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보도 7편] 노동 착취·폭행·장애까지...이주어선원들 "한국 무서워요"

[연속보도 7편] 노동 착취·폭행·장애까지...이주어선원들 "한국 무서워요"

2021.10.03. 오전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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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임금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에 대한 연속 보도입니다.

우리나라 선박에서 일하는 선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외국인 노동자들인데요.

하루 두세 시간 쪽잠을 자며 쉬지 않고 일하지만, 월급은 120만 원도 안 될 정도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습니다.

폭행당하거나 장애를 얻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준엽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시커먼 밤.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통발을 하나씩 던집니다.

눈보라가 몰아쳐도 밤새 조업을 벌이며 생선을 기중기로 퍼 올리는 이주어선원들.

인도네시아인과 베트남인이 대부분인데 우리나라 고깃배 선원 가운데 44%를 차지할 정도로 많습니다.

[원반중 (가명) / 베트남인 이주어선원 : 베트남에서도 선원을 했지만,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어서 한국에 왔어요.]

매일 19시간씩, 한 달에 무려 25일을 일합니다.

그런데 급여는 고작 118만 원.

터무니없이 적은 건 이주어선원에 대한 최저임금을 선주와 한국 어선원끼리 정하도록 하고 있어섭니다.

이마저도 체불이 잦습니다.

[라이언 / 인도네시아인 前 이주어선원 : 잠을 따로 길게 안 자고 잠깐씩 쪽잠을 자면서 계속 일합니다.]

열악한 처우에 다른 배로 달아날까 봐 여권을 빼앗는가 하면,

조업 안 하는 시간에 양식장 일까지 시키는 선장도 있습니다.

[아리 / 인도네시아인 前 이주어선원 : 내 생각엔 선주들이 이주어선원들 도망갈까 봐 무서워서 (여권을 뺏는 것 같아요). 어장막에서도 일했어요.]

한국인 선원들이 이주 어선원을 집단으로 괴롭히거나 폭행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아야 (가명) / 인도네시아인 이주어선원 : 아파요. 요구(갈퀴)로 쿡쿡 찔렀어요.]

위험한 뱃일을 하다 다쳐 장애를 얻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올 때 인력 중개 업체에 알선료, 이른바 '송출비'를 내느라 수천만 원 빚을 지기 때문입니다.

보증금으로 집문서, 땅문서까지 저당 잡혀 그냥 돌아가면 빈털터리가 되고 맙니다.

[레탄퐁 (가명) / 베트남인 이주어선원 : 송출비용은 거의 은행에서 대출받았어요.]

이주 어선원들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국내 노동자 같은 권리를 보장하는 고용허가제 대상에서 빠져있는 게 노동 착취가 만연한 이유입니다.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제도를 개선하라고 해양수산부에 권고했습니다.

[맹성규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법에서 금지하는 여권 대리보관이 버젓이 이뤄지고, 과다한 송출비 문제도 여전합니다. 외국인 선원의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해수부가 공공성 강화 등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일하려면 아무리 아파도 일해야 한다는 것부터 배웠다는 이주 어선원들.

코리안 드림을 꿈꿨지만, 사람 취급을 제대로 못 받는 현실에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아리 / 인도네시아인 前 이주어선원 : 한국 정말 무서워요.]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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