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환자 이송하는데...확진 없어야 우수 구급대원

단독 코로나 환자 이송하는데...확진 없어야 우수 구급대원

2022.04.01.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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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소방서장 ’직원 포상’ 공문…기준 논란
코로나 안 걸려야 우수 직원?…일선 대원 ’허탈’
내부 여론 ’싸늘’…"고생하는 대원들 두 번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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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에 있는 한 소방서에서 코로나에 적게 걸린 부서에 포상하고 확진 이력이 없어야 우수 구급대원으로 선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린 것으로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코로나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구급 활동에 힘 쏟는 일선 대원들 입장에선 포상 기준 자체가 황당할 수밖에 없는데 취재가 시작되자 포상 계획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김대겸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강서소방서 직원들에게 뿌려진 공문입니다.

강서소방서장 지시로 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위기로 지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겠다며 코로나19 대응 우수 부서와 우수 구급대원에게 포상을 내린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선발 기준이 황당합니다.

11개 부서 가운데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가장 적은 2개 부서를 뽑아 상을 준다는 겁니다.

코로나 환자 이송 업무를 담당하는 구급대 포상 기준은 더더욱 황당합니다.

확진자를 접촉하는 업무 특성상 열심히 일할수록 감염 확률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우수 구급대로 뽑히기 위해선 확진 이력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원치 않아도 수시로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일선 대원들 입장에선 허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주형 /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장 : 직원들 반응은 정말 관서장이 누구냐, 이걸 시행한 사람이 누구냐. 정말 이 사람 구급차를 태워봐야 하겠다. 그런 반응이 많습니다.]

소방 내부 여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조 게시판엔 코로나로 고생하는 대원들을 두 번 울리는 행위라는 의견과 공문 결재 난 게 신기할 정도라는 비판 댓글 등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 강서소방서는 최근 오미크론 확산으로 격리 직원이 늘면서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은 대원들의 업무량이 폭증해 이들을 격려하려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후 YTN 취재가 시작되자 포상 계획을 잠정 중단하고 문제가 된 부분을 변경하거나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한 지난해 구급 출동은 모두 314만 건으로 전년 대비 38만 건이나 늘었습니다.

코로나 감염 위험을 감수하며 열심히 일하면서도 확진 판정을 받으면 동료 눈치까지 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소방서장의 황당한 지시가 일선 대원들의 사기를 오히려 꺾고 있습니다.

YTN 김대겸입니다.


YTN 김대겸 (kimdk102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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