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강남대로 가로질러 추격전...'천화동인 7호' 만나보니

[뉴있저] 강남대로 가로질러 추격전...'천화동인 7호' 만나보니

2021.10.15. 오후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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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장동 개발 의혹 핵심인 김만배 전 기자와 남욱 변호사를 연결해준 사람으로, 천화동인 7호 소유주 배 모 전 기자가 지목되면서 역시 또 한 명의 주요 인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뉴있저 제작진이 어렵게 배 씨를 만났는데, 앞서 보신 것처럼 취재를 거부하고 달아났습니다.

취재한 양시창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앞서 영상에서 봤는데, 당시 상황을 먼저 좀 설명해주시죠.

[기자]
오늘 오후 1시쯤이었습니다.

추격전이 벌어진 곳은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우성아파트 사거리 쪽입니다.

애초 법인 등기부등본에 나온 천화동인 7호 사무실로 찾아갔는데요.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을 나온 뒤 길에서 천화동인 7호 소유주, 배 전 기자를 마주쳤습니다.

배 전 기자는 저와 눈이 마주치자 뉴있저 취재팀을 의식한 듯 마스크를 높게 올리고 빠른 걸음으로 시야를 벗어나려 했는데요.

제가 쫓아가 배 전 기자가 맞는지 확인하자, 제 손을 뿌리치고 그때부터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곧바로 뒤쫓았는데요.

화면에서 보신 것처럼 왕복 12차로인 강남대로를 무단으로 가로질러 필사적으로 달아났고요.

저도 강남대로 절반까지는 따라갔지만,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더 뒤쫓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지도로 확인해보니까, 배 전 기자가 도망친 거리만 400m가 넘었습니다.

뒤에서 "잠시만요"를 외치면서 따라갔지만, 소용없었고요.

배 전 기자도 다급했던지, 손에 들고 있던 커피가 길에 다 쏟아질 정도로 전력 질주해 결국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앵커]
정말 대낮에,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 강남대로에서 보기 드문 추격전이 펼쳐진 셈인데요.

결국, 배 전 기자는 만나지 못한 거죠?

[기자]
사무실로 찾아가기에 앞서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요.

SNS 메시지를 보냈는데 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선 사무실로 찾아가 본 건데요.

천화동인 7호 법인 등기에 기록된 사무실은 서초구에 있는 작은 오피스텔입니다.

10평이 채 안 되는, 크지 않은 원룸형이었는데요.

다른 곳은 택배가 놓여있거나, 우유 배달 주머니가 걸려 있는 등 사람이 지내는 흔적이 있었는데, 해당 오피스텔은 그런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고요.

이웃에게 물어봐도 사람이 드나드는 걸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들어보시죠.

[인근 오피스텔 거주자 : 밖에서 소음 같은 건 못 들은 것 같아요, 이쪽은…. (사람 왔다 갔다 한다거나 그런 거 전혀? ) 네 이 집은 못 봤어요.]

관리사무실도 찾아가 봤습니다.

누군가 직접 거주하거나 사무실로 활용되고 있는지 등은 개인정보 문제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는데요.

다만, 매달 10만 원 안쪽으로 청구되는 관리비는 꼬박꼬박 내고 있다고 확인해줬습니다.

[오피스텔 관리사무소 관계자 : (관리비는 잘 뭐 체납 없이 되고 있다는 거죠?) 그거는 자동 이체해놨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관리비는 잘 내고 있어요.]

종합하면, 해당 오피스텔에 자주 오지는 않는 걸로 보이지만, 관리는 꾸준히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가 조금 전에 어렵게 배 전 기자의 부인과 통화했는데요.

배 전 기자가 우편물을 찾으러 사무실로 가는 길에 갑자기 취재진을 만났다며, 순간적으로 취재에 응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고요.

또, 아직 검찰 조사는 받지 않았고, 여러 의혹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저희가 현장을 찾았을 때, 우편함에 금융감독원이 보낸 문서가 와있었거든요.

실제 사무실로 쓰진 않더라도, 중요 우편 등을 받는 통로로 사용하는 걸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말을 붙여보기도 전에 필사적으로 피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긴 합니다.

수사기관에 아직 입건되지도 않은 거죠?

[기자]
사실 그동안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서 천화동인 다른 소유주들, 특히 '키맨'으로 불리는 김만배 전 기자나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보다는 주목받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김 전 기자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와 기각, 미국에 있는 남욱 변호사의 언론 인터뷰, 정 회계사의 녹취록 등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 천화동인 7호, 배 전 기자에 대한 관심도 함께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천화동인 1호 소유주 김 전 기자를 4호인 남 변호사, 5호인 정 회계사, 이 두 명에게 연결한 이가 바로 배 전 기자다라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죠.

실제 김 전 기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2012년 후배 기자였던 배 씨가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를 소개해줬다면서, 배 전 기자가 남 변호사와 외가 쪽 친척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배 기자 등 후배들이 '우리 이름으로 하면 안 되니 앞장서 달라'고 부탁해 여기까지 왔는데, 후회가 많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배 전 기자가 대장동 사업 설계에도 깊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젯밤 김 전 기자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일단 검찰 수사도 제동이 걸렸는데요.

김 전 기자보다 앞서 대장동 민영개발을 추진했던 남 변호사나 정 회계사는 물론 배 전 기자까지, 천화동인 실소유주 전원에 대한 본격 조사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방송사에서 법조팀장을 두 차례 한 배 전 기자는 2019년 1월, 다니던 직장에서 나와 김 전 기자가 있던 매체로 옮겨갔고, 거기서도 지난달까지 법조팀장을 지내다 퇴사했습니다.

[앵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양 기자, 수고했습니다.

YTN 양시창 (ysc0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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