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통금'까지 등장...서울 택시 요금 인상 효과는?

'택시 통금'까지 등장...서울 택시 요금 인상 효과는?

2023.04.17. 오전 05:5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심야시간대 택시 대란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요금 인상을 시행한 지 두 달 정도 지났습니다.

'택시 통금'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이용객이 줄었고, 택시 기사들 사이에선 이전보다 손에 쥐게 되는 돈이 오히려 줄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김태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택시를 타자마자 미터기에 기본요금 4천8백 원이 뜹니다.

물가가 전체적으로 오르면서 택시 이용을 이전보다 꺼리는 분위기가 확연합니다.

[황지호 / 서울 아현동 : 원래 4천 원 중반대 나왔는데, 올해 2월쯤 인상되다 보니까 5천 원 중반쯤으로 오른 거 같아요. 많이 타다 보니까 지속해 쌓이다 보면 부담이 되는 거 같아요.]

야간 할증은 밤 10시로 2시간 앞당겨진 데다, 할증률도 최대 40%까지 올랐습니다.

이러다 보니 버스와 지하철 막차 시간 전에 약속 자리를 마무리하는 '택시 통금'이란 말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박한솔 / 서울 화곡동 : 친구들 만나거나 할 때 택시도 잘 이용하고 했는데 체감상 거의 요금이 두 배 정도 오른 느낌이더라고요. 요즘은 대중교통 많이 이용하고 친구들이랑 놀다가도 일찍 집에 들어가요.]

실제 버스와 지하철 이용객은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셋째 주 만3천여 명 수준이던 심야버스 하루 탑승객은 석 달 뒤 만6천여 명으로 20% 넘게 늘었고,

밤 10시 이후 서울 지하철 하루 이용객 수도 지난해 11월엔 47만여 명이었는데, 지난 2월엔 3만 명 넘게 늘었습니다.

택시 기사들의 반응은 어떨까?

먼저 개인택시 기사들의 경우 전보다 수입이 늘어 반기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종화 / 개인택시 기사 : 수입이 오른 건 많이 느껴져요. 밤 10시부터 할증 20%가 적용되기 때문에 (제 수입도) 한 30∼40%는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손님이 줄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고용한 / 개인택시 기사 : 손님이 계속 많이 전 같이 타시면 수입이 괜찮은데, 손님이 줄었어요. 빈 차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요. 요금 오르기 전에는 야간에도 손님이 좀 있었어요.]

법인 택시 기사들은 대부분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매일 20만 원 가까운 사납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손님이 줄면 그만큼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김남식 / 법인택시 기사 : (개인택시 부제를) 풀어서 서로 경쟁 식으로 너도나도 차들이 많이 쏟아져서. 요금은 올랐지만 힘든 면이 많아요.]

코로나가 풀리기 시작했을 때 불거진 택시 대란은 해결됐지만, 손님과 기사 모두 불만이 늘어난 겁니다.

[유정훈 /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 : (시민들은) 택시 요금이 무서워서 일찍 귀가해야 하는 점도 있고. 택시 기사님들도 결과적으로 우리가 이득이 별로 없다고 불만이 있으신 거고….]

어찌 됐든 한번 올린 대중교통 요금을 다시 내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제 두 달 지났지만 시간이 더 지날수록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YTN 김태원입니다.


[앵커]
서울시는 기사들의 처우도 개선하고, 택시 대란을 해결해 시민들의 편의도 늘어난다며 큰 폭의 택시 요금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시행 두 달째, 결과적으로 '택시 대란'을 해소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과 기사들의 불만이 켜켜이 쌓이는 이유는 뭘까요?

김태원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한동안 뜸해졌던 모임이 많아지면서 늦은 시간 택시를 타려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수입이 줄며 택시기사들은 이미 배달이나 택배 쪽으로 옮겨간 뒤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매일 밤 택시 잡기 대란이 벌어졌습니다.

서울시는 떠난 택시기사들을 돌아오게 할 방법은 수입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보고, 지난 2월 요금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서인석 / 당시 서울시 택시정책과장(지난해 9월) : 어떻게 하면 좀 공급을 늘려서 시민들이 택시를 선택할 기회를 드릴까 생각해서, 기본요금은 아까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물가 상승률과 LPG 가스 상승률을 고려해서 (정했습니다.)]

정책은 효과를 거뒀을까?

개인 택시의 경우, 지난해 부제 해제에 힘입어 심야 시간에 3천여 대가 증가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법인 택시의 숫자는 요금 인상 뒤에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법인 택시 기사들은 매달 회사에서 일정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요금이 오른다고 손에 쥐는 돈도 늘지는 않아서 다시 운전대를 잡을 이유가 되기엔 부족한 겁니다.

요금 인상이 택시 매출 증가로 뚜렷이 이어진 것도 아닙니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서울 법인택시의 하루 매출은 평균 20만 6천 원으로, 요금이 오르기 직전 두 달 평균보다 1%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또, 택시비가 부담스러워진 승객들은 더 저렴한 버스와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어서,

전체 운행 시간 중에 승객이 탑승한 시간의 비율을 나타내는 실차율이 법인택시에서 10%p 가까이 떨어졌고, 영업 건수는 하루 24건에서 19건으로 줄었습니다.

결국, 서울시는 택시 요금 인상으로 공급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대신 수요를 쪼그라뜨려서 '택시 대란'을 해소한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단번에 지나치게 큰 폭으로 요금을 올린 게 문제라며, 무엇보다, 최대 40%에 달하는 심야 할증률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유정훈 /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 : 할증을 그러니까 밤 11시부터 40%는 너무 급격한 상승이라는 염려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활동량이 있어야 저녁에도 수요가 있는데, 활동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오름폭은 운송원가를 고려한 합리적 결정이었다면서, 탑승 수요는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반년 뒤쯤엔 다시 회복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실질적으로 기사들의 처우가 크게 개선되지는 못했다며, 국토교통부와 추가 지원책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YTN 김태원입니다.


촬영기자: 김광현
그래픽: 지경윤, 이지희



YTN 김태원 (woni0414@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