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넨 그냥 짝퉁"...고연전 가을축제서 드러난 지방캠퍼스 차별·혐오

"니넨 그냥 짝퉁"...고연전 가을축제서 드러난 지방캠퍼스 차별·혐오

2023.09.11. 오전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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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넨 그냥 짝퉁"...고연전 가을축제서 드러난 지방캠퍼스 차별·혐오
사진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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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일 열린 고연전을 앞두고 '본교·분교'간 차별·혐오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논란이다.

1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및 연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 교류행사에 참여하는 '자격'을 두고 지방캠퍼스 소속 학생에 대한 멸시와 차별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7일 연세대 서울 신촌캠퍼스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원세대 조려대'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원세대 조려대'는 각각 원주시에 있는 연세대 미래캠퍼스와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고려대 세종캠퍼스를 조롱하는 의미에서 쓰인다.

작성자는 "연고전 와서 사진 찍고 인스타 올리면 네가 정품 되는 거 같지?"라며 "너넨 그냥 짝퉁이야 저능아들"이라고 분교 학생들을 조롱했다.

고려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의 익명게시판에서도 지난 5일 '세종(세종캠퍼스 학생)은 왜 멸시받으면서 꾸역꾸역 기차나 버스 타고 서울 와서 고연전 참석하려는 거임?'이라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고려대 서울캠퍼스 학생들의 노골적 차별에 분개한 세종캠퍼스 총학생회가 대자보를 두 캠퍼스에 붙였다. 세종캠퍼스 총학은 이 대자보에서 지난 5월 고려대 응원제인 '입실렌티'를 준비하면서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이 세종캠퍼스 재학생을 '학우'가 아닌 '입장객'으로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세종캠퍼스 이를 두고 "세종캠퍼스 학생을 학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캠퍼스를 향한 본교생의 우월적 태도는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의 인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 서울캠퍼스 4학년생 구 모(24) 씨는 연합뉴스에 "입학 성적도 매우 다르고 각 학교의 구성원의 학업 성취도 역시 매우 다르기 때문에 우리 학교의 일부라기보다는 아예 다른 학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공학계열 학과에 재학 중인 이 모(27) 씨는 "이름만 같고 아예 다른 학교인데 왜 본교의 이점을 취하려고 드는지 잘 모르겠다. 자신들의 수능 점수를 까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4학년생인 허 모(24) 씨는 "성적에 따라 대학과 사람의 계급을 나누는 사회 풍조가 대학 사회로 흘러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학우들은 매해 이런 일이 반복되니 분노를 넘어 체념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성세대가 생각했던 '공정'보다 2030세대 젊은 계층의 기준이 더욱 엄격해졌다"며 "자신은 1시간이라도 더 공부해서 입학했는데 왜 분교생이 동등한 권리를 가져가느냐고 의문을 품고 분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YTN digital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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