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줄여주세요"...헌법소원 낸 아기들

"온실가스 줄여주세요"...헌법소원 낸 아기들

2022.06.13. 오후 6:4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정부가 법으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너무 적어 미래 아이들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며, 환경단체 회원과 변호사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임신 20주차 태아부터 10살 초등학생까지, 아기와 어린이 수십 명이 직접 청구인으로 나섰습니다.

홍민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헌법재판소 앞에 지구를 상징하는 파란 공이 나타났습니다.

고사리손으로 종이 나뭇잎을 붙이는 아이들 표정이 사뭇 진지합니다.

"미래세대 기본권 보장하라! (보장하라! 보장하라!)"

정부가 법으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비율이 너무 낮아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고, 이로 인해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받는다며 환경단체 회원들과 아이들이 헌법소원에 나선 겁니다.

임신 20주차 태아부터 10살 초등학생까지, 어른보다 오래 살아갈 아이들 62명이 소송의 직접 당사자가 됐습니다.

[이동현 / 대표 청구인 태아 임신부 : 아기는 지금 한 번도 숨을 쉰 적이 없고, 세상에 탄소를 1g도 배출했던 적이 없는데, 20주 뒤에 태어나면 그 뒤에는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재난을 바로 견뎌야 할 것 같습니다.]

[한제아 / 헌법소원 청구인 (10살) : 우리가 크면 너무 늦습니다. 우리에게 떠넘기지 말아 주세요. 바로 지금, 탄소배출을 훨씬 많이 줄여야 합니다. 꼭 부탁합니다.]

정부는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전보다 1.5℃ 이상 높이지 않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지난 3월 탄소중립법 시행령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의 40%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국제환경기구 연구 결과 40% 감축으로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김영희 / 소송대리인 : 1년에 7억 톤씩 배출하고 있는데, 4년이면 벌써 28억 톤이고, 그게 2024년이면 이미 우리나라는 1.5℃를 맞추기 위한 탄소 예산을 다 소진하게 됩니다.]

이들은 지난 2011년 대법원이 4대강 사업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미래세대의 중요한 삶의 터전이 오염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판시했다며, 이번에도 이런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8년 형성 중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며 생명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만큼, 태아의 헌법소원 자격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한 환경단체는 종교단체, 학부모단체와도 손을 맞잡고 여름철 전기 아끼기 캠페인 등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YTN 홍민기입니다.



YTN 홍민기 (hongmg1227@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