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는Y] 반년 만에 갈라진 지하차도...달랑 '370만 원만' 회수

[제보는Y] 반년 만에 갈라진 지하차도...달랑 '370만 원만' 회수

2021.11.16.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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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능개선 공사를 마친지 반년 만에 곳곳이 갈라지는 지하차도, 알고 봤더니 명백한 부실공사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런데도 담당 구청은 하자 보수 조치 없이 시공업체로부터 370만 원만 돌려받는 걸로 일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어찌 된 일까요? 황보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지하차도.

경계석과 외벽 사이에 큰 금이 갔습니다.

한두 곳이 아니라 대부분이 이렇습니다.

갈라진 틈을 채운 실리콘마저도 떨어져 안쪽이 들여다보일 정도입니다.

오래돼 보이지만, 무려 15억 원을 들여 지하차도 성능개선 공사를 끝낸 지 불과 반년밖에 안 된 곳입니다.

원인은 부실공사였습니다.

설계대로라면 경계석과 외벽 사이를 콘크리트만으로 메워야 하지만, 실제론 모래를 채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흙이 묻어 나옵니다.

1년 가까이 통행 불편을 감수해야 했던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김 모 씨 / 부근 주민 : 출근하면서 흙을 채우는 것을 목격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부실공사를 하면서 주민들에게 교통 불편을 초래한 것은 상당히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반발이 거세지자 담당 구청인 분당구청은 부실공사와 관리·감독 소홀을 시인했습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재시공하고 공사비를 환수하겠다며 시민들을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 YTN 취재 결과 분당구청은 지난 9월 공사비 가운데 370만 원만 환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왜 그랬을까?

원칙대로라면 재시공을 위해 경계석을 다시 들어낸 뒤 기존 설계대로 경계석과 외벽 사이에 25cm 높이의 콘크리트를 부어야 합니다.

하지만 약속했던 재시공은 하지 않았고, 일부 비용을 환수한 사실조차 뒤늦게 알렸습니다.

[이승일 / 부근 주민 : 원재료가 싼 흙으로 포장해놓고 그 위를 시멘트로 눈에 보이는 부분만 덮었다는 얘기죠. (구청에서) 재시공을 해주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걸 안 하고 370만 원을 받았으니….]

분당구청은 재시공이 까다로워 모래를 채우는 공정에 들어간 비용만 환수했다며, 안전성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분당구청 관계자 : 경계석 철거를 다시 해야 하는데, 현재 상태도 구조적으로 안전 등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재시공보다는 환수하는 것으로 진행했던 거예요.]

하지만 계약에 따라 하자 보수가 가능한 기간인데도, 극히 일부 비용만 돌려받은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은미 / 성남시의회 의원 : (시공업체에) 하자보수를 지시하는 것이 타당한데, 아주 극소한 금액을 환수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내년 상반기에 나올 연구용역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전 문제에 세금 낭비 논란까지,

지자체의 허술한 사후 관리가 시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YTN 황보혜경입니다.


YTN 황보혜경 (bohk10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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