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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6월 25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민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지난 2003년이었습니다. 세간의 이목을 끈, 아주 독특한, 하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그런 소송이 한 건 제기됐죠. 그 취지는 십분 이해하나, 당시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던 건, 해당 소송 당사자로 이름을 올린 ‘원고’의 정체였습니다.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던 그 원고의 정체는 바로 ‘도롱뇽’이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동물이 주체가 돼 소송을 제기하려는 시도가 몇 차례 더 있었습니다..그렇다면 과연 도롱뇽을 포함한 여타 동물들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실제 세계 곳곳에선 동물과 환경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판례가 나오는 추세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민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박민희 변호사(이하 박민희):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박민희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오늘 이야기 나눠볼 주제, 동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거든요. 일단 변호사님, 의뢰인이 동물인 경우, 보신 적 있으세요?
◇박민희: 아니요, 제가 아직 변호사 경력이 모자라서 그런지 의뢰인이 동물인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경력을 더 많이 쌓고 나면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원화: 더 이상 애완동물이란 말이 아닌 반려동물이란 말이 많이 쓰일 정도로 동물에 대한 시대상도 많이 변했습니다만 아직 우리 현행법을 보면, 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죠.
◇박민희: 네, 맞습니다. 우리 현행 민법 제98조에 따르면, '물건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동물은 법적으로는 여전히 ‘물건’의 범주에 포함돼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즉, 우리 법은 동물의 생명성과 감정 능력보다는 재산적 가치를 중심으로 규율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원화: 그래서 이혼소송을 할 때도, 반려동물이 양육이 아닌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거잖아요.
◇박민희: 맞습니다. 현행 민법 체계에서는 동물이 법적 인격체가 아니라 '물건', 즉 재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혼소송 시에도 반려동물은 ‘양육권’의 대상이 아니라 ‘재산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두고 다툴 경우, 누가 키웠는지, 누구에게 더 애착이 있는지보다는 해당 동물이 누가 소유한 재산인지, 누구 명의로 등록돼 있는지 같은 점이 판단 기준이 됩니다. 또 한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면, 반려동물이 교통사고로 다쳤을 경우, 가해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지만, 그 배상액은 시장 가격이나 교환 가치 이상은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감정적 손해, 가족처럼 여긴 정서적 손실 등은 현행법상 보상받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리고 동물도 압류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세금 체납 등의 경우 반려동물에게도 '빨간 딱지'가 붙을 수 있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가능합니다.
◆이원화: 그러면 앞서 오프닝에서 이야기 해봤습니다만 동물이 소송의 당사자, 그러니까 원고 자리에 이름을 올린다, 이게 애초에 불가능한 건가요?
◇박민희: 이름을 형식적으로 올리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예컨대 ‘도롱뇽’이나 ‘산양’ 같은 동물이 원고 명단에 포함된 사례는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03년의 ‘도롱뇽 소송’인데요. 도롱뇽이 환경파괴로부터 자신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공사를 막아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죠.
◆이원화: 그렇습니다. 말씀해주신대로 도롱뇽이 인간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적이 있었는데, 물론 도롱뇽이 직접 서류 작업을 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상징적인 의미였던 건데 어떤 소송이었던 건지, 설명을 해주시죠.
◇박민희:네, 이른바 ‘도롱뇽 소송’은 2003년에 제기된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입니다. 소송의 대상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 건설 사업 중 천성산 구간의 원효터널 공사였고, 이 지역은 ‘꼬리치레도롱뇽’이라는 희귀종 도롱뇽의 주요 서식지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공사로 인해 천성산의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로, 환경단체와 불교계 승려들이 도롱뇽을 ‘상징적 원고’로 내세워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공사 중지를 요구한 것입니다. 도롱뇽이 서류를 직접 작성하거나 법정에 나간 건 물론 아니고요, 도롱뇽의 생존권과 서식지 보호의 필요성을 드러내기 위한 상징적 표현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 ‘도롱뇽과 그 친구들’이란 표현도 쓰였죠. 이 사건은 당시로서는 동물이 직접 원고로 나선 첫 환경소송 사례로 큰 사회적 관심을 모았고, 이후 국내외에서 ‘동물의 법적 권리’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원화: 가장 큰 쟁점은 역시, 도롱뇽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냐, 이 부분 아니었을까 싶은데, 일단 소송을 제기한 쪽에서, 도롱뇽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 근거는 뭐였죠.
◇박민희: 원고 측, 즉 환경단체와 불교계는 도롱뇽이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생명체로서 자신의 서식지 파괴로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소송에서 주장된 핵심 논리는, “도롱뇽도 생태계의 일원이며, 인간의 활동으로부터 자신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인간이 대리인이 되어 동물의 권익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윤리적 명분도 강하게 부각됐고요. 이는 단지 도롱뇽 하나의 생존 문제가 아니라, 자연 전체의 권리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도롱뇽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이유도, 법적으로 다툼의 당사자를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존재로 명시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원화: 재판부 판단은 어땠습니까.
◇박민희: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원은 도롱뇽을 소송의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도롱뇽에 대해 "자연물에 불과하며,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즉, 우리 민사소송법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주체는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동물은 법적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법원이 공사의 환경영향 부분도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천성산 터널 공사가 도롱뇽의 생태계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결국 1심과 항소심에 이어, 2006년 대법원까지 같은 판단을 유지했고, 도롱뇽의 가처분 신청은 최종적으로 각하 및 기각되었습니다. 이로써 터널 공사도 재개됐고,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됐습니다. 이 판결은 우리 법체계에서 동물이 독립된 법적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원화: 당시 결과는 그렇게 나왔습니다만 이후에도 동물이 소송의 당사자로 이름을 올린 케이스들이 제법 있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어떤 사례들이 있었죠.
◇박민희: 네, 도롱뇽 소송 이후에도 여러 동물이 소송 원고로 이름을 올린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2007년, 충주의 한 환경단체가 황금박쥐, 수달, 고니 등 동물 7종을 원고로 하여 충주시장을 상대로 도로공사 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었고요. 2008년, 군산 복합화력발전소 인가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는 검은머리물떼새가 원고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2018년, 동물권 변호사 단체 ‘피앤알(PNR)’이 주도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반대 소송에서는 산양 28마리가 원고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모두 동물이나 생태계 파괴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동물이 직접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죠.
◆이원화: 당사자로 인정을 받은 사례는.. 아직까진 없었던 건가요?
◇박민희: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직까지 우리나라 법원에서 동물이 소송의 당사자로 법적 자격을 인정받은 사례는 없습니다. 도롱뇽 소송을 포함해 황금박쥐, 산양, 검은머리물떼새 등 여러 동물들이 ‘상징적 원고’로 소송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법원은 일관되게 “동물은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다만 최근엔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제주도에서는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를 위해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동물에게도 법인격을 부여하여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도 고래나 밍크고래 등을 헌법소원 청구인의 명단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들이 있고,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전향적인 판단이 내려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법적 당사자 능력을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논의는 계속 진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원화: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인정된 사례들이 좀 있을 것도 같은데요.
◇박민희: 네, 다른 나라들에서는 우리보다 한발 앞서 동물이나 자연물에 법적 권리를 부여한 사례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에서는 2014년, 동물원에 갇혀 있던 오랑우탄 ‘산드라’를 법원이 “비인간 인격체”로 인정하면서 동물원에서 풀어줄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사건은 실제로 동물이 법적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은 세계적인 사례입니다. 또 에콰도르는 2008년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시했고,뉴질랜드는 2017년 ‘왕거누이강’을 법적 인격체로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인도, 콜롬비아, 캐나다, 미국 등도 특정 강이나 산, 숲, 동물을 권리 주체로 인정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자연과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사고가 확산되고 있고, ‘자연의 권리 운동’이라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국가들도 모든 경우에 인정되는 건 아니고, 특정한 제도적 뒷받침이나 헌법/법률 개정이 전제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원화: 변호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사실 법이나 법 해석의 경우도 시대상에 따라 변하곤 하잖아요.
◇박민희: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법이라는 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적 가치관과 사회적 인식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야 하는 것이죠. 과거에는 동물이 단순히 물건, 즉 재산적 가치로만 여겨졌지만, 지금은 반려동물, 생명체,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굉장히 널리 퍼졌습니다. 실제로 우리 정부도 2021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민법에 추가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법도 현실을 따라가려는 움직임이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또 최근에는 ‘생태법인’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동물이나 자연에도 독립적인 법적 권리를 인정하자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고요. 따라서 앞으로는 동물도 단순한 보호 대상에서 나아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주체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점점 커질 거라고 봅니다. 법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죠.
◆이원화: 그런데 민법개정안이 시행된다고 해서, 동물이 소송 당사자로 인정될 수 있냐, 그건 아닐 거다, 란 이야기도 있거든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라는 조항이 추가됐을 때 우리 법체계상 달라질 수 있는 것들, 뭐가 있다고 보세요.
◇박민희: 네, 맞습니다. 현재 논의 중인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그 자체로 동물이 바로 소송의 당사자 자격을 갖게 되는 건 아닙니다. 이 조항은 사실상 선언적 성격이 강하고, 여전히 민법상 “동물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정안은 동물의 법적 지위를 바꾸기 위한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닌, 양육·보호의 대상으로 접근하게 될 수 있고요, 동물이 학대·고의·과실로 다쳤을 경우, 치료비뿐 아니라 정신적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겁니다. 또 앞으로 형법, 민사, 행정 전반에서 동물 관련 판례와 법률 해석이 바뀔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됩니다. 결국, 민법 개정은 시작일 뿐이고, 여기에 맞춰 개별법의 정비나 판례의 변화, 제도적 후속 작업이 함께 따라와야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원화: 조금 다른 부분이긴 합니다만 언젠가 동물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라고 했을 때, 증언이라 범죄 입증, 이게 쉽진 않겠다, 싶긴 합니다.
◇박민희: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동물이 법적으로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날이 오더라도, 가장 큰 현실적인 과제는 바로 지금 말씀하신 ‘입증’ 문제, 그러니까 증언 능력입니다. 동물은 당연히 직접 말로 표현하거나, 의사를 진술할 수 없기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이나 피해 정황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많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해외에서도, 동물이나 자연물이 권리 주체로 인정된 경우에는 ‘대리인’이나 ‘후견인’ 제도를 함께 도입해서, 동물의 이익을 대변하고 입증도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서 추진 중인 생태법인 제도도 바로 그런 구조예요. 남방큰돌고래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되, 그 권리를 행사하는 대리인이나 보호자가 지정돼 대신 소송을 제기하고 주장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간다면 입증 책임 문제도 인간 대리인이 수행하게 되는 거고, 법원은 전문가 진술, 과학적 보고서, 영상 기록 등 간접 증거를 통해 사실관계를 판단하게 될 겁니다. 결국,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과 그것을 어떻게 실효성 있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이 두 가지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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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민희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지난 2003년이었습니다. 세간의 이목을 끈, 아주 독특한, 하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그런 소송이 한 건 제기됐죠. 그 취지는 십분 이해하나, 당시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던 건, 해당 소송 당사자로 이름을 올린 ‘원고’의 정체였습니다.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던 그 원고의 정체는 바로 ‘도롱뇽’이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동물이 주체가 돼 소송을 제기하려는 시도가 몇 차례 더 있었습니다..그렇다면 과연 도롱뇽을 포함한 여타 동물들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실제 세계 곳곳에선 동물과 환경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판례가 나오는 추세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민희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박민희 변호사(이하 박민희):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박민희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오늘 이야기 나눠볼 주제, 동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거든요. 일단 변호사님, 의뢰인이 동물인 경우, 보신 적 있으세요?
◇박민희: 아니요, 제가 아직 변호사 경력이 모자라서 그런지 의뢰인이 동물인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경력을 더 많이 쌓고 나면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원화: 더 이상 애완동물이란 말이 아닌 반려동물이란 말이 많이 쓰일 정도로 동물에 대한 시대상도 많이 변했습니다만 아직 우리 현행법을 보면, 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죠.
◇박민희: 네, 맞습니다. 우리 현행 민법 제98조에 따르면, '물건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동물은 법적으로는 여전히 ‘물건’의 범주에 포함돼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즉, 우리 법은 동물의 생명성과 감정 능력보다는 재산적 가치를 중심으로 규율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원화: 그래서 이혼소송을 할 때도, 반려동물이 양육이 아닌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거잖아요.
◇박민희: 맞습니다. 현행 민법 체계에서는 동물이 법적 인격체가 아니라 '물건', 즉 재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혼소송 시에도 반려동물은 ‘양육권’의 대상이 아니라 ‘재산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두고 다툴 경우, 누가 키웠는지, 누구에게 더 애착이 있는지보다는 해당 동물이 누가 소유한 재산인지, 누구 명의로 등록돼 있는지 같은 점이 판단 기준이 됩니다. 또 한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면, 반려동물이 교통사고로 다쳤을 경우, 가해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지만, 그 배상액은 시장 가격이나 교환 가치 이상은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감정적 손해, 가족처럼 여긴 정서적 손실 등은 현행법상 보상받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리고 동물도 압류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세금 체납 등의 경우 반려동물에게도 '빨간 딱지'가 붙을 수 있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가능합니다.
◆이원화: 그러면 앞서 오프닝에서 이야기 해봤습니다만 동물이 소송의 당사자, 그러니까 원고 자리에 이름을 올린다, 이게 애초에 불가능한 건가요?
◇박민희: 이름을 형식적으로 올리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예컨대 ‘도롱뇽’이나 ‘산양’ 같은 동물이 원고 명단에 포함된 사례는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03년의 ‘도롱뇽 소송’인데요. 도롱뇽이 환경파괴로부터 자신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공사를 막아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죠.
◆이원화: 그렇습니다. 말씀해주신대로 도롱뇽이 인간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적이 있었는데, 물론 도롱뇽이 직접 서류 작업을 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상징적인 의미였던 건데 어떤 소송이었던 건지, 설명을 해주시죠.
◇박민희:네, 이른바 ‘도롱뇽 소송’은 2003년에 제기된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입니다. 소송의 대상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 건설 사업 중 천성산 구간의 원효터널 공사였고, 이 지역은 ‘꼬리치레도롱뇽’이라는 희귀종 도롱뇽의 주요 서식지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공사로 인해 천성산의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로, 환경단체와 불교계 승려들이 도롱뇽을 ‘상징적 원고’로 내세워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공사 중지를 요구한 것입니다. 도롱뇽이 서류를 직접 작성하거나 법정에 나간 건 물론 아니고요, 도롱뇽의 생존권과 서식지 보호의 필요성을 드러내기 위한 상징적 표현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 ‘도롱뇽과 그 친구들’이란 표현도 쓰였죠. 이 사건은 당시로서는 동물이 직접 원고로 나선 첫 환경소송 사례로 큰 사회적 관심을 모았고, 이후 국내외에서 ‘동물의 법적 권리’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원화: 가장 큰 쟁점은 역시, 도롱뇽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냐, 이 부분 아니었을까 싶은데, 일단 소송을 제기한 쪽에서, 도롱뇽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 근거는 뭐였죠.
◇박민희: 원고 측, 즉 환경단체와 불교계는 도롱뇽이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생명체로서 자신의 서식지 파괴로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소송에서 주장된 핵심 논리는, “도롱뇽도 생태계의 일원이며, 인간의 활동으로부터 자신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인간이 대리인이 되어 동물의 권익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윤리적 명분도 강하게 부각됐고요. 이는 단지 도롱뇽 하나의 생존 문제가 아니라, 자연 전체의 권리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도롱뇽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이유도, 법적으로 다툼의 당사자를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존재로 명시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원화: 재판부 판단은 어땠습니까.
◇박민희: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원은 도롱뇽을 소송의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도롱뇽에 대해 "자연물에 불과하며,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즉, 우리 민사소송법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주체는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동물은 법적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법원이 공사의 환경영향 부분도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천성산 터널 공사가 도롱뇽의 생태계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결국 1심과 항소심에 이어, 2006년 대법원까지 같은 판단을 유지했고, 도롱뇽의 가처분 신청은 최종적으로 각하 및 기각되었습니다. 이로써 터널 공사도 재개됐고,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됐습니다. 이 판결은 우리 법체계에서 동물이 독립된 법적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원화: 당시 결과는 그렇게 나왔습니다만 이후에도 동물이 소송의 당사자로 이름을 올린 케이스들이 제법 있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어떤 사례들이 있었죠.
◇박민희: 네, 도롱뇽 소송 이후에도 여러 동물이 소송 원고로 이름을 올린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2007년, 충주의 한 환경단체가 황금박쥐, 수달, 고니 등 동물 7종을 원고로 하여 충주시장을 상대로 도로공사 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었고요. 2008년, 군산 복합화력발전소 인가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는 검은머리물떼새가 원고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2018년, 동물권 변호사 단체 ‘피앤알(PNR)’이 주도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반대 소송에서는 산양 28마리가 원고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모두 동물이나 생태계 파괴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동물이 직접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죠.
◆이원화: 당사자로 인정을 받은 사례는.. 아직까진 없었던 건가요?
◇박민희: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직까지 우리나라 법원에서 동물이 소송의 당사자로 법적 자격을 인정받은 사례는 없습니다. 도롱뇽 소송을 포함해 황금박쥐, 산양, 검은머리물떼새 등 여러 동물들이 ‘상징적 원고’로 소송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법원은 일관되게 “동물은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다만 최근엔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제주도에서는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를 위해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동물에게도 법인격을 부여하여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도 고래나 밍크고래 등을 헌법소원 청구인의 명단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들이 있고,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전향적인 판단이 내려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법적 당사자 능력을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논의는 계속 진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원화: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인정된 사례들이 좀 있을 것도 같은데요.
◇박민희: 네, 다른 나라들에서는 우리보다 한발 앞서 동물이나 자연물에 법적 권리를 부여한 사례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에서는 2014년, 동물원에 갇혀 있던 오랑우탄 ‘산드라’를 법원이 “비인간 인격체”로 인정하면서 동물원에서 풀어줄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사건은 실제로 동물이 법적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은 세계적인 사례입니다. 또 에콰도르는 2008년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시했고,뉴질랜드는 2017년 ‘왕거누이강’을 법적 인격체로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인도, 콜롬비아, 캐나다, 미국 등도 특정 강이나 산, 숲, 동물을 권리 주체로 인정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자연과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사고가 확산되고 있고, ‘자연의 권리 운동’이라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국가들도 모든 경우에 인정되는 건 아니고, 특정한 제도적 뒷받침이나 헌법/법률 개정이 전제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원화: 변호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사실 법이나 법 해석의 경우도 시대상에 따라 변하곤 하잖아요.
◇박민희: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법이라는 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적 가치관과 사회적 인식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야 하는 것이죠. 과거에는 동물이 단순히 물건, 즉 재산적 가치로만 여겨졌지만, 지금은 반려동물, 생명체,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굉장히 널리 퍼졌습니다. 실제로 우리 정부도 2021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민법에 추가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법도 현실을 따라가려는 움직임이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또 최근에는 ‘생태법인’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동물이나 자연에도 독립적인 법적 권리를 인정하자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고요. 따라서 앞으로는 동물도 단순한 보호 대상에서 나아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주체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점점 커질 거라고 봅니다. 법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죠.
◆이원화: 그런데 민법개정안이 시행된다고 해서, 동물이 소송 당사자로 인정될 수 있냐, 그건 아닐 거다, 란 이야기도 있거든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라는 조항이 추가됐을 때 우리 법체계상 달라질 수 있는 것들, 뭐가 있다고 보세요.
◇박민희: 네, 맞습니다. 현재 논의 중인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그 자체로 동물이 바로 소송의 당사자 자격을 갖게 되는 건 아닙니다. 이 조항은 사실상 선언적 성격이 강하고, 여전히 민법상 “동물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정안은 동물의 법적 지위를 바꾸기 위한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닌, 양육·보호의 대상으로 접근하게 될 수 있고요, 동물이 학대·고의·과실로 다쳤을 경우, 치료비뿐 아니라 정신적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겁니다. 또 앞으로 형법, 민사, 행정 전반에서 동물 관련 판례와 법률 해석이 바뀔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됩니다. 결국, 민법 개정은 시작일 뿐이고, 여기에 맞춰 개별법의 정비나 판례의 변화, 제도적 후속 작업이 함께 따라와야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원화: 조금 다른 부분이긴 합니다만 언젠가 동물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라고 했을 때, 증언이라 범죄 입증, 이게 쉽진 않겠다, 싶긴 합니다.
◇박민희: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동물이 법적으로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날이 오더라도, 가장 큰 현실적인 과제는 바로 지금 말씀하신 ‘입증’ 문제, 그러니까 증언 능력입니다. 동물은 당연히 직접 말로 표현하거나, 의사를 진술할 수 없기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이나 피해 정황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많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해외에서도, 동물이나 자연물이 권리 주체로 인정된 경우에는 ‘대리인’이나 ‘후견인’ 제도를 함께 도입해서, 동물의 이익을 대변하고 입증도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서 추진 중인 생태법인 제도도 바로 그런 구조예요. 남방큰돌고래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되, 그 권리를 행사하는 대리인이나 보호자가 지정돼 대신 소송을 제기하고 주장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간다면 입증 책임 문제도 인간 대리인이 수행하게 되는 거고, 법원은 전문가 진술, 과학적 보고서, 영상 기록 등 간접 증거를 통해 사실관계를 판단하게 될 겁니다. 결국,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과 그것을 어떻게 실효성 있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이 두 가지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원화: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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