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교수, "자발적 위안부 다수"...'역사 왜곡' 발언으로 학생들 반발

경희대 교수, "자발적 위안부 다수"...'역사 왜곡' 발언으로 학생들 반발

2022.07.07. 오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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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에 있는 한 대학 교수가 수업에서 일제 침략은 조선의 책임이라는 역사 왜곡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매춘한 거라고 주장해 일부 학생들이 반발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은 진상 파악에 나섰습니다.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임성재 기자에게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경희대 철학과 교수의 '역사 왜곡' 논란, 어떤 내용인지부터 알아보죠.

[기자]
네, 지난 학기 경희대 철학과 전공 수업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주로 1학년 학생들이 듣는 기초 수업인데요.

이 수업 최 모 교수의 여러 발언들이 역사 왜곡 논란을 빚었습니다.

최 교수는 1910년 경술국치의 가장 큰 책임은 조선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고종 황제가 뒷돈을 받고 나라를 팔아넘겼다는 취지인데요.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을 언급하는 과정에선 일본이 우리나라를 근대 국가로 만들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전형적인 '식민지 근대화론'에 기반을 둔 발언입니다.

[앵커]
일본 보수 우익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데요.

최 교수의 발언을 저희 취재진이 입수했죠?

[기자]
네, 지난달 최 교수가 진행한 온라인 수업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식민지 근대화론'에 기반을 둔 발언이 많았는데요.

최 교수의 발언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최 모 교수 / 경희대 철학과 : 고종이, 자기 잘살게 해주겠다니까, 그때 돈이 많이 떨어져 있었거든. 근데 (일제가) 돈 많이 주고 잘살게 해준다니까 '그럼 당신이 나라 책임지시오' 이렇게 한 거야.]

[최 모 교수 / 경희대 철학과 : 일본인들이 토지 조사를 해서 동양척식회사니 뭐니 해서 땅을 뺏었다고 하는데 그거 다 거짓말이에요. 일본은 우리나라를 근대 국가로 만들려고 했어요.]

최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역사에 대해서 '거짓말 역사'라고 주장하는데요.

우리나라를 무조건 피해자로 보는 건 '공산당 논리'라고까지 표현합니다.

[최 모 교수 / 경희대 철학과 : 우리나라는 불쌍하다. 일본놈들은 항상 우리나라한테 보상해 줘야 한다, 그런 식이야. 그게 바로 누구의 논리인지 알아? 공산당의 논리야.]

[앵커]
우리나라 수구 단체들이 독일까지 가서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황당한 일도 있는데요.

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서도 왜곡된 발언을 했다고요?

[기자]
네, 큰 공분을 산 부분이기도 합니다.

최 교수는 한 마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매춘을 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성매매 여성을 우리가 위하거나 동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는데요.

이 수업을 들은 학생의 발언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해당 수업 수강생 :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매춘한 것이다, 성매매 여성들을 우리가 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 최 교수의 수업을 들은 다른 학생들은 어떤 반응인가요?

[기자]
최 교수의 발언이 불편하고, 불쾌했다고 전합니다.

실제 수업 영상을 보면 다수 학생들이 최 교수의 발언에 직접 반박을 시도합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와서 반박하라고 다그치는데요.

이 과정에서 '반일종족주의'의 저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서적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이 전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줄곧 주장해 온 대표적인 수구 인사입니다.

이에 경희대 철학과 학생회는 최 교수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한 긴급 회의를 진행해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추가로 일부 졸업생들의 증언도 이어졌는데요.

과거에도 최 교수가 수업 중 '여성 비하' 발언을 하거나, 역사적인 인물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최 교수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 뭐라고 해명하나요?

[기자]
최 교수의 입장을 직접 들어봤는데요.

일단, 최 교수는 일제 침략 자체를 옹호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책임의 소지를 따지자면 조선의 몫이 크다는 것을 말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자신의 주장은 굽히지 않았는데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일단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강제로 끌려간 사람보다 생계를 위해 자발적 참여가 많았다는 본인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이에 공식적인 입장을 재차 문의하자 태도를 또 바꿨습니다.

일단, 자신은 역사 전문가가 아니라고 밝혔는데요.

해당 발언들이 문제가 된다면 모두 철회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앵커]
과거에도 대학가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많았죠?

[기자]
네, 대학가에서 역사 왜곡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성균관대 공식 웹진에는 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보는 시각에 한국 성장 기반이 형성된 시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소개하는데요.

논란이 일자 곧 삭제됐습니다.

2019년엔 류석춘 당시 연세대 교수의 발언이 문제가 됐는데요.

강의 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란 발언을 했습니다.

이 일로 류 교수는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 등이 논란이 됐는데요.

램지어 교수는 한국 여성들이 일본군에 의해 강제 징집됐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주장해 오고 있습니다.

[앵커]
역사학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왜곡된 역사 인식이 대중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큽니다.

'식민지 근대화론'의 경우 일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일부 경제 통계만 부각한 거라고 지적하는데요.

한국 근대화의 시작을 일제 지배에서 찾는 논리는 침소봉대라는 겁니다.

또, 단편적인 통계뿐 아니라 실질적인 수혜 대상에 당시 조선인들이 포함됐는지를 살펴볼 지점이 많다고 설명합니다.

전문가의 설명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박찬승 / 한양대 사학과 명예교수 : 일본인들 중심의 통계라고 할 수 있고 경제 성장은 조선인들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정치·사회·문화 여러 측면을 고려해서 식민지 역사상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겁니다.)]

정부에서도 역사 왜곡에 대응해 개별 연구에 머물던 일제 침탈사를 종합 편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학교에서도 진상 파악에 나섰겠어요?

[기자]
경희대는 일단 사실 확인을 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철학과가 소속된 문과대학을 중심으로 진상 파악에 나선 건데요.

최 교수의 수업을 직접 들었던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 교수에 대한 징계 등 사후 조치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1부 임성재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YTN 임성재 (lsj6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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