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경찰 누구 말이 맞나?...결국 '퀴어 혐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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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경찰 누구 말이 맞나?...결국 '퀴어 혐오'로

2023.06.20.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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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경찰 누구 말이 맞나?...결국 '퀴어 혐오'로
사진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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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렸던 충돌

처음 충돌이 벌어졌을 때 헷갈렸다. 퀴어축제 주최 측과 대구시 사이의 충돌이었나, 아니면 주최 측과 경찰이었나? 그런데 대구시와 경찰 사이의 충돌이었다. 아니 홍준표 시장과 경찰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초유의 일이다.

충돌이 벌어진 건 지난 17일.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퀴어 축제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축제 차량 진입을 막았고 경찰이 이들을 막아서면서 양측이 맞붙었다. 대구시와 중구 공무원은 500여 명, 대구경찰청 소속 등 경찰관은 1,500여 명이었다. 진귀한 장면이다. 특히 보수정권이라 더욱 그렇게 보인다. 어쨌든 지자체와 경찰이 축제나 집회 현장에서 물리적으로 충돌할 건 유례가 없는 일임이 분명하다. '사건'처럼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홍준표의 주장

"경찰이 불법 도로 점거를 방조했다" "대구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겠다"

충돌 현장에 나온 홍준표 대구시장 말이다. 지자체의 도로 점용 허가가 없으면 불법 점거라는 입장이다. 근거는 도로법 74조. "통행과 안전 확보를 위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거나 반복적 상습적으로 허가받지 않고 도로를 점용할 경우 도로관리청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명시돼 있다.

이미 충돌 전부터 여러 차례 징조가 있었다. 경찰이 퀴어축제 주최 측 집회 신고를 신청받고 대구시에 "집회 장소를 피해 버스 운행을 다른 곳으로 해달라" 요청했는데 대구시가 이를 거절했다. "버스 노선을 우회할 만큼 공공성 있는 집회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반대 이유다. 홍준표 시장도 충돌 전날 자신의 SNS에 "불법 점거를 막겠다고 하니 경찰 간부가 집회 방해죄로 입건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설교하더라"고 밝혔다. 충분히 예고된 충돌이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경찰의 주장

경찰은 억울해한다.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 시장에게 관련 법률을 설명했더니 '경찰이 그래서 되느냐'고 윽박질렀다"고 했다. "나이도 많으신 분한테 입건하겠다며 엄포를 놨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도 덧붙였다.

경찰이 퀴어 축제를 허용한 건 집시법에 근거한 것이다. 집시법 1조와 3조에 "적법한 집회 시위는 최대한 보장하고 누구든 평화적 집회 시위를 방해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국민 기본법을 규정한 최상위법인 헌법도 경찰이 내세운 법적 근거다. 헌법 21조 1항에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2항에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지난 2010년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는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자유로서,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은 채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 표현의 자유도 그 보호영역에 포함된다"고 결정했다.

경찰의 주장에 대한 홍준표 시장의 반박도 있다. 그는 충돌 당일 SNS에 "집회 신고만 하면 도로 점용 허가 없이 도로를 점거하고 통행을 차단해 마음대로 집회하는 자유는 우리 법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구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누구 말이 맞나?

표면적으로 보면 각자 쥐고 있는 근거인 하위법끼리 충돌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로법에는 통행과 안전 확보를 위해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고 집시법은 평화적 집회와 시위는 최대한 보장하고 이를 방해하면 안 된다고 돼 있다. 이럴 때 있는 게 바로 헌법이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김광삼 변호사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적법하게 집회 시위가 이뤄진다고 한다면 점용 허가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허가권자로부터 또 집회 시위에 대한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은 집회 시위를 제한하는 그런 상황이 될 수 있어서"라고 밝혔다. 물론 법조계에선 이와 반대된 의견도 있다. "집회 신고를할 때 도로나 장소 점용, 동원 장비 등에 대해 밝히도록 법을 고쳐 신고 범위를 벗어난 집회는 제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회 자유만큼 시민의 일상도 중요하니 도로 점거를 무작정 허용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사진 = 금태섭 의원실 제공

결국 불거진 '퀴어 혐오'

이번 충돌 논란은 결국 퀴어 혐오로 번졌다. 예상됐던 일이다. 지자체와 경찰의 충돌 자체가 우리나라에선 초유의 일인데 '퀴어'라는 주제 자체로 논란은 마구 확산한다.

이번 논란을 지켜보면서 금태섭 전 의원이 떠올랐다. 정치인인 그는 과거 '용감하게도' 퀴어 축제에 참여했다. 그것도 민주당 현역 의원이었다. 물론 공격을 많이 받았다. 금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소수자 옹호는 표가 안 된다" 각국 외국 사절들도 참여하는 축제지만 우리나라에선 터부시되는 경향이 남아 있다.

성소수자 인권은 정치인 가운데 특히 민주당 의원들에겐 매우 곤란한 주제다. 정당 자체가 민주와 인권을 표방하는데 성소수자 인권을 얘기하면 여지 없이 반대자들에게 강한 뭇매를 맞는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두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금 전 의원 말대로 표가 안 된다. 금 전 의원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설사 표를 잃고 선거에서 불리해진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얘기할 수 없다면 애초에 정치를 왜 시작했는지가 불분명해진다"

적어도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 충돌로 퀴어 반대론자들에게서 다시 한번 확실히 각인된 효과를 얻게 되었다. 그가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간에… 금 전 의원은 앞선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정치인이 어떤 행사를 가는지는 어떤 말을 하는지만큼 중요하다" 이 말대로라면 어떤 행사를 가는지 만큼 어떤 행사를 반대하는지도 중요하다. 적어도 표를 위해선…

YTN digital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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