 필요한 만큼 내가 여유를 가지고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는 만큼 돌봄 서비스가 없다라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고요. 그리고 그렇게 있더라도 아까 계속 말씀드렸던 것처럼 실질적으로 내가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통합하는 방법도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 그냥 불행한 가정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고 언제든지 돌봄을 받고 주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라는 가정하에 같이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불운한 가정이 아니라 불응한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비극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짚어주신 대로 돌봄 서비스 일원화라든지 통합 지원 시스템이 마련이 되면 조금은 더 지금보다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사회에 촉구를 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돌봄커뮤니티 N인분 대표이자 '돌봄 청년' 사회활동가 조기현 작가님과 함께 말씀 나눠봤습니다. 작가님,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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