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쌍용 자동차 해고자인 이창근 씨는 페이스북에 “오징어 게임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 그리고 함께 살자”는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추석 연휴에 주변 동료들이 ‘꼭 보라’해서 봤는데 '동료들이 경찰에 두들겨 맞는 장면'에 주목하더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처음에는 드라마 볼 생각이 싹 가셨다고 전했다. 이 씨는 쌍용차 동료들이 폭행당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일이 우리 삶을 다시 시작하는 데 있어서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신세계 정용진이 보고 어떤 글을 올렸다길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시청 계기를 전했다.
그는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이 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였느냐는 의문이 들었다면서, 감독이 어떤 이유로 이런 설정을 했고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했는지에 대해 주목했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성기훈은 16년 차 해고 노동자로 1974년생이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인 이 씨와 또래다. 기훈은 해고 이후 통닭집이나 대리 기사를 전전했던 것으로 나온다. 이 씨는 기훈의 그러한 모습이 쌍용차 해고자 2,646명 중 한 명과 같다면서 동료들의 삶이 기훈과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30명이 넘는 해고자와 가족이 목숨을 끊고 죽었다”면서 “기훈이 자기 눈앞에서 동료가 진압 경찰에 맞아 죽는 장면을 떠올리는 건 그래서 결코 비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성기훈은 얕은수를 쓸지언정 인간에 대한 존엄을 버리지 않는다”면서 “극단의 상황, 목숨이 오가는 순간에서도 연민과 연대와 도움과 격려를 잊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어서 “(기훈의 모습이) 답답할 수는 있지만, 성기훈은 그 ‘역설적 선택’으로 산다”면서 “전문직이나 모사꾼이 머리를 굴리고 잡술을 써도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훈이 돈 대신 사람을 선택하고 살자고 말하는 데서 감독의 생각을 읽었다면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외쳤던 ‘함께 살자’라는 주장에 대해 감독이 응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씨는 “'오징어 게임'에는 많은 인간군상이 등장하지만, 인간적으로 가장 따듯하고 온기 넘치고 인간 존엄을 죽음의 문턱에서 내려놓지 않는 사람이 ‘해고 노동자’로 표현된다”면서 이러한 해석이 오버가 아니라 당사자로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커다란 위로를 받은 느낌이고 감독의 생각을 더 듣고 싶고, 감사 인사도 드리고 싶다”면서 글을 끝맺었다.
이에 대해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쌍용차를 레퍼런스로 삼은 게 맞다”고 말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기훈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기훈을 위기 상황에 놓인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세우고 싶었다고 말하며 예술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오징어 게임은 27일 기준 전 세계 83개국 중 76개국에서 'TV 프로그램(쇼)'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고 유럽·중동·남미 등 전 세계 76개 지역(국가)에서 최고 인기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YTN 최가영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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