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 업소로 태워가라" 현대백화점 사장의 갑질...고통받는 수행기사들

단독 "불법 업소로 태워가라" 현대백화점 사장의 갑질...고통받는 수행기사들

2021.11.10. 오전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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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이 얼마 전 LG전자 임원에게 갑질을 당한 운전기사 이야기를 전해드렸었죠.

이번에는 대기업인 현대백화점 사장이 집합금지 기간에 자신을 불법 유흥업소에 수시로 데려가라며 수행기사들을 괴롭힌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병을 얻은 운전기사도 있었습니다.

김철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 논현동 한 카페 앞.

대낮인데도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인근 업체 관계자 : (영업하는걸) 못 봤어요, 요즈음은 못 봤어요. 한참 못 봤어요.]

알고 보니 카페 간판을 단 이곳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고는 여성 종업원이 접객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온 무허가 유흥주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 차례 적발돼 영업정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런데도 해당 업소는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지난달까지도 단속을 피해 몰래 영업했습니다.

이 기간에 현대백화점 사장 A 씨가 회사 차를 이용해 수시로 드나든 것으로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29일 밤 10시부터 한 시간 반가량 이곳에 머물렀고 같은 달 10일과 18일, 20일에도 밤늦게 들러 두 시간 넘게 술을 마셨습니다.

지난 9월에도 네 차례나 방문했습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A 사장의 수행기사들은 입을 모읍니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 동안 해당 유흥업소를 들른 것만 해도 최소 백여 차례가 넘는다는 겁니다.

[B 씨 / 전직 수행기사 : 본인의 유흥을 왜 나한테까지 전가하는지…. 너무 자주 하시니까….]

[C 씨 / 전직 수행기사 : 코로나 때는 안 하겠거니 했는데 여지없이 다니는데 징글징글하죠.]

A 사장이 불법 업소에서 벌이는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수행기사들은 밖에서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초과근무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C 씨 / 전직 수행기사 : 들어가면 이제나저제나, 언제 나올지도 모르니까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는 거죠. 새벽 2시에 나오겠구나, 여지없이 그 시간에 나와요.]

YTN 취재가 시작되자, A 사장은 방역 수칙 위반을 시인했습니다.

현대백화점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A 사장은 불법 유흥업소를 드나든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본인의 불찰이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다만 불법 영업 사실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A 사장이 불법 유흥업소 출입 사실을 인정한 만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앵커]
이처럼 현대백화점 사장이 수시로 불법 유흥 주점을 드나들며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동안, 수행기사들은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월 급여 상한을 정한 포괄임금제 때문에, 이들은 일정 시간을 넘어서면 사실상 '공짜 노동'을 해야 했습니다.

이어서 임성호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현대백화점 사장 A 씨가 술을 마시러 불법 유흥업소를 찾을 때마다 수행기사들은 새벽까지 일해야 했습니다.

나흘 만에 34시간 넘게 추가 노동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B 씨 / 전직 수행기사 : 회사에서 지급되는 초과 수당은 15시간. 15시간을 빼면은 거기서 보통 한 25시간 정도 더 일하게 된 거죠.]

주당 평균 마흔 시간, 월평균 160시간 초과 근무가 일상인 상황.

하지만 월급은 늘 3백만 원 초반에 머물렀습니다.

파견업체와 맺은 '포괄임금제' 계약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초과근무가 길어져도 주당 15시간·월평균 66시간의 연장근로와 수당 80여만 원만 인정됐습니다.

[B 씨 / 전직 수행기사 : (포괄임금제로) 통으로 묶었으니까 추가 수당은 없다….]

[C 씨 / 전직 수행기사 : 출퇴근하는 사람이랑 늦게 끝나는 사람이랑 급여가 똑같으니까 솔직히 기분 나쁘죠. 그거에 대해서 총무부에다가도 얘기했는데 (추가 수당은) 단 1원도 없고….]

이는 분명히 위법이라고 노동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정해진 계약 시간을 넘는 노동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 체불로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법원도 포괄임금제 방식의 계약이어도, 계약 내용을 넘어서는 초과 근무에 대해선 추가 수당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남석 / 변호사 : (초과 근무에 대해서도) 추가로 지급해야 하고, 만약에 지급을 안 하면 그것도 임금체불이 되고요. 포괄임금제 자체가 근로기준법에 맞게 계산이 돼야 하거든요?]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측은 임원 수행기사들에게 부당하게 급여를 적게 지급해온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수행기사들이 향후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행기사나 경비원 등 노동시간을 정확히 산정하기 힘든 직종 위주였던 포괄임금제는, 지금은 기업 절반 이상이 도입할 정도로 광범위한 실정입니다.

이로 인한 장시간 노동과 임금 체불이 계속해서 논란이 되는 만큼, 단기적인 단속 강화를 넘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YTN 임성호입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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