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는 늘었는데...전담인력·쉼터는 턱없이 부족

아동학대 신고는 늘었는데...전담인력·쉼터는 턱없이 부족

2021.10.13. 오후 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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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아동학대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학대신고 건수도 계속 늘고 있지만,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쉼터와 돌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김다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월 경기도 용인에서는 10살 여아가 이모 부부에게 여러 차례 맞고 물고문을 당한 끝에 숨졌습니다.

넉 달쯤 뒤 인천에서는 5살 남아가 반복적 학대로 뇌출혈에 빠졌습니다.

모두 아이가 울거나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A 씨 / 상습 아동학대 가해자 : (혐의 인정하시나요?) 네, 인정합니다. (아이가 현재 의식 못 찾고 있는데,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죄송합니다.]

지난해 학대로 숨진 아동은 정인이를 포함해 모두 43명.

하지만 정인이가 숨진 이후에도 학대에 노출된 아동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올해 8월까지 집계된 아동학대신고 건수만 만7천여 건으로 이미 지난해 수치를 넘어섰습니다.

피해 아동을 돌볼 보호조치도 제자리걸음입니다.

세 차례 의심 신고에도 정인이를 가해 부모로부터 분리하지 않은 데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관련 법 규정은 한층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이 아동들을 수용할 쉼터나 보호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지난해 기준 쉼터 수는 76개로 매년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1개소당 평균 5∼7명밖에 감당하지 못합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4천 명 가까운 아동이 학대로 가정과 분리됐지만, 쉼터에 들어간 건 고작 16%에 불과했습니다.

[정재훈 /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향후 아동보호전문기관 1개소당 남녀 성별 고려해서 2개 정도씩 쉼터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면 될 것 같고요.]

시설이 확충되더라도 돌봄 인력 역시 여의치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 아동 전문 상담원 1명이 평균 15건을 다루지만, 우리나라는 5배 이상 많은 76건을 떠맡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박영의 /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 사례 1건당 사업비가 6만3천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가족 재결합 프로그램이나 학대 행위자 교육과 같이 필요한 사업도 예산 부족으로 진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인이가 하늘로 떠난 뒤 '아동학대 살해죄'가 신설되는 등 학대를 더욱 무거운 범죄로 여기는 유의미한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론화조차 되지 않은 학대 피해 아동 추정 규모는 여전히 수만 명 수준.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제도 사각지대 속 아이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가정 방문 사업 등 예방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YTN 김다연입니다.



YTN 김다연 (kimdy081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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