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장 소음' 보상에 33년 전 기준 끌고 온 국방부

'비행장 소음' 보상에 33년 전 기준 끌고 온 국방부

2022.01.24. 오후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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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부터 군 소음보상법이 시행되면서 군 비행장이나 사격장 주변 주민들이 소음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법으로 정한 보상 감액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주민들 사이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데요.

자세한 이야기, 사건 취재한 기자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김철희 기자!

우선 군 소음보상법이라는 것이 생소합니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법률이라고요.

[기자]
네, 군 소음보상법은 말 그대로 군 시설에서 나는 소음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법률인데요.

법이 만들어진 뒤 지난해 12월 국방부가 소음 대책 지역 90개를 지정했고, 올해부터 1인당 월 6만 원에서 3만 원까지 소음 피해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대책 지역 안 주민들은 오는 2월까지 보상금 지급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요.

지자체는 그 결과를 5월 31일까지 통보하고 보상금을 오는 8월 31일까지 지급합니다.

[앵커]
그런데 법안에 포함된 감액 기준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피해 지역 주민이 보상을 신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전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닌데요.

시행령을 살펴보면 여러 감액 기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월별 실제 사격 일수, 국외 체류 기간, 교도소 수용 기간 등을 따져 감액하기도 하고요.

주민의 근무지나 사업장 위치도 감액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건 대책 지역으로 전입한 시기에 따라 감액하는 부분인데요.

1989년 이후 전입한 주민이라면 보상액의 30%를 깎고요,

2011년 이후에 전입했다면 절반을 깎고 지급하게 됩니다.

[앵커]
30년을 살면서 피해를 입어도 보상을 다 받진 못한다는 건데 왜 이런 감액 기준이 만들어지게 된 건가요?

[기자]
감액 조항이 생긴 이유는 군 소음보상법이 10여 년 전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2010년 판결에서 1988년 매향리 사격장 문제가 처음 공론화된 이후 이사한 주민은 소음피해 문제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보상을 적게 해도 된다고 판단했는데요.

이 기준을 소음보상법에 그대로 가져오는 바람에 매향리 사격장뿐 아니라 다른 모든 비행장과 사격장 주변 주민들도 89년 이후 이사했으면 보상을 온전히 받지 못하게 된 겁니다.

[앵커]
실제 소음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이런 기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한데요?

[기자]
저희가 오산 비행장 소음에 시달리는 평택 주민들 여럿을 만나봤는데요.

주민들은 대부분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많은 시민이 법에서 정한 기준이 오산비행장과는 무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오산비행장은 1950년대부터 운영한 곳으로 1989년이라는 날짜와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습니다.

또 최근 비행장 소음이 더 심해지고 야간 비행도 잦아졌다고 호소하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감액 기준에 대해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는 불만도 컸는데요.

평택시의 경우 홈페이지에 감액 기준에 대해 안내를 하고 있지만, 실제 신청 현장에서 나눠주는 안내문에는 감액 기준에 대한 문구를 찾기가 어려웠고요.

안내 현수막 등에도 감액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었습니다.

[앵커]
국방부나 지자체는 뭐라고 해명하고 있습니까?

[기자]
지자체와 국방부 모두 '법대로 한다'는 입장입니다.

평택시청 관계자는 군 소음보상법에 명기된 대로 감액할 뿐이라면서 국방부로 공을 넘겼고요.

국방부 역시 군 소음보상법이 관계부처와 국회의 합의로 만들어졌다면서 문제점이 있으면 해결책을 찾겠다고 짧게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와 국방부 모두 감액 기준 대상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 또 이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 어떻게 풀어나가야겠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애초 법 제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보상하기로 했으면 다른 지역에 대한 판례를 재활용할 게 아니라 지역별 기준을 새롭게 산정을 해야 했다는 겁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박영환 / 한국항공소음협회 회장 : 정부에서 (보상)할 거면 새롭게 산정을 해야죠. 이 피해가 과연 이 정도가 적정한지 아닌지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만들지 않고 무조건 그냥 (대법원 판례를) 갖다 쓴 거거든요.]

보상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계속해서 나오는데요.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주민이 원하는 방음 대책 비용을 지원하거나

군 스스로 소음을 줄이는 노력을 추진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 1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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