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취임사' 경품 이벤트 논란...결국 중단

'한동훈 취임사' 경품 이벤트 논란...결국 중단

2022.06.02. 오후 12:5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법무부가 한동훈 장관 취임사를 손글씨로 써서 SNS에 올리면 상품권을 주는 경품 이벤트를 진행해 논란입니다.

행사에 쓰이는 돈은 국민의 세금인데요.

얼마 전 검찰 내부망에는 한 장관에 대한 칭송 댓글 수백 개가 달리는 등 과도한 충성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한동훈 장관은 YTN 보도 직후 해당 이벤트를 중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동오 기자입니다.

[기자]
법무부가 지난달 27일 공식 SNS 계정에 올린 글입니다.

'정의와 상식의 법치, 미래 번영을 이끌 선진 법치행정' 문구를 손글씨로 써서 자신의 계정에 올리자는 캠페인 홍보 글입니다.

추첨을 통해 5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10장 등 모두 80만 원어치 경품을 주는 행사입니다.

그런데 해당 문구는 열흘 전 취임한 한동훈 장관 취임사였습니다.

[한동훈 / 법무부 장관 (지난달 17일 취임사) : 저는 정의와 상식의 법치를 앞으로 법무부가 나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선진 법치행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번영을 이끌어나갑시다.]

이후 2백 개가 넘는 글이 올라왔고 대다수 누리꾼은 한 장관 취임사를 손글씨로 써서 공유했습니다.

경품 구입비로는 법무부 홍보 예산이 배정됐습니다.

법무부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이민정책 관련 글에 한 장관 해시태그까지 달렸다가 취재 이후 삭제됐습니다.

전임 박범계 장관 때도 유튜브 등 법무부 공식 계정으로 장관 행보를 홍보해왔지만, 이렇게 장관 취임사를 손글씨로 써서 경품까지 주는 건 어느 행정조직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법무부 공식 계정이 장관 개인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법무부는 다른 행정부처 등에서도 많이 하는 행사라며 문제없다는 입장이었지만 YTN 보도 직후 입장을 바꿔 행사를 중단했습니다.

법무부가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국민께 널리 알리기 위한 행사였다면서도, 한동훈 장관이 통상적인 홍보 활동일지라도 비판적 시각이 있을 수 있다면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한 장관은 과거부터 해오던 것일지라도 장관 개인 홍보성으로 보일 수 있는 행사 등은 앞으로 일체 하지 말 것도 법무부 실국본부에 지시했습니다.

얼마 전 한 장관이 검찰 내부망에 올린 검사 사직 인사 글에는 3백 명이 넘는 검사들이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대다수는 한 장관을 향한 노골적인 칭송이었는데, 사실상 인사권을 쥔 '실세' 장관을 겨냥한 충성 경쟁이라며 내부에서도 낯 뜨겁다는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장관 행보를 적극 홍보하는 법무부 정책 기조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취임사를 손글씨로 쓰라며 경품까지 주는 건 매우 이례적인 행사라, 자칫 맹목적인 충성 경쟁이 법무부 정책의 본질적인 선의마저 퇴색시키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YTN 한동오입니다.


YTN 한동오 (hdo86@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YTN 프로그램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