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살인, 법정형 보다 낮게 선고하는 이유...

간병살인, 법정형 보다 낮게 선고하는 이유...

2022.05.24. 오후 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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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살인, 법정형 보다 낮게 선고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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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7:20~17:30)
■ 진행 : 이승우 변호사
■ 방송일 : 2022년 5월 24일 (화요일)
■ 대담 : 김한울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간병살인, 법정형 보다 낮게 선고하는 이유...


◇ 이승우 변호사(이하 이승우)> 안녕하세요. 이승우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여러분을 구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병든 가족을 간병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얼마나 헤아리고 있을까요. 저도 5년 동안 의식 없이 누워 지내다가 세상을 떠났던 외할머니를 끝까지 간병했던 큰 외삼촌, 가족의 희생에 대해서 이제야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건파일 오늘의 주제는 가정폭력 중에서 ‘간병 살인’입니다. 법무법인 법승의 김한울 변호사와 함께 알아봅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 김한울 변호사(이하 김한울)> 네 안녕하세요.

◇ 이승우> 오늘 가져오신 사건 바로 만나보죠.

◆ 김한울> 오늘 소개해 드릴 사건의 죄명은 존속 사례입니다. 다만 이 사건명이 주는 무시무시한 그런 느낌과는 다르게 이 사건은 상당히 안타까운 사건인데요. 사건은 20대 대학생 아들과 단둘이 살던 어느 50대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시작됩니다.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지만 결국에는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고, 음식물도 몸에 연결된 호스로 다른 사람이 주입해 줘야만 하는 그런 좋지 못한 상태에 이르고야 맙니다. 더욱이 너무 안타깝게도 아버지와 아들은 별로 경제적인 형편도 좋지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아버지와 아들은 결국 연명 치료는 중단했고 집으로 둘이서 돌아갑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아들은 혼자 힘으로는 아버지를 도저히 돌볼 수도 없고 또 본인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너무 바빴던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간병을 포기하고 아버지를 방치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퇴원한 지 약 보름 만에 사망하십니다.

◇ 이승우> 상당히 어렵고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아버지를 이제 방치해서 돌아가시게 된 그런 사건인데, 사건 판결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 김한울>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될 만한 것들을 한번 추론을 해보면 사실 아들이 아버지를 방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이 사건은 존속 살해죄가 아니라 존속 유기치사죄가 인정될 가능성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존속 유기치사죄는 늙거나 병이 들거나 하는 사유로 도움이 필요한 존속, 그러니까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등을 돌보지 않고 방치해서 사망한 때 성립하는데요. 존속살해죄보다는 법정형이 조금 가볍습니다. 그러나 제1심 법원은 아들에게 존속살해죄를 인정했습니다. 결국은 아들이 아버지가 사망할 것을 내심 용인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방관한 채 아버지의 생명과 신체를 돌볼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러한 부작위로 살인을 했다고 본 겁니다.

◇ 이승우>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네요.

◆ 김한울> 그렇습니다. 그래서 결국 제 1심에서 아들은 징역 4년을 선고받는데요. 항소심과 대법원에 항소, 상소를 하지만 모두 기각됐습니다.

◇ 이승우> 이 존속 살해 사건의 포인트는 아들이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는 점이 될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 김한울> 주목할 부분은 존속 살해죄의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인데도 아들이 징역 4년 만을 선고받았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아들은 아버지를 방치하고 사망하도록 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본인 스스로도 동정심을 느꼈고 또 여러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리고 스스로 자포자기하면서 상당한 내적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여러 사정하고 함께 적어도 아들이 적극적으로 아버지의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도록 하지는 않았다. 이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 이승우> 국민참여재판이 신청됐었다고 한다면 국민 배심원들 경우에는 집행유예에 대한 고려도 한번 해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조금 듭니다.

◆ 김한울> 충분히 고려할 만한 그런 사건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이승우>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 많이 있어서요. 이런 간병 살인 사건은 사실은 목격자가 있기도 어렵고 증거도 찾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 같은데, 사건 진실 규명. 실체 진실의 발견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까?

◆ 김한울>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사건은 존속살해죄가 아니라 존속 유기치사죄가 인정될 수 있었던 사건입니다. 즉 죄명이 달라질 수 있었던 사건인 건데요. 결국은 둘 중에 그 두 가지 범죄 중에서 어떤 범죄가 성립할지는 아들이 당시 가졌던 내심의 의사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결정될 것입니다.

◇ 이승우> 그걸 규명하는 것은 또 쉬운 문제가 아닐 텐데 그 부분과 또 연결시켜서 이 사건 자체의 성격을 보면 영 케어러, 그러니까 결국 청년 가장이라고 볼 수 있겠죠. 청년 가장의 부모에 대한 간병, 이 문제에 대한 지원 대책 부족에 대한 문제로 연결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은 어떻습니까?

◆ 김한울> 맞습니다.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국회에서도 영 케어러 문제에 관심을 갖고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영 케어러는 신체적 정신적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아동이나 청소년 청년 등을 일컫는 말인데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조사를 해보니까 우리나라는 추산하기로 약 18만 4천 명에서 29만 5천 명에 이르는 영 케어러가 존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아쉽게도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아직 국제적인 기준에 비추어서 볼 때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영 케어러에 대한 관심과 보호가 사실은 전무한 편에 속한다고 합니다.

◇ 이승우> 거의 30명 가까운 젊은 청년들이 가족의 신체, 정신,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서 적극적인 간병 행위를 해야 되는 상태에 있다. 그리고 아직 예산이나 이런 것들은 충분히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기가 어려운 상태에 있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김한울> 네 그렇습니다.

◇ 이승우> 오늘 사건과 관련된 법률. 어떤 게 있는지 짚어주시죠.

◆ 김한울> 네. 형법 제250조 제2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살인죄를 비롯한 많은 범죄는 사실 적극적인 행위 어떠한 행위를 스스로 의욕적으로 함으로써 성립할 수도 있지만, 이 사건과 같이 어떤 행위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았을 때도 성립할 수가 있습니다. 이를 법적으로는 부진정부작위범이라고 합니다. 한편 양형위원회는 정상적인 판단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나 이에 준하는 상황에서 가족을 살인한 경우에는 그 동기를 참작해서 보통의 살인죄보다 가볍게 처벌한다는 양형 기준을 정한 바도 있습니다.

◇ 이승우> 그러면 오늘 사건에 담긴 법 이야기를 한 줄로 잘 정리해 드리고 실제 법적 대응과 자문을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존속 유기치사죄와 존속 살인죄, 그리고 부진정, 부작위. 이런 개념들 상당히 어렵게 다가오실 겁니다. 간단하게 먼저 예를 들어서 설명을 드려보도록 할게요. 젖먹이를 집 안에 부모가 두고 유기한 상태, 이럴 경우에 아이가 세상을 떠나게 됐다면 그건 어떻게 될까요. 살인죄라고 봐야 되겠죠. 그래선 사망의 결과를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게 보시면 될 것 같고요. 그런데 만약에 그 아이가 젖먹이가 아니라 네 살짜리 아이였다. 그리고 그 아이를 집에 방치해 놓고 유기했다. 그런 경우는 어떨까요. 이 경우라면 사망의 위험이 예견될 수 있는 그런 위험한 상태다라고 볼 수 있지만, 꼭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다고 보기도 좀 어려운 부분이 있겠죠. 이럴 경우에는 유기치사죄의 성립이 유력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7세의 아이다라고 한다면 젖먹이도 아니고, 4세 정도에 아직 사리 판단 전체가 거의 어려운 그런 나이도 아닌, 7세 정도 돼서 문도 열 수 있고 밖으로 나갈 수도 있는 힘과 지식을 갖고 지혜를 갖고 있는 정도의 나이가 이르렀다라고 한다면, 보호자의 유기는 단순 유기죄 또는 아동학대죄만 성립하게 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존속 유기치사와 존속 살인죄는 상황과 인식의 상태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라고 기억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가정 폭력 중에서도 ‘간병 살인’ 사건을 다뤄보고 있는데요. 이 사건을 통해서 함께 우리가 생각해 볼 그럴 점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변호사님.

◆ 김한울> 범죄자가 범죄에 이은 사회적 구조적 문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해당 범죄자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으로서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반성하게끔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 이승우> 실제로 제 생각에도 형사 사건이라는 것이 가장 사회에서 약한 고리를 뚫고 나오는 이런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를 어떤 당사자 또는 구체적인 사안에 피해자 가해자의 문제로만 놓고 사건을 끝낸다고 한다면, 사실은 많은 것을 놓친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를 통해서 제도 또는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될 부분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다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 조치가 훨씬 중요하다 이런 생각도 많이 듭니다. 오늘 말씀 고맙고요. 지금까지 김한울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한울> 네 감사합니다.

◇ 이승우> 생활 속 법률 히어로 이승우 변호사였습니다. 내일도 사건에서 여러분들을 구해드릴 수 있는 사건 파일 함께 열겠습니다. 건강한 하루 되세요.




YTN 김우성 (wskim@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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