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적 지시 참고 일했지만..."문제 제기 뒤 업무 배제·사직 유도"

단독 사적 지시 참고 일했지만..."문제 제기 뒤 업무 배제·사직 유도"

2022.03.29. 오전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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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당 지시에 시달리던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수행기사는 사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다 갑자기 업무에서 배제됐습니다.

회사는 임원 차량 운전 보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대신 주유차나 대형 버스 운전을 해보라고 지속적으로 종용했다는데요.

결국, 수행기사는 일을 그만뒀습니다.

김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부사장 수행기사로 일하던 B 씨는 지난해 12월쯤, 사내에서 수행기사 처우 등 여러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부사장이 돌연 보직 해임을 통보했습니다.

[B 씨 / 부사장 수행기사 : 완전히 취해서 집에 복귀하는데 그날 그러더라고요. '너 잘렸어 인마, 기사 새로 뽑았다.' 그러면서 '너는 1월 19일까지 일하고 그만두는 거야' 그러더라고요.]

갑작스러운 통보 직전까지도 B 씨와는 전혀 상의가 없었습니다.

이후에는 회사 기숙사에서 내쫓아 서울 집에서 인천까지 매일 출퇴근하라고 지시한 뒤 따로 불러내 무관한 자격증 취득까지 요구했다는 것이 B 씨의 주장입니다.

[B 씨 / 부사장 수행기사 : 수행기사한테 위험물 관리 자격증을 따가지고 주유차를 운전하거나 대형 면허를 따서 의전 버스를 운전하라는 지시를 한 겁니다. 저를 하라고 하는 것 자체도 이해도 안 되고….]

결국, B 씨는 일을 그만뒀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B 씨가 다른 수행기사들과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등 업무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인사 조처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자격증 취득을 제안한 것은 해당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도록 권유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업무를 바꾸는 것은 '부당 전보'에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의 직무를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종진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애초에 본인의 업무와 다른 업무로 배치했고 본인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치한 것은 부당 전보의 배치에 해당하고요. 본인이 퇴사하고 나왔지만, 이 퇴사가 강요에 의한 혹은 괴롭힘이 있는 퇴사라면 이것도 부당해고로 노동위원회의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째.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과 갑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보입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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