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 옥죄는 '명예훼손' 죄?...美 인권보고서도 우려

언론 자유 옥죄는 '명예훼손' 죄?...美 인권보고서도 우려

2023.03.26. 오전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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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국무부가 최근 인권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명예훼손죄'를 이용해 언론 자유를 옥죈다며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그 사례로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도 언급됐는데, 최근엔 대통령실이 직접 기자들을 고발하기도 해 과도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최민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비속어 논란'이 불거진 이후 대통령실과 여권은 MBC가 자막 조작 방송을 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고,

국민의힘은 실제 명예훼손으로 고발 조치했습니다.

[박대출 / 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9월) : (MBC는) 진실을 호도하는 그런 일을 계속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후 역술인 천공의 관저 결정 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대통령실은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이를 최초 보도한 매체 기자를 직접 명예훼손으로 고발했습니다.

대통령실과 여권의 법적 대응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미 국무부도 인권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명예훼손죄'를 공론화를 제한하고 언론 표현을 검열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면서 그 사례로 앞선 비속어 논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유시민 작가에게 벌금형이 내려진 일을 소개했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지난 23일) : 미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권력자라든가 힘 있는 사람들이 어떤 정적을 공격하거나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거짓 뉴스를 퍼뜨린 것이 그리 일반화되거나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는 명예훼손으로 제3자 고발도 가능해 광범위하게 형사 처벌이 이뤄지는 데 반해, 미국은 연방대법원이 언론 자유를 강조한 수정헌법 1조 등에 근거해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실정이 다른 점을 고려하더라도,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의혹 보도, 표현의 자유까지 처벌 대상이 돼야 하는지에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마약이나 보톡스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발언한 인권활동가 명예훼손 사건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는 개인이 아닌 대통령 직무수행이 적정한지에 대한 비판 내용인 만큼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라고 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하면서, 공적 인물이나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손지원 / 변호사 : (정부는) 공적인 자원을 이용해서 본인들의 의혹에 대해서 충분히 시정 반론할 수 있는데, 사법 시스템을 이용해서 형사적으로 언론을 압박한다는 건 비판 여론을 입막음하려는 행태로 해석될 수 있고….]

여러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대통령에 대한 의혹 제기에 형사 고발부터 앞세우는 건 수사기관의 부담도 키우고 언론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소통을 바탕으로 의혹을 해소하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YTN 최민기입니다.


YTN 최민기 (choim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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