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조주빈' 여전히 활개...경찰 '페이스북 n번방' 수사 착수

'제2 조주빈' 여전히 활개...경찰 '페이스북 n번방' 수사 착수

2022.01.10. 오후 2:0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했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거된 지 어느덧 2년이 돼갑니다.

하지만 또 다른 제2의 조주빈들이 여전히 SNS 공간에서 활개치고 있는 실상이 YTN 취재 결과 확인됐는데요.

신준명 기자와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보도한 기사를 보면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에 직접 잠입 취재했네요?

[기자]
성착취물이 유포되는 SNS 단체 대화방이 있다는 제보를 받은 건 지난달 말이었습니다.

n번 방이나 박사방 등 이전의 성착취물 유포방 운영자들은 대체로 텔레그램이나, 다크웹 등 보안과 익명성이 강한 SNS 공간에서 범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는데,

YTN이 취재한 성착취물 유포방은 미성년자들도 많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에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채팅방 관리자는 자신의 피드에 성착취물 유포방이 있다고 대놓고 홍보한 뒤, 참가자가 모이면 게시글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이 대화방에 들어가기 위해 제보자를 통해 지인 소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관리자는 돈을 요구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입장료를 받은 건데, 입장료를 내지 않은 참가자들에겐 방에 무료로 초대하는 조건으로 직접 성착취물을 공유하게 했습니다.

일종의 공범으로 만들어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못하게끔 한 것으로 보입니다.

참가자들에게는 텔레그램 등 다른 SNS에서 더 수위가 높은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이른바 VIP 방을 곧 만들 거라고도 홍보했습니다.

조주빈의 '박사방'과 유사한 운영방식입니다.

이렇게 직접 확인한 증거 없이는 기사화는 물론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YTN 사회1부 차원에서 논의한 뒤 잠입 취재를 결정했습니다.

[앵커]
대화방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죠?

[기자]
우선 해당 대화방 참가자는 40명에서 50명 사이였습니다.

관리자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이 직접 나서서 유포하는 불법 음란물과 성착취물이 하루에도 수십 건, 많게는 백 건이 넘었습니다.

놀랐던 건 한 여성의 나체 사진과 함께 해당 여성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까지 적힌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참가자들은 사진 속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고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것을 넘어 "여성이 황급히 전화를 끊는다"는 등 장난 전화 후기를 공유하며 2차 가해를 일삼기도 했습니다.

또, 해당 대화방에서는 해외에 서버를 둔 웹하드 링크도 수시로 공유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링크가 한두 개가 아니었고, 저장물이 1TB에 달하는 웹하드 링크도 있었습니다.

YTN 취재진이 직접 확인한 링크에는 용량으로는 750GB, 개수로는 6만6천 개가 넘는 사진과 영상이 있었습니다.

이 안에는 누가 봐도 미성년자라고 볼 수 있는 앳된 모습의 여성들이 성착취를 당하는 영상들이 최소 수백 개 이상 있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n번방과 박사방 사태 이후 이를 근절하겠다며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됐잖아요?

사전 검열 논란까지 불거질 정도로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이라고 화제가 됐는데, 이 대화방은 막을 수 없었던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지난달 10일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이 법으로는 해당 채팅방에서 이뤄지는 음란물 공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없었습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 공개된 대화방만 제재할 수 있을 뿐, 이렇게 비공개 SNS 대화방에서 사적으로 영상을 공유하는 건 막을 수 없다는 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앵커]
제도적인 개선이 시급해 보이네요.

취재 과정에서 대화방 관리자가 직접 미성년자 성 착취를 일삼는 정황도 드러났다고요?

[기자]
네, 관리자는 돈을 내면 10대 미성년자 여성을 소개해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관리자는 이 여성들이 '자신의 노예'라면서 시키는 건 다 한다고 했습니다.

신상 유포가 두려운 미성년자 여성들을 협박하고 성착취물을 계속해서 제작해온 정황이 보이는 건데요.

관리자가 10대 미성년자라며 대화방에 초대한 여성은 관리자의 지시대로 얼굴과 노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잠입 취재에서 끝낼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 취재진이 확보한 증거들을 경찰에 신고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YTN은 취재 과정에서 파악된 모든 내용을 경찰청 사이버범죄신고시스템을 통해 제보했습니다.

수사팀이 배정된 뒤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에 출석해 취재과정에서 확보한 모든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또, 동의를 얻어 최초 제보자도 경찰과 연결해줬습니다.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담당 수사관과 함께 직접 해당 대화방의 내용을 살펴봤는데, n번방과 박사방 당시에 제작·유포된 영상들이 다수 확인됐습니다.

또, 한 남성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피해 여성 100여 명을 상대로 제작해 다크웹과 텔레그램에 유포했던 성착취물 3,200여 개도 공유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남성은 지난 2020년 11월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이튿날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성착취물에 여성들의 신상 정보까지 기입돼 있어 2차 피해까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던 상황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해당 성착취물을 유포하는 사이트를 폐쇄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후 해당 사이트는 폐쇄됐지만, 여전히 또 다른 공간에서 2차, 3차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럼 경찰도 수사에 착수한 상황인가요?

[기자]
네, 경찰은 YTN이 전달한 증거 등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관리자가 자신의 연락처는 공유하지 않고 여러 개의 SNS 아이디를 사용하는 등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검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화방에선 어제까지도 불법 음란물과 성착취물이 공유되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등이 검거된 뒤에도 온라인 공간에 숨어 활동하는 또 다른 조주빈들로 인해 피해자들은 여전히 2차, 3차 피해를 받으며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SNS에서 여전히 활개치고 있는 제2의 조주빈들을 철저하게 수사해 처벌하고,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시급해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YTN 신준명 (shinjm7529@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