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기관 현장 점검도 '무용지물'..."학습 플래너, 감시 피해 건물 밖으로"

평생교육기관 현장 점검도 '무용지물'..."학습 플래너, 감시 피해 건물 밖으로"

2021.11.28. 오전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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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은 '학점은행제'를 운영하는 평생교육기관들이 '학습플래너'를 모집해 불법 영업에 이용한다는 의혹을 보도했는데요.

관리·감독이 부실한 데다 위법이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다 보니 사회초년생들 피해가 늘고 있는데도 정부기관들은 서로 관리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엄윤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9월 정부기관의 현장 점검을 앞두고 평생교육기관 과장이 학습 플래너들에게 보낸 SNS 내용 일부입니다.

점검 시작 1시간 전에 특정 직원만 빼고 모두 밖으로 나간 뒤 감사가 끝날 무렵 복귀하라고 지시합니다.

이탈을 막기 위해 조직별로 여러 명씩 모여 다니라는 지시도 잊지 않습니다.

신입 직원들에게는 사무실에서 점검에 응대하는 것보다 이게 편하고 좋은 거라고 둘러대라고 말합니다.

평생교육기관들이 정직원 대신 대행업체를 통해 위탁 계약한 학습 플래너를 활용해 학습자를 모집하는 불법 사례가 적지 않다 보니 정부기관의 현장 점검을 피하도록 지시한 겁니다.

학점은행제를 운영하는 평생교육기관의 인가부터 사후 관리 감독까지 주관하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입니다.

정기 점검을 통해 주로 평생교육기관의 수업 진행 현황과 관계 법령을 제대로 지키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문제는 전국의 평생교육기관이 430여 곳에 달하는데, 이를 수시로 점검하고 감시하는 인원은 7명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 : 학점 은행제를 운영하는 기관 수보다 사실 저희 국평원의 인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최소한 그 유효기간 내에 한 번 이상씩은 이제 나갈 수 있도록 현장 점검을 하고 있고.]

이렇다 보니 정기 점검도 허술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생교육기관 측이 정부기관의 현장 점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학습 플래너들에게 대응책을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A 씨 / 학습 플래너 : 아침부터 저희는 B 건물에서 감사가 끝날 때까지 숨어 있는 거거든요. 사실 감사로 오신다고 해도 저희는 컴퓨터 같은 거 다 잠금을 걸어놓고 자료 같은 게 밖에 빠져나와 있는 것들도 없을 거고.]

이에 대해 해당 업체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당시 학습 플래너들을 밖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설령 지시한다 하더라도 벌점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렇게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하더라도 추후 조치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보니 정기 점검은 사실상 무용지물입니다.

일부 학습 과정에 벌점을 받는 게 전부여서 반복적으로 규정을 위반해 벌점이 쌓여도 향후 평가 인증을 받는 데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상급기관인 교육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 : 이 사람들이 대행인지 아닌지에 대한 확인이 현장에 나가면 되게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민원은 있는데 현장에 나가 보면 적발할 수 없는 경우들이, 되게 어려운 경우들이 있거든요.]

국평원의 부실한 점검과 상급기관인 교육부의 무관심 속에 평생교육을 장려하기 위한 민간업체들이 사회초년생들을 착취하는 불법 사업장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YTN 엄윤주입니다.


YTN 엄윤주 (eomyj10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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