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 충격과 분노에서 끌어낸 공익, 지향과 지양의 사이에서...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 충격과 분노에서 끌어낸 공익, 지향과 지양의 사이에서...

2023.03.21. 오후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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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 충격과 분노에서 끌어낸 공익, 지향과 지양의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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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3월 18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 충격과 분노에서 끌어낸 공익, 지향과 지양의 사이에서...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사이비 종교의 실체와 피해자들의 고통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가 화제입니다. 이 콘텐츠 공개 이후로 사이비 종교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져서 유익한 콘텐츠라는 평가가 있는데요. 소장님, 오늘은 이 시리즈에 대한 비평을 해보신다고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일단 저는 이 콘텐츠가 주는 공익적 측면은 분명했다고 봅니다. 해당 방송은 3월 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8부작 다큐멘터리인데요. 기독교복음선교회(JMS) 3회차, 오대양 사건의 박순자 사건 1회차, 아가동산의 김기순 교주 2회차, 만민중앙교회의 이재록 2회차로 다루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20년 MBC가 넷플릭스와 제작 투자 계약을 체결해 2년여에 걸쳐 제작한 다큐멘터리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MBC가 수 십년 동안 가지고 있던 아카이빙 자료들이 많이 활용됐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과거 자료만을 모아서 정리한 것이 아니고요. 방송은 이들 종교를 탈퇴한 사람들, 피해자들을 방대하게 취재해서 그들의 증언을 담았고요. 또 이들을 추적했던 활동가, 언론인, 검찰, 경찰 등의 증언을 종합해서 해당 사이비종교의 반사회적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특히 정명석을 다룬 에피소드의 러닝타임이 총 150여 분으로, 다른 사건 에피소드보다 약 2배 분량이었는데요. 아직 공개된 적 없는 영상 및 녹음 파일을 다수 등장했고, 특히 작년에 기자회견을 통해서 정명석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목소리 낸 피해자의 증언이 주요하게 담겼습니다.

◇ 최휘> 충격적인 폭로 내용이 많이 담겼고, 그로 인해 파장이 계속되고 있잖아요?

◆ 김언경> 네. 2023년 3월 5일,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한국 TV 시리즈 부문 1위를 기록했는데요. 다큐멘터리 장르로는 최초였습니다. OTT 통합검색·콘텐츠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의 3월 2주 차(3/4~3/10) 통합 콘텐츠 랭킹에서 1위였습니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는 방영을 막아달라며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3월 2일 “정명석은 이 프로그램 가운데 채권자들에 대한 내용이 모두 허위 사실이라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MBC는 상당한 분량의 객관적 및 주관적 자료들을 수집한 다음 이를 근거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정명석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주요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아가동산과 교주 김기순 씨도 "'나는 신이다' 5,6회 내용이 일부 탈퇴자의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만 담고 있다"면서, "방송을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2001년에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아가동산 편을 제작했으나, 아가동산 측이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방송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됐더라면, 피해자 상당수가 지금과 같은 비참한 상태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혹법원이 24일 방송금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아가동산 편을 미리 보기를 권하기까지 했습니다.

◇ 최휘> 화제가 되는 만큼, 비판적인 시각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저도 해당 방송을 봤지만 충격적인 장면이 너무 많았어요. 분노가 치밀기도 했고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제기된 비판적 시간에 대해선 어떻게 보셨어요?

◆ 김언경>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이 방송이 우리 사회에 주는 아젠다 자체를 분명히 공익적인 것이고, 그만큼의 효과도 분명했다고 봅니다. 이미 성폭력 등의 혐의로 10년 복역을 하고 나온 정명석 교주가 교도소에서도 교주로서 여전히 건재하게 지냇으며, 출소 후 다시 성폭력을 저질르고 있다는 현재 상황까지 방송한 것은 큰 파장을 주었습니다. 1987년 오대양 집단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오대양 사건이 타살이며, 그 배후가 있다는 의심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특히 방송에서 박순자가 모은 돈 일부가 당시 구원파 교주 유병언이 운영하던 회사로 들어갔다는 사실과 전두환 정권 시절 박영수 검사는 오대양 사건으로 32명이 죽은지 겨우 이틀 만에 대통령 명에 따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시신을 화장해버렸다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이런 내용은 많은 의문점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사이비종교집단이라는 것이 사회적 정의와 상식, 정치 구조가 바로서지 않을 때 창궐할 수 있다는 점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송이 지나치게 선정적이어서 기존 우리가 방송보도물에 대해 요구하는 가이드 라인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 최휘> 지나치게 선정적이기도 했단 말씀 해주셨는데, 구체적으로 짚어보자면 성폭력을 다루는 데 있어서 적절성 논란이 있었던 거죠?

◆ 김언경> 그렇습니다. JMS나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편 등 8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는 성폭력입니다. 그런데 그 성폭력을 드러내는 방식이 지나치게 구체적이어서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만들며 지키고자 했던 성폭력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나체나 성관계를 암시할 수 있는 영상 등은 보도하지 않는 게 저널리즘 기본 원칙”이라며 “이런 영상이 성착취 형태로 가공돼 이용될 우려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고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해자에 대한 존중 없이 알몸을 두세 번 내보낸 건 마땅한 재현 방식이 아니다”며 “이미 범죄가 다 알려졌던 내용인데 세세하게 공개해서 얻을 수 있는 공익이라는 게 뭐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폭력 피해 자체를 묘사하는 데 집중하고 피해 자체를 전시해 이슈화시키는 방식의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며 “수년 뒤에도 반복적으로 재생이 될 수 있는 점 등은 피해자들이 이를 극복하고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 최휘> 그런가하면 제작진 측에서도 관련 입장을 여러 번 냈던데요.

◆ 김언경> 연출자인 조성현 피디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실제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위로 줄였고, 피해자들도 모든 걸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일부 피해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알몸 이미지를 공개한 것과 관련해 “그분들과 관련된 자료는 이미 (인터넷에) 몇 년 전부터 공개됐던 자료”라며 “지금도 그 영상 자체를 부정하기에, 조작인지까지 시청자들이 살펴달란 의미”라는 해명도 했습니다. 조셩현 피디는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 프로그램이 사이비 종교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환기시켰다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런 문제의식을 당연히 가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있는 그대로 명백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가해 종교단체의 내부자들은 계속해 방어 논리를 구축한다. 그리고 이렇게 보여줘야 피해자가 한두명이라도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최휘> 참 어려운 문제네요. 사이비종교 특성상 왜곡된 진실을 고발하기 위해선 편집이나 가감이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이 드니까요. 소장님은 이 영상들, 어떻게 보셨어요?

◆ 김언경>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면요. 저는 이 방송에서 지나치게 재연이 많았으며, 그것이 재연인지 실제인지 표시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지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피해자의 육성발언 내용을 전해주는데, 그때 그 발언 내용에 해당하는 영상을 재연으로 구성했습니다. 정명석이 중국에서 성고문에 가까운 성폭력을 했다는 부분에 있어서도 그 영상 구성이 매우 불편했습니다. 우리가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를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성현 피디는 피해자가 모든 걸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하는데요. 피해자가 원한다고, 또는 목적이 숭고하다 하더라도 성폭력을 선정적으로 재연하거나 실제 성폭력 내용을 그대로 들려주는 것은 부정적 문제를 더 많이 낳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고통을 공개해도 된다고 의사를 밝혔다 하더라도, 방송을 만드는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기준으로 그 뜻을 제대로 반영하면서 선정적 장면은 최대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공군 성추행 피해 이예람 중사의 경우 부모님께서 이예람 중사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사망 당시 동영상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MBC는 언론윤리상 불가능함을 분명히 인식하고, 유족을 설득하면서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그야말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는 조금 더디더라도 방법을 찾으면 있다고 생각하기에 피해자가 공개를 동의했다는 것을 방패 삼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백보 양보해서 사회 고발을 위해 피해 상황 공유를 요구한 피해자라 하더라도 해당 방송물이 줄 파장을 미리 염두에 두지 못할 경우도 있고요. 이런 영상을 성착취 형태로 가공해서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갈 수 있음을 매우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두 번 세 번 고통을 주는 문제가 되고요. 성폭력 자체를 성애화하는 무리도 현존하다보니 그들이 악용하는 부정적 문제도 분명 등장할 수 있습니다. 실제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수위를 거론하며 2차 피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등의 비판글도 보았습니다. 또한 신도들의 알몸 영상이 동의없이 공개된 점도 분명 문제입니다. 저는 사이비종교 문제에 경종을 울리고자하는 공익적 측면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보도에 대해 우리 사회가 만들어온 논의내용과 결과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쉽습니다.

◇ 최휘> 오대양 편에서는 신도들의 주검이 모자이크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세요?

◆ 김언경> 네 저는 개인적으로 성적인 선정성보다 이 방송이 주는 충격이 너무 컸습니다. 사실 이런 장면은 과거 80년대에도 봤던 내용이지만, 이번처럼 주검을 그대로 보여주고, 특히 자살이 아니라 타살일 가능성이 있음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실제 돌아가신 분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너무 불편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아가동산에서 등장한 아동학대를 그리는 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상에서는 아이를 어떻게 때렸는지 어떻게 시신을 처리했는지 등을 보여줄 수 있는 현장검증 모습을 계속 보여줬는데요. 사실 이런 현장검증 모습은 요즘 언론보도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런 장면이 우리에게 주는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2022년 11월에 한국기자협회·보건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이 제정한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에서는 “학대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영상·사진 등은 피해아동과 그 가족의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모방 범죄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사용에 유의합니다.”라고 칭합니다. 또한 이 영상에서는 아동학대범죄로 사망한 최낙귀 군을 위한 굿을 하는 장면을 담아서 비중있는 영상구성으로 넣었는데요. 이런 또한 불필요하게 공포심을 자극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참 보기 어려운 영상이었습니다.

◇ 최휘> <나는 신이다>에 대한 고발적 측면과 선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들여다 봤는데요. 마무리해야죠.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는요?

◆ 김언경> 이 방송에서는 200명 가까운 분들의 인터뷰가 담겼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작업을 해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생각들었고요. 특히 이분들이 용기있게 자신의 피해를 공개한 것에 대해 존경의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분들에 대해 더 이상 손끝만큼의 피해도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번 방송을 계기로 우리가 광신, 맹신이 아닌 맹종의 문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었으면 하고요. 이런 사기행각에 대해서 종교라는 이유로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는, 철저한 수사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감시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많은 비판을 했지만, 어려운 취재를 하신 분들께 감사의 뜻도 전합니다.

◇ 최휘> 저도 소장님 말씀에 덧붙일 말이 없을 만큼 공감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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