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물고 버텨" 리유저블 컵 행사 후 스타벅스 점장이 올린 글

사진 출처 = 스타벅스

지난 28일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리유저블 컵(다회용 컵) 제공 행사를 열어 전국 매장에 많은 방문자가 몰리면서 현장 직원들이 과도한 노동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자신이 한 스타벅스 매장의 점장이라고 밝힌 A 씨의 글이 올라왔다.

'한국은 참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 각박하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글에서 A 씨는 "요즘 가장 힘든 점은 늘어난 매출 대비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라며 "그런 와중에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이벤트와 매주 출시되는 쓸데없는 MD(상품)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특히 최근 진행된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를 언급했다. 그는 "리유러블 컵 행사로 스타벅스가 '그린 워싱'(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 기업이라는 말들이 많았지만 그걸 고객보다 더 싫어하는 건 단언컨대 현장 직원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출시, 출시, 이벤트, 출시, 또 이벤트. 그것을 직원들은 다 사전에 준비하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다 해낸다"며 인력 충원 없는 상태에서 업무가 더해지는 상황을 비판했다.

A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력자가 나가면 신입으로라도 채워졌는데 요즘엔 그 신입 채용도 하늘의 별 따기"라며 "그런데 회사는 무턱대고 일을 벌여놓고 평소보다 근무 인원을 충분히 배치하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리유저블 컵 데이'에는 대기 음료가 100잔이 넘고 대기 시간이 기본 1시간 이상이었다. 어느 매장은 650잔이었다고 하더라"라며 "스타벅스의 모든 현장 직원들은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드는 고객과 역대 최다 대기 음료 잔수를 보고 울며 도망치고 싶어도 책임감 하나로 이 악물고 버텼다"고 호소했다.

또 "수많은 동료가 온몸에 덕지덕지 파스를 붙이고 끙끙 앓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도 오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라고 털어놨다.

A 씨는 끝으로 고객들을 향해서도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폭언 등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 글을 보신 누군가는 우리의 처우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조금만 더 유하게 행동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라고 강조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28일 하루 동안 전국 매장에서 다회용 컵에 제조 음료를 제공하는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친환경을 실천하자는 뜻으로 스타벅스 매장에서 제조 음료를 주문하면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 기념 특별 디자인이 적용된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준 것이었다.

일부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이 다회용 컵을 받기 위해 긴 대기 줄이 이어졌고 사이렌 오더(주문)를 할 수 있는 스타벅스 앱은 동시 접속자가 늘면서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가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다회용 컵 소비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YTN digital 문지영 (moon@ytn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