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출신 도배사. 학비가 아깝다고? 모든 경험이 나를 만든 것 ㅡ 청년도배사 배윤슬

연대출신 도배사. 학비가 아깝다고? 모든 경험이 나를 만든 것 ㅡ 청년도배사 배윤슬

2021.11.10. 오후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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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출신 도배사. 학비가 아깝다고? 모든 경험이 나를 만든 것 ㅡ 청년도배사 배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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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 진행 : 김혜민 PD
■ 방송일 : 2021년 11월 10일 (수요일)
■ 대담 : 배윤슬 도배사 <청년 도배사 이야기>저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혜민의 이슈&피플] 연대출신 도배사. 학비가 아깝다고? 모든 경험이 나를 만든 것 ㅡ 청년도배사 배윤슬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미래교육이 열리다 "런어스." 이 시간에는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며 꼭 생각하고 배워야 하는 주제들을 연세대학교와 함께 배워보는 시간입니다. 반지 끼는 걸 좋아하던 내 손이, 고생해보지 않았던 내 손이 이젠 항상 손톱이 깨져있고 물에 젖어 얼어있는 거친 손이 되었다 화장하고 머리를 만지고 예쁜 옷을 입고 회사에 다니던 나는 이제 머리를 대충 질끈 묶고 버리려고 모아 두었던 낡은 옷을 입고 출근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아주 많이 포기해야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오늘 런어스에서 만나볼 분입니다. 청년도배사 이야기의 저자, 도배사 배윤슬 씨 모셨어요. 윤슬 씨. 어서 오세요.

◆ 배윤슬 도배사 <청년 도배사 이야기>저자(이하 배윤슬)> 안녕하세요.

◇ 김혜민> 반갑습니다. 지금 도배사이신 거죠. 몇 년 정도 되셨어요.

◆ 배윤슬> 이제 만 2년 조금 넘었습니다.

◇ 김혜민> 그럼 오늘 어떻게. 방송 때문에.

◆ 배윤슬> 휴가 내고 나왔습니다.

◇ 김혜민> 감사합니다. 제가 정말 윤슬 씨 만나고 싶었어요. 여러분들 언론 보도를 통해서 이미 배윤슬 씨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신 분들도 계실 거고. 또 유퀴즈에 출연하셔가지고 혹시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던가요.

◆ 배윤슬> 많이는 없으셨는데 저 일하는 곳에 함바집 사장님께서 알아보고 커피를 한 잔 주셨어요.

◇ 김혜민> 아주 큰 수확이군요. 네 자 오늘 런어스에서는 청년 도배사 이야기의 저자 도배사 배윤슬 씨와 함께 할 건데요. 먼저 우리 김혜민의 이슈 앤 피플 청취자분들께 인사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 배윤슬> 안녕하세요. 책 청년 도배사 이야기를 쓴 도배사 배윤슬입니다.

◇ 김혜민> 이 책이 언제 나왔죠.

◆ 배윤슬> 네. 올해 7월에 나왔어요.

◇ 김혜민> 이 책을 쓸 때만 해도 아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 배윤슬> 아니요 전혀 못 했습니다. 왜냐하면 책을 쓰면서도 도배라는 그것도 낯설고 건설 현장이라는 일터도 낯설 텐데. 이 책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계실까라고 생각을 하면서 썼었습니다.

◇ 김혜민> 그런데 요즘에 우리 윤슬 씨 찾는 사람들이 되게 많죠. 현장에서 찾아야 되는데 많이. 이제 곧 그렇게 될 거고. 왜 언론이나 사람들이 우리 윤슬 씨 이야기에 궁금해 한다고 생각하세요.

◆ 배윤슬>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해봤는데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어요. 우선은 사실 모든 직장인분들은 퇴사를 꿈꾸고 이직을 꿈꾸시는데 그거를 실현했기 때문인 것도 있는 것 같고.

◇ 김혜민> 용감하게 일단 퇴사를 한 것에. 부러운 마음.

◆ 배윤슬>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자기가 원하는 직업과는 별개로 좀 안정적이라거나 주변에서 괜찮다고 하는 직업을 택해서 마음 한 켠에 또 다른 꿈을 품고 살아가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은데 그런 분들께서 어떻게 보면 주변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선택을 내린 거에 대해서도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서 많이 찾아주신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모두 다 사실 현실에 일탈과 탈출을 꿈꾸죠. 그만큼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이 녹록치 않은 게 사실이고. 퇴직을 꿈꾸고. 근데 결국 퇴직과 이직을 못하는 이유도 남의 시선이 굉장히 크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조금 윤슬 씨가 자유로웠기 때문에 윤슬 씨를 향한 세상의 호출이 그렇게 많아진 것 같아요. 도배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우리가 대충은 알지만 그래도 윤슬 씨가 한 번 더 도배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를 좀 해 주시겠어요.

◆ 배윤슬> 우선 저 같은 경우는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이사 나가고 들어가는 집을 도배하는 일과 조금은 차이가 있고요. 도배 작업 같은 경우는 보통 천장 작업을 2인 1조가 돼서 같이 한 다음에. 이제 벽이 보통 시멘트 벽이어서 거친 면이 있거든요.

◇ 김혜민> 완전 날것이잖아요.

◆ 배윤슬> 그런 거친 면을 이제 좀 특정 도구로 부드럽게 해주고 그래도 여전히 거친 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초배지를 한번 붙여줍니다. 그리고 그 위에 마지막으로 벽지를 붙이는 작업을 하면 완료가 됩니다.

◇ 김혜민> 아까 제가 이제 서두에 읽은 글이 우리 윤슬 씨가 쓴 글인데. 저는 지금 뭐 손톱을 엄청 화려하게 네일 했는데 윤슬 씨도 원래 그랬었는데. 지금은 사실 이게 아무 의미 없죠. 현장에 가면.

◆ 배윤슬> 네. 해도 금방 다 벗겨지고 깨지기 때문에 아예 포기했습니다.

◇ 김혜민> 포기한 게 이 손톱만은 아닐 것이고 어떤 걸 제일 크게 포기했어요.

◆ 배윤슬> 가장 크게 포기한 게 개인의 시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새벽에 출근을 해야 하다 보니까 퇴근하고 나서도 정해진 그 시간에 잠들지 않으면 출근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그리고 저녁 시간이 아주 짧아요. 그래서 사람을 만날 시간도 많이 없고 그런 부분을 가장 크게 포기했습니다.

◇ 김혜민> 몸이 고되다 보니까 저녁이 없는 삶이 된 거죠. 퇴근을 일찍 한다 하더라도 친구들 만나는 그 또래의 삶은 포기했지만 또 현장에서 참 좋은 분들 많이 만나신 것 같아요.

◆ 배윤슬> 네. 맞습니다.

◇ 김혜민> 특히 그 소장님을 향한 애정을 제가 느끼기도 했는데 그럼 처음 우리 윤슬 씨한테 도배를 현장에서 가르쳐준 분이 지금의 소장님이신 거예요.

◆ 배윤슬> 네. 지금 처음 들어갔던 팀. 소장님 팀에서 계속해서 일하고 있어요.

◇ 김혜민> 그 소장님이 윤슬 씨 같은 후배를 받은 적이 있으셨던가요.

◆ 배윤슬> 소장님께서 도배를 오래 하셔서 정말 많은 분들이 거쳐 가셨겠지만, 젊은 여자 도배사는 처음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김혜민> 근데 어떻게 받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대요?

◆ 배윤슬> 사실 처음에 이건 정말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주변에서는 젊기도 하고 또 여자이기도 하니까 오래 못 할 거다, 라고 주변에서 많이 얘기를 했다고 해요. 근데 소장님께서는 처음에 도배 시작하기 전에 미리 한 번 만나서 얘기를 나눴었는데. 제가 그때 저는 이러이러해서 도배를 시작했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었던 걸 기억하시고 이 친구는 뜻이 있어서 자기 발로 걸어 들어왔기 때문에 분명히 해낼 거다. 주변에서 아무 소리 하지 마라. 내가 책임질 거다, 라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김혜민> 뭐라고 설명하셨어요. 내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그 이러이러한 이유가 궁금해요.

◆ 배윤슬> 사실 제가 얘기하는 거랑 비슷한데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그래서 정말 사라지지 않을 기술을 꼭 배우고 싶다. 그래서 기술자가 되고 싶다, 라고 말씀드렸었습니다.

◇ 김혜민> 지금 4156 님이 정말 칭찬하고 싶네요. 영원한 직업이네요. 이렇게 보내주셨고 많은 분들이 어쩔 때는 우리 윤슬 씨가 아 너무 분에 넘치는 칭찬인데, 라고 여길 정도로 많은 분들이 이야기해 주시잖아요. 무슨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하시던가요.

◆ 배윤슬> 요즘에는. 저는 그런 것들이 감사해요. 다른 분들이 본인의 얘기를 저한테 많이 꺼내 놓으시더라고요. 직장을 참 오래 다녔는데 그만 두고 싶은데 고민 중이시라던가 아니면 부모님께서 이런 현장에서 일을 하시는데 주변에 얘기하기 부끄러웠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라던가. 그런 속사정들을 말해 주실 때 이런 얘기를 제가 들어도 될까. 과분하기도 하고 너무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 김혜민> 내가 하고 싶어서 또 해야 해서 시작한 일이 도배였는데 그 일이 또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됐으니 얼마나 윤슬 씨가 기쁘겠어요. 일할 때도 이 팔뚝의 힘이 더 들어갈 것 같은데요. 오늘 청년 도배사 이야기의 저자 배윤슬 도배사와 함께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저희가 연세대학교와 함께하고 있는 코너인데 연세대 출신이시죠.

◆ 배윤슬> 네. 맞습니다.

◇ 김혜민> 몇 학번 어떤 전공하셨어요.

◆ 배윤슬> 13학번이고 사회복지 전공했습니다.

◇ 김혜민> 사회복지. 왜 사회복지학과 가셨어요.

◆ 배윤슬> 처음에는 고등학생 때 그 학과를 선택할 때는 고등학생 때 했던 생각은 제가 학교에서도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또 부족한 거는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하면서. 이런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제 노력에 의한 건 아니잖아요. 그 안에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렇다 보니까 이 교육 한 것들로 얻은 거를 나중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쓰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혜민> 공부해서 남 줘야겠다. 그렇군요. 그래서 사회복지학과를 갔고 4년간 그냥 남들 보내는 것처럼 평범한 대학생이었어요.

◆ 배윤슬> 네. 좀 사실 평범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저는 그 대학교에서 정말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누리고 싶어 했고 또 호기심도 많아서 저는 다른 전공 수업들을 하나씩 이렇게 많이 듣고 그 전공이 가진 세상을 보는 그런 시선 같은 거를 배우는 걸 좋아했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졸업하고 이제 사회복지사로 취업을 한 거죠.

◆ 배윤슬> 네, 맞습니다.

◇ 김혜민> 근데 그 생활이 고되고 힘들었나 봐요.

◆ 배윤슬> 사실 일 자체는 너무 재미있었고 보람이 있었고 또 적성에도 잘 맞았지만 그 소위 말하는 사회생활이 있잖아요. 항상 더 잘 보여야 되고. 회식 가야 하고. 그런 거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고. 스스로 하고 싶어 하지도 않았었습니다.

◇ 김혜민> 그랬군요. 그냥 공부해서 남 주고 싶은 마음이었고 내가 대가 없이 누렸던 것들을 누군가에게 또 대가 없이 베풀고 싶었는데. 사회생활이란 그렇지가 않지요. 대가 없이 절대 돈을 주지 않지요. 그 현실을 깨닫고. 그러면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할 수도 있었잖아요 다른 일을. 근데 왜 도배사를 택했어요.

◆ 배윤슬> 네 저도 그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깨닫고 이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실제로 복지 쪽에 다른 회사의 그런 채용 정보도 알아보고 지원서까지 작성을 하다가 잠깐 한 텀 쉬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진짜 좋아하는 일은 뭐였지. 제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뭘지. 직업에 대해서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김혜민> 직업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그 결론은 끝은 뭐였어요.

◆ 배윤슬> 그래서 이제 누군가로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저만의 기술을 가진 기술직을 해야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였고 또 능력만큼.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정직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혜민> 책을 이렇게 썼더라고요. 만약 사회적으로 귀하게 여겨지고 부러움을 사는 직업을 택했다 할지라도 그 직장 내에서 내가 귀하게 여김 받지 못하고 만족하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남에게 보이는 모습보다 내 스스로가 편하고 행복한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걸 깨달으신 거예요.

◆ 배윤슬> 네. 어떻게 보면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직업 활동을 하면서 보내야 되는데 누군가의 시선이나 평가 때문에 하루 종일 원하지 않는 일을 하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도배를 해야겠다, 생각을 하고 학원을 다녔다고 들었어요.

◆ 배윤슬> 제가 좀 모범생 스타일이다 보니까 새로운 걸 시작하는 길은 다양하고 도배도 사실 학원을 안 다니고 시작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우선 좀 학원을 다녀야 마음이 편해서.

◇ 김혜민> 늘 하던 대로. 그러면 학원을 다닐 때 부모님이나 친구들한테 이야기를 했어요?

◆ 배윤슬> 부모님께는 말씀을 드렸고요. 퇴사를 할 때부터 퇴사 계획서를 드렸었기 때문에 말씀을 드렸고. 그때까지만 해도 주변에는 거의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 김혜민> 부모님 반응이 궁금해요.

◆ 배윤슬> 부모님은 제가 퇴사 계획서를 드렸을 때 이제 당황스러워하기도 하셨고. 위험한 일을 하겠다고 하니까 걱정도 많이 하셨는데. 아무래도 제가 고집이 있다 보니까 고집을 꺾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셨고. 그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던데 하게 둬 보자라고. 합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김혜민> 근데 부모님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그러니까 하나의 경험으로 생각하고 허락하셨지만 윤슬 씨는 진짜 진지했잖아요.
직업인으로 접근한 거잖아요.

◆ 배윤슬> 네. 맞습니다. 그래서 더 잘하고 더 버텨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도 됐습니다.

◇ 김혜민> 그렇죠. 우리 윤슬 씨 나온 한 기사 제목이 이거예요 연대 나온 여자가 왜 그런 일을 해. 편견 찢고. 월 500 버는 그들. 근데 저는 이 제목이 좀 불편하더라고요.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는데. 그런데 사실 이런 말 많이 하죠.

◆ 배윤슬> 네. 사실 많은 기사 제목도 꼭 명문대라든가 스카이라는 것이 들어가고 그런 기사에는 항상 학비 아깝다. 전공을 잘못 선택했다. 이런 댓글들도 많더라고요. 근데 저는 사실 단 한 번도 학비가 아깝다거나 그 대학에서의 시간이나 경험이 낭비라고 생각을 한 적이 없거든요. 그때 배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그것들 속에서 제가 지금의 선택을 내린 거기 때문에 그 경험들이 없었으면 당연히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전혀 타격은 없습니다.

◇ 김혜민> 세상에. 이 방송을 듣는 연세대학교 관계자 여러분들 뿌듯해하실 것 같은데 이 말이 굉장히 맞는게요. 우리가 어느 순간 대학은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필수 관문으로만 여기게 됐어요. 그게 아닌데. 사실은. 대학에서 수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교수님들과 소통하고 미팅도 해보고 축제도 해보고 뭐 학술대회도 해보고. 그 경험이 나를 좋은 사회인으로 만드는 건데. 그런 건 어디서 배웠어요. 윤슬 씨는.

◆ 배윤슬> 사실 저도 그래서 대학생 때도 꼭 취업과 관련되지 않아도 정말 다양한 것들을 많이 경험하려고 했고, 정말 말씀하신 대로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행위들이 다 돈을 벌기 위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값지고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맞습니다. 아까 전에 제가 그 기사에 이야기를 하면서 불편했다고 했지만 사실 현실은 윤슬 씨가 이제 연세대학교라는 명문대학 졸업생이기 때문에 더 각광받은 것도 맞아요. 그렇죠. 그거는 맞고. 그리고 이 현장직에서 일한다는 거.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현장직에 대한 편견과 색안경이 여전히 남아 있잖아요. 그걸 좀 느끼세요. 현장에 있으면서.

◆ 배윤슬> 실제로 자주 느끼는데요. 특히 제가 가끔씩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면 먼지 묻은 안전화를 신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꼭 제 신발을 한 번 보고 얼굴을 한 번 보고. 의아하게 쳐다보는 시선들이 실제로도 많고요. 또 한 번은 저희 팀끼리 다 같이 회식을 하러 갔는데, 갑작스럽게 잡힌 회식이어서 다 같이 작업복을 입고 가게 됐습니다. 근데 아무래도 풀도 묶고 얼룩덜룩하다 보니까 식당 사장님께서 분명 안에 자리가 있는데 자리가 없다고 둘러대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이게 풀이 묻어서 얼룩덜룩하지만 이게 다 말라붙은 거라서 옮겨 묶거나 더러운 게 아니다, 라고 말씀을 드려서 우여곡절 끝에 들어가기는 했는데 끝내 방석에는 앉지 말아달라고 하시더라고요

◇ 김혜민> 아. 그런 부탁도 하세요.

◆ 배윤슬> 네. 그러셨습니다.

◇ 김혜민> 그렇군요. 제가 좀 일부 책을 읽어볼게요. 내가 현재 도배를 하며 가장 기쁨을 느끼는 부분은 내가 하는 일이 아주 밀도 있다는 것이다. 도배를 하며 보내는 시간이 아주 빽빽하고 알차다는 의미다. 회사를 다닐 때는 책상 앞에 앉아 의미 없다고 느껴지는 일을 하는 것에 회의감을 많이 느끼기도 했다. 도배를 하면서는 본질에서 벗어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모든 행동은 결국 도배를 완성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니 말이다. 이 설명을 좀 해주세요.

◆ 배윤슬> 제가 직장 다닐 때 또 회의감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걸 많이 느꼈던 부분이 프로그램을 하나 기획을 하면 그 프로그램 자체 시간을 쏟는 것보다 간식 하나 사는 데 제일 싼. 그런 시간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고. 그 프로그램 자체의 질을 높일 시간도 없는데 그거에 비해 도배를 하면서는 정말 벽지를 붙이는 거 말고는. 그 외에 낭비되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밀도가 있다, 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 김혜민> 맞네요. 그리고 이렇잖아요. 방송도 사실은 제가 백을 다 안다고 해서 뭐 방송의 결과물이 뭔지 모르겠지만. 백이 나오는 건 아닌데. 사람 일이 다 그렇잖아요. 근데 도배라는 건 내가 그래도 백을 노력하면 백 비슷하게 나올 거 같아요.

◆ 배윤슬> 네. 실제로도 도배할 때 좀 마음이 급해서 이거 그냥 넘어가도 되겠지, 라고 조금 대충하면 바로 하다가 되고. 또 그에 비해 시간이 아깝지만 조금 더 꼼꼼히 하고 넘어가자, 하면 훨씬 더 좋은 품질이 나오기 때문에 그것 또한 되게 만족감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 김혜민> 정말 정직한 일이군요 윤슬 씨의 삶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언론에서 다루는 이유는. 아까도 얘기했지만 윤슬 씨 개인에 대한 관심과 응원이기도 하지만 20대 청년들이 요즘 일과 삶에 대해 좀 우리 기성세대와 다르게 생각한다.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 배윤슬> 네. 맞습니다. 아무래도 이제 직업 외에도 대학 졸업 후부터 취업. 결혼. 출산. 육아. 이런 것들이 기성세대분들에게 정말 필수적인 거였다면 어떻게 보면 저희 청년들에게는 하나의 선택지로 지금은 여겨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것과 연결돼서 직장도 출산 육아를 하기 좋은 안정적인 직장을 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좀 더 자유롭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 김혜민> 물론 그 내면에는 결혼이나 연애 아니면 인생의 좀 장기간을 계획하기가 녹록치 않은 지금 현실도 있습니다. 분명히 그런 것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이제 청년이라는 단어가 어디서나 화두고 저는 최근에는 화두를 넘어서 이게 너무 과잉 소비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실제 청년으로서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세요.

◆ 배윤슬> 저는 사실 뭔가 저와 관련된 이야기가 이제 언급될 때 청년이라고 붙는 게 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왜냐하면 제가 청년의 생각을 대변하는 게 아니고 제가 청년들은 생각이 다 다른데 요즘 청년은 다 이래, 라고 돼버리면. 더 부담도 되고. 제가 하는 말에 무게도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제 생각을 얘기한 것뿐인데.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 김혜민> 저도 불편할 것 같아요. 그래서 여쭤본 거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지금 언론과 정치가 말하는 청년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너무 다양한 사람과 너무 다양한 형편의 사람들이 있고. 우리 도배사를 하는 청년들이 또 다른 사람들도 있을 텐데 윤슬 씨 입장에서 충분히 부담스럽고 힘들 거라는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혹시 좌우명 같은 거 있어요.

◆ 배윤슬> 좌우명. 없습니다.

◇ 김혜민> 인생의 가치 추구하는 거. 왜냐하면 아까 말한 것처럼 좀 본질에 집중하면서 살려는 것 같아서. 윤슬 씨는.

◆ 배윤슬> 저는 그때그때 변화하는 제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만족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또 저라는 사람이 언젠가는 생각이 변하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제가 원하는 것을 찾아나가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어느 순간 또 도배 일이 내 일이 아니고 다른 일을 하고 싶어질 수 있잖아요. 그렇죠.

◆ 배윤슬> 물론입니다.

◇ 김혜민> 그러면 그때는 또 새로운 일에 도전할 거구요.

◆ 배윤슬> 네. 맞습니다.

◇ 김혜민> 청년 도배사 안에 갇혀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도배사를 하는 동안 어떤 도배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 배윤슬> 어려운 질문인데. 제가 책에도 썼었던 내용인데 이제 신축 현장에 처음 들어가면 아파트 밖에 조경을 이제 완성하기 전이어서. 진흙밭이라. 비가 오면 발이 엄청 푹 빠지는 길이 많습니다. 근데 가끔씩 보면 누가 그 길에 가기 좋게 정말 나무 박스 하나. 커다란 돌멩이 하나. 이렇게 얹어놓고 가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거 하나만 있어도 발이 안 빠지고 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도배사들 중에 정말 훨씬 뛰어나신 도배사들 정말 많지만. 저는 그 돌멩이 하나의 역할 정도 할 수 있는데 도배사가 돼서 이 길로 가고 싶은데 그 길이 너무 막막하고 진흙에 발이 빠질 것 같은 분들이 살짝이라도 밟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김혜민> 그런 역할을 지금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우리 윤슬 씨 같은 친구들. 지금 사실은 지금 내 삶을 좀 바꾸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나고. 그 용기가 안 나는 이유는 내 내면을 이유일 수도 있고 바깥을 이유일 수도 있는 분들에게 한마디 격려해 주신다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겠어요.

◆ 배윤슬> 제가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시선에 너무 휘둘리지 마셨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 주변의 평가나 시선은 짧은 한 순간이고 제 삶은 제가 매일매일 살아내야 되잖아요. 뭐가 더 중요한지 생각해 보시고 판단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혜민> 오늘 제가 너무 많이 배웠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도 이번엔 청년 도배사 이야기지만 중년 땡땡땡 이야기. 노년 땡땡땡 이야기의 저자 배윤슬 씨가 참 기대된다는 말씀으로 오늘 인터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윤슬 씨 오늘 고맙습니다.

◆ 배윤슬> 감사합니다.

YTN 김혜민 (visionm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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