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페미논란' 처럼 '페미찾기 놀이' 계속되는 이유는

'안산 페미논란' 처럼 '페미찾기 놀이' 계속되는 이유는

2021.08.09. 오전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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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페미논란' 처럼 '페미찾기 놀이' 계속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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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8월 7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안산 페미논란' 처럼 '페미찾기 놀이' 계속되는 이유는

- 언론이 만들어준 '효능감' 때문
- '손가락 논란' GS리테일, 사과와 포스터 삭제
- 스타벅스 캔커피 '남혐 손가락 논란' 사과 등 부적절한 대응이 페미로 낙인찍고 공격하는 행동 계속되게 해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2020년 도쿄올림픽, 이번 주말을 지나면 이제 폐막을 앞두게 되는데, 이번 올림픽 기간동안 단연 화제의 선수, 금메달 3관왕을 한 양궁의 안산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심지어 안 선수가 경기를 진행중이던 순간, 심지어 결승전을 앞두고도 이른바 ‘페미’논란이 불거져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요.

◆ 김언경> 네, 이번 논란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한번 살펴봤습니다.
처음엔 안산 선수의 게시글에 대해서 누군가가 “왜 머리를 자르냐”고 물었고, 안산 씨가 “그게 편하니까요”라고 답했다는 거에요. 그 댓글들을 보고 또 여러 사람들이 왜 머리를 자르냐고 물은 그 행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을 했대요. 그러자 남성 이용자가 많은 이른바 남초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댓글과 페미니스트들의 반응 댓글 캡처가 유포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숏컷 뿐 아니라 ‘안산이 페미인 증거 찾기놀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가 여대 출신이는 것도 증거였고요. 아티스트 '마마무' 를 좋아하는 것, 그의 과거 인스타그램에 한국 남성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웅앵웅' '오조오억년'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도 비난의 이유였습니다.

◇ 김양원> 이른바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서 ‘안산이 페미인 증거 찾기’가 이어졌다고 하셨어요?

◆ 김언경> 네, 과거에는 자신의 정치적 정적을 ‘빨갱이’라면서 낙인찍던 시절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번 안산 선수 관련한 논란처럼 이른바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버금가는 ‘너 페미지?’라는 주장을 이어갑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말도 안되는 증거를 들이대며 ‘페미 색출 놀이’를 하는 건데요. 저는 이건 일종의 혐오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페미니스트로 낙인찍고 혐오하는 놀이를 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요?

◆ 김언경> 저는 이런 놀이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효능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효능감은 언론이 만들어준 것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번 손가락 논란 때, GS리테일이 사과하고 포스터를 삭제하는데 이어 저 당시 마케팅 팀장은 보직이 해임되고 포스터 제작 디자이너는 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거든요. 저는 이런 부적절한 대응이 이번 안산 사이버테러까지 이어졌다. 그야말로 억지 논란을 만들어서 떼를 쓰면 언론이 이를 받아써서 공론장으로 끌어올려주고, 그러면 그게 사회에 먹혀서 막 사과를 하는 일이 이어졌죠. 스타벅스 캔커피도 남혐 손가락 논란에 저격당하자 사과했습니다. 저는 이 고리를 끊어줘야한다고 생각하고요. 이번에 안산 선수를 지켜달라는 웹자보가 뜨면서 시민들이 많이 공유한 것은 그간의 말도 안되는 논란과 이에 대한 사고를 보아하니 양궁협회도 그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긴 것이었죠.

◇ 김양원> 김 소장님은 ‘페미논란’이라는 표현보다 ‘사이버테러‘다, 라고 하셨네요. 저도 이번 안산 선수를 둘러싼 사안을 지켜보면서 언론 또한 정치인 등이 너무 쉽게 이 사안을 언급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론이 오히려 페미논란을 부추긴다고 할까요.

◆ 김언경> 일단 언론은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이템, 화제의 인물에 보도는 무엇이든 하려는 관행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처럼 클릭 수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언론 환경에서는 어뷰징거리가 될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무조건 보도하고 싶은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안산 선수는 굳이 숏컷 논란이 아니라 하더라도 김제덕 선수와 금메달을 따는 과정에서부터 그 자랑스러운 모습에 모두가 매료되었고,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했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해서 숏컷 논란이 돌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언론의 입장에서는 어떤 논조로든 보도하고 싶었겠죠.
일단 보도량만 보면요. 네이버 뉴스검색에서 안산과 숏컷이라는 단어가 중복되게 들어가는 기사를 추출해보면 7월 23일부터 8월 6일 사이에 716건이 추출됩니다. 너무 많은 보도량이라서 살펴보기도 힘들었습니다. 범위를 좁혀보고자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는 언론보도 빅카인즈에서 안산과 숏컷이라는 단어가 중복되게 들어가는 기사를 검색해봤어요. 총 227건의 보도가 있습니다. 이중에서 조중동 한겨레 경향 등 종합일간지 11개사의 보도가 118건, 경제지가 82건이었습니다. 이 사안은 스포츠지나 일부 인터넷언론사에서만 도는 이슈가 아니라 주요언론사들에서 매주 많이 다룬 이슈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 김양원> 일단 보도량은 세기 힘들만큼 많았다, 어떤 방향으로 이 내용을 다뤘는지도 중요한데요. 논란을 퍼나르는 식이 아니라 좀 신중해야하지 않았을까요.

◆ 김언경> 맞습니다. 이런 이슈를 전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도는 글이 보도가 되기 시작하면 공론장으로 올라오게 되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그냥 받아쓰기, 그러니까 이런 말이 돌고 있다며 따옴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관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합니다. 언론은 먼저 이 현상이 성별에 따른 혐오 범죄나 혐오표현이 아닌지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이 속에서 팩트체크해야 할 것은 없는지 있다면 이도 살펴봐야죠. 마지막으로 기계적 균형으로 찬반양론의 관점으로 구성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부적절한 현상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지적했어야 합니다. 이번 사안을 '안산 페미논란' 등으로 처리하지 말고, 사안을 지칭하는 명을 정확하게 짚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많은 보도들이 부족했습니다.

◇ 김양원> 그냥 받아쓰기 하지는 않았나, 혐오표현은 없었나, 팩트체크는 했나, 부적절한 현상이라면 문제점을 짚었나, 사안의 명칭을 올바르게 사용했나, 이런 점들 위주로 한번 진단해보겠습니다. 일단 안산 선수의 페미니스트 공격을 다루는 기사들 중 상당수가 ‘논란’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 같아요. ‘숏컷 논란’, ‘페미 논란’ 이런 식으로요?

◆ 김언경>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사안에 대한 보도들은 대부분 이게 얼마나 부끄러운 행태인지, 어떤 문제인지 지적하기보다는 vs 대결, 그러니까 여혐과 남혐의 충돌, 정도로, 젠더 갈등 정도로 처리하는 보도들이 많았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한겨레가 8월 3일 <페미 ‘논란’이 아니라 ‘폭력’이다>에서 잘 비교해줬어요. 한겨레는 최근 우리나라 보도 제목 중 “페미 안산 메달 반납해야” vs “선수 보호해야” 갑론을박 (파이낸셜 뉴스), 안산, 사상 첫 3관왕… ‘숏컷 페미 논란’도 실력으로 잠재웠다 (한국경제), ‘안산 숏컷’에 정치인·연예인까지 가세… 산으로 가는 ‘젠더 갈등’ (조선일보) 3건을 사례로 들면서, vs대결을 하거나, 논란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안산 선수가 논란이 될만한 행위를 한 것처럼 느끼게 한다는 것이죠. 보도에서 프레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안산 페미논란이라고 하면, 그냥 페미인지 아닌지 밝혀내기만 하면 된다는 것으로 그치잖아요. 그게 아니고 이런 논란 자체가 폭력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죠.

◇ 김양원> 특히, 이번 사안이 외신에까지 보도되었잖아요. 외신은 한국에서 이런 논란이 있다가 아니라 ‘이것은 분명한 폭력이다’라는 관점에서 지적했죠.

◆ 김언경> 맞습니다. 국내 언론과는 다르게 외국언론들은 이번 사안을 ‘온라인 폭력(online abuse)’, ‘혐오 운동’이라고 일컬었다고 분명하게 정리했습니다. 영국 BBC방송는 “안산이 온라인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어요. BBC 서울 주재 특파원 로라 비커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공격은 자신들의 이상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공격하는 소수 인원의 목소리”라고 분석하며 “한국이 성 평등 문제와 씨름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더러운 의미의 단어가 돼 버렸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양궁 선수의 짧은 머리가 반페미니스트들을 자극했다”면서 이를 ‘온라인 폭력(abuse)’으로 규정했습니다. AFP통신도 “안산의 짧은 머리가 남성들의 온라인 폭력 대상이 된 뒤 안산을 지지하는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김양원> 안산 선수가 이른바 페미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남혐용어를 사용했다는 주장도 있었죠?

◆ 김언경> 네, 안산 선수가 ‘오조오억’ 등의 용어를 sns에서 사용한 적이 있다는 주장이었는데요. 그런데, 이런 남혐용어라는 용어가 정말 남혐표현인가부터 살펴보면 되겠죠. 예를들어 이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은 그냥 재미있는 신조어인양 사용되기도 했는데요. 오조오억 표현도 예능프로그램인 신서유기에서도 자막으로까지 나왔다는 거에요. 그럼 이런 방송프로그램도 다 페미가 된다는 거고요.
또 한가지, 남초 커뮤니티에서 양궁 안산선수의 금메달을 박탈해달라고 항의전화를 했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며 논란이 됐고 나아가 외신도 이를 보도했는데요. 저도 한번 찾아봤는데 우리 언론보도 중에서 항의전화가 ‘쏟아졌다’라는 표현이 제법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MHN스포츠에서는 “대한양궁협회에 연일 항의 전화와 게시글이 쏟아졌다.”라고 표현했거든요. 그런데요. 3일 더팩트라는 언론사에서 대한양궁협회 관계자에게 확인을 했는데 전화가 오긴 했는데 “안산 선수의 금메달 박탈을 요구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며 “대부분 안산 선수를 보호해달라는 내용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니까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분명 항의전화를 하자며 전번도 댓글로 올리고 추천도 받았는데요. 정작 전화를 하지는 않았던거죠. 그런데 언론들이 남초 커뮤티니의 글과 댓글 등을 보고, 진짜 항의전화를 했는지 등을 양궁협회에 확인하지 않고 그냥 보도했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일부 언론들이 확인도 안한 상태에서 갈등을 부채질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죠.

◇ 김양원>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의 발언이 언론에 여럿 보도되기도 했고, 안산 선수를 페미라며 공격한 일이 정치권으로 번지기도 했어요?

◆ 김언경> 이런 정치인이나 유명인사의 발언을 전하는 이른바 ‘페미 논란’이라는 기사들이 저는 대부분 전형적인 어뷰징 기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발언정보 소셜 빅데이터 분석 기업 스피치로그를 통해 79개의 언론사의 7월 26일부터 8월 3일까지의 안산 그리고 숏컷 단어가 들어간 기사 속에서 어떤 발언문들이 있었나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발언이 35개 기사에서 24건 인용되었고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34개 기사에서 22건, 류호정 정의당 의원으 32개 기사에서 19건 인용되었습니다. 인용이 많이 된 순으로 보면, 호칭 생략하고 이준석, 장혜영, 류호정, 심상정, 백혜련, 양준우, 진중권, 이재명, BBC입니다. 모두 11개 이상 언론보도에서 10여건 넘게 인용되었습니다.
오죽하면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29일 “여성 선수에 대한 혐오 확산 나선 언론, 부끄러움을 모르는가”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안산 선수에 대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의 혐오와 차별 발언을 옮겨 쓴 기사를 모두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조장한 페미니즘 및 여성 혐오 논란을 언론이 무분별하게 받아 써 혐오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인 것입니다.
특히, 심지어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혐오성 발언을 그대로 옮겨주는 기사들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김양원> 자, 저희가 번번이 페미니스트 혐오논란을 이 시간에 다루고 있어요. 사회적으로 혐오와 차별이 어느 때보다 화두가 되는 시기인데, 이럴 때일수록 언론보도 어떻게 해야할까요?

◆ 김언경> 2011년 1월에 기자협회, 인터넷기자협회, 피디연합회, 언론노조 등 언론현업인 단체와 국가인권위 민언련 등 11개 단위가 함께 혐오표현반대미디어실천선언을 했는데요. 저는 이 선언을 말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디어 종사자는 평소 혐오표현의 개념과 맥락, 해악을 충분히 인식하고, 다양한 사회현상과 발언 등에 혐오표현이 있는지 주의깊게 살펴보고 전달해야 한다. 미디어 종사자는 정치인의 의도적인 혐오표현을 그대로 중계할 게 아니라 그 배경과 맥락을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전달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디어 종사자는 주요 정치인, 고위 공무원, 종교 지도자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이 하는 혐오표현은 더욱 엄격하게 비판적으로 바라보봐야한다. 이런 기본에 충실해서 실천해야죠.

◇ 김양원>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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