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과 남현희' 뉴스를 덮다…음모론이 아닌 불편함 [와이즈픽]

'이선균과 남현희' 뉴스를 덮다…음모론이 아닌 불편함 [와이즈픽]

2023.10.28.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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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에 처음 실린 이선균 마약 의혹 단독 보도

배우 이선균 씨의 마약 투약 의혹이 처음 불거진 건 지난 19일. 지역 신문인 경기신문에 '[단독] 톱스타 L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이란 기사가 실리면서부터다. 실명 처리 하지 않았지만 '톱스타', '주연급', '2001년 MBC 시트콤'이란 키워드로 이선균 아니냐는 얘기가 인터넷 공간에서 돌기 시작했다. 이 신문은 이선균 씨가 공갈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과 마약 혐의 추가 연예인들이 있다 등의 단독 보도를 이어갔다. 이후 연예지는 물론 신문·방송 할 것 없이 취재 경쟁에 불이 붙었다. 단독 기사가 거의 매일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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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도 다루고 있다. 미국 포브스와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등 여러 외신은 '기생충' 배우가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포브스는 "마약 투약에 대한 한국의 보수적인 태도를 고려할 때 혐의만으로도 이선균의 경력은 무너질 수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나온 상황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이선균 씨 관련 기사 자체가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연예인의 단순 일탈이 아닌 마약 투약 혐의라는 중대 범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의 아저씨〉, 〈기생충〉 등 좋은 작품에서 보여준 그의 이미지와 상반된 만큼 기사들의 흡입력은 더욱 강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이선균에서 황하나, 한서희, 그리고 GD(권지용)까지 이어졌고 추가 수사 대상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식 인터뷰로 시작된 남현희·전청조 '미스터리'

남현희·전청조의 결혼 이야기는 지난 23일 여성조선에 처음 실렸다. '[단독 인터뷰] 펜싱 남현희·15세 연하 재벌 3세 전청조, 만남·열애·결혼 풀 스토리 최초 공개'라는 기사에 화보 사진들까지 더해졌다. '우리나라 펜싱 스타와 15살 차 재벌가 연하남의 결혼'은 세간의 관심을 끌 만했다. 그런데 곧 큰 반전이 일어난다.

첫 인터뷰가 나오고 이틀 뒤 디스패치는 '[단독] "남현희 예비신랑은, 여자"…전청조, 사기전과 판결문 입수'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남자에서 여자로, 재벌 3세에서 사기 전과자로 사실관계가 확 뒤바뀌면서 오히려 이선균 뉴스를 덮을 정도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남현희 씨를 이용해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는 피해 호소까지 여럿 나온 상황이다.

전청조라는 '여성'이 그것도 자신의 실명을 이용해 계속해서 비슷한 범죄를 이어올 수 있었는지가 가장 기본적인 의문이다. 그래도 이를 보도하는 이유는 남현희 씨의 유명세 때문이 아니다. 피해가 남현희 씨 개인에게만 미쳤다면 이 정도로 키울 기사도 아니었다. 과거 낸시랭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또다시 연예인을 통해 알려진 만큼 일반인들도 유사 피해를 보지 말라는 예방 차원이 크다.

'이선균과 남현희 뉴스'는 의미가 충분히 있다. 유명 배우의 마약 의혹 사건이 본인은 물론 가족,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많은 위로와 자극을 받았던 대중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그리고 일반인에게도 예외일 수 없는 사기 사건이 얼마나 황당하게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어설픈 '음모론' 제기…뉴스 보기 불편하다

그런데 음모론이 나왔다. 이선균 마약 의혹 보도가 경찰발로 쏟아지자 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연예인 마약 기사로 덮어보려고요?"라며 "이상합니다"라고 올렸다. 그는 "김승희 비서관 딸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전치 9주 상해를 입혔다. 사면·복권해 김태우를 강서구청장 선거에 내보낸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며 "이러한 기사가 '이선균 배우의 마약 투약 의혹'으로 덮여가고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에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김승희 비서관 사건은 덮을 이유도 없고 덮어지지도 않는 일"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자마자 사드 추가 배치 보고 누락 사건으로 전국이 뜨거웠을 때 아이돌 그룹 멤버의 대마초 사건이 터졌다. 그것도 이분 논리라면 문재인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터뜨린 것으로 봐도 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영화 〈더킹〉에 담긴 '이슈는 이슈로 막는다'는 건 영화 얘기다. 물론 현실에서도 충분히 악용할 여지가 있다. 다만 '누군가 무엇을 덮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려면 믿을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근거가 나열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시기가 겹치는 것만으로 의혹을 제기한다면 상대에게 되치기당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민심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유명인들 사건 뉴스로 덮일 뉴스라면 애초부터 가치가 없었던 것이다. 가치가 있는 뉴스는 언젠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음모론보다 '불편한 마음'을 전하는 게 더 낫다.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은 안 올라 우리의 삶은 팍팍하고,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공포가 시작됐는데 우리 재정·통화 당국에는 묘수가 없는 게 답답하다. 국가 경제와 민생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하고 쇄신한다는 집권 여당은 혁신위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 민주당은 여당에 대한 '반사 이익' 이상을 못 보여주고 있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수많은 어린이가 희생되고 있는데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다른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가자 공격 이후 세계 질서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무엇을 덮기 위한 음모론이 아니라 이선균·남현희 기사로 뉴스가 도배되면서 정작 중요한 우리들의 뉴스들은 뒷전으로 밀리는 걸 바라봐야 한다. '불편함'이다. 그렇다고 대중의 시선이 오랜 기간 이선균·남현희 뉴스에 머물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게 끝이 있듯 대중의 시선은 다시 우리들의 중요한 뉴스로 향할 것이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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