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방지법' 있지만...쪼개기 계약에 부당지시 여전

'갑질 방지법' 있지만...쪼개기 계약에 부당지시 여전

2023.03.21. 오전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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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20년 입주민 폭행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을 계기로 업무 외 지시를 금지한 '갑질 방지법'이 시행됐죠.

하지만 현장에서는 3개월짜리 이른바 '쪼개기 계약'으로 고용이 불안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제대로 대응할 길이 없다는 목소리가 여전합니다.

김태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13일, 아파트 관리소장의 갑질에 시달렸다는 문자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70대 경비원 박 모 씨.

동료들은 관리소장이 박 씨를 숨지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경비원들에 대한 '갑질'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20년엔 서울 우이동에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주목받았고, 이듬해 이른바 '경비원 갑질 방지법'이 시행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경비 업무에서 벗어나는 지시를 경비원들에게 내릴 수 없게 규정한 게 골자입니다.

하지만 경비업체들이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 체결하는 1년 미만의 단기 계약, '쪼개기 계약' 앞에선 갑질 방지법도 무용지물입니다.

매년 재계약이 이뤄지는 거라 경비원들은 항상 고용 불안에 처하게 되고, 계약 때마다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리소장을 향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A 아파트 경비원 : (관리실에) 미움받은 사람들은 무조건 근로 계약 만료라서, 해고 통보가 와요, 문자로. 재계약을 안 해준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경비원들은 굉장히 불안하죠.]

10년 동안 근무한 끝에 경비반장까지 됐던 박 씨 역시 3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을 맺고 '수습 경비원'이 되면서 반장 자리를 잃었습니다.

YTN이 확보한 녹취엔 관리소장이 박 씨 외에도 다른 경비반장을 바꾸라고 경비용역업체에 요구하는 등 사실상 인사권을 행사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A 아파트 관리소장 / 지난 1월 업무회의 : 경비반장 교체하라고 한 지가 작년 12월 말인데. 그러니까 내가 지시했잖아 (제가 지시하신 걸 본사에다 얘기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 말이야.]

아파트 관리업체 소속인 관리소장이 경비업체의 아래도급 직원인 경비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은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 사이에 성립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임득균 / 직장갑질119 노무사 : 경비 업무 외적인 지시뿐만 아니라 입주자나 관리소장 등 관리 주체의 괴롭힘 등도 지자체에서 보호하고 과태료 처분까지 할 수 있게….]

경찰과 노동 당국은 숨진 박 씨가 일하던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을 상대로 부당한 업무지시나 불법행위를 한 적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적 공백이 그대로면, 경비원들은 사각지대에서 언제든 갑질에 노출될 거라는 우려도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YTN 김태원입니다.




YTN 김태원 (woni041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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